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76화(176/400)
솔로 홈런 친 도진을 바라보는 에인절스 선수들의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호세는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봐도 봐도 믿기지 않는 발전 속도네.’
하루하루가 다른 선수다.
여전히 그는 미완성이 맞지만, 자신의 단점을 빠르게 파악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정말 18세가 맞나?’
처음 캠프에서 그의 공을 받아봤을 때부터 훈련에 임하는 태도와 결과까지.
의심이 들 만큼 도진은 자신의 가치를 올릴 줄 아는 선수였다.
이곳이 마이너리그라고 착각이 들 지경.
도진은 하루하루를 생존해야 하는 이 무대에서 성장과 증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머리가 아주 복잡하시겠는데?’
호세는 제리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제리 감독은 호세의 말마따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음…… 어떻게 해야 하지?’
캠프 초반에야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도진을 얕잡아 봤지만, 그는 스스로 기회를 쟁취해오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3주 차에 들어서면서 슬슬 힘이 떨어지는 줄만 알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그 어떤 고졸 루키가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겠는가.
적어도 현대 야구에는 그런 인물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은 떨어질 시기가 아니라며 실력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구단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련지.’
물론 여전히 속단하기는 이르다.
비록 홈런을 쳤지만, 아직 다른 전문 타자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
그러니 이후의 마운드 등판에서 결과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제리는 씨익 웃어 보였다.
‘걱정할 필요가 없지.’
지금껏 그래오지 않았던가?
걱정은 그저 기우라는 걸 증명하는 선수가 바로 도진이었다.
제리는 도진이 홈 베이스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그를 불러 세웠다.
“킴.”
“넵.”
“더 뛸 수 있나?”
“물론입니다.”
제리는 괜한 질문이었다며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불펜으로 가라.”
* * *
도진은 9회 말 1:0의 리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상우가 방문했다.
“넌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라.”
도진은 피식 웃었다.
홈런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는 마운드에서 애를 먹는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아직 멀었지.”
“쯧. 초치기는. 어쩔래?”
“체인지업 섞어서 가자.”
“오호? 문제점을 찾았나 보네?”
척하면 척이네.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찾긴 찾았어. 바로 극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문제였는데?”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팔 스윙 속도가 미세하게 달랐어.”
“그, 그래?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하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메이저리거들은 쉽게 눈치 챘겠네. 어쨌거나 이번 이닝을 제대로 지켜야 마지막 4주 차에 돌입할 거 아니냐.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는다면 패스트볼 승부로 간다?”
“알아서 해라.”
“야. 난 이 경기 끝나면 짐 싸서 떠나야 해. 너 잘되자고 상의하는 거잖아.”
“그래서 너한테 맡기는 거야. 상대는 메이저리거들이잖아. 지금의 나는 타자에 집중하기도 바빠 죽겠다.”
“꼭 이렇게 보험을 들어 놔요. 알았다. 최선을 다해볼게.”
상우는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사인은 패스트볼이었다.
‘체인지업이 먹히는지부터 확인할 줄 알았는데.’
타자들은 패스트볼을 노리고 스윙할 테지만, 상우라면 상대 타자들의 약점이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도진은 포수 미트가 고정된 타자의 몸쪽 낮은 쪽으로 향해 공을 던졌다.
타자는 도진의 패스트볼에 맞춰 스윙했다.
따악.
둔탁한 소리.
높게 뜬공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웃!”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은 이번에도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미 체인지업의 문제점을 찾은 지금.
마수걸이 홈런까지 기록한 도진은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자신감 덕분인지 위력 자체가 남달랐다.
도진의 하드 싱커는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힘차게 휘어져 나갔다.
따악.
둔탁한 소리는 내야를 벗어났지만, 외야수만큼은 넘지 못했다.
좌익수는 몇 걸음 이동하지 않고 손쉽게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도진은 절로 미소가 피었다.
‘앤서니.’
그 역시도 미소를 한 움큼 머금고 있다.
도진은 모자를 벗어 소매로 땀을 닦아내며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은 이번 시범 경기에서의 성적이 좋아서 메이저리거를 앞두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번에 이기는 건 접니다.’
그 역시도 눈빛으로 답장했다.
봐주는 일 없을 거라고.
사인이 나왔다.
체인지업이었다.
‘체인지업이라.’
팔 스윙 속도가 다르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앤서니는 알아챌 것이다.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생각하자.’
서클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손끝 감각 그립 전부 다르다.
하지만 정말 패스트볼과 똑같이 던질 줄 알아야만 완벽한 체인지업이 된다.
‘패스트볼의 위력을 늘리려면 체인지업을 완벽히 던질 줄 알아야 해.’
이것만 고칠 수 있다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은 생길 것이다.
도진은 와인드업했다.
서클 체인지업을 쥐고 있었음에도 머릿속에는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쭉 투수를 해왔기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감각을 믿는다.’
공은 손을 떠났다.
한복판으로 향하는 공에 타자는 패스트볼에 맞춘 스윙을 했다.
부웅.
앤서니는 닿아야 할 공이 배트에 닿지 않자 몸이 크게 돌았다.
투심이라고 확신에 차서 휘둘렀는데 투구는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퍼억.
“스트라이크!”
고작 카운트 한 개를 잡았을 뿐이지만,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정적이 흐르는 에인절스 더그아웃의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무뚝뚝한 벨 조이스였다.
“방금 서클 체인지업. 완벽했군.”
먼저 입을 여는 성격이 아닌 레이날도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야. 그 어떤 타자가 왔어도 속았겠네.”
누가 듣는다 한들 그저 평범한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호세에게만큼은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이 둘에게서 선수를 평가할 때 ‘완벽’이라는 칭찬은 처음 들었다.
호세 본인도 방금 체인지업만큼은 인정했다.
‘패스트볼인줄 알았는데.’
물론 이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가?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던가?
지금까지의 습관을 단숨에 고칠 수 있을 만큼?
‘절대 아니…… 겠지?’
호세는 양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벨과 레이놀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솔직히 나였어도 헛스윙했다.”
벨과 레이날도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넌 저 아이 바뀌기 전의 체인지업에도 헛스윙했겠지.”
“인정. 눈 안 좋은 노친네는 냅다 휘둘렀겠지.”
“이 자식들이 날 무시해? 그리고 누가 옛날 체인지업 물었어? 솔직히 방금 저 체인지업은 좋았잖아? 메커니즘이며 궤적이며 X발 쌍둥이처럼 닮았잖아!”
벨과 레이날도는 특정되지 않은 선수의 이름을 굳이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오늘 경기 선발로 나선 선수와 똑 닮아 있었으니 말이다.
투구만 본다면 조엘이라고 착각할 만큼.
그리고 조엘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호세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물었다.
“근데 저게 말이 되는 거냐?”
벨이 물었다.
“뭐가.”
“저 아이가 가진 문제점이 뭔지 알았잖아? 저렇게 쉽게 고쳐지는 거냐고.”
“그랬다면 너 역시도 투수였겠지.”
“더럽게 어렵다는 거네? 그런데 왜 기분이 나쁘지?”
레이날도는 호세의 어깨를 도닥이며 거들었다.
“그전까지 일부러 그랬다면 또 모를까. 우리 메이저리거들도 완벽한 공을 던지려면 몇 년의 시간이 소요돼.”
어떤 새로운 구종이든 흉내 정도는 쉽게 낼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공을 던지려면 몇 년씩 걸리는 것은 물론 평생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진은 그것을 해냈다.
한편, 맞은편 더그아웃에서도 이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역시 넌 아웃라이어구나.’
조엘은 팔짱을 낀 채 도진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솟아오르는 입꼬리에 담긴 감정은 부러움으로, 이 감정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넌 포심 패스트볼 기준 사방으로 향하는 구종을 전부 던질 수 있는 재능을 가졌구나.’
저 말도 안 되는 손끝 감각은 차후에 도진에게 큰 무기가 될 것이다.
물론 구종을 추가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리겠지만 그는 아직 18세.
정말 무궁무진한 성장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더군다나 에인절스는 그를 끔찍이 아끼고 있다.
‘언젠가는 최고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겠지.’
때마침 심판에게서 삼진이라는 콜이 들려왔다.
‘뭐. 구종을 추가할 필요도 없이 이미 수준급의 공을 던지고 있지만.’
* * *
경기가 끝난 직후 도진은 상우를 배웅했다.
“이제 떠나네. 좀 후련하냐?”
“후련하지. 대우도 조금 달라졌더라.”
“대우?”
“응. 원래 작년까지만해도 방치였잖아? 그런데 구단이 먼저 조금 쉬고 하이 A에 바로 참여해도 된다고 말해주더라. 그레그시치 외로우니까 함께 해주려고.”
돌려 말하긴.
상우는 방금 다저스전에서 무안타를 기록해 답답했겠지.
그 울분을 하위리그 선수들에게 풀어내고 싶을 것이다.
‘하루 빨리 기량을 증명해서 승격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 지금부터 진짜니까.’
하이 A가 결코 쉬운 리그는 아니다.
대만프로야구 선수들은 하이 A급 선수들이라고 분류되며.
한국 1라운드급 유망주들도 이 문턱을 넘지 못해 유턴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상우는 하이 A에서도 충분히 잘할 거야.’
비록 이번 캠프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은 막내 포수였지만, 덕분에 메이저리거들의 공은 원 없이 잡아봤고.
소수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이지만, 메이저리거들 상대로 타석에도 서봤으니까.
상우는 가슴 높이로 팔을 들어 올렸다.
“넌 4주 차에도 남게 됐네. 이왕이면 아예 박혀버리는 게 어때?”
도진은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나도 그러고 싶다.”
“좀 무책임한 말이기는 했지?”
4주 차에 돌입했다고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26인 로스터에서 30명쯤 남게 될 테며, 남은 경쟁자를 전부 처리해야 저 로스터 안에 들어설 수 있다.
다른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내도 불리하다.
검증되지 않은 루키의 처지가 그렇지만 최후까지 남아야만 한다.
결과만 좋다면 이번 시즌 당장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
‘시즌 중이든 다음 시즌에든 메이저리그 콜업 선수로 나를 제일 먼저 찾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