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7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78화(178/400)
도진과의 상담을 앞둔 제리 감독은 통화 중 분노했다.
“아니!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벤치에 박아둔다고 했어요? 주전으로 쓰겠다니까요?”
드디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정 좀 하지.
에인절스의 단장 페리의 것이었다.
제리는 새어 나오는 한숨을 꾹 삼켰다.
“네. 알고 있습니다. 18세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사례가 없다는 것도요. 대충 계산해봐도 1950년까지는 내려가야 찾을 수 있겠네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94년 18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런데도 그는 13경기만 뛰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그만큼 18세라는 나이는 어려도 너무 어렸다.
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년간 마이너리그를 폭격 후 메이저리그를 다시 밟아 큰 성공을 거두게 됐다.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직행보다는 마이너리그 경험을 하는게 정석 중의 정석이다.
정규 시즌은 시범 경기와 완전히 다르다.
그때의 메이저리거들은 웃음기가 싹 가신 채 경기에 임한다.
도진이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 건 어디까지나 시범 경기여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전이란 자리는 어디까지나 팀의 베스트멤버를 꼽는 자리지 아닌가?
“킴은 경쟁자들보다 뛰어납니다. 더군다나 그를 주전으로 올리면 저희는 한 명의 타자를 더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투수 뎁스는 괜찮다.
그러니 부족한 타자를 한 명 더 넣으면 된다.
-이미 말했지만 우린 결단을 내렸어. 자네에게 선택은 없다네.
제리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단호한 목소리에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도 안다.
도진을 지금 당장 올리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마이너리그에서 승패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크는 것이 선수에게 무조건 좋다는 것도.
그가 참여한 마이너리그는 어디까지나 로우 A 그리고 가을리그다.
풀 타임 경험도 아니었다.
그래도 쉽게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도진은 팀을 뒤바꿀 선수다.
그 선수가 더그아웃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팀 분위기가 바뀐다.
고작 시범 경기에서도 이미 여러 번 증명했다.
에인절스가 비상하려면 저런 선수가 필요하다.
고작 한 명의 선수로 팀이 바뀐다?
억지일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제리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위에서 이미 사인은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저 선택이 도진을 망치고자 하는 길인가?
아니. 오히려 구단은 도진을 최고의 선수로 키우기 위한 선택을 내린 것일 뿐이니까.
그렇기에 제리는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다.
‘먼저 올려보고 나서 다시 강등시키는 방향도 있긴 해.’
여전히 미련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고속 승진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으니까.
마이너리거로 돌아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어야 선수는 더욱 열심히 하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제리는 이 비통한 소식을 도진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 * *
제리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도진은 저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단숨에 파악했다.
‘떨어졌구나.’
제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안하다. 자네는 떨어지게 됐어.”
도진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괘, 괜찮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괜찮은가! 자네는 경쟁자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였어.”
“시범 경기에서의 성적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하나 같이 옳은 말만 하는군.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부의 생각이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진에게 다가가더니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일단. 자네는 원래 예정된 하이 A로 가지 않는다.”
제리는 말을 덧붙였다.
“더블 A로 가게 될 거야.”
더블 A.
마이너리그에서 트리플 A가 더블 A보다 더 수준 높은 리그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미세했다.
더블 A 선수가 무조건 트리플 A를 거치고 나서 메이저리그를 밟는 것은 아니다.
더블 A에 소속이 즉각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는 것도 꽤 흔했다.
“난 자네가 거기에 있을 인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네. 아니! 확신할 수 있네! 그러니 가자마자 부숴버려라.”
상부고 나발이고 더는 그 누구도 입하나 뻥긋하지 못하도록.
“감사합니다. 감독님.”
“감사하긴. 궁금한 건 더 없나?”
“지금 당장 내려가면 될까요?”
“쉴 생각이 없구만.”
“어떻게 쉬겠어요. 부숴버리라고 하셨잖아요.”
“이틀 정도 쉬고 바로 내려가면 된다.”
도진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가지 질문을 더 하기로 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노력하는 편이 좋을까요?”
도진은 더블 A로 내려가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하루라도 빨리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제리 감독은 도진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지금 네가 가진 능력을 완벽히 네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미 시범 경기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차후에 메이저리그를 밟고 나서 막힐 시에 하나씩 추가해도 늦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보도록 해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른 시일 안에 만나면 좋겠구나.”
도진은 90도로 인사 후 방문을 나갔다.
제리 감독은 한참이나 도진이 나간 방문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다시 한번 저 아이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겠지.’
그렇게 도진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후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 5개월 후.
2037년 8월 25일.
에인절스에는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 *
에인절스 단장 페리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처리해야 할 안건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단장님! 조 케넌 감독님이 오늘 부상으로 빠진 선수를 대체할만한 선수를 올려달라고 합니다.”
“포지션은?”
“백업이 필요하다고는 하셨습니다. 이왕이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전천후 내야수면 좋겠다고.”
제리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났다.
정확히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본인이 제 발로 나갔다.
그 자리를 조 케넌 감독이 맡게 되었다.
“지금 에인절스가 디트로이트에 가 있던가?”
“그렇습니다.”
“감독은 참여하지 못하겠군.”
페리는 혀를 차더니 이내 말을 덧붙였다.
“승격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겠다. 당장 관계자들을 회의실로 올려.”
구단은 마이너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올릴 때 단장 혼자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스카우트 팀, 선수 개발팀 등등.
여러 전문가와 상의 후 고심 끝에 올린다.
페리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시를 내린 지 10분이 지나자 서둘러 회의실로 이동했다.
회의실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바로 시작하지.”
선수 개발팀 팀장은 준비해둔 A4 용지를 회의실 일원들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에인절스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는 알렉시스입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전천후 내야 백업 선수라 그의 빈자리는 꽤 큽니다.”
페리가 질문했다.
“지금 내야 백업 후보가 몇 명이나 있지?”
“5명 정도 됩니다.”
“많아서 다행이군. 그럼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는 것이 좋겠나?”
팀장은 손에 쥔 리모콘을 눌렀다.
준비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나타났다.
“단 고든. 이 선수 어떻습니까? 트리플 A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고 발도 빠르며 수비도 준수합니다.”
타율 2할 7푼에 도루도 20개나 기록했다.
에러 6개가 걸리긴 하지만 실보다는 득이 넘쳤다.
대부분 인정하며 넘어가는 분위기.
지금 에인절스 마이너리거 중에서 이 선수를 능가하는 선수가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턱에 손을 괴고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코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단 고든. 좋습니다. 하지만 그가 최선입니까?”
그 누구도 입을 뻥긋하지 않았다.
그사이에 단장이 물었다.
“누가 있지?”
“저라면 그냥 이 선수를 올리겠습니다.”
코비는 옆에 앉은 스카우트 팀 직원에게 USB를 건넸다.
USB 세팅이 끝나는 즉시 손에 쥔 리모콘을 클릭했다.
도진의 프로필이 나왔다.
“타율 3할 4푼 3리. 홈런 15. 도루 25. 방어율 1.88. 홀드 5. 세이브 20. 블론 세이브는 고작 1개이며 수비에서의 에러도 단 1개뿐입니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왔다.
단장 페리의 것도 포함이었다.
도진은 지금 더블 A를 말 그대로 부숴버리고 있었다.
저것이 어떻게 18세 선수의 성적이던가?
그렇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여기 모인 대부분이 도진을 메이저리그에 바로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그가 훌륭한 유망주라도 메이저리그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라고 다를까?
첫 풀 타임이 어디 그렇게 쉬운 법이던가?
하지만 결과를 봐라.
그는 자신들의 결정을 대놓고 비웃듯 마이너리그를 박살 내고 있었다.
마치 5개월 전 메이저리그에 올라갔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으리라는 것처럼.
페리는 선수 개발팀 팀장에게 물었다.
“킴을 올렸을 시 어떤 성적을 낼 것 같지?”
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야구는 데이터가 전부이며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 전부 산출해놨다.
하지만 도진은 그 데이터가 통하지 않는 선수였다.
페리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면.’
허망한 감정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진작 현장에 있는 제리의 말을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달라지는 건 없었겠지.’
코비와 제리만이 도진을 곧장 메이저리그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결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므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테지.
지금도 여전히 도진의 승격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곧 9월입니다. 40인 로스터로 확장되고 나서 킴을 올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굳이 지금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줄 필요가 있을까요? 확장 로스터 때 잠깐 써보고 내년 시범 경기에서의 성적이 좋을 시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페리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모두의 의견은 존중한다.”
그래도 두 번의 실수는 없다.
* * *
로켓시티 트래시판다스는 에인절스 산하 더블 A 구단이다.
감독 앤디 샤츨레이는 경기가 끝나자 도진을 호출했다.
도진은 사무실 문을 두들기고 들어갔다.
“감독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오늘도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앤디는 나날이 부쩍 성장하는 도진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퍼포먼스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으며 더블 A도 우습게 적응했다.
무엇보다 에인절스의 부탁으로 도진과의 면담은 굉장히 자주 진행했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 그게 절대 쉽지는 않잖아? 그래서 말인데.”
앤디는 시원섭섭하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눈을 부릅떴을 때.
그의 눈동자에 비친 감정은 진심 어린 축하였다.
“아쉽게도 너를 떠나보내고 우리가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할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도진은 설마. 눈빛으로 물었다.
앤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콜업이다.”
도진은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짐 싸서 유타로 이동하겠습니다.”
에인절스 산하 트리플 A 솔트레이크 비즈.
그 팀의 연고지는 유타였다.
앤디는 고개를 저었다.
“유타가 아니다. 더 위다. LA로 가라.”
에인절스는 18세 도진을 메이저리그로 콜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