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77화(177/400)
4주 차를 앞둔 에인절스 수뇌부는 비상이 걸렸다.
단장을 필두로 10명의 관계자가 의견을 모으고자 회의실에 모였다.
“코비.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단장의 말에 코비는 손에 쥔 리모컨을 눌렀다.
화면에 떠오르는 선수는 다름 아닌 도진이었다.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비가 다시 한번 리모콘을 누르자 타율 0.222, 방어율 3.6이었던 숫자가 뒤바뀌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다저스전 이후로 그의 기록입니다. 4타수 2안타를 기록해 타율은 3.07. 2개의 안타 중 하나는 홈런이었죠. 도루도 2개를 더 추가했습니다. 여기서 1개의 안타와 2개의 도루는 조엘 오스틴을 상대로 나왔습니다.”
코비는 말을 덧붙였다.
“방어율도 3.6에서 3.00까지 내려갔습니다. 게다가 최근 다저스 타선 상대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코비가 이렇게나 다저스를 강조하는 이유.
다저스는 그들은 모두가 인정하는 강팀이기 때문이었다.
단장은 깍지를 낀 손을 풀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해줄지는 몰랐는데.”
코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합니다. 처음 저희가 킴을 캠프에 올렸을 때 예상했던 성적은 이보다 훨씬 낮았죠. 잘해야 2주를 끝으로 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저희는 제리 감독에게 한두 번의 기회만 더 달라고 부탁도 했었고요.”
“하지만 그는 4주 차에도 살아남게 됐군.”
만약 4주 차에도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를 대비한 회의였다.
만약 도진이 4주 차에도 살아남는다면 에인절스에 새로운 메이저리거가 탄생한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슬슬 떨어뜨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정합니다. 그가 훌륭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18세. 19세가 되려면 아직 7개월이나 더 남았습니다.”
“동의합니다. 뛰어난 선수임은 맞습니다만, 메이저리그 풀 타임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인재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이너리그에서 단 1시즌이라도 경험을 해봤다면 모를까. 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군요. 경험도 없는 선수가 여전히 스프링캠프에 살아남아 있다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자신들의 손으로 가를 수 없다.
도진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그를 더 완벽하게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대의 주장도 있었다.
“시범 경기에서 본인을 증명한 선수입니다. 적응? 그런 게 필요하기나 할까요? 필요 없다고 실력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물론 시범 경기와 시즌은 다르죠. 그리고 여태껏 어린 나이부터 메이저리거가 되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동의합니다. 그가 현재에 안주하는 선수라면 또 모를까. 절대 그럴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반대파의 주장은 ‘이미 메이저리그에 올라도 손색없는 그에게 굳이 마이너리그에서의 경험이 굳이 필요할까?’였다.
빅 리그에서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으니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단장은 부단장 레너드에게도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정석이라면 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것이지만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아직 시범 경기 기간이죠. 제리 감독과도 얘기를 더 나눠봐야 하겠고요. 이 건에 대해서는 며칠 후에 다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18세 메이저리거의 탄생.
결코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안건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도진을 위한 것이었다.
그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때가 되면 나이 상관없이 바로 올릴 준비는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를 어디에 둬야 더 성장을 잘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구단만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니었다.
에인절스를 응원하는 팬들도 이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를 올려야 한다, 내려야 한다는 정반대의 안건이었지만 서로의 기대만큼은 일치했다.
도진을 최고의 선수로 키우기 위한 의견들이었으니 말이다.
* * *
4주 차를 시작으로 에인절스의 뎁스는 이제 31명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3루는 공석. 그 자리를 세 명의 선수가 노리고 있었다.
메이저리거인 윌리엄과 크리스 그리고 도진이었다.
셋 중 한 명은 주전을, 다른 하나는 백업이 될 것이며 남은 선수는 탈락이다.
메이저리거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셋 중 성적이 제일 뛰어난 건 도진이었으니 말이다.
불펜 투수 한 자리를 두고도 총 세 명이 경쟁했다.
작년 시즌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현 에인절스 유망주 랭킹 1위 루이스.
그리고 도진이었다.
제리와 호세는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호세. 네가 생각하기엔 불펜 중 누가 제일 뛰어나지? 넌 공을 전부 받아보지 않았던가?”
“킴이요.”
“생각하는 척이라도 좀 해라!”
“생각할 것도 없으니 이렇게 대답했겠죠?”
물론 도진의 현 몸 상태는 최상이다.
반면 다른 선수들은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하긴 해야 한다.
그래도 냉정히 생각해보면 몸 상태를 떠나서도 여러모로 도진이 앞서고 있다.
“끄응.”
“물론 킴도 약점투성이죠. 일단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하니까요. 그래도 모두가 100%라는 가정하에 기량만 놓고 보면 킴이 경쟁자들을 압살합니다. 감독님도 아시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0마일의 패스트볼과 수준급의 체인지업을 장착한 선수다.
우위에 서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타자로 가면 조금 머리가 아프긴 합니다. 솔직한 말로 킴의 타격은 더블 A 정도의 수준이에요.”
“아직 타격이 부족하긴 하지.”
“그럴 수밖에 없죠. 솔직히 18세 꼬맹이한테 메이저리그 수준의 타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죠.”
도진의 몸뚱이를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메이저리거들에 비하면 비실비실 그 자체였으니까.
마치 아이 하나가 팀에 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타격을 제외하고 수비 등 남은 부분에서는 킴이 월등합니다.”
호세는 얘기하기 쉽게 스케일로 점수를 매겼다.
“킴의 타격은 40. 윌리엄은 55, 크리스는 50점 정도 줄 수 있겠네요.”
여기서 55점과 40점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격차만큼이나 크다.
백업을 뽑는 것도 아닌 주전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엄연히 지명 타자가 아닌 3루수를 뽑고 있었으므로 타격만이 전부는 아니다.
제리는 검지로 이마를 문댔다.
“내 생각도 킴이 제일 낫긴 한데.”
그는 혼잣말로 설명을 덧붙였다.
“불펜의 한자리를 맡을 수도 있고, 전천후 내, 외야 백업 수비도 가능해.”
“그럴 거면 그냥 마이너리그로 내리세요.”
호세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제리는 미간을 구겼다.
“뭐?”
“맞잖아요. 특급 유망주에게 날개를 달아줘도 모자랄 판에 백업으로 쓰겠다고요? 그건 온전히 감독님만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지금 에인절스 사정상 앞뒤 분간할 때는 아니지만 구단은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제리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야.’
도진이 마이너리그로 향하면 그는 풀 타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무대가 어찌 됐든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성장하는 법이다.
반면 그가 메이저리거 감이라고 곧장 메이저리그에 올린 뒤, 후보에만 박아둔다면 성장이 막힐 수도 있다.
자신도 그것을 원치 않았고 구단이 허락할 리는 더더욱 없었다.
만약 도진이 마이너리그에서라도 풀 타임을 뛰어본 경험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받아들여 줄 리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능력을 높이 사는 호세마저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
‘다른 선수들보다 어려운 경쟁이 되겠어.’
도진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가지.
주전이 아니면 마이너리거.
다른 선수들은 최소한 백업의 길이라도 있지만, 도진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4주 차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선다면?
‘그때는 나 역시도 구단에 당당히 도진의 주전 자리를 요구해볼 수 있겠지.’
* * *
4주 차가 진행됐다.
이미 3주 차에 약점을 극복한 도진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장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안타는 곧잘 쳐내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는 날개가 달렸다.
이제는 경기에서 도진의 공을 받게 된 호세는 그를 아주 잘 다뤘다.
투타 모두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도진의 기량 때문일까?
그의 경쟁자들 역시 피땀 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루키에게 자리를 뺏기고 싶지 않았던 그들은 훈련이 끝난 후에도 추가 훈련을 진행했다.
성적에서 우위에 선 선수가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남아서 추가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으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에인절스 메이저리거들은 도진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팀이 변하고 있다.
이것이 성적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만년 꼴찌를 전전긍긍하던 에인절스엔 희소식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마지막 시범 경기도 막을 내렸다.
호세는 탈락이냐 살아남느냐는 최종 결과를 앞둔 도진을 따로 경기장 밖의 벤치로 불렀다.
“어이. 애송아.”
“넵.”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제 공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세는 피식 웃었다.
“그래. 오늘 결과가 나오는 날인 거 알고 있지?”
“네.”
“혹시나 떨어져도 너무 상심하지 마.”
“상심 안 할 겁니다.”
호세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상심해야 정상 아니야? 네 성적이 경쟁자들 사이에서 제일 뛰어나.”
“최선을 다했잖아요?”
“그거면 만족한다고?”
“네. 만약 오늘 떨어진다 한들 평생 기회가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요.”
호세는 도진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것도 맞지. 기특하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네가 떨어진다는 건 아니야. 알지?”
“알고 있습니다. 호세가 감독은 아니잖아요?”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감독이지? 널 올렸어.”
도진은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아랫입술을 강하게 씹었다.
메이저리거에게 인정받았다.
태어난 이후로 오늘이 제일 뿌듯한 날로 기억될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상담을 위해 가봐라.”
“그럼 가보겠습니다.”
“끝나고 연락해라. 떨어지면 저녁이라도 사줄게.”
“붙게 된다면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리겠습니다.”
“쯧. 돈도 없는 놈이.”
호세는 순간 눈을 번뜩였다.
“아. 작년에 나만큼 벌었지. 비싼 거 얻어먹을 테니 각오하고 있으라고.”
“넵. 그럼 끝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도진은 벤치에서 일어나 경기장 안의 사무실에 앉았다.
뛰는 가슴에 손을 얹어봤다.
오묘한 기분이다.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솔직히 지금, 이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태평하게 생각하는 편이 미래에도 좋겠지.
도진은 한결 후련해진 표정으로 사무실 앞 의자에 앉아서 태평하게 호명을 기다렸다.
하지만.
고작 문 하나 사이로 둔 사무실 안은 지금 전쟁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