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61화(161/400)
호세는 마스크 틈 사이로 미소 짓는 도진을 힐끗 흘겼다.
‘이게 루키라고?’
손바닥이 저릿저릿했다.
이 정도의 위력일 것이라고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97에서 98마일 정도 나온 거 같은데?’
소감을 말하자면 괜찮은 공이었다.
누군가 이 말을 듣는다면 놀란 것에 비해 다소 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기준은 당연히 메이저리그였다.
‘눈 감고 공을 받았다면 절대 루키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거다.’
구속은 두말하기엔 입만 아프다.
손바닥을 저릿하게 만드는 구위도 그렇다.
거기에 뱀처럼 꿈틀대는 무브먼트는 회전수도 훌륭하겠지.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를 밟아도 원포인트 감은 될 것 같은데?’
원포인트 릴리프.
한 타자만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투수를 의미한다.
메이저리그는 고등학교 리그와는 다르게 더는 원포인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12월 12일에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간을 단축하고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반드시 1이닝을 책임지고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1아웃이나 2아웃에 등판해 이닝을 마무리 짓는다면 굳이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마운드 운용의 계획이 틀어졌을 때 급한 불을 끌 투수로 적임자라는 의미.
호세는 철조망 근처에서 팔짱을 낀 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벨 조이스를 힐끗 쳐다봤다.
‘그저 루키의 기나 살려주겠다고 한 말인 줄 알았더니.’
벨 조이스는 에인절스 1선발이자 누구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갈망하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까지 새로운 얼굴들을 향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언젠 한 번은 찾아올 에인절스의 비상이라는 미래를 위해서였다.
‘나는 그저 1,300만 달러 루키가 어떤지 궁금했을 뿐이고.’
1,300만 달러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단일 계약금만으로 따지면 역대 최고액이었다.
그러므로 호기심 때문에 도진의 공을 받겠다고 한 것이었다.
호세는 굽힌 무릎을 곱게 편 후 도진에게 공을 던졌다.
그러고는 마스크를 벗더니 목에 힘을 주어 쩌렁쩌렁 외쳤다.
“어이! 투수들! 목 닦고 기다려야겠는데?”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의미.
메이저리거 투수들은 웃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본인들이 보기에도 도진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딴짓하느라 도진의 투구를 직접 보지 못한 선수들도 소리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루키가 등장했다는 것을.
호세는 투수들이 당황해하자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저 표정을 원했어.’
호세는 도진에게도 소리쳤다.
“야! 여기가 월드시리즈야? 어? 잠깐 착각했잖아!”
“네. 네?”
도진이 당황해하자 호세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라이브 피칭이라고!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풀 샷을 던져?”
루키가 훌륭한 투구를 선보인 건 맞다.
하지만 공의 위력으로 보아 스프링 트레이닝에 맞춰서 몸을 끌어 올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최선이겠지.’
구단이 굳이 서비스 타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메이저리그에 올려야 할까?
‘그건 아니야. 트리플 A에도 이 친구만큼 훌륭한 선수는 있어.’
그러므로 차라리 경험이 더 많은 트리플 A 선수를 사용하는 게 낫다.
물론 루키를 트리플 A 선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낭설이겠지만, 어쨌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호세는 도진을 칭찬하는 대신 왜 풀 샷을 던졌냐며 타박했다.
새로운 시즌에 임하는 메이저리거들의 기를 살려줄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을 비교 대상으로 올려 이 루키의 공은 훌륭하지만, 메이저리거인 네놈들이 훨씬 낫다는 말이 함축되어 있었다.
‘나 역시도 은퇴까지 잘 쳐줘야 이제 2, 3년 남았나?’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플레이오프를 밟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 최선을 다해야 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플레이오프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밟을 수 없었으며 운도 따라줘야 한다.
도진이 기대되는 유망주임은 분명하지만, 그가 최단 루트로 내년에 콜업 된다 한들 자신과 뛸 수 있는 기간은 고작해야 1~2년.
그 기간을 위해 올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호세의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래도 저 유망주 역시 기대되는 건 사실이지.’
호세는 다시 쪼그려 앉았다.
“이번에는 풀 샷 던지지 마라.”
하지만.
도진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에 웬만해선 당황하지 않는 호세마저도 깜짝 놀랐다.
“풀 샷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던졌을 뿐입니다.”
한껏 여유로웠던 메이저리거들의 표정도 다시 석고처럼 단단하게 굳었다.
이게 풀 샷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공을 던지는 거지?
호세는 도진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금세 환희로 뒤덮였다.
“와! X발! 요즘 애들 무섭네?”
* * *
스프링 트레이닝은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그러므로 훈련이나 시범 경기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외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애리조나를 찾은 에인절스 팬이자 유튭을 운영하는 타이론은 투수들의 라이브 피칭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역시. 첫날이라 감흥은 적네.’
그래도 새 시즌을 앞둔 캠프는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일들이 일어난다.
‘비교적 숫자는 적지만, 이곳에서 26인 로스터에 발탁되는 마이너리거들도 있잖아?’
혹은 40인 로스터 감인 선수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리고 그때.
마지막 순번으로 도진이 마운드에 섰다.
‘오? 에인절스 1픽!’
타이론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영상은 많이 봤지만, 실제 투구는 처음 보네.’
물론 큰 기대는 없었다.
이미 벨 조이스나 레이날도 같은 걸출한 메이저리거들의 투구를 본 이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진은 에인절스의 미래.
‘야구를 관둬야 할 만큼의 큰 부상만 아니라면 무조건 메이저리그를 밟을 유망주지.’
퍼억.
도진의 초구가 미트에 꽂혔다.
타이론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턱이 벌어졌다.
‘와. 미, 미쳤잖아?’
타이론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메이저리거들의 표정도 핸드폰에 담았다.
‘메이저리거들의 하나같이 놀란 반응이라니. 재밌네.’
그 후 도진은 9구까지 라이브 피칭을 훌륭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도진과 호세가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더니, 이어진 마지막 투구는 그 어떤 훨씬 더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타이론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 호텔에 도착해서 심장에 손을 얹어봤다.
과장 좀 보태면 피부를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후우. 대체 그 마지막 공은 뭐였지?”
진정하고자 연달아 심호흡을 내뱉었다.
맥박수가 안정되는 즉시 라이브 방송을 켰다.
급히 진행했던 탓에 평소보다 1/10의 시청자 수인 1만 명이 입장했다.
-뭐야? 이 시간에 라이브라니?
-왜겠냐? 호텔인 걸 보니 딱 봐도 애리조나잖아?
-또 설레발 시작되는 건가?
-이번에는 진짜라며 5년을 넘게 설레발쳤지만, 한 번도 플레이오프 못 갔죠?
-심지어 재작년과 작년엔 리그 꼴찌였음.
-그래도 꼴찌 해서 킴을 얻었잖아? 폴 스타에 발탁된 것도 모자라 데저트 독스를 우승시킨 우리 에인절스의 보물!
타이론은 입꼬리를 올렸다.
“친구들. 내가 예고도 없이 라이브를 그냥 켰겠어? 속보다! 속보! 이 내용은 당장 알려줄 필요가 있어서 킨 거야.”
-네. 네. 기대도 안 되지만 어디 한번 얘기해봐.
-들어는 드릴게.
-벨 조이스가 105마일로 복귀라도 한 거야?
-나이 37에 그게 되겠냐?
“그런 건 아니고. 벨 조이스 데뷔 때의 향기가 나는 선수를 발견했어!”
-킴이네.
-진짜 킴인가?
-엥? 킴이 캠프에 참여함?
-너무 이른데? 아직 풀 타임도 안 뛴 선수잖아.
-혹시 계약서에 특약으로 넣었나?
-그건 아닐걸? 물론 킴 정도의 유망주면 내년에는 초청됐을 것 같긴 해. 그래도 지금은 너무 이른데?
-타이론 표정 보면 딱 답 나오잖아. 킴임. 가을리그에서의 멋진 활약 때문에 구단이 넣었나 보네.
타이론도 더는 뜸 들이지 않았다.
“맞아. 예상대로 킴이 캠프에 합류했어. 그리고 첫날부터 메이저리거들도 놀랄 만큼의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니까? 진짜 찐으로 놀랐어.”
-또. 또. 또 저런다.
-메이저리거가 루키의 공에 놀라겠냐?
-구속은 빠르니까 놀랄 수는 있지만 찐은 너무 갔지.
-인정. 그냥 좀 던지는 아이가 에인절스에 왔네. 이렇게 생각하겠지.
타이론은 답답함을 보여주고자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아오. 진짜라니까 그러네? 라이브 피칭에서도 90마일 후반대의 공을 던졌다니까? 솔직히 스피드 건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육안상 그랬어.”
-90마일 후반이란다.
-이왕 뻥 칠 거 100마일이라고 하지.
-벨 조이스도 지금은 90마일 초중반 던지지 않나? 그런데 루키가 90마일 후반대를 던졌다고?
-만약 사실이면 몸을 제대로 만들었나 본데?
-인증 없으면 뭐다?
타이론은 눈에 불을 켜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딱 기다려.”
인사도 없이 방송을 종료한 타이론은 즉각 오늘 찍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을 놀라게 한 마지막 투구가 제대로 찍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 너무 놀라 카메라를 놓친 탓이리라.
“아쉽긴 하지만. 뭐, 상관없지.”
모두에게 도진의 마지막 투구를 보여주고 놀라게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이런 비밀을 자신만 알고 있다가 나중에 모두가 놀라 자빠지는 걸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테니.
타이론은 싱글벙글한 미소를 띤 채 영상의 제목을 입력하는 것으로 업로드를 마쳤다.
[에인절스의 새 얼굴의 첫 선. 메이저리거들이 벌벌 떨다.]그리고 어그로가 잔뜩 낀 제목으로 업로드되자 댓글들은 매우 빠르게 달렸다.
-이왜진?
-씹. 구도가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데. 마스크 쓴 호세가 얼마나 놀랐는지 보이는 것 같냐?
-진짜 공 하나는 존나 빠르네?
-당장 메이저리그 데뷔시켜! 당장 메이저리그 데뷔시켜!
-이번 시범 경기는 좀 재밌을 듯? 구단도 킴에게 기회 좀 많이 줬으면 좋겠네.
-루키라서 불가능할 거다. 첫 주에 살아남기만 해도 기적이지.
-그렇지. 시범 경기를 폭격하면 또 모를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 * *
일주일이 더 흘러 야수 조가 합류했다.
도진은 라이브 피칭, 라이브 배팅 그리고 수비 펑고를 받느라 더할 나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나 더!”
따-악!
경쾌한 타격음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도진은 이마에 땀을 닦아낼 틈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타구를 향해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쓸만한데?”
도진은 코치의 말에 숨을 고르며 서둘러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만 퇴근해라.”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코치의 말을 거역했다.
그가 그라운드를 벗어나는 즉시 숨어 있다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닌 상우, 그레그도 함께였다.
“여기서 더 한다고?”
배트를 쥔 상우는 혀를 내둘렀다.
그레그도 머리를 쥐어 싸맸다.
“야! 시범 경기 시작도 하기 전에 녹초가 되겠어!”
“괜찮습니다. 타구나 보내주세요.”
고작 일주일이지만 메이저리거들은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도진은 깨달았다.
라이브 피칭과 배팅을 볼 때마다 매번 놀라기 일쑤였고.
펑고는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강도였는데 그들은 곧잘 해냈다.
‘타자들이 타구를 뽑아내는 위력을 보면 이대로 안주해서는 안 돼.’
가을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를 앞둔 선수들과 맞붙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예비 메이저리거들이다.
지금 보니 진짜 메이저리거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
‘몸 상태가 100%도 아닌데 레벨이 달라.’
시범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루키로서 고작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그 기회를 반듯이 거머쥐어야만 한다.
‘지금 몸 상태는 최상이야. 조금 무리한다 한들 괜찮아.’
도진만이 추가 훈련을 했다.
상우는 투수들에게 끌려다니느라 이미 녹초가 되었고.
그레그는 강도 높은 스프링 트레이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따-악!
상우는 타구를 도진의 좌측으로 보냈다.
도진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그 즉시 그레그는 우측으로 타구를 보냈다.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도진은 즉각 몸을 벌떡 세운 후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타격과 피칭도 진행했다.
유니폼이 흠뻑 젖어 색깔이 변색이 되어서야 훈련장을 벗어났다.
그런 그의 미소는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이 정도면 경쟁력은 있을 거야.’
그러니 이제 내일부터 시작되는 시범 경기에서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확인해 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