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56화(156/400)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끝마치고 호텔 수영장 선베드에서 1시간을 보낸 후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도진은 음식이 푸짐하게 담긴 접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음식이네요. 많이 먹죠? 상우 너도 많이 먹어라.”
상우는 혼이 나가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호텔에 도착해서 운동을 3시간이나 했는데 너 같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까?”
그레그도 거들었다.
“땀을 흘려서 그런가? 선베드에 누워서 햇볕 쬐는 게 고통이었어.”
그러거나 말거나 도진은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었다.
“음. 맛있네. 그간 뷔페는 몇 번 먹어봤는데 여기가 제일 맛있네?”
상우와 그레그도 결국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는 것과는 달리 만족스럽게 먹었다.
도진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슬슬 오프 시즌 얘기나 해볼까요?”
상우와 그레그는 그럼 그렇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모양인지 어떤 반박도 없었다.
도진은 말을 덧붙였다.
“어쨌거나 스프링 캠프를 앞둔 저희는 오프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해요.”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건 맞지.”
“메이저리거들이랑 훈련하니 만반의 준비는 필요한 법이지.”
“그레그는 어쩔 생각이에요? 저는 친구와 함께 훈련하기로 했어요.”
그레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 브라더 말고?”
“네. 다른 친구요.”
그레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하! 라고 외치더니 이내 사색이 되었다.
“아니. 벌써 오프 시즌 훈련을 다 짜놨다고?”
상우도 진절머리가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그러다가 몸살 나 임마.”
“바로 훈련할 건 아니야. 어차피 마이크 방학까지 기다려야 해.”
“그때까진 좀 쉴 거야?”
“그냥 몸만 대충 만들어 놓으려고. 둘과 다르게 난 풀 타임 경험이 없어서 몸을 완벽히 만들지 않으면 다음 시즌 퍼질 수도 있어.”
둘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경험이 중요하긴 하지. 특히 넌 우리보다 몸을 더 잘 만들어야 하고.”
“인정. 투타 겸업이니까. 거기에 수비까지 보니까 투타수 겸업 아니냐? 그래서 우리가 더 휴식을 강요하는 거야.”
그레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결심했다는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난 개인 훈련에 들어 갈란다.”
“개인 훈련이요?”
“개인 트레이너 고용해보려고. 솔직히 지금까지 너무 나태했어. 오프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거든.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어쨌거나 플러스 요인이 되잖아? 더는 게으를 수 없지.”
“트레이너 고용이라. 좋은 생각 같네요. 같이 훈련하지 못해서 아쉽지만요.”
“솔직히 고민이 되긴 했는데. 오프 시즌까지 너와 함께 하고 싶지 않아.”
왜요? 도진은 눈빛으로 물었다.
그레그는 즉각 대답했다.
“사람은 개인의 페이스가 있어. 로우 A부터 가을리그까지 너와 함께했더니 탈진할 것 같아. 그런데 오프 시즌까지? 오우 쉣!”
“개인의 페이스 중요하죠. 계획 좋은데요?”
한국인과 미국인은 엄연히 다르다.
무한 경쟁 사회인 한국은 몸을 혹사해서라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한다.
오죽했으면 한국의 성인들은 전부 수면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성인들만 그럴까? 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고등학생들은 당연하거니와 중학생들까지 공부에 대한 압박 때문에 수면 부족을 겪는다.
하지만 미국은 그보다 여유가 있었다.
이곳 학생 대부분이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니지는 않는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가 거짓 없이 이행되는 곳이었다.
문화 차이도 있었다.
미국은 아직 성장기인 학생들이 무리하는 것을 원치 않았으니까.
가만히 듣던 상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개인 훈련……”
“넌 나랑 같이해야지.”
난 왜? 라고 묻는 상우는 울상이었다.
도진은 평온하게 말했다.
“넌 한국인이니까.”
“진짜 이유 한번 특이하네.”
“솔직히 너 고등학생 때보다 지금 훈련량이 더 적잖아?”
상우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젠장. 맞아. 솔직히 한국이 이상한 거지. 어린 나이부터 혹사시켜버리니 유망주들이 덜 나오는 거라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 제일 큰 문제는 선수 풀과 인프라지만. 어쨌거나 훈련량을 좀 올려야지 않겠어? 성에 안 차잖아?”
성에 차는데?
상우는 오들오들 떨었다.
“상우야. 앞서도 말했지만, 우린 한국인으로 태어났어. 외지에서 인정받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해.”
“나 열심히 하고 있어.”
“그래도 더 열심히 해야겠지?”
“꿍꿍이가 있어 보이네. 평소에는 쿨한 놈이 왜 이렇게 질척거려?”
도진은 뜨끔했다.
솔직히 이번 오프 시즌에 상우가 꼭 필요했다.
‘넌 내 공을 받아야지.’
마이크도 공을 받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트레이너로서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훈련에는 내 공을 받을 수 없다고 했거든.’
그렇기에 상우를 꼭 데리고 오라는 마이크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타자 기량만 늘린다면 모를까.
투수에게 필요한 건 포수였으니까.
“스프링 트레이닝 때문에 이번만큼은 속아준다.”
그리고 그때.
어떤 금발의 백인 남성이 지나가다 말고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일원들을 스윽 내려다보았다.
“스프링 트레이닝? 가만 보니 에인절스 유망주들이군. 괜찮다면 잠깐 합석해도 될까?”
도진과 일원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호기심 섞인 눈빛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 즉시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상우는 새로운 의자를 대령하겠다며, 그레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는 그럴만한 인물이었으니까.
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베, 벨 조이스?”
에인절스 1선발이었다.
* * *
“반갑다 친구들. 실례 좀 할게.”
벨 조이스는 상우가 대령한 새로운 의자에 착석 후 손에 쥔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씨익 웃었다.
“너. 이번 에인절스 1라운더지?”
도진은 그가 자신을 가리키자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 킴입니다.”
그는 상우와 그레그도 번갈아 쳐다봤다.
“상우 리입니다.”
“그레그 호먼입니다. 전부 에인절스 소속입니다.”
“에이. 너무 긴장하지 마.”
벨은 스테이크를 한 입 썰어 입에 넣고는 오물오물 씹고 삼켰다.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한다고?”
일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눈알을 굴렸다.
다른 귀에 흘러 들어가도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도진이 대표로 대답했다.
“네. 일단은 그렇게 예정되어 있습니다. 막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나 입 무거워. 굳이 걱정할 필요 없어. 뭐. 유망주가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는 게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고. 아. 그건 아닌가?”
벨 조이스는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번 연도 드래프트에 참여자였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어쨌거나 내가 이 자리에 앉은 이유는 너희들과 소소하게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던 것뿐이야. 우린 동료잖아.”
셋은 동료라는 말에 몸을 파르르 떨렸다.
메이저리거이자 에인절스의 1선발이다.
그가 전성기에 뿜어대던 투구는 궤를 달리했다.
그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05마일. 스카우팅 리포트에 80 스케일 만점으로 기록됐다.
그는 그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는 30대 후반으로 105마일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100마일 투구를 선보이는 파워피처였다.
“음. 뭐 궁금한 거 없나? 내가 너무 오버한 걸까?”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거를 만난다면 질문 공세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같은 에인절스 소속이지 않던가?
셋은 그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자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괜찮다는 말이 떨어졌다.
그레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흰 스프링 캠프 합류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글쎄. 너희가 더블이나 트리플 A라면 어떻게서든 죽어라 하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아니잖아?”
스프링 캠프 혹은 트레이닝은 의미하는 바가 같다.
어쨌거나 초청받는 유망주들은 대개 세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찾고자.
다른 하나는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지 못한 선수를 방출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유망주들의 경험을 위해서였으며 셋은 여기에 속했다.
“물론.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는 미래가 달라지긴 해. 그건 알지?”
절대 쉽지 않고 흔하지도 않다.
경험이 적은 유망주가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빛을 낼 수 있을까?
오히려 격차를 뼈저리게 느끼며 좌절감이란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런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이어지는 마이너리그 시즌을 잘 보낸다?
구단은 그런 선수들을 눈여겨보며 콜업 대상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벨 조이스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그는 22세 때 드래프트에 참여한 대학 선수.
남다른 재능으로 마이너리그도 더블 A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23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렇기에 그가 직접 겪어본 경험은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에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직접 두 눈으로 본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도진이 물었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눈에 띌 수 있습니까?”
벨의 눈이 번뜩였다.
이것 봐라?
도진의 눈동자에 비친 감정은 투쟁이었으니까.
하지만 금세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패기는 좋네. 그러니까 뭘? 좀 더 자세히 말해볼래?”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렇게 사석에서. 그것도 메이저리거에게 야구에 관해 물어볼 기회가 또 올까?
없을 것이다.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선다면 또 모를까.
엄연히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 사이의 계급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는 도진은 메이저리거들과 맞붙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지 궁금했다.
적어도 벨은 이 부분에서 경험이 있었다.
“당신은 마이너리그에서 1년도 보내지 않고 메이저리거가 되었죠.”
“잘난 척 같아서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그때 당시 나는 루키답게 행동했어. 난 내 패스트볼에 자신 있었지. 칠 테면 쳐보라며 던졌을 뿐이야. 물론 시범 경기는 진짜 떨렸어. 패스트볼을 타자 머리에다가도 던졌다니까?”
벨은 큭큭 웃더니 이내 표정을 굳혔다.
“실수가 나와도, 긴장이 돼도 본 모습을 최대한 보일 수 있게 노력해.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너무 당연한 말인가?”
“아니요.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진은 진짜로 이해했다.
벨 조이스가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첫 캠프를 참여했을 당시.
초구부터 상대 타자의 머리에다가 105마일 패스트볼을 던진 당사자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놀라 자빠질 노릇이었겠지.’
최악까지 생각해본다면 입스가 왔을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해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 뼛속까지 새겨들었다.
‘내가 가진 무기를 최대한 발휘해라.’
내 무기가 무엇일까?
투수로서는 패스트볼이 되겠지.
충분히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저 공이 빠르기만 해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수두룩했다.
‘회전수를 늘려 구위와 무브먼트를 강화하자.’
등판의 기회는 적을 것이다.
2036년 드래프트 1라운더지만, 고작해야 1이닝 많게는 2이닝만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감독이나 스태프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파이어볼러라면.
‘삼진이겠지.’
등판한 이닝에 1개의 삼진을 잡는다.
이것이 도진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타격 쪽은. 역시 쉽지 않겠어.’
지금은 타석에 들어선다 한들 메이저리거 투수들에게 힘에서 밀릴 것이다.
그들은 야구공을 빙자한 돌덩어리를 던질 테니까.
힘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몸을 키워야 하는데 밸런스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다.
‘그러니 배트 스피드를 늘려야겠지.’
출루와 안타도 좋겠지만, 눈에 확실히 띄려면 장타가 필요하다.
배트 스피드를 보완하면 더 좋은 타구는 물론 장타를 뽑아낼 확률도 올라간다.
물론 타석에서의 결과는 알 수 없겠지만, 상관없다.
‘전문가들은 척하면 척이지. 타석에서 보여주기만 해도 알 거야.’
배트 스피드가 늘어나면 힘이 부족해도 타격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등판했을 때 1개의 삼진 그리고 1개의 장타를 만들기 위해 이번 오프 시즌 때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정해졌다.
* * *
가벼운 대화를 마친 벨 조이스는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왔다.
다소 모호한 표정을 지은 그는 도진을 떠올렸다.
‘크게 될 아이야.’
그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야기는 들어봤다.
2036년 에인절스 1픽이자 투타 겸업 천재.
그리고 소문은 사실이었다.
‘눈빛만으로도 메이저리그를 밟을 제목이야.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네.’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쟁심은 메이저리거인 자신마저 집어삼킬 듯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저런 눈은 그간 10년 넘게 메이저리그 생활을 했음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나?
벨 조이스는 혀를 날름거렸다.
‘우린 에인절스니까.’
이 망할 놈의 구단은 칭찬할 수 있는 구석이 없었다.
‘하아. 깊이 생각하려니 괜히 머리만 아프네. 와봤자 실망만 할 테지만.’
그래도……
저 아이가 하루빨리 메이저리거가 됐으면 했다.
그는 에인절스 선수들에게 없는 무언가를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팀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 제목인 것만큼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