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71화(171/400)
한편, 상담을 끝내고 사무실에서 퇴장한 상우의 주먹을 불끈 쥐어져 있었다.
“도진아. 나 남게 됐다.”
도진은 주먹을 말아쥐며 상우에게 내밀었다.
“축하한다.”
도진은 진심이었다.
상우는 탈락 1순위.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대신 상우가 남게 됐으니 제이콥은 떨어졌겠네.’
3주 차를 앞두고 다수의 선수가 탈락하게 되는데 포수를 4명씩이나 유지할 필요 없었으니까.
상우는 도진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물론 오래는 못 있을 거라더라.”
도진은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상우는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아마 3일, 길어야 일주일 정도 더 남게 되는 거래. 여전히 투수들 공 받아주는 역할이 전부고.”
“그래도 그게 어디냐?”
“맞아. 남은 며칠 동안은 메이저리그 포수들 따라다니면서 더 배워보려고. 물론 한 번 정도는 풀 타임 경기를 뛰게 해준다더라. 그마저도 포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겠지만.”
도진은 진심을 담아 미소 지었다.
사실 누가 이 대화를 듣는다면 안쓰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작 며칠 더 살아남고자 아득바득 버티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런데 맞잖아?’
단 하루라도 더 살아남고자 제일 늦게까지 훈련에 임했다.
그만큼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대량의 경험치 그 자체였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숨만 쉬어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자신들에겐 그랬다.
그 후 도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어 제리 감독과 마주 보고 앉게 됐다.
“오늘도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감독님께서 편의를 봐주셔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편의는 무슨.”
그래도 제리는 도진의 아부가 기분이 좋았는지 입꼬리를 올렸다.
“예상했겠지만 자네는 3주 차도 함께 할 거라네.”
도진의 2주 차 성적은 3이닝 무실점이었다.
“물론 3주 차를 완벽하게 채울지는 오로지 자네의 활약에 달렸지.”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어쨌거나 3주 차는 1, 2주 차와는 좀 다르다. 이제부터는 대타보다는 풀 타임 경기를 뛰게 될 테니까.”
시범 경기는 이제 17일 후 막을 내린다.
메이저리거들은 슬슬 풀 타임을 뛰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기.
그 외의 빈자리는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이 채운다.
도진은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일주일에 2번 정도 풀 타임을 뛰겠지?’
3주 차에서도 뛰어난 활약으로 살아남게 된다면?
‘4주 차에 돌입하면 메이저리거에 더욱 가까워진다.’
비록 4주 차 도중에 탈락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에인절스 랭킹 3위 자리를 더욱 굳건하게 굳히는 것은 물론 2위와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시범 경기 후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더라도 예정된 하이 A가 아닌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으며.
40인 로스터나 메이저리그 콜업 대상에서 제일 가까워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풀 타임 경기가 예정된 3주 차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만족해서는 안 돼.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이 필요해.’
그도 그럴 것이 주전 선수들 위주로 경기에 나서는 건 에인절스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다른 구단의 메이저리거들도 슬슬 몸을 더욱 끌어 올릴 테며 1, 2주 차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저 이런 질문을 해도 궁금합니다만……”
“뭐든 괜찮네.”
“3주 차에도 살아남고 싶습니다. 힌트를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제리는 어느덧 도진이 슬슬 익숙해져 가기 시작했다.
이 루키는 지금껏 봐온 루키와 다르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실력도 겸비하고 있었기에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을 갖추었다.
그렇기에 처음 그를 루키라는 이유로 내리깔아 보았던 것을 사죄하고자 흔쾌히 입을 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투수는 잘 막기만 하면 된다. 정말 그거면 충분하다. 물론 타자를 이기려면 다양한 구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구단은 자네가 지금 당장 구종을 늘리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걸세.”
변화구는 결국 인대에 무리를 준다.
특급 관리 대상인 도진이 당장 구종을 늘려서 활약하기보다는 최대한 그가 롱런하는 방향을 원했다.
“야수 부분도 똑같다. 난 그저 팀을 위해 최고의 선수를 배정할 뿐이니까. 물론 자네의 경쟁 상대들이 만만치 않아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급해봤자 독이 될 뿐이다.”
당장 내일부터 3주 차가 시작된다.
괜히 무언가를 바꾸려고 들다간 본래의 모습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도진은 구단에서 특급 관리하는 선수.
무리했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서로에게 손해였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남게 된다면 천운이 따른 것이며, 그렇지 못해도 아쉬울 필요 없다.
3주 차에 돌입하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도진은 아쉬웠다.
감독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무사태평하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3주 차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어야만 했으니까.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도진은 사무실을 벗어나는 즉시 자연스레 천장을 바라보았다.
‘단시간 내 더 나은 선수가 되는 방법은 있어.’
* * *
도진과 상우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그러고는 식당에서부터 이어지던 주제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네 약점? 하아. 나도 잘 모르겠다.”
도진은 한숨의 의미를 알았다.
‘몇몇 강점을 제외 죄다 약점이란 뜻이지.’
상우는 포수로서 메이저리거들의 공을 쭉 받았다.
다른 투수들보다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패스트볼이 있겠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약점이다.
투수가 실점을 줄이려면 공만 잘 던져서는 안 된다.
운영이나 수비, 위기관리 같은 투수에게 필요한 능력은 여럿 있었으며, 전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드라마틱한 기량 상승을 위해선 구종을 강화하는 것뿐.
‘그렇다고 여기서 패스트볼을 더 강화한다는 건 구조적으로 힘들어.’
패스트볼을 강화하려면 필요한 건 시간이었으니까.
신체가 더 자라야 하며 그에 대한 맞춤 훈련도 필요하다.
“체인지업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네.”
도진은 2주 차 등판부터 깨달은 바가 있다.
자신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거들에게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상우는 도진의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들을 받쳐주는 최고의 무기는 체인지업이지. 근데 이상하게 네 체인지업은 안 통하더라.”
“왜 그런 건지 혹시 아냐?”
상우는 표정에 의문을 담았다.
“나도 잘 모르겠어. 네 체인지업이 다른 투수들의 체인지업과 비교해서 나쁜가? 그건 또 아닌 것 같거든?”
체인지업의 구질이나 구속은 훌륭하다.
그런데 타자들은 도통 속지 않았다.
“친구에게 물어보는 건 어때?”
“좋은 생각이네.”
도진은 핸드폰을 꺼냈다.
[나: 뭐하냐.] [마이크: 영상 보고 있었다.] [나: 2주 차도 살아남게 됐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갈게. 너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지금 타자로서 할 수 있는 건 극히 적거든?] [마이크: 당장 내일부터가 3주 찬데 근육 훈련 10시간을 한다 한들 똑딱이인 네가 홈런타자가 되지는 않겠지. 3루 수비는 처음이니 펑고나 잘 받아라. 그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타자로서의 최선이다.]도진은 혀를 날름했다.
똑딱이라. 나름 장타도 기록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무엇보다 과학 훈련을 직접 담당한 놈이 저런다고?
[나: 누워서 침 뱉기 아니냐? 어쨌거나 나도 투구를 조금 더 강화하고 싶어.] [마이크: 너 2주 차 성적 3이닝 무실점이었잖아. 여기서 뭘 더 한다고?] [나: 너도 알잖냐. 3주 차부터가 진짜야.] [마이크: 그건 그렇지. MLB 네트워크에서까지 소개된 네 패스트볼이 문제일 리는 없고. 체인지업에 타자들의 배트가 안 돌아가긴 하더라.] [나: 왜 그런 거냐?] [마이크: 나도 몰라 이 새끼야!]심각한 대화 속에서도 마이크의 반응이 재밌었던 도진은 큭큭 웃었다.
[나: 왜 갑자기 급발진?] [마이크: 솔직히 나도 네 체인지업이 뭐가 문제인지 찾고 있었어. 근데 영상만으로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어.]마이크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마이크: 일단 구조적으로 얘기하자면 상대 타자가 속지 않는 이유는 여럿 있어. 네가 체인지업을 던질 때 습관이 있다거나, 아니면 메커니즘이 다르다던가. 솔직히 패스트볼이 워낙 강력해서 체인지업에 속을 만한데 아예 안 속잖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는 거지.]일본 프로 야구 NPB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든다고 해서 현미경 야구로 유명하지만, 사실 메이저리그가 더하다.
최첨단 장비들로 선수들의 약점을 끝까지 후벼파기 때문이다.
[나: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아. 결국 너도 지금 당장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거지?] [마이크: 습관이나 던지는 폼은 절대 아니야. 내가 찾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지금 문제는 분명히 다른 곳에 있어.] [나: 체인지업을 던질 때마다 쉽게 골라내니 자신감도 떨어진다.] [마이크: 솔직히 지금 당장 네 문제점을 찾는 건 힘들어.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나: 뭔데?] [마이크: 제일 좋은 건 구단의 타자들을 상대로 피칭하고 나서 물어보는 거야. 하지만 넌 루키고 이제 3주 차라 고작 너 따위에 시간을 투자할 선수는 없을 거란 말이지. 투자해준다 한들 바로 정답에 도달하지 못하면 피차 민망할 테고.] [나: 뼈 맞았네.] [마이크: 그러니 일단 네가 던지는 영상을 포수와 타석의 시야에서 찍어봐. 이 부분은 리에게 도와 달라고 해라. 그 후 영상을 뇌리에 박힐 때까지 보고 나서 직접 타석에 들어섰을 때. 메이저리거들의 것과 네 것이 뭐가 다른지 파악하는 수밖에 없어.]마이크의 말마따나 투수와 타자 모두 소화하는 자신만 할 수 있는 훈련법이었다.
[나: 고맙다.] [마이크: 수고해라.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고.]도진은 피식 웃었다.
충분히 도움이 됐다.
이런 문제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그보다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으니 더는 지체할 필요는 없겠지.
도진은 팔꿈치로 상우를 툭 건드렸다.
“왜?”
“시간도 남는데 오랜만에 둘이 놀까?”
“오? 난 콜! 하루 정도는 푹 쉬어야지. 뭐할까?”
“야구.”
상우의 눈초리가 실처럼 가늘게 찢어졌다.
* * *
투덜대는 것과는 다르게 상우는 포수 장비를 입었다.
투구 내용을 기록할 소형 카메라도 부착하며 만반의 준비는 끝마쳤다.
“일단 패스트볼부터 10구 먼저 던질게.”
도진은 와인드업으로 5구, 세트포지션으로 5구 던졌다.
상우는 타석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가만히 서서 도진의 패스트볼을 지켜보았다.
체인지업도 똑같이 진행했다.
도진은 피칭을 끝내고 물었다.
“뭐 다른 거 있어?”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말처럼 습관이나 메커니즘이 다른 거라면 또 모를까. 똑같아. 물론 내가 못 찾는 걸 수도 있어. 영상으로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려나?”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웬일이래?”
“어차피 영상으로 남겨뒀으니 그거 보려고. 당장 내일부터 3주 찬데 무리해서 좋을 건 없지.”
둘은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영상을 핸드폰에 옮기는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그러고는 어두컴컴한 더그아웃에 앉아 각자 핸드폰으로 영상을 들여다보았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뭔가 미세하게 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체인지업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만큼 육안으로는 쉽게 구분하기 힘들 만큼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한 고작 3이닝이란 표본은 적어도 너무 적었다.
그저 체인지업을 던질 때마다 타자들이 골라낸 걸 수도 있겠지.
‘이러면 정말 맞아가면서 배우는 것밖에 없을 텐데.’
사실 이것이 정답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문제점은 자연스레 표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 캠프와도 작별이겠지.’
그 결과만큼은 절대 원치 않았다.
결국 결론은 단 하나.
‘최대한 맞아가면서 배워보자.’
대신 최대한 덜 아프게 맞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