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57화(157/400)
12월 중순이 되었다.
도진과 상우는 에인절스 사이언스 트레이닝 센터 건물 앞에서 마이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차 한 대가 멈춰서더니 마이크와 제니퍼가 함께 내렸다.
“도착해 있었네.”
“킴! 오랜만이에요!”
도진은 들어 올린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오랜만이다. 제니퍼도 잘 지냈어?”
상우는 냅다 마이크를 끌어안았다.
“친구야! 오랜만이네!”
“그럼. 잘 지냈지. 오랜만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도진은 마이크를 위아래로 훑었다.
흐음.
침음하며 턱을 매만지자 마이크는 미간을 구겼다.
“눈빛 마음에 안 드네. 왜 그렇게 보냐?”
“왜 훈련장에 정장을 입고 와?”
마이크는 눈에 힘을 가득 주었다.
제니퍼가 대신 대답했다.
“에인절스 소속이 아니라 이렇게 갖춰 입고 와야 한대요.”
“그럴 필요 없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이크는 눈에 불을 켜고 반박했다.
“야! 네가 내 심정을 몰라서 그래! 에인절스 소속도 아닌 일개 대학생이 이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눈치 보여!”
“네가 요구했잖아?”
잠깐 멈칫한 마이크가 다시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랬지만, 어쨌거나 눈치 보인다니까.”
제니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모자라 저도 데리고 왔다니까요?”
“제니퍼는 왜?”
“혹시 관계자가 뭐라고 하면 대신 좀 나서달라고 하던데요?”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음흉하게 웃었다.
아하? 할리우드 배우 동생을 방패로 삼으시겠다?
정말 멋진 오빠군.
물론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해는 됐다.
마이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제니퍼는 그냥 헬퍼로 부른 거야!”
도진과 제니퍼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개자식이! 진짜라니까? 이 스포츠 사이언스도 모르는 무지한 놈아!”
“응. 알겠다니까.”
도진은 마이크의 어깨를 도닥였다.
힘내라는 의미였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긴 힘들겠지.
* * *
이 시설은 당분간 도진이 사용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마이크의 걱정은 그저 우려에 그쳤다.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장비 설명까지 친절히 해줬다.
“더럽게 민망하네.”
그는 헛기침을 내뱉더니 이내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피차 바쁘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목표가 기회가 왔을 때 삼진 한 개와 장타 1개 치는 거라고? 메이저리거 상대로?”
“어. 최소한 1개씩.”
“지금도 가능은 하지 않을까?”
“가능은 하겠지. 운이 따라준다면. 하지만 운이 내 실력은 아니잖아.”
“저번에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 않았냐?”
“그때랑 지금은 다르지. 아무튼. 그게 목표인데 가능할까?”
“글쎄.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능하게끔 실력을 향상시킬 수는 있겠지. 과학의 힘으로!”
마이크는 자신 있게 외치며 사이언스 트레이닝 센터의 기계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이언스 트레이닝 센터의 내부는 FS의 실내 연습장 크기와 비슷했다.
처음 보는 특별한 기계 설비를 제외. 배팅 케이지나 간이 마운드는 익숙했다.
도진, 상우 그리고 제니퍼는 바닥에 나란히 앉았다.
혼자만 서 있던 마이크가 운을 띠었다.
“스포츠 사이언스란 무엇이냐!”
마이크는 도진을 가리켰다.
“대답해봐.”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스포츠 사이언스지.”
“그러니까. 스포츠 사이언스가 어떤 도움이 될 것 같냐고.”
“기량 상승?”
마이크는 분통이 터진다는 듯이 주먹을 말아쥐며 가슴을 퍽퍽 쳤다.
“그럼, 기량이 하락하겠냐? 좀 자세하게 말해보라고!”
“글쎄.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아직 뭔지 잘 몰라.”
“친구야. 넌 알아?”
지목당한 상우도 고개를 젓자 마이크는 말을 덧붙였다.
“일단 스포츠 사이언스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해줄게. 스포츠 사이언스는 생리학, 생체역학, 영양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운동능력 향상, 부상 예방, 체력 증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논리적으로 말하는 마이크의 모습이 멋있기도 했지만, 말투가 다소 딱딱해 로봇 같았다.
도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있나?”
“너 지금 대학에서 배운 거 고대로 말한 거지? 네 담당 교수님을 뵙지는 못했지만, 왜 그분의 모습이 그려지는 거지?”
“다, 닥쳐!”
“미안. 계속해.”
마이크는 헛기침을 내뱉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포츠는 인체를 사용한다. 인체의 신비를 제일 잘 다루는 건 과학이지. 현대 야구에선 스포츠 사이언스가 필수야. 타격, 투구 메커니즘도 전부 스포츠 사이언스고.”
도진은 흠. 침음했다.
마이크가 말을 덧붙였다.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인다. 고등학교 때 구속훈련 생각하냐?”
“어. 물론 구속이 늘긴 했지만 그게 과학적인 방법인가?”
“그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훈련이며 일부분이야. FS는 이곳처럼 다양한 기계가 없었잖아?”
“그게 없는 건가?”
“없는 거지.”
상우는 도진의 편을 들었다.
“나도 FS 고등학교에서 훈련해봐서 아는데. 마이크 넌 한국 오면 놀라 자빠지겠네.”
“왜? 한국은 어떤데?”
“기본도 안 되었지. 모든 학교에 잔디라도 깔아줬으면 좋겠다.”
마이크의 동공이 팽창했다.
“그, 그럼 잔디 말고 어디서 하는데?”
“심한 학교는 모래에서 하지?”
“엥? 모랫바닥?”
마이크는 까무러치게 놀라며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만하지.’
도진은 마이크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학교는 전부 잔디가 깔린 것은 물론 야구를 할 수 있는 공원에도 전부 잔디가 깔려 있었으니까.
다른 스포츠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은 설비가 완벽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을 뿐.
상우는 이뿐만이 아니라며 거들었다.
“여전히 산을 타야 구속이 는다고 믿는 지도자들도 있어. 하체가 곧 구속이다! 라고 했던가. 그리고 제구를 잡으려면 하루에 천 번씩 던지라는 지도자도 있지.”
마이크가 버럭 반박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체가 중요한 건 맞지만, 하체가 곧 구속은 말도 안 되는 말이지. 그리고 천 번씩 던지라고? 진짜 천 번은 아니겠지만 많이 던져서 제구를 잡는 건 말도 안 되는데? 요즘엔 전부 과학적인 방법으로 훈련해.”
도진은 상우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아쉽게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
“한국 나름 야구 강국이잖아!”
한때는 대한민국도 세계 대회에서 훌륭한 성적을 낸 적이 있지 않던가?
무엇보다 지금도 자국 리그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경쟁력 있는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러니 환경이나 지도자 역량이 이렇게나 심하게 뒤처진다고 생각할 수 없겠지.
‘한국에서 스포츠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인이 이를 아는 게 더 이상하긴 해.’
물론 설비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 고등학교는 그만큼의 돈이 없었으니까.
반대로 자신이 처음 FS 야구부에 입단했을 때는 프로 버금가는 시설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도진과 상우는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마이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너네 같은 유망주들이 나온 거네? 강국은 맞네.”
“말은 바로 해야지. 나 같은 유망주지. 얘는 미국에 있었잖아?”
“틀린 말은 아니군. 어쨌거나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으. 지식 하나 없는 애들한텐 어떻게 접근해야지?”
마이크는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잔뜩 구겼다.
한 1분 정도 흘렀을까.
그는 고민을 마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바로 훈련에 돌입하자. 자세한 건 하면서 알려줄게.”
일순 침묵이 흘렀다.
도진과 상우는 서로를 마주 보며 눈빛으로 말했다.
이걸 믿어야 할까?
마이크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하긴. 메이저리거들과 맞붙는다. 믿지 못하면 어쩌겠나?
지금은 돌도 씹어먹어야 할 판이었다.
* * *
훈련에 앞서 제니퍼는 도진에게 잡지 하나를 건넸다.
“이거부터 보셔야 해요.”
도진은 모서리가 접힌 부분을 펼쳤다.
Scouting Report.
Do Jin Kim. SS.
자신의 스카우팅 리포트였다.
도진은 투타 겸업이었기 때문에 타자와 투수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Hit: 40/50.
컨택 부분이다.
앞 점수는 현재. 뒷 점수는 포텐을 뜻했다.
마이크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덧붙였다.
“일단 루키가 40점을 받았다는 건 굉장히 훌륭해.”
“그래도 포텐이 낮은 건 좀 아쉽네.”
“어쩔 수 없어. 리포트 기준이 메이저리그잖아? 특히나 너는 전문 타자들보다 몸이 빈약하니까. 먹힌 타구가 자주 나올 거라 판단한 걸 수도 있어.”
Raw Power.
이 부분에서는 40/50점을 받았다.
그리고 Game Power 부분에서는 30/40을 받았다.
“Raw Power. 쉽게 설명하면 스윙에 무게를 싣는 걸 의미해. 스윙 메커니즘이라고 보는 게 좋겠지. 이 점수도 루키치고는 상당히 높아. 당장 메이저리그 백업 수준은 되는 거니까. 넌 입스 때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은 거야.”
30점을 기록한 Game Power는 선수의 근육에서 나오는 힘 자체를 말한다.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내가 그렇게 멸치 같냐?”
“솔직히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비교하면 뼈다귀지? 근데 유연성 때문이니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아. Raw Power를 Game Power보다 훨씬 쳐주니까 신경 쓰지 마. 무엇보다 네 유연성 덕에 이 아랫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거니까.”
선구안. 50/60.
수비. 50/80.
수비 범위. 50/80.
송구 파워. 80/80.
송구 정확도. 70/80.
주루. 55/80.
도루. 55/80.
베이스 러닝. 60/80.
운동 능력. 70/80.
여기서 주루는 수비 때 보폭도 함께 의미하는 것.
그러므로 도루와, 베이스 러닝도 별개로 책정된다.
이것은 세분화한 수치였으며 종합 수치는 이랬다.
종합: 컨택트 40. 파워 35. 주루 55. 어깨 75. 수비 50.
도진은 타격 점수에 아쉬움을 느꼈다.
가을리그에서 장타도 다수 뽑아냈지만, 여전히 평가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도진의 표정을 살폈다.
“솔직히 내가 봤을 땐 좀 저평가된 부분이 없지 않거든? 근데 이건 내가 널 잘 알아서야. 넌 아직 풀 타임 활약도 하지 않았고, 메이저리거들과 붙어보지도 못했으니 전문가들의 의견도 존중해. 그래도 이 점수라면 타격 제외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먹힐 점수다.”
메이저리거들이 내뿜는 타구 속도는 마이너리거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
그러므로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베이스 러닝도 그렇다.
메이저리거 포수의 송구 능력은 마이너리거보다 월등했다.
훌륭한 속도와 스킬을 갖춘 도진이지만 그들을 상대로도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여유롭게 도루하기는 힘들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정말 괴물들만 서식하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설명을 듣고 보니 저평가 같지는 않네. 오히려 높은 점수 같은데?”
마이크는 그 말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루키의 스탯은 아니지. 누가 봐도 메이저리거 스탯이야. 물론 상위권이나 최상위권 선수에 비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네가 가을리그에서 증명한 덕분에 나올 수 있는 점수였어.”
마이크는 손가락으로 스카우팅 리포트 투수 부분을 가리켰다.
Velocity(구속). 70/80.
Control(제구). 45/50.
Fielding(수비). 40/70.
“파워 피처들은 원래 컨트롤이 뛰어날 수 없어. 그리고 넌 스트라이크 존을 4분할 해서 던지니 컨트롤은 구더기지.”
“뼈 때리지 마. 아프다.”
도진의 나머지 스카우팅 리포트는 이랬다.
포심. 70/80.
싱커. 50/70.
체인지업. 50/70.
커브. 30/40.
이 점수를 토대로 유망주 랭킹이 정해졌다.
도진은 에인절스팀 내 유망주 랭킹 3위.
그리고 마이너리그 전체 랭킹 38위에 기록됐다.
“구단 내 랭킹 3위라는 건 네가 곧 메이저리그를 앞뒀다고 봐도 된다.”
도진은 아직 풀 타임을 뛰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작 가을리그에서의 활약으로 그가 규격 외의 유망주라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네 목표는 단순히 유망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메이저리거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거잖아?”
“맞아.”
“게다가 구체적으로 세운 목표도 있고.”
“1이닝에서 삼진 1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장타 1개. 확실히 루키가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절대 쉽지 않은 목표지.”
“그래. 하지만 경기에는 변수가 많고, 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야. 그러니 그런 측정 불가능한 데이터로 접근하는 대신, 우린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네 부족한 스탯들을 경기에서 활약할 수준 정도로 올리는 걸로 말이야!”
“그게 될까?”
“나야 모르지. 일단 해봐야 알지. 우선 배트 스피드를 키우면 컨택과 Raw Power가 오르니까 이 부분부터 시작하자.”
마이크는 도진의 영상을 전부 챙겨봤다.
그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느린 공에는 곧잘 대처한다.
하지만 95마일 이상의 투구에 애를 먹었다.
대신 배트 스피드를 키워서 그 부분을 보완한다면?
어떤 투수를 만나도 자신의 타격을 완벽히 선보일 수 있었다.
마이크는 도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메이저리그도 예전에는 100마일 공을 쉽게 치지 못했지. 하지만 지금은?”
“잘 쳐내지.”
“왜일까?”
“적응돼서?”
“그것도 맞지만, 스포츠 사이언스가 도입되고 빠른 공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은 거야.”
선수들은 투수의 빠른 공을 쳐내기 위해 훈련했고 타자들은 결과를 이뤘다.
투수들은 그런 타자들을 상대로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더욱 빠른 공을 던지는 훈련을 했다.
물론 구속 증진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는 아직 스포츠 사이언스에 발조차 담그지 않은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99마일과 100마일. 100마일과 101마일은 또 다르다.
0.1초가 아쉬운 승부에서의 1마일은 결과를 뒤바꿀 수 있었으니까.
도진의 리미트는 100마일.
그것을 깨는 훈련 하려는 것이었다.
‘덩달아 공의 회전수도 올라갈 테니 구위와 무브먼트도 향상되겠고.’
마이크는 도진의 반응을 살피고자 곁눈질로 힐끗 쳐다봤다.
‘과연. 넌 이 훈련으로 얼마나 성장하려나?’
도진은 이번 오프 시즌에 투타 두 부분 모두 성장을 이룰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마이크는 펼친 손바닥을 가슴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친구야. 날 믿냐?”
도진은 그의 손을 맞잡고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믿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