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75화(175/400)
도진의 허슬 플레이에 해설은 열광했다.
[킴! 환상적인 세이프티 번트로 1루에 도착합니다.] [쿵 하는 소리가 지진을 연상시킬 만큼 위험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기는 했습니다만 상태를 보아하니 괜찮아 보이죠?] [그래 보입니다. 관중들은 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어요! 어떤 의미일까요?] [여러 의미가 있겠죠. 일단 최정상급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도 멋진 안타를 뽑아내서 그런 걸 수도 있을 테고, 다른 메이저리거들한테서 볼 수 없는 투지를 봐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1루로 전력으로 질주하는 장면은 정말 심금을 울렸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그가 몸을 좀 사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아직 시범경기일 뿐이니까요.]커뮤니티 반응도 뜨거웠다.
-아오. 내가 다 아프네.
-저게 무슨 1라운더 최고 유망주냐고! 몸 좀 사려! 제발!
-부상으로 한순간에 나락 간 선수들을 자주 봐와서 그런가? 진짜 심장 떨리게 하네.
-고치라고 해도 안 고칠걸? 고등학교 때부터 늘 저랬는데 그걸 어떻게 고침?
-다치는 거 보기 싫으니 그냥 메이저리그로 올리라고! 다치는 거 보기 싫으니 그냥 메이저리그로 올리라고!
-어쨌거나 조엘을 상대로 안타라니. 멋져.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도 팽창한 동공으로 도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호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저 미친놈.”
레이날도가 호세의 옆구리를 툭 쳤다.
“나중에 한마디 해야겠는데?”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X발. 순간 월드 시리즈인 줄 알았네.”
호세는 도진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뱉었다.
왕으로 키울 생각으로 왕관을 씌워놨더니 무슨 말단 병사처럼 행동한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똑똑히 일러야겠어.’
네 몸은 네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구단도, 에인절스 선수들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것도 좋겠지만, 그는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호세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진에게 소리 질렀다.
“야! 적당히 해 임마!”
3루 측 더그아웃에서 1루 베이스까지 먼 거리지만, 목소리가 닿았는지 도진이 힐끗 쳐다본다.
‘음. 들렸나 보군. 이쯤 하면 알아들었겠지.’
호세는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편, 1루에 나가 있는 도진에게 1루 코치가 베이스러닝 장갑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잘했다며 엉덩이를 툭 쳐주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잘했지만 조금 더 몸을 사려도 괜찮다.”
장갑을 갈아낀 도진은 코치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한꺼번에 투수와 포수를 시야에 담았다.
메이저리그 배터리가 보인다.
상우와 자신처럼 풋내기들이 아닌 밥 먹듯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최강의 배터리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도진의 눈동자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 목숨줄은 내가 쥐고 있어.’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안타를 기록했다.
클린 히트가 아닐지라도 기록지에는 안타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고작 안타 하나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안다. 지금 자신의 몸뚱이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쳤다간 무지막지한 손해라는 것도.
‘그래도 꿈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누가 만족할 수 있겠어.’
물론 오늘 조금 더 좋은 활약을 한들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은 경기 쭉 좋은 모습을 보여도 떨어질 확률도 높다.
‘야구 선수가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
그러니 당분간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련다.
아직 18세. 저지르고 나서 후회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초구.
도진은 조엘이 발을 치켜들자 즉각 2루로 내달렸다.
포수가 포구 후 2루로 송구했지만, 도진의 발이 더 빨랐다.
“세이프! 세이프!”
도진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3루 측 더그아웃에서 가까워지자 이번만큼은 호세의 호통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저 새끼가 내 성격 까먹었나 보네? 감히 조언을 무시해?”
도진은 호세를 향해 씨익 웃었다.
호세는 씩씩대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휴. 마음대로 해라.”
* * *
조엘은 도진을 뒤에 두고 피식 웃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넌 원래 그랬었지.’
바로 뛴다고는 일절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보면 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성격이었다.
조엘은 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주자가 다시 한번 뛸 수 있다는 사인이었다.
포수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조엘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지만 하고 있으면 잡을 거란 착각이 있나 본데.’
루키라고 무시해서는 안 될 텐데.
그래도 뭐. 어차피 시범경기다.
포수가 틀렸는지 자신이 틀렸는지는 결과가 나와보면 알겠지.
도진은 투구에 돌입하자 이번에도 뛰었다.
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지라 구종은 패스트볼.
타자의 스윙이 나왔지만, 헛스윙.
포수는 그 즉시 포구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3루로 송구했다.
그리고 결과를 마주한 조엘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미소를 가렸다.
‘이봐. 이럴 줄 알았다니까?’
심판은 양손을 활짝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
무사 3루.
에인절스가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런데도 조엘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친구에게 질 수는 없지.’
그리고 그 결과.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조엘은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 *
도진은 두 번째 타석 이후 지명타자로 포지션이 변경되었다.
1루로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과 2번의 도루로 인한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그 때문에 비교적 자유가 된 도진은 2이닝이 더 흐른 지금도 호세에게 꾸짖음을 듣고 있었다.
“내 말이 우스워? 앙?”
“죄송합니다.”
“죄송? 죄송? 저질러 놓고 죄송하다면 다야?”
호세는 씩씩대다 말고 교체되어 마운드에서 내려온 벨을 슥 쳐다봤다.
“뭘 넋 놓고 가만히 있는 거야! 한마디 하라니까?”
벨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호세를 스윽 한번 훑어보더니 이내 도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고생 많았다.”
호세는 발끈했다.
“고생? 고새앵? 그게 지금 할 말이냐?”
벨은 귀를 후비더니 이내 나지막이 읊조렸다.
“옆에 이 무식한 놈 말마따나 좀 과하긴 했다. 이곳이 시범경기인 점을 명심하도록.”
호세는 벨의 조언이 만족스러웠는지 씩씩대는 화를 억눌렀다.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건 높이 산다만 때를 가리란 말이다.”
무리하다가 시즌 아웃이 된 선수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시즌 아웃 후에 온전한 기량으로 돌아올 수는 있고?
호세는 도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것처럼 보였다.
“너. 다음에도 이럴 거냐?”
“기회가 된다면 그럴 것 같습니다.”
“에휴. 그럴 줄 알았다. 그게 네 무기이자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호세는 도진의 귀에 속삭였다.
“네 무기는 우리 전부가 알고 있어. 굳이 몸 상해가면서까지 할 필요 없다는 거다. 네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지금 네 약점을 극복하는 게 훨씬 낫다.”
도진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자 호세는 도진에게 배트를 내밀었다.
“그러니 이번 타석에서는 우리가 네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이도록 해봐라.”
“알겠습니다.”
도진은 배트를 들고 대기 타석으로 이동하며 호세의 말을 곱씹었다.
‘내게서 볼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정답은 쉬웠다.
아주 깔끔한 안타.
생각해보니 아직 만족스러운 타격을 보이지 못했으니까.
‘조목조목 따져보니 맞는 말이네.’
이곳 누구라도 자신보다 야구판에 오래 있었다.
하는 행동만 봐도 그 사람의 장단점이 파악되겠지.
지금까지는 자신은 가진 장점만 펼치려고 노력해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후회되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기량을 증명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러니 남은 과제는 하나뿐이다.
이것 말고도 경쟁력이 더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그만이다.
‘풀 스윙.’
할 줄 안다.
하지만 캠프에 들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음 놓고 풀 스윙을 해보지 못했다.
도진은 타석으로 걸어 들어가며 피식 웃었다.
아웃카운트는 2개. 루에 아무도 없다.
마음 놓고 휘둘러볼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타석에 들어서자 포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Hey. Kitty. Kitty. 엄마를 잊어버렸나 봐?”
Kitty. 새끼 고양이를 뜻하는바.
여기서는 어린 선수들을 향한 조롱이었다.
도진은 포수를 힐끗 쳐다봤다.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이. 조엘이 좀 봐줬다고 기가 좀 살았지?”
도진은 대답하는 대신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포수의 목에 핏대가 섰다.
“운 좋게 번트로 안타 하나 쳤다고 기고만장해서는. 이번만큼은 긴장해야 할 거다. 메이저리그 레벨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포수는 앞서 두 번이나 도루를 한 도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도루야 그러려니 했지만, 두 번째는 인지한 상태에서조차 눈 뜨고 코 베였다.
더 열받는 건 조엘의 대처였다.
마치 당연히 잡지 못했을 거라는 그의 미소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조엘은 미국 전역이 사랑하는 투수다.
그를 담당하는 포수로서 그에 합당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터.
고작 루키도 잡지 못하는 포수가 될 수는 없었다.
‘힘으로 누른다.’
포수라면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정보가 있다.
도진은 지금까지 단 하나의 클린 히트도 없었다.
18세 치고 준수한 배트 스피드를 가지고 있지만 어디 배트 스피드 하나만으로 메이저리거들의 공을 쳐 낼 수 있는 법이던가?
포수는 투수에게 사인을 냈다.
몸쪽 패스트볼.
투수가 와인드업 후 공을 던지자 포수의 한쪽 입꼬리가 치솟았다.
코스, 구위, 속도.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 완벽한 패스트볼이었으니까.
도진의 배트가 나왔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아가야. 엄마 젖 더 먹고 와라.’
하지만 포수는 알지 못했다.
도진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것을.
‘도발하는 놈들은 꼭 몸쪽 패스트볼을 좋아하더라.’
무시를 한두 번 당해봐야 말이지.
섬광처럼 번쩍이는 도진의 스윙은 97마일의 몸쪽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당겨쳤다.
따–악!
도진은 맞는 순간 직감했다.
타구는 담장을 넘길 것이란 것을.
‘마무리는 확실히 지어야겠지?’
도진은 배터박스를 벗어나는 즉시 오른쪽 입꼬리를 올렸다.
고개를 살포시 숙여 포수만 듣게끔 속삭이듯 읊조렸다.
“Meow(야옹).”
도진의 첫 마수걸이 홈런이 터졌지만, 여전히 보여줄 게 더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