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81화(181/400)
필드에 도착한 도진은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가 다른 것 같네.’
주위를 훑어보았다.
죄다 유명인들뿐이다.
‘정말 메이저리거가 됐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긴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스프링 캠프에서의 경험 때문에도 그랬고.
자신 역시 그때보다 한결 나아진 실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어이. 너 그동안 몸 어떻게 풀었냐?”
호세의 질문에 도진은 즉각 대답했다.
“스트레칭 후 라이브 배팅했죠.”
“타자와 크게 다르지 않네?”
“네. 가끔 어깨가 너무 굳었다 싶을 때는 라이브 피칭도 진행했습니다.”
“그래. 그럼 넌 계속해서 타자 조에 있는 게 낫겠다. 몸부터 풀자.”
가벼운 스트레칭을 끝으로 라이브 배팅이 시작됐다.
당연히 막내였던 도진의 순번은 제일 마지막이었다.
‘역시. 시즌 중의 메이저리거들은 다르긴 하네.’
더블 A 선수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였으며, 스프링 트레이닝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몸 상태가 완벽했다.
타구를 쭉쭉 뽑아내는 것이 확실히 다른 레벨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놀라 자빠졌겠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았다.
‘나도 충분히 잘할 수 있거든.’
저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프링 트레이닝 후 메이저리그에 남았어도 좋았겠지만, 더블 A에서의 경험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한테는 도움이 됐어.’
만약 그때 메이저리거가 되어 풀 타임을 뛰었다고 한들, 부진이 이어졌다면 1순위로 내쳐졌을 테니까.
이제는 더블 A를 폭격했던 덕분에 다소 부진해도 바로 강등당할 일은 없겠지.
더욱이 몇몇 확고한 주전 선수를 제외하면 자신과 입지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니까.
‘문제는 경기를 뛰는 건데.’
백업으로 콜업이 됐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당장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에게 오게끔 하려면 연습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때마침 호세가 타석에 들어섰다.
따-악!
거대한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그 후 타격을 끝마친 호세가 배팅 케이지를 벗어나자 도진은 수건을 건넸다.
“어마어마한 타격이네요.”
호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전에서 이런 타격이 나와야 하는데. 요즘 눈이 침침해서 그런가? 공이 잘 안 보이더라고.”
원래 공을 보고 치기보다는 그냥 힘으로 넘겼잖아요?
도진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도진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배팅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애송아. 10개만 넘겨라.”
20구가 예정된 라이브 배팅.
도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연습은 익숙하다.
여기서 모난 모습을 보일 일은 없었다.
‘가보자.’
공은 던져졌다.
따-악!
경쾌한 스윙은 초구부터 담장을 넘겨 버렸다.
배팅 케이지 앞에서 초구를 지켜본 호세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 초구부터 나쁘지 않네?”
도진은 미소로 대답 후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2구, 3구에도 담장을 그대로 훌쩍 넘겨 버리자 호세는 두 눈을 끔뻑였다.
‘뭔가 달라졌는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메커니즘? 아니면 몸이 조금은 더 자라 힘이 붙은 것일까?
호세는 고개를 저었다.
‘몸도 메커니즘도 그대로다.’
호세는 도진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쉽게 해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붙었구나.’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도진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처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어엿한 메이저리거였다.
멘탈 스포츠라고도 불리는 야구에서는 그 마음가짐만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결과적으로는 더블 A로 내려간 것이 잘된 거네.’
도진은 라이브 배팅에서 에인절스 타자 중 누구보다 깔끔한 타구를 뽑아냈다.
* * *
연습을 지켜보던 조 캐넌 감독이 타격 코치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누구지?”
“이번에 콜업된 선수입니다.”
조 캐넌 감독의 미간이 구겨졌다.
“새파랗게 어려 보이는데?”
타격 코치는 입을 오물거렸다.
“어리긴 합니다.”
“몇 살이지?”
“18살이요.”
허! 조 캐넌 감독은 실망감이 잔뜩 실린 탄성을 짧게 내뱉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무리 백업 선수를 보내달라고 했을지언정 18살 선수를 올린다고?
조 캐넌 감독은 아직 도진의 프로필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정보는 제로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작년 감독직에서 물러난 그는 1년 반의 휴식을 거쳐 에인절스로 복귀할 때까지 야구를 일절 접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만의 휴식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흠. 타격 자체는 나쁘진 않은데.’
침음을 끝낸 조 캐넌 감독은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훑었다.
어차피 라이브 배팅일 뿐이다.
라이브 배팅은 선수들의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자 배팅 볼을 쳐대는 것이다.
라이브 배팅에서 잘한다고 타격에서 무조건 잘한다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도진의 배팅이 끝이 났다.
20개의 공 중 11개를 담장을 넘겼다.
담장을 넘기지 못한 나머지 9개의 타구 중에서도 4개는 담장을 맞췄다.
훌륭한 성적이었음에도 그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 그리고 작년 스프링 트레이닝에도 참여했던 선수입니다.”
타격 코치의 말에 조 캐넌 감독의 눈썹이 꿈틀댔다.
“18살인데?”
“단순히 참여만 한 게 아닙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좋은 활약도 펼쳤습니다. 물론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요.”
의외의 소식이었음에도 조 캐넌 감독은 감흥이 없었다.
원래 이따금 스프링 트레이닝을 씹어 먹은 선수들이 간혹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도 전부 잘하나?
그건 아니다.
오히려 대차게 망해서 바로 강등당하는 경우를 여럿 봐왔다.
특히나 조 캐넌 감독은 벌써 올해로 메이저리그 감독이 15년 차였다.
마이너리그 경력들까지 포함한다면 2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러므로 결코 그 선수의 지금 모습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18살이란 나이는 여전히 걸렸다.
‘18살에 메이저리거가 됐던 게 누가 있더라?’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18세의 나이에 0.204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해 곧바로 강등당했다.
물론 2년 후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브라이스 하퍼는 또 어떻고.’
한때 18세로 메이저리그 직행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도 결국 19세의 나이에 데뷔했다.
그만큼 야구에서 1년의 격차는 감히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
더군다나 나이가 어릴수록 신체적인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도진도 운동 좀 한 18세의 몸을 갖췄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들에 비하면 평범한 측에도 끼지 못했다.
야구는 피지컬도 중요한 법이다.
물론 피지컬을 무시하고 훌륭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몇 있었지만, 그래도 피지컬 좋은 선수들을 선호한다.
“저 아이는 three way player입니다.”
조 캐넌 감독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투수와 타자 거기에 수비까지. 전부 할 줄 압니다. 구단은 저 선수를 저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투수까지 할 줄 안다고?”
“그렇습니다.”
“어떤 공을 던지지?”
“100마일의 패스트볼이 일품입니다. 변화구에 약점이 있었지만, 캠프 막바지에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긴 하죠.”
조 캐넌 감독의 눈이 번뜩 뜨였다.
“100마일이라고?”
“네. 그것도 싱커입니다.”
허! 조 캐넌 감독은 짧게 신음했다.
솔직한 말로 재능 자체는 있는 선수다.
타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재능이 완벽하게 개화한 것인가?
그건 절대 아니다.
물론 고작 라이브 배팅만 보고 속단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것은 안다.
‘메이저리그가 무슨 역사가 부족한 변방 리그이던가?’
100년이란 시간을 훌쩍 넘긴 최고의 리그였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까지 그 데이터를 기반해 선수를 운용해 왔고 결과도 좋았다.
‘차라리 9월에 올렸으면 한번 써봤을 수도 있을 텐데.’
그는 8월에 올라왔다.
확장 로스터로 메이저리그를 밟게 된 선수가 아닌 진짜 메이저리거였다.
‘구단이 정신이 나갔군.’
성적이 매번 바닥에 곤두박질치니 특이한 업적을 달성해 관심이라도 끌 생각인가?
물론 100마일의 패스트볼. 더군다나 싱커라면 경쟁력 있는 것은 사실.
그런데 100마일을 던진다고 전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다면 또 모를까.
‘실패 사례도 수두룩하지.’
조 캐넌 감독은 도진을 다시 한번 위아래로 훑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매서웠다.
* * *
에인절스는 뉴욕 메츠와의 3연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도진은 벤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 오늘 경기에는 나가기 힘들겠지.’
도진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 에인절스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지구 꼴찌라는 상실감은 팬들만 가지는 것이 아닌 선수와 구단도 책임을 통감한다.
‘18세를 올려서 관심 몰이를 하는 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거절하기보다는 거머쥘 준비는 되어 있었으니까.
도진은 양손으로 몸을 쓸어내렸다.
‘아직 체력적 여유는 있어.’
누구보다 돋보이고자 스프링 트레이닝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선수라면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지만, 구단은 자신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했다.
몇몇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장거리 원정 경기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해버리더니 휴식까지 줬다.
‘컨디션도 좋고.’
하지만 선수 기용은 언제나 감독의 몫이다.
이미 조 캐넌 감독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들었던지라.
‘기대하지 말자.’
하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 법이던가?
선수는 뛰었을 때 제일 빛나는 법이다.
경기는 어느덧 8회를 앞두고 있었다.
스코어는 8:2.
‘점수도 애매하네.’
6점 차.
8회인 점을 생각하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점수다.
하지만 야구는 이따금 단 1회에도 10점씩 낼 수도 있다.
‘일단 기다려보자.’
8회 초. 뉴욕 메츠는 3점을 더 다라나 6점 차에서 9점 차가 되었다.
하지만 조 캐넌 감독에게서 별다른 액션은 없었다.
‘이 정도면 몇몇 선수 정도는 교체해줄 만하지 않나?’
8회 말도 무득점으로 끝이나 9회 초를 맞이했다.
도진은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오늘 경기 내내 이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오늘은 물 건너갔구나.’
도진의 예상대로였다.
몸도 풀지 못했으니 투수로 등판하는 것은 이미 글러 먹었다.
9회 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는 유일한 희망도 그대로 뭉개졌다.
‘진짜 당분간 출전하기 힘들겠는걸?’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타격 코치가 다가왔다.
“킴. 오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옷 갈아입고 사무실에 들르도록.”
감독과의 면담이었다.
도진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 앞에 서서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면담이라.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보이는데.’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하겠지.
적어도 8월 내내 뛰지 못할 수도 있다.
질문이 이렇게나 예상이 되는데 굳이 잠자코 듣기만 할 수 있겠는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감독님의 생각을 돌릴 수 있으려나?’
생각을 정리한 도진은 피식 웃고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미소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거머쥐어야 하는 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