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64화(164/400)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샌프란시스코의 셋업맨 알렉산드로.
보직으로 알 수 있듯이 샌프란시스코 불펜의 핵심 중 한 명이자 평균 구속 95마일, 최고 구속 98마일까지 던지는 투수였다.
그는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자 눈을 찌푸렸다.
‘뭐야? 왜 이렇게 어려? 중딩 아냐?’
이내 피식 웃었다.
상대가 누군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 아이가 투타 겸업 루키인가보군.’
다시 한번 도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한숨만 푹푹 나온다.
메이저리거가 되어서 햇병아리를 상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내가 루키를 상대해야 할 짬밥인가?’
그는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교체 안 해주나?’
그러고는 시선을 거뒀다.
해줄 리가 없지.
이번 아웃카운트까지 잡고 내려가야 하는 룰을 어길 수는 없었다.
알렉산드로는 이내 눈을 번뜩 떴다.
한편으로는 저렇게 어린 선수가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입맛을 다셨다.
생각해보니 이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으니까.
‘기 좀 눌러줘야겠네.’
미래가 창창한 선수다.
벌써 이곳에 참여했다는 것은 자칫 미래에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경쟁자란 혹시 모를 우승을 앞두고 붙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혹은 인터리그에서 맞붙게 됐을 때 승점을 빼앗길 수도 있다.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특히나 고작 저 나이에 이 무대를 밟는다는 것부터가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무엇보다 그의 눈빛을 봐라.
메이저리거인 자신이 두렵지 않은가보다.
물론 100% 전력을 다할 수는 없었다.
시범경기에 돌입한 지 고작 이틀째다.
괜히 루키 하나 부숴버리겠다고 무리했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시즌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었다.
대신 지금 몸 상태 한해서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포수에게서 패스트볼이 사인이 나오자 입꼬리가 치솟았다.
‘그래. 너도 같은 생각이구나.’
알렉산드로는 즉각 와인드업했다.
초구 패스트볼은 바깥쪽에 시원하게 꽂혔다.
퍼억.
초구를 접한 도진의 눈이 번뜩였다.
‘어휴. 쉽지 않네.’
전광판을 스윽 흘겼다.
94마일이었다.
하지만 체감상 95마일 이상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구위와 종속은 여태까지 접해본 선수들의 투구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도진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봐주지 않겠다? 오히려 바라던 바지.’
2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커브.
도진은 손을 떠난 투구가 탑 스핀이 잔뜩 걸리자 애당초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카운트는 1-1.
다음 공은 눈높이로 날아드는 하이 패스트볼.
도진은 움찔대며 배트를 냈지만, 팔에 힘을 잔뜩 주어 스윙을 멈췄다.
포수는 1루심을 가리켰다.
1루심은 배트가 돌았다고 판정했다.
1-2.
수세에 몰린 도진은 짧게 숨을 내뱉었다.
‘눈만으로 이 빠른 공을 쫓기는 힘들다.’
커브 같은 변화구야 동체 시력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패스트볼 계열은 보고 휘두르기엔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지금은 수 싸움을 걸어야 할 때.
‘분명히 이번에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거다.’
처음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은 무시였다.
그러니 루키를 상대로 빨리 이닝을 마무리하고 내려가고 싶을 터.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공이 몸쪽으로 향했다.
도진의 전광석화 같은 스윙이 나왔다.
공이 배트와 만났다.
따-악!
비교적 둔탁한 소리.
타구는 좌익수 방면으로 향했다.
배트 스피드가 투구의 속도를 능가했지만 힘 자체에서는 밀려 먹힌 타구가 나왔다.
도진은 떠오른 타구를 힐끗 흘기고는 곧장 1루로 내달렸다.
먹힌 타구는 절묘하게 3루수와 유격수 그리고 좌익수 사이를 파고들더니 바운드 됐다.
토옥.
도진은 수비수들이 순간 서로에게 타구를 미루는 틈을 놓치지 않았고 2루로 내달렸다.
좌익수가 도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포구 후 2루로 송구했지만.
도진의 발은 그의 번뜩이는 배트 스피드 만큼 빨랐다.
“세이프! 세이프!”
도진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손바닥을 털었다.
여전히 손바닥에서는 공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남아 있었다.
‘진짜 돌덩이네.’
하지만 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록 힘에서는 밀렸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보냈다.
메이저리거이자 필승 불펜을 상대로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원했던 깔끔한 장타는 아니지만 장타는 장타니까.’
쟁쟁한 메이저리거들이 가득한 이곳, 스프링 캠프에서.
벌써부터 도진은 계획한 목표를 하나 이루고 있었다.
* * *
[킴! 시범 경기 첫 타석부터 깔끔한 2루타를 뽑아냅니다!] [와우. 96마일의 몸쪽 패스트볼을 상대로도 멋진 배트 스피드를 보여줍니다! 타구 자체는 먹혔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잖습니까?] [그렇죠. 한 시즌 30홈런씩 때려내는 강타자들도 먹힌 타구가 자주 나오죠. 무엇보다 단타를 장타로 둔갑시킨 그의 발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루키에게서 보고 싶은 장면이죠. 저는 특히 1루로 전력 질주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습니다.] [동의합니다. 그가 설렁설렁 뛰었다면 절대 2루타가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요.]에인절스 더그아웃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빠른데?”
“이야. 첫 타석부터 2루타를 뽑아낸 거야?”
“힘이 다소 아쉽긴 한데. 그걸 상쇄시켜버리는 발을 갖추고 있네.”
호세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적셨다.
‘그거다! 애송아! 그거라고!’
저것이 바로 에인절에게 필요한 투지였다.
물론 도진은 그만의 무기를 선보였으므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그의 활약은 에인절스 선수들의 의욕을 드높일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확 와닿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저런 모습을 보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언젠가는 뼛속까지 스며들겠지.’
만족스러워! 너무나도 만족스러워!
호세는 호쾌하게 웃었다.
“으하하하하!”
다소 편하게 앉아있던 레이날도는 깜짝 놀랐다.
“아오! 시끄러워 이 노친네야!”
“으하하하하! 봤어? 봤냐고.”
“그럼 안 봤겠냐? 오버 좀 하지 마. 과해.”
“안 좋다고? 저 플레이가 별로라고?”
“누가 별로랬어?”
“소감 좀 말해봐라.”
“멋진 허슬 플레이긴 했지.”
더그아웃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제리 감독은 결국 인정했다.
‘역시. 내 감이 맞았군.’
처음에는 도진을 루키라는 이유로 무시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더는 억지로 까내릴 수 없다.
비록 클린 히트가 아닐지라도.
그가 아직은 메이저리거들을 씹어먹을 실력은 아니더라도 그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끌어 올릴 장점을 갖춘 선수였다.
무엇보다 투수 알렉산드로는 비교적 빠르게 승부를 펼치려고 했다.
상대를 무시한 결과지만, 나쁜 공을 던졌는가?
아니. 그는 완벽한 공을 던졌고, 도진은 그 완벽을 넘어선 타격을 선보였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긴 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시즌 내내 메이저리거들을 봐왔는데 루키가 눈에 들어오는 게 더 이상하다.
무엇보다 상대 투수에게 힘에서 완전히 밀렸다.
‘나이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야구에서는 나이 역시 경쟁력이지.’
제리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도진의 처우에 대한 고민으로 두통이 찾아와 이마를 비비는 그때.
“와아아아아!”
“미쳤는데?”
“투수 정신 나가겠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제리는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그 즉시 턱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3루에 가 있네?’
메이저리그 배터리를 상대로 도루까지 했다고?
제리의 눈썹이 꿈틀댔다.
‘끄응. 있을 법한 일이다.’
시범 경기니까.
저들은 루키인 도진을 주자로서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겠지.
그래도 야구는 결국 결과가 제일 중요한 법이다.
그는 첫 타석부터 2루타와 도루를 기록했다.
‘적어도 이번 주 탈락은 무조건 면제군.’
그보다 또 언제 쓰지?
내일은 선발로 내보낼까?
‘아직 확인해야 할 선수가 많이 남아 있으니 참아야겠지.’
다시 한번 도진의 처우에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이번만큼은 긍정적이었다.
아니 더 나아가 이제는 그의 미래를 고민해볼 때였다.
* * *
1주 차가 지났다.
도진은 총 세 번의 경기에 나섰다.
첫 경기에서는 대수비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두 번째 경기도 비록 한 타석이지만, 2루타와 도루를 기록했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2번의 타석에서 1타수 무안타였지만, 1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거들은 감독과의 면담을 앞두고 있었다.
이 면담에서 탈락자와 남아 있을 선수가 정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때마침 감독 사무실에서 축 처진 어깨의 그레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란히 앉아있던 도진과 상우는 혀를 날름거렸다.
‘떨어졌구나.’
그레그는 단 1타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결과는 우익수 플라이.
‘솔직히 타구 자체는 나보다 좋았어.’
하지만 그와 비슷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은 캠프에 수두룩했다.
“떨어졌다.”
도진과 상우 앞에 선 그레그는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내 눈을 번뜩였다.
“좋은 경험이었어. 이대로 만족할 수는 없겠지.”
“고생하셨어요.”
때마침 상우의 이름이 호명됐다.
그레그는 상우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도진이 물었다.
“이제 마이너리그로 가는 거예요?”
“아니. 아직 마이너리그 개막까지 시간이 남았잖아? 탈락자들만 따로 모아서 훈련하는 곳으로 이동해. 이곳 스프링 트레이닝처럼.”
“4월까지요?”
“어. 개막 직전까지.”
“바로 가세요?”
“아마. 그래야겠지? 브라더는 포수라서 한 주는 더 남을 것 같은데?”
상우도 1타석의 기회만 주어졌고 3-2 풀카운트에서 삼진으로 물러섰다.
결과만 본다면 그레그가 더 나은 모습을 보인 건 맞다.
하지만 야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무시할 수 없다.
상우는 최대한 공을 보고 투수를 괴롭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포지션이다.
포수 특성상 그는 다른 투수들의 공을 받아줘야 했으므로 1주 차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컸다.
그레그는 도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너도 살아남겠지.”
도진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런가요?”
“아무래도 그렇지? 넌 세 번의 기회에서 전부 좋은 모습을 보였잖아?”
비록 그 기회를 전부 합쳐도 1경기도 뛰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어떤 마이너리거보다 더 많은 기회를 받았다.
만약 첫 수비부터 꼬였다면 탈락자 명단에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
‘아닌가? 마운드에 오르지는 않았으니 이번 주는 살아남았으려나?’
아무렴 어때. 인원수가 줄면 기회는 결국 더 생기기 마련.
1주 차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을 확실히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했다.
포지션 때문이었다.
‘마이크의 말을 빌리자면 구단은 내게 세 가지 포지션을 모두 맡긴다고 호언장담했는데.’
1주 차는 선수들의 기량을 가볍게 확인하는 기간이라면, 2주 차부터는 본격적으로 포지션 경쟁이 시작된다.
‘솔직히 아직 나는 메이저리거들과 비교하면 한 가지 특출난 포지션은 없어.’
그들은 한 분야만 주야장천 팠으며 경험도 많았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력이 필요하다.
그 선수들 사이에서 특출난 면이 있을까?
‘내 입지는 어떠려나?’
아마 이번 면담을 통해 미래가 정해질 것이다.
계속 이대로 가느냐.
아니면 한 포지션만 고수하느냐의 기로일 수도 있다.
‘혹은 탈락일 수도 있고.’
때마침 상우가 다소 애매한 미소로 사무실 밖을 나왔다.
‘역시. 남게 됐구나.’
하지만 마지막 상담자인 도진의 이름은 곧바로 호명되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호명된 도진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감독을 통해 에인절스가 생각하는 자신의 입지를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