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6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65화(165/400)
도진과의 상담을 앞둔 제리는 전화를 걸었다.
“네. 단장님. 보고드린 것과 같이 예상보다 훨씬 포텐이 높은 선수입니다. 그래서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제안을 해볼까 합니다.”
-음. 선수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군.
“전부 그 어린 선수를 위해섭니다. 아마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겁니다.”
-알겠네. 그럼 알아서 잘 설득해주게.
“알겠습니다. 면담이 끝나고 보고드리도록 하지요.”
통화를 끝낸 제리는 도진을 호명했다.
도진은 고개를 꾸벅하며 주위를 살피고는 책상 앞 놓인 의자로 다가가려는 순간.
“자네는 이쪽으로 오지.”
제리는 소파를 가리켰다.
둘은 마주 보고 앉았다.
“일단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는 알고 있겠지?”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얘기는 쉽겠군. 일단 자네는 2주 차에도 남게 되었어.”
도진의 입꼬리가 순간 씰룩였다.
다행이다.
그 즉시 안도라는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자 제리는 입꼬리를 올린 채 말을 이었다.
“물론 1주 차에 살아남았다고 자네가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건 아니야.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9월 로스터가 40인으로 확장될 때까지 개막부터 8월까지는 26인 로스터를 유지한다.
보편적으로 투수 14명과 야수 12명으로 구성된다.
저 로스터 안에 포함되려면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어야만 하는데 이제 프로에 입성한 도진은 불리하다.
26인 중에 20명 정도는 확정적으로 로스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진 선수들도 다수 있었으며, 루키보다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험 때문에도 있겠지만, 들어가는 돈 때문도 있다.
비싼 돈을 주고 계약한 선수는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지불하는 금액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용해야만 했으니까.
결국 도진은 남은 소수의 자리를 두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야만 했다.
대부분이 메이저리거를 경험해본 선수거나, 메이저리그를 앞둔 선수였다.
아직 메이저리그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는 40인 로스터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제리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자네의 미래에 관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하네.”
도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준비됐습니다.”
“일단 먼저 묻겠네. 지금의 보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건가?”
보직이라면 투수와 타자 그리고 수비를 전부 보는 것을 의미했다.
도진은 아랫입술을 살짝 씹었다.
“무엇이 더 나은 방향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힌트를 좀 주도록 하지. 자네는 세 개의 포지션에서 경쟁력은 있어. 물론 아직 메이저리거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솔직히 그건 양심 없잖아?”
갓 입단한 고졸 루키가 메이저리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경쟁력이 있다는 말은 희소식이었다.
도진은 지금 당장 주전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앞의 1차 목표는 부족한 경험을 메우고자 메이저리거들과 하루라도 더 시간을 더 보내 채우고 싶었다.
그것이 이어진다면 자연스레 이 캠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선수가 되겠지.
‘그러니 뭐가 더 나에게 나은 선택일지.’
도진은 비교적 쉽게 결단을 내렸다.
이미 그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의 정답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세 개의 포지션을 고수하고 싶습니다. 경험이 부족해서 욕심을 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래서 더 욕심을 부리고 싶습니다.”
지금 아니면 이런 고집을 언제 부려보겠나?
대차게 망해도 다시 오뚜기처럼 일어설 나이였다.
물론 언젠가는 하나 혹은 두 개의 포지션이 강제될 수 있겠지만, 그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본 이후가 될 것이다.
또한 내, 외야를 번갈아 볼 수 있는 전천후 야수와 투수까지 볼 수 있는 선수는 자신뿐이었다.
제리는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그런 자신감을 원했어. 어쨌거나 그럼 이제는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보도록 하지. 난 자네가 유격수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네.”
도진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지금까지 쭉 고수했던 유격수가 맞지 않다니.
‘혹시 수비력이 부족했다는 뜻일까?’
제리는 양팔을 깍지 끼더니 턱을 받쳤다.
“아마추어 제외. 세 포지션을 전부 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드물지. 누가 있었더라? 근래라고 해봤자 지금으로부터 15년쯤 된 오타니 쇼헤이가 있겠지. 물론 그는 선발 투수이며 지명타자 제도가 없었던 예전 내셔널리그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투수로 등판하지 않았을 때 가끔 수비를 봤지.”
도진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제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부정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네. 자네는 유격수를 해도 될 만큼 수비가 좋아. 그런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자네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싶어서다.”
구단의 관리를 철저하게 받은 오타니 쇼헤이도 투타 부분에서 모두 풀 타임을 소화한 적이 극히 드물다.
투타 모두 규정 타석을 지킨 시즌은 2022년도가 전부였다.
그는 그 누구보다 몸 관리가 철저했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투타 겸업은 선수에게도 부담이 된다.
감독은 추가로 예를 들었다.
“현재 피츠버그의 에이스이자 2023년 드래프트 1순위 폴 스린스를 아나?”
“알고는 있습니다.”
폴 스린스는 오타니 쇼헤이를 동경해 투타 겸업을 꿈꿨다.
백인 오타니라고 불릴 만큼 대학 시절 두 포지션에서 전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데뷔는 투수로만 했다.
투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인 이후에 타자를 곁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타자를 잠깐이나마 떠난 선수가 몇 년 후 다시 타석에 복귀한다고 경쟁력이 생길까?
폴 스린스 말고도 투타 겸업을 꿈꿨던 선수들이 결국 한 개의 포지션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메이저리그니까.
둘 다 어중간하게 잘해봤자 오히려 경쟁력이 깎이는 셈이다.
그런데도 도진은 전부 하겠다고 선언했고 구단도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당장 그의 포텐을 보아 어떤 포지션도 잘 해낼 수 있는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당장 구단이 해줄 수 있는 건 수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
제리는 혹시 도진이 상심할 수도 있을까 싶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그 어떤 선수보다 밀착 관리가 필요한 법이다. 이건 자네뿐만이 아니라 강속구를 던지는 어떤 선수에게도 해당하는 말일세. 그래서 포지션 변경을 말한 거고.”
“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압도적 관리를 해주겠다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럼 코너 외야수로 갑니까?”
도진은 말을 내뱉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메이저리그에서 코너 외야수를 맡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거포다.
코너 외야는 수비 부담이 제일 적은 포지션인 특성상 반응 속도가 조금 느려도 괜찮았다.
그렇기에 타격이 좋은 선수들이 배정된다.
일단 몸뚱이부터가 거포와 거리가 먼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니 좋은 수비력과 어깨가 필요한 포지션이라면 단 하나.
“핫 코너겠군요.”
“맞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3루수로 보직이 변경될 걸세.”
도진은 기쁨을 감추고자 아랫입술을 살짝 씹었다.
3루수도 체력 소모가 있는 포지션이지만, 센터라인 수비보다는 덜 하다.
‘어쨌거나 드디어 미래가 결정됐구나.’
도진은 미소를 지었다.
‘구단의 배려에 보답해야겠지.’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낀 루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그만큼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일 터.
물론 직접 경험해보고 포기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그랬다면 포지션을 바꾸라며 권고하지 않았겠지.
“물론 안심할 단계는 아니네. 자네의 경쟁자는 한둘이 아니야.”
에인절스의 3루는 작년 시즌을 끝으로 공석이 됐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 죽자고 달려드는 선수들과 경쟁해야만 했다.
불펜은 또 어떻고.
아직 루키인 도진은 어떠한 입지도 굳히지 못했는데 포지션 때문에 경쟁자들만 많아지는 셈이다.
그 대상은 메이저리거.
그런데도 도진은 눈동자에 각오를 담았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제리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래 그만 나가보아라.”
도진은 고개를 꾸벅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에인절스에 오길 잘했어.’
음. 구단의 선택을 받은 거니까 오길 잘했다는 말에는 모순이 있었지만.
아무렴 어때.
어쨌거나 에인절스가 아닌 다른 구단이었다면 한가지 포지션을 고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에인절스를 제외. 다른 구단은 투타 겸업을 꿈꾸던 선수들의 꿈을 묵살했으니까.
한편.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게 된 제리는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후우.”
그러고는 도진이 나간 문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존재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선수야.’
모든 장점을 갖춘 타자를 5툴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도진은 타자로서 5툴 플레이어의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마운드에서는 100마일까지 던질 수 있다.
‘저 아이는 도대체 뭐가 되는 거지? 6툴 플레이어인가?’
실없는 생각을 끝낸 그는 다시 표정을 굳혔다.
‘주전이 아니더라도 투수와 타자 두 분야에서 언제든지 올릴 수 있는 선수라니.’
그가 메이저리그를 밟게 된다면 에인절스는 26인 로스터가 아닌 27인 로스터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 한 명의 값어치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다.
정말 운이 좋다면 매번 꼴찌를 도맡던 에인절스가 비상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
“아 참.”
제리는 서둘러 핸드폰을 열어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리입니다!”
-그래. 어떻게 됐지?
“승낙했습니다.”
-흐음. 유격수를 고집할 줄 알았는데.
“현명한 선수입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할 때 굽힐 줄 아는 선수입니다. 저도 다시 봤습니다. 물론 저희에게도 큰 도전이 되겠죠.”
Three way player.
도진은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문제는 운용방식이다.
그는 선발 투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는 투웨이 플레이어가 아니다.
에인절스도 이런 희귀한 포지션의 선수를 운용해본 적 없었다.
-특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주길 바라네.
“네. 최대한 그가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2023년. 8월.
투타 겸업의 완전체라 불린 오타니는 척골 측부 인대 손상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관리해준다고 했지만, 그 역시도 인간이었던지라 부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끝없이 발전하려는 그의 본능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과를 봐라.
인간은 근육을 강화할 수 있을지언정 인대만큼은 강화할 수 없다.
그리고 결국 투수가 부상의 원인이 되었다.
‘단장님은 비교적 이닝을 적게 소화하게끔 불펜과 수비를 오가는 선수로 먼저 키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신 거겠지.’
어떻게든 그를 최고의 선수로 키워내는 것은 구단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경쟁에서 살아남았을 때의 얘기지만.’
그리고 내일부터는 시범 경기의 2주 차가 시작된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