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74화(174/400)
경기를 앞둔 해설은 입을 바삐 움직였다.
[에인절스와 다저스,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시범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말 기대되는 경기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특히나 오늘 등판하는 두 명의 선발 투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엘과 벨.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두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시범 경기일 뿐이기에 승패에 집착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시범 경기라도 두 선수 역시 지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일단 벨 소개부터 해주시죠.] [벨 조이스. 여전히 최고 구속 100마일까지 던지는 투수입니다. 예전처럼 105마일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제구와 다양한 구종으로 더욱 강력한 선수가 되었죠.] [인정합니다. 그에 맞서는 조엘입니다.] [조엘 오스틴. 미국 대표팀 1선발 자리를 이어받은 선수죠. 최근 2년간 사이영상을 수상할 만큼 완벽 그 자체입니다.] [이어지는 다저스 라인업입니다. 최정예 맴버는 아닙니다.]1. 마이클 페논. CF. L.
2. 앤서니 앨런. 3B. R.
3. 미겔 모네이라. 1B. L.
4. 테리 비네사. DH.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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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조엘 오스틴.
[그렇네요. 아무래도 3주 차의 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30명 안팎으로 인원을 추려야 할 때가 왔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에인절스의 라인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1. 도진 킴. 3B. R.
2. 존 존슨. CF. L.
3. 크리스 브론. DH.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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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우 리. C. R.
P. 벨 조이스.
[오늘 에인절스의 1번 리드 오프는 킴이 배정되었습니다.] [시작부터 경기가 재밌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전에 오늘 저희가 준비한 자료가 있는데 확인부터 해보시죠.]화면에는 두 선수의 투구 장면이 나타났다.
하나는 조엘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진의 것.
둘의 피칭은 굉장히 닮아 있었다.
[봐도 봐도 신기하지 않습니까?] [정말 닮았죠. 심지어 킴의 피칭을 보면 조엘의 데뷔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폼, 메커니즘, 구종까지. 과장 좀 보태면 쌍둥이 같아요.] [둘은 같이 시기에 뛰지는 않았지만, 같은 고등학교와 한 감독 아래서 배웠죠. 이것이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한 말로 조엘의 데뷔 때와 지금 킴의 피칭 디자인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오늘 경기에서 이 부분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도 있겠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초구!]손을 떠난 조엘의 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으로 향했다.
도진은 초구부터 스윙해봤지만, 투구는 배트를 외면하며 미트에 꽂혔다.
[Swing! And a Miss.] [선 후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걸까요? 조엘 오스틴. 초구부터 97마일의 패스트볼로 타자의 스윙을 끌어냅니다. 이 구속은 시범 경기 최고 구속입니다.]조엘은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음에도 전력을 다해 초구를 던졌다.
그리고 오늘 그는 도진에게만큼은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 * *
“스트라이크!”
초구가 시원하게 미트에 꽂히자 조엘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도진의 반응을 살폈다.
동공이 떨리고 턱이 벌어진 걸로 보아 얼이 나가 있었다.
조엘은 굳이 솟아오른 광대를 굳이 제어하지 않았다.
포수의 사인이 나오자 곧장 와인드업했다.
한복판으로 향하던 역회전을 잔뜩 품은 공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도진의 몸쪽으로 급격하게 파고들었다.
부웅.
도진의 스윙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공을 맞히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0-2.
조엘은 묵묵히 글러브를 들어 올려 공을 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시선만큼은 계속해서 도진에게 향했다.
‘왜 그래. 넌 이보다 더 나은 공을 던지잖아.’
도진은 패스트볼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도진의 패스트볼은 슬슬 먹히지 않고 있었다.
지금 당장 도진의 무기는 패스트볼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아무리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져도 변화구를 머릿속에서 지운 메이저리거들은 쉽게 대응할 수 있었으니까.
조엘은 도진의 체인지업이 먹히지 않는 이유도 알고 있었다.
‘아직 피칭 디자인이 완벽하지 않아서 그래.’
피칭 디자인. 투수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강화하기 위해 투구를 디자인한다.
투수는 포심 패스트볼을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 방향으로 휘어지는 공을 던질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좌, 우측을 완벽하게 공략할 수는 없다.
어떤 투수는 역회전 공을 잘 던지지만, 어떤 투수는 역회전 공을 아예 던지지 못하는 투수도 있다.
도진은 우투수 기준 우측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싱커성 패스트볼과 서클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편에 속했지만, 역회전 공밖에 던지지 못한다.
‘딱 저것만 배웠으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메이저리그 수준급 투수들은 역회전 공만으로도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의 서클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거들에게 통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서클 체인지업은 선천적으로 투구 매커니즘 유형과 손끝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따라 던질 수 있는 구종.
도진은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지만 완벽하게 다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럴 수밖에 없지.’
투수는 한 방향을 통달하는 데만 4에서 5년이란 시간이 걸리는데.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 손 감각을 가진 투수들일 때의 얘기지.’
일반적인 투수는 한 평생 연마해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도진은 투심과 서클 체인지업을 배운 지 이제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투구를 앞둔 조엘은 짧게 숨을 내뱉었다.
‘네 체인지업은 지금 팔 스윙 속도가 느려.’
폼이 다른 것도 아니다. 체인지업을 던지기 전 습관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체인지업을 완벽히 익히지 않아서 그런지 구종의 낙차를 주고자 할 때 패스트볼에 비해 스윙 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진다.
그 전 무대에서야 통했지만, 이곳은 메이저리그다.
매해 말도 안 되는 공을 접하는 타자들은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도진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도진의 재능이 부족해서인가?
‘그건 절대 아니지. 이런 문제점들을 깨닫고 보완하는 곳이 바로 마이너리그니까.’
그는 그 과정을 전부 건너뛰고 지금 이 무대에 서 있다.
애당초 마이너리거 감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엘은 글러브 안으로 손을 넣어 체인지업 그립을 쥐었다.
‘이걸로 깨닫는 바가 있으면 한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깨우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이 영역은 100년이 넘는 전통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주 극소수의 규격 외라고 불리는 outlier(아웃라이어)들만 가능한 얘기다.
그리고 그 아웃라이어들은 깨달음과 감각을 익히는 데 4에서 5년이란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봐온 넌 아웃라이어였어.’
투심과 서클 체인지업을 알려준 날에 던졌잖아?
그러니 어디 한번 보여봐라. 네 재능을.
조엘은 와인드업했다.
한편, 3구를 앞둔 도진은 고인 침이 목구멍을 타고 절로 넘어갔다.
이대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물러서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한심하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지금의 자신은 저 공을 칠 수 없다.
상대를 봐라. 전 세계 최고의 투수다.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지금 당장 넘을 수 있는 나무가 아니었다.
아니. 올려다볼 수조차 없는 나무였다.
‘이번 타석은 내가 졌어.’
하지만 그냥 물러나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서든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만 한다.
공이 조엘의 손을 떠났다.
도진은 눈을 부릅떴다.
패스트볼인가? 체인지업인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앞선 투구 모션과 단 1mm의 오차도 없었으니까.
그럼. 패스트볼이겠지.
도진은 스윙했다.
하지만 배트는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이크 아웃!”
워낙 강하게 스윙했던지라 몸이 한 바퀴 빙글빙글 돌아가더니 그대로 배터박스에 털썩 주저앉았고.
절로 헛웃음이 입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하, 하하.”
하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머릿속은 다양한 장면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며칠 전 체인지업의 문제점을 찾고자 영상을 찍었던 그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조엘의 모습이 그 위에 오버랩되자 번뜩임이 뇌리에 꽂혔다.
자신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포심 패스트볼보다 팔 스윙 속도보다 미세하게 느리다는 것을.
‘찾았다.’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졌다.
* * *
4회 초.
스코어는 0:0.
조엘은 3이닝 퍼펙트.
벨은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두 선수 모두 완벽한 피칭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며 배트를 빙글빙글 돌리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 후 조엘을 향해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물론 감사를 전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점을 찾았다고 해결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혹여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들 타자들에게 완벽히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므로 머릿속에만 있는 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서 문제점을 고치고 메이저리거들에게도 통하는지까지 확인하고 싶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건 출루였다.
‘난 두 개의 포지션 덕분에 남들보다 2배의 기회가 있잖아?’
억지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왕 궁지에 몰린 김에 낙관하기보다는 긍정적인 편이 100번 낫지만, 여전히 첩첩산중.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는 조엘이었으니까.
‘투구가 이 세상 수준이 아니야.’
두 번째 타석일지라도 지금의 자신은 절대 그에게서 클린 히트를 뽑아낼 수 없다.
조엘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그의 공은 한복판으로 향했다.
도진은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무수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괴롭혔다.
‘역시. 여전히 무슨 공인지 감이 잡히질 않아.’
투구만 보면 그랬다.
그리고 공이 손을 떠난 0.2초.
도진은 조엘이 던진 구종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투심!’
도진은 입꼬리를 올린 채 번트 자세를 취했다.
‘타자가 굳이 클린 히트를 기록할 필요는 또 없잖아?’
토옥.
투수와 3루수 그리고 포수가 일제히 공을 향해 움직였다.
도진은 배트를 내동댕이치며 곧장 1루로 내달렸다.
번트 타구는 절묘하게 3명의 선수 사이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굴러가자 정 방향으로 달려오던 앤서니가 콜을 외쳤다.
“내가 처리할게!”
그러고는 맨손으로 공을 잡은 즉시 도진을 힐끗 쳐다본 후 1루로 뿌렸다.
도진은 1루 베이스가 더욱 가까워지자 몸을 날렸다.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기보다는 그냥 달리는 것이 루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절박함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모래바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심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했지만, 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웃!”
도진은 바닥을 향해 말아쥔 주먹을 내리쳤다.
아쉬움 섞인 탄성도 내뱉었다.
“젠장!”
그러자 그때.
더그아웃을 벗어난 제리 감독은 심판들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시범 경기였으므로 그냥 넘어갈 법도 했지만, 도진의 투지에 감명받아 절대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비디오 판독 이후에 판정은 번복이 되었다.
도진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먼저 베이스를 스쳤기 때문이다.
제일 놀란 건 조엘이었다.
그는 유니폼을 훌훌 털고 일어나는 도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런 행동은 자칫 잘못했다가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미간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부상으로 이어진다면 시즌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는데 저렇게까지 한다고?
그런데도 도진은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조엘은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에겐 이곳이 메이저리그구나. 좋은 안타였다.’
하지만 도진을 처음 상대해보는 조엘은 알지 못했다.
상대가 누구인들 도진은 고작 출루 한 번으로 만족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