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8화(18/400)
새로운 포수를 마주한 도진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하. 진짜 포수잖아?”
그리고 그 포수는 다름 아닌 마이크였다.
마이크와 대화를 나누던 도널드 감독은 도진을 발견하곤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킴. 잠깐 보지.”
도진은 발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거리가 좁혀지자 마이크와 눈이 마주쳤다.
도진은 마이크의 씨익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한테까지 꼭 숨겼어야 했나?’
오늘 수업 내내 어떤 포수일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마이크는 알고 있었으니까.
‘아주 재밌었겠어. 똥 마려운 강아지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왕창 비웃었겠네.’
하지만 도진의 입꼬리도 솟아올랐다.
자신 역시도 그의 야구부 입단을 누구보다 반겼으니까.
도진이 완전히 거리를 좁히자 감독은 흡족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킴. 그리고 마이크. 난 너희 둘에게 감사한다.”
도진과 마이크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자 감독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도진, 네가 미국에서 야구를 하게 된 계기가 마이크 덕분이라며? 그리고 마이크는 산타모니카와의 승부를 기점으로 야구부에 입단하겠다고 했고. 그러니 어찌 너희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금시초문이다.
물론 자신은 마이크 덕분에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감독님은 자신을 발견했으니까.
하지만 자신 때문에 마이크가 야구를 하게 됐다고?
마이크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도진의 등을 퍽퍽 쳤다.
“맞습니다. 저는 킴 덕분에 다시 야구를 하게 됐죠.”
도진은 무슨 대체 무슨 말이냐며 마이크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마이크는 대답할 마음이 없는 듯 웃으며 딴죽을 부렸다.
“말하기 싫은데?”
그 모습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감독이 도진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9:0에서 등판했음에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마음이 돌아섰다고 한다. 9:0으로 지는 상황에서. 심지어 체력 비축을 위한 패전 투수라면 어떤 선수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을 테니까.”
도진은 승패를 신경을 쓰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마이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팀의 사기를 높이는 건 팀원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도진이 했던 말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은 생각할 수도 없는 발상이었다.
그리고 도진이 자신의 말을 지키는 걸 보며 마이크는 다시 한번 야구를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왠지 너와 야구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난 즉시 야구부에 입단한 거야.”
“언질 좀 주지 그랬냐.”
“그럼 재미없잖아?”
도진은 아쉽다며 혀를 날름거렸다.
하지만 미국에서 제일 친한 친구이며, 포구마저 완벽한 친구의 합류는 희소식이었다.
도진은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그 역시도 마이크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양인지 솟아오른 입꼬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많이 좋아하시네.’
약점을 해결했으니 그렇겠지. FS의 포수는 약점이었으니까.
“그것만이 아니다.”
감독이 도진을 또렷이 쳐다보며 내뱉은 말이었다.
‘제 생각이 읽히세요?’
도진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뒤로한 채 감독은 솟아오른 광대를 유지하며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넌 몰랐겠지만, 마이크 화이트는 중학 시절 캘리포니아 최고의 포수였어. 그래서 학교는 2년간 마이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지.”
도진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봤다.
마이크는 도진의 시선을 여유롭게 무시했다.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는 다양한 혜택에도 끝까지 거절했다. 생각을 돌리지 않더군.”
그런데 그 생각이 돌아섰다.
도진 자신 덕분이란다.
도진의 어깨가 절로 으쓱했다.
“고맙냐?”
“딱히.”
젠장. 이럴 땐 친구 기 좀 살려줘도 되는 거 아닌가?
잠깐만.
도진은 미간을 잔뜩 구겼다.
감독의 말 때문이었다.
“엥? 그런데 정말로 마이크가 그렇게 대단한 포수예요?”
“산타모니카에서도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로 뛰어난 포수라네.”
다른 학교는 몰라도 산타모니카가 얼마나 대단한 학교인지 이제는 정확히 안다.
그런데 산타모니카에서 마이크를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라니.
마이크는 포구부터 이미 완벽했기에 자신도 눈독 들이고 있었지만.
‘그 정도였을 줄이야.’
물론 전부 믿지는 않았다.
이제 입단한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입바른 소리일 수도 있었으니까.
“근데 너 나랑 야구 처음 했을 땐 안타 하나 못 치지 않았나?”
“닥쳐. 방과 후 활동은 가볍게 즐기려고 대충했던 거니까. 그리고 난 너와 다르게 야구를 쉬지는 않았어. 방과 후 활동이라고 해도 꾸준히 트레이닝도 하고 실전 감각도 끌어 올렸으니까.”
혓바닥이 긴 걸 보니 무안타 실력 맞는 것 같은데?
물론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간 마이크가 욕 한 바가지를 쏟아낼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요즘 들어 마이크에게 욕을 참 많이 들었으니까.
감독은 잘 부탁한다며 도진과 마이크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 이왕 모인 김에 제대로 된 인사부터 하지. 그 후엔 곧바로 훈련에 돌입해야겠지?”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선수들은 싱글벙글 미소를 띠며 감독의 부름에 응답했다.
그들은 도진을 한번 쳐다보더니 마이크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야. 천군만마네.”
“갑자기 전력이 확 강해졌네?”
“이러다 진짜 플레이오프 가겠는데?”
감독은 선수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고는 마이크의 어깨를 톡톡 도닥였다.
“자기소개해야겠지?”
마이크는 지체하지 않았다.
“마이크 화이트. 3학년. 우투 스위치. 포지션은 포수. 최선을 다해 FS가 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함께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초청받고 싶다.”
소개가 끝나자 선수들의 환호는 이어졌다.
“캘리포니아 최고의 포수 유망주!”
“드디어 왔구나! 기다렸다고!”
“2년간 꼬셔도 꿈쩍도 안 하더니. 지금에라도 잘 왔어.”
손뼉 소리가 실내 연습장을 가득 메웠다.
도진도 덩달아 미소를 띠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감독은 도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킴. 왜 남 일처럼 가만히 있는 거지?”
“저, 저도 해요?”
당연한 소리를.
감독, 그리고 관중처럼 앉아있는 선수들.
거기에 자신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마이크의 표정은 일치했다.
‘젠장.’
아니. 굳이 해야 하나?
여기 있는 선수들은 이미 자신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
자기소개는 기본이며 자신을 어필할 최고의 수단이었다.
물론 자기소개를 못 해서 머뭇거렸던 건 아니었다.
학교 입학 후. 자기소개는 수없이 해왔다.
‘어렵지는 않지.’
도진은 호흡을 크게 들이마신 후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었다.
“도진 킴. 우투 우타. 포지션은.”
호흡을 고른 도진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Two way player(투타 겸업). 그리고 FS 야구부를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까지 이끌고 갈 한국인이다.”
미국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도진도 이번만큼은 자신감을 마음껏 뽐냈다.
* * *
투수 코치는 도진과 마이크를 따로 불렀다.
“오늘 너희가 할 일은 훈련이 아니다.”
마이크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진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저희는 뭘 하면 되나요?”
코치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바로 운동 능력 테스트다.”
신체 능력 테스트?
그런 걸 왜 하는 거지?
야구 선수가 야구 훈련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코치는 도진의 표정을 잃고는 눈을 번뜩였다.
“신체 능력 테스트는 중요하다. 때로는 이 테스트로 포지션이 정해지기도 한다. 이미 이곳에 있는 다른 선수들은 전부 테스트를 끝마쳤다. 다른 학교들도 다 진행하는 것이니 상심하지는 말도록.”
포지션까지 정할 수 있다고?
한국에서는 경험이 없었던지라 여전히 의문이었다.
하지만 코치는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마음의 불씨를 지피는 방법을 알았다.
“신체 능력은 중요하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결국 어떤 스포츠에서도 성공하기 마련이다!”
코치의 한마디에 도진과 마이크의 동공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조건 좋은 기록을 받겠다.
그리고 함께 시험을 보는 옆 경쟁자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며.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신체 능력 테스트는 총 5코스로 나뉜다. 그중 하나인 근력 테스트는 나중에 개별적으로 진행하겠다.”
그러니 4가지 코스로 진행한다고.
민첩성, 속도와 가속도, 유연성 그리고 체력 테스트였다.
첫 번째는 민첩성 테스트는 콘 드릴로 진행되는 듯했다.
사각형으로 세워둔 콘을 세워둔 뒤, 처음에는 빠르게 내달려 첫 콘에 도착하고, 그 후 사이드 스텝으로 다음 콘까지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사각형을 그려 원래의 자리에 도착하는 테스트로 순발력과 반응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네가 먼저 해라.”
도진의 말에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음흉한 미소를 남겼다.
“너 할 줄 모르지.”
쩝. 그래. 모른다. 그러니 미국이 홈인 네가 먼저 시범 좀 보여줘라.
도진의 부탁에 마이크가 선뜻 먼저 민첩성 테스트에 응했다.
마이크는 제일 가까운 콘 앞에 섰다.
코치가 휘파람을 불자 마이크는 일직선에 있는 다음 콘까지 전력 질주했다.
그러고는 게처럼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다음 콘으로 이동했고. 또다시 전력 질주와 사이드 스텝을 반복했다.
막상 마이크의 시범을 보아하니 딱히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거였지.’
휘슬이 울렸다.
이제는 도진의 차례였다.
도진도 이를 악물고 전력 질주했다.
마이크를 이겨서 놀리고 싶었다.
콘 앞에 도달했을 땐 금세 다리를 벌려 사이드 스텝을 진행했다.
그리고 테스트가 끝났을 땐.
서로는 승리를 확신하며 노려봤다.
“마이크 10.22초!”
“킴! 9.88초!”
코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마이크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봤냐?”
“민첩성은 인정. 하지만 승부는 이제 시작이야.”
무릇 고등학생이라면 별것도 아닌 걸로 불이 붙곤 하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음은 50m 달리기로 속도와 가속도를 측정했다.
“마이크 50m. 6.47초.”
“킴. 50m 5.59초.”
도진은 이번에도 주먹을 불끈 쥘뻔했다가 마이크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표정에 금세 숙연해졌다.
지금 건드리면 X된다. 오감이 자신에게 그렇게 일렀다.
도진은 마이크의 어깨를 살포시 도닥였다.
“힘 관련된 테스트였으면 네가 이겼겠지.”
물론 마이크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2개의 테스트가 남아 있다.
어떻게서든 2번 다 승리를 해 동률을 맞추겠다며 승부욕을 뿜어냈다.
하지만 도진은 4승 0패로 모든 테스트에서 마이크를 압도했다.
유연성은 상대도 되지 않았으며, 유일한 희망이었던 오래달리기 측정에서마저도 도진에게 크게 뒤졌다.
마이크는 상심했고, 도진도 같이 상심했다.
‘젠장. 이겼어도 놀리질 못하겠어.’
자신은 여태껏 마이크의 놀림을 매일 같이 받아왔다.
하지만 운동선수 앞에서 운동에 관해 놀린다는 건.
‘내 무덤을 내가 파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그렇기에 입을 꾹 다물고 눈알만 굴리며 마이크의 눈치를 살폈다.
“킴. 그리고 마이크. 잠깐 와보지.”
숨 막히는 정적은 감독의 호출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도진은 마이크에게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키고는 함께 감독 앞에 섰다.
“신체 능력 테스트에 관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간이로 테스트한 것으로 이 테스트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신빙성은 있다.”
감독이 운을 떼는 순간에는 마이크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지만.
신빙성이 있는 테스트라는 말에 다시 침울해졌다.
도진은 그 광경이 웃겼지만, 이를 악물고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감독은 마이크의 결과를 먼저 읊었다.
“마이크 상심할 필요 없다. 네 기록은 야구부 내에서도 초 상위권이다.”
그것도 무려 3위란다.
“이 정도의 운동 능력이면 캘리포니아에서도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나 근력과 관련된 테스트는 배제했음에도 말이다.”
마이크의 체격은 다부지다.
도진도 그만큼의 체격을 보유하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도 앞선 테스트에서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것까지 밝혀졌다.
마이크의 표정이 풀린 것도 그때였다.
“들었냐? 내 운동 능력은 초 상위권이란다. 근력 관련 테스트가 없는데 말이지.”
하지만 의기양양하던 마이크는 금세 허탈해졌다.
“잠시만요. 제가 초 상위권이면 이 새끼는요?”
마이크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자신보다 압도적인 기록을 보인 도진은 도대체 어떤 평가가 내려질 것인가.
물론 도진은 마이크의 말에 미간을 잔뜩 구겼다.
‘이 새끼라니. 너무 심하잖아.’
도진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 원래 운동하는 애들이 다혈질이 꽤 많다. 그래도 졌다고 대놓고 이 새끼는 좀 아니지 않나?
감독은 마이크의 어깨를 톡톡 도닥이더니 이내 도진의 결과를 발표했다.
“솔직히 이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킴의 기록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록이니까.”
캘리포니아주 역대 1위.
“더 나아가 미국 전역에서 초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운동 능력이다.”
물론 고등학교 한정이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다.
“고등학생들은 신체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이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이크를 위로해주기 위한 말이었다.
감독은 마이크의 어깨를 도닥이는 동시에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미국은 뛰어난 재능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이다.
아니.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다 모인다는 스포츠 세계가 바로 미국이다.
MLB, NFL, NBA에 입성하는 선수들은 저마다 탈 인간급의 운동 능력을 보유했다.
그리고 마이크도 그 선수들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절대 뒤처지는 기록이 아니었다.
‘그저 킴의 기록이 말도 안 되는 거지.’
감독은 도진 하나만으로 FS 야구부의 운영이 다채로워진다는 사실까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이런 운동 능력이라면 투수, 타자는 물론, 수비면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야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
다양한 작전이 난무하는 야구판에서 그의 다재다능함은 무조건 빛을 볼 테니까.
심지어 그는 아직 완전한 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뿜어낸 그의 운동신경은 탈 인간급이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훈련을 진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기록을 보유하겠다는 말도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