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5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58화(158/400)
도진은 이 훌륭한 시설을 딱 2주간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속성강의였다.
“타격부터 시작하자.”
마이크는 도진의 몸에 무언가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치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처럼 줄이 연결된 스티커가 전신 전체에 붙어있었다.
“이게 뭐냐?”
“말해주면 아냐?”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마이크는 피식 웃었다.
“그냥 결과만 들어.”
“믿음직스럽지 못한데?”
“내기?”
마이크의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도진은 그의 눈을 회피했다.
“내기는 무슨.”
“여전히 승부사네. 질 싸움은 안 한다. 이거냐?”
“너도 여전하네. 이길 싸움만 걸어오는 거.”
둘은 피식 웃었다.
마이크는 그 즉시 줄이 부착된 기계 앞에 섰다.
그러고는 제니퍼를 향해 소리쳤다.
“제니퍼. 이놈한테 B사 배트 줘.”
“야! B사 배트만 10개가 넘어!”
“제일 왼쪽 꺼.”
배트의 종류만 30개가 넘었다.
길이 무게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이크는 테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배트의 분류를 좌측에서부터 끝내놓았다.
제니퍼는 도진에게 배트를 건넸다.
“여기요.”
“고마워.”
마이크는 곧바로 상우에게 지시했다.
“친구야. 네가 토스 좀 해줘.”
“토스 배팅할 때 그 토스지?”
“맞아.”
상우는 도진에게서 3m 남짓 떨어져서 준비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준비됐으면 시작해.”
도진이 물었다.
“그냥 치면 되는 거야?”
“어. 그냥 편하게 쳐.”
토스 배팅이 시작됐다.
따-악!
따-악!
총 10구씩.
배트가 무려 30개가 넘었으므로 휴식까지 번갈아 가며 테스트에 임했다.
휴식할 땐 상우가 타격에 임하고 도진이 토스를 해주었다.
마이크는 첫날 실험이 끝나자 일원들을 불러 모았다.
“일단 오늘 실험은 여기까지야. 내일은 더 자세하게 들어갈 건데. 킴 넌 이 3개의 배트가 제일 잘 맞을 거야.”
마이크는 배트에 붙여진 숫자를 말해주었다.
그 즉시 도진의 동공이 팽창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
“과학의 힘이다. 인마. 물론 오늘은 그저 맛보기다. 네게 제일 잘 맞는 최적의 배트를 고르는 훈련은 내일 할 거다.”
다음 날.
다시 모인 일원들은 어제와 똑같은 실험을 했다.
대신 오늘은 3개의 배트로 각 20번씩 스윙했다.
마이크는 결과가 담긴 종이를 들고 도진 앞에 섰다.
“지금 네가 제일 편하다고 느끼는 배트가 1번이지?”
도진은 흠칫 놀랐다.
“어. 맞아. 무게감도 적당하고 그립감도 좋아. 타구음도 제일 좋았던 것 같은데.”
“3번 배트는?”
“1번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어.”
마이크는 턱을 매만지더니 이내 눈을 번뜩였다.
“솔직히 네가 3번 배트로 칠 때 밸런스가 제일 잘 잡혔어. 일단 3개의 배트가 전부 무게가 같은 건 알아?”
“그, 그래?”
“어. 제조사와 길이는 미세하게 다르지만, 무게는 전부 같아.”
마이크는 도진의 옆에 서며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 보면 있잖아.”
스탠스, 타격 준비 자세. 무게 중심을 시작으로 테이크 백, 포워드 스윙, 미트, 팔로우 스루까지.
더욱이 어깨가 닫히고 열리는 시간과 각도까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3번 배트로 스윙했을 때 완벽했어. 네가 이 배트에 적응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타격을 뽑아낼 수 있어. 1번 배트는 원래 네가 쓰던 거라서 익숙할 수밖에 없거든.”
도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타격 메커니즘이야 둘째 치고 전신의 각도까지 일일이 설명하는데 어떻게 반박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은 야구선수지 연구가가 아니었으므로 이렇게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알지 못했다.
마이크를 힐끗 쳐다봤다.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 한 치의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이 배트만으로 훨씬 나은 타격을 할 수 있는 거야?”
“미세하게 나아지겠지. 하지만 자세가 완벽하다는 건 그만큼 더욱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잖아?”
도진은 내심 아쉬웠다.
마이크는 음흉하게 웃었다.
“날로 먹으려고 했어?”
“그건 아니지.”
“내가 말했지?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그러니 이제는 그 훈련법에 대해 말해볼까?”
도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마이크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완벽한 스윙을 할 수 있는 배트를 골랐으니 그에 맞는 스윙을 해야겠지?”
도진은 천금 같은 미소를 띠었다.
“미안하다. 널 너무 과소평가했네.”
“알면 됐다. 시작할까?”
* * *
배트 스피드는 타자에게 생명이다.
힘이 부족해도 스피드가 있으면 좋은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힘, 기술, 스피드까지 모두 갖춘 타자가 결국 최고의 타자가 되는 것.
도진은 아직 메이저리거가 아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기에 성장할 일만 남았다.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하루아침에 완벽해질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마이크는 도진이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잘’이라고 해봐야 평균 정도겠지.
아니. 평균에서 미달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상대는 메이저리거다.
18살 유망주가 그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낫다는 말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후보라도 메이저리거가 마이너리거의 왕보다 백번 천번 낫다.
‘이왕이면 최고의 모습을 보여 그의 꿈인 메이저리그에 하루라도 빨리 가까워졌으면 더 좋겠지.’
마이크는 상우에게 공 하나를 토스했다.
“킴. 타석에 서. 리. 너는 5m 정도 뒤에서 이놈과 마주 보고 토스해줘. 토스 강도는 토스 배팅 때보다는 좀 더 강하게.”
도진은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배트는?”
“친구가 아니라 원수였나 봐?”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하긴. 상우는 정면을 바라보는 5m 앞에서 공을 토스해준다.
배트로 공을 쳤다가 그 타구가 상우에게 향한다면?
꼼짝없이 병원행이었다.
“제니퍼. 내가 말한 거 갖고 와.”
제니퍼는 그 즉시 배팅 케이지 안으로 어떤 물건 하나를 가지고 들어와 도진에게 건넸다.
“킴. 이거요.”
도진은 제니퍼에게서 생소한 물건을 받았다.
“이게 뭐야? 미트처럼 생겼는데 미트는 아닌 것 같고. 뭔가 복싱 코치들이 복서들 주먹 받아줄 때 쓰는 미트같이 생겼네. 그런데 또 장갑처럼 생기기도 했고.”
“장갑이야. 넌 이걸로 공을 잡으면 돼.”
“응? 공을 잡으라고?”
“어. 리가 토스해주면 타격하는 자세에서 오른손으로 저 공을 잡아. 낚아챈다고 생각하면 편해.”
“이런 훈련은 처음 하는데?”
“과학이야.”
도진은 미간을 구겼다.
이해될만한 훈련이라면 모를까.
이게 도대체 뭐냐고! 소심하게 눈빛으로 말했다.
마이크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메이저리거들도 사용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그렇단다.
도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곧장 자세를 잡았다.
“안 그래도 준비됐어. 바로 시작할게.”
훈련은 그대로 진행됐다.
히팅 포인트에 맞춰서 공을 잡는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계속해서 공이 손바닥을 맞고 튕겨 나갔기 때문이다.
케이지 밖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마이크가 입을 열었다.
“공을 완벽하게 낚아채면 배팅할 때 더욱 임팩트를 줄 수 있어. 당연히 배트 스피드도 올라가고.”
다음 훈련은 피칭 머신을 이용한 타격이었다.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105마일의 투구는 눈 깜짝할 새 없이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다.
105마일이라는 투구를 생전 처음 접한 도진은 서둘러 목에 힘을 주었다.
“야! 이, 이게 맞아? 너무 빠른데?”
마이크는 왼쪽 광대를 상승시키더니 도진을 비웃었다.
“그럼 105마일이 느리냐? 잔말 말고 잡아.”
“조금만 낮춰줘. 감도 안 잡혀.”
“입 다물고 그냥 쳐라. 참고로 105마일은 인간도 뿌릴 수 있으니까.”
도진은 단 한 번도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기껏해야 내야 땅볼이나 파울이 전부였다.
훈련을 끝낸 도진은 배팅 케이지를 벗어났다.
마이크의 지시가 이어졌다.
“제니퍼. 네가 저 친구 좀 도와줘. 킴은 구속 늘리는 훈련도 해야 하거든.”
제니퍼는 상우의 헬퍼가 되어 그에게 공을 토스해줬고.
마이크는 도진을 간이 마운드로 데려가서 줄이 달린 스티커를 마구잡이로 부착하기 시작했다.
훈련법은 총 세 가지.
하나는 FS에서 했던 냅다 달려서 벽에 공을 후리는 것.
다른 하나는 뜀틀 발판 같이 생긴 물건에 올라서 공을 강하게 던지는 것이었다.
마지막 훈련은 짐볼보다는 작지만, 얼굴만큼의 무게가 있는 공을 양손에 쥐고 투구폼을 유지한 채 양손으로 공을 던지는 훈련이었다.
도진은 전부 생소한 훈련에 의문을 품었다.
‘이, 이게 맞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지을 때마다 마이크는 가차 없이 소리쳤다.
“과! 학!”
그놈의 과학. 과학.
‘효과 없기만 해봐라.’
과학 기술을 접해보지 못한 도진은 속으로 불평을 내뱉었지만, 실제로 도진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는 훈련들이었다.
비록 그가 체감하지 못했더라도 공을 잡는 연습을 하며 자연스럽게 빠른 공에 맞춰서도 완벽한 임팩트를 줄 수 있었으며.
타이밍 감각을 익힘과 동시에 히팅 포인트를 맞추는 감각까지 겸비할 수 있다.
그리고 105마일이라는 공을 쳐내는 훈련은 그의 눈이 강속구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함이었다.
비교적 우스꽝스러운 투구 연습 역시 전보다 훨씬 자란 도진의 신체를 100%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훈련이다.
당연히 신체를 전부 사용해야지만 구속, 구위 무브먼트 삼박자를 갖춘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 * *
약속된 2주가 흘렀다.
오늘은 이 훈련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마이크는 상우에게 포수 장비를 착용하라고 전하며 도진에게 글러브를 건넸다.
“실험의 효과를 직접 느껴봐야 하지 않겠어?”
“2주 됐는데? 효과가 있을까?”
마이크는 덤덤하게 말했다.
“글쎄.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
“봤잖아? 열심히 했는데?”
“그럼, 결과가 좋지 않겠어?”
이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다니.
역시 마이크는 수 싸움의 고수였다.
이뿐만이라면 또 모를까.
“너 지금 몸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잖아?”
“밑밥 까는 거야?”
“밑밥? 밑바압? 사실을 얘기하잖아? 너 최근에 운동 안 했잖아.”
여기서 운동은 기본적인 체력단련이 아닌 야구를 뜻했다.
“그렇긴 하지.”
“원래 모든 야구 선수가 오프 시즌에는 휴식하고 그게 정석이야. 물론 우리 고등학교 때는 1년 내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합이 고작 일주일에 2번이라서 가능했던 거지.”
“그건 맞지.”
“어쨌거나 몸이 완벽하지 않은 지금 몇 마일이 나와야 할까?”
“한 95마일에서 최대 97마일 나오려나?”
“은근 똑똑하네. 처음 쉬어본 놈이.”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의 몸 상태는 지금 20%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비됐다.”
상우는 포수 장비를 전부 착용한 채로 간이 마운드 안으로 입장 후 일원들에게 다가갔다.
마이크는 다가오는 상우에게 손가락으로 포수 자리를 가리켰다.
“가서 공 받아봐.”
“오케이. 나도 근질근질했다.”
상우도 호기심 넘치는 표정이었다.
도진은 이유를 알았다.
‘정말로 2주간 우리가 했던 훈련이 성과가 있는지 궁금한 거겠지.’
만약 이번 투구에서 무언가 달라졌다면?
마이크가 말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전부 들어맞는다는 뜻일 테니까.
“시작해라. 준비됐다.”
마이크와 제니퍼는 케이지 밖에서 스피드 건과 공 회전수를 측정해주는 기계를 들이 밀었다.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상우는 미트를 퍽퍽 쳤다.
“준비됐다. 던져라.”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오프 시즌 처음 공을 던지는 순간이다.
그 때문에 기대와 걱정스러운 감정이 동시에 전신을 덮쳐왔다.
하지만.
공이 떠난 즉시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달라졌어.’
공이 손가락을 채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구속도, 회전수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투구는 굉음을 내지르며 미트로 향했다.
퍼억.
포수 마스크 사이로 상우의 일그러진 표정이 보였다.
둘은 동시에 마이크를 찾았다.
그는 스피드건을 힐끗 쳐다보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98마일.”
도진의 동공이 팽창했다.
몇 번을 더 던져봤다.
새로운 감각을 이제 갓 몸에 익혔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98마일의 패스트볼을 연거푸 뿌려댔다.
거기에 투심과 체인지업의 무브먼트는 전과는 궤를 달리했다.
마구라고 불리는 하드 싱커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다.
이 훈련을 하기 전까지는 흉내도 낼 수 없었다.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을 만큼의 성장을 이뤘던 것이었다.
“좋아?”
마이크가 콧소리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좋냐고.”
“괜찮네.”
“만족하려고?”
마이크는 도진에게 배팅 케이지로 들어가라고 했다.
도진은 말없이 마이크의 말을 이행했다.
“간다.”
“자, 잠깐!”
“시합 도중에 잠깐이 어딨어?”
투웅.
105마일의 패스트볼이 피칭 머신을 통해 날아온다.
그런데.
도진은 저도 모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투구는 배트의 스위트스폿과 만났다.
실내 연습장이 아니었다면 쭉쭉 뻗어 나갔을 터.
도진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과학. 최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