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83화(183/400)
불펜의 문을 열고 새파랗게 어린 선수가 등장하자 해설의 목소리에 활기가 띠었다.
[오? 이게 도대체 누구죠? 제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51번을 단 에인절스의 메이저리거 도진 킴. 마운드에 오릅니다.] [에인절스 팬이라면 이 선수를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작년 에인절스가 뽑은 1라운더 선수죠. 잘못 들으신 것이 아닙니다. 작년! 드래프트 1라운더입니다.]해설은 도진의 프로필을 확인 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18세 315일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와우. 이 또한 새로운 기록이겠네요.] [그렇죠. 근 33년 만에 18세 메이저리거의 재탄생이니까요. 더욱이 예전과는 다르게 현대 야구에서는 절대 보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어요.] [시청자들도 적잖게 놀라셨겠지만,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엄연히 메이저리거입니다. 스윕을 앞둔 경기에서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고 등판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제 20년 해설 경력에 18세 메이저리거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라 예상이 힘듭니다만, 기록으로 얘기해볼까요? 이번 시즌 더블 A를 폭격했기 때문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의 포텐만 놓고 본다면 구원 등판한 선수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믿음직스러울 겁니다. 유망주 랭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는 에인절스 유망주 랭킹 1위까지 올랐습니다. 종합 랭킹은 52위였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가 아닙니까?] [그렇죠. 아마 그가 더블 A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면? 52위가 아닌 한 자릿수 랭킹이 되었을 겁니다.]도진의 등판에 에인절스 SNS는 활활 타올랐다.
-서프라이즈 뭐냐고!
└18세 메이저리거라니!
└구단이 옳은 선택을 했네. 어차피 망한 시즌 킴을 키우는 선택은 칭찬받아 마땅해.
└나도 인정한다. 물론 너무 어린 나이부터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랐다가 두들겨 맞고 무너진 선수들도 있긴 한데. 지금 에인절스는 이게 최선이라고 본다.
└애당초 올 시즌 초부터 메이저리그에 직행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었어.
└늦었다고 보는 게 맞지. 그래도 기분이 이상하긴 해. 저 반들반들한 피부 봐라. 아기가 따로 없네.
└작년까지 고등학생이었던 아이가 벌써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다니. 마이크 트라웃이 19세 335일에 데뷔했어. 그보다 1년하고 20일이나 더 이르다고?
└괜찮을까? 아무리 봐도 너무 어린데?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이미 물은 엎질러졌는데.
└이 새대가리 놈들. 킴이 어떤 선수였는지 그새 까먹었나 보네? 말해 뭐 해. 그냥 지켜봐라.
메이저리그 경기를 챙겨보는 한국인 팬들에게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16회까지 가는 연장전 덕분에 경기는 오로지 에인절스와 메츠 경기만이 남아 있었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금 에인절스 마운드에 오른 선수 한국인이야?
└한국인이 에인절스 마운드에 왜 오름?
└개 소리를 아주 정성껏 지껄이네. 신종 어그로인가?
└김도진. 한국인 맞음.
└아니 ㅅㅂ. 이왜진?
└진짜 한국인이네? 쟨 도대체 누구냐? 언제 영입함?
└소식 좀 듣고 살아라. 에인절스 팬이면서 김도진을 모른다고?
└에인절스 팬 아닌데? 그냥 남은 경기가 저것밖에 없어서 보는 건데?
└토토충이냐? 아니면 분탕? 확실한 건 한국 역대급 유망주를 모른다고?
└역사적인 순간에 싸울 때냐? 18세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고? 역사상 최초 아니냐? 오늘만큼은 그냥 잘하길 기도하자.
그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도진은 아랫입술을 꽉 씹었다.
계속해서 슬금슬금 치솟는 입꼬리를 제어하기 위함이었다.
‘좋아. 가볼까?’
* * *
5개의 연습 투구를 끝내자 호세가 마운드에 올랐다.
“어이.”
“넵.”
“결국 이렇게 데뷔하는구나. 한편으로는 우리 감독님이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서 다행이고.”
“천운이네요.”
“연장전이 아니었다면 네가 데뷔할 일은 없었겠지만 뭐 굳이 신경 쓸 거 있나? 이미 데뷔해버렸는걸. 긴장은?”
호세는 도진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괜한 질문이었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로 보아 긴장되는 것 같아요.”
“긴장은 무슨. 너 즐기고 있잖아?”
“아닌데요. 심장에 손대보실래요?”
진짜로 심장은 사정없이 뛰어대고 있었다.
대신 이것이 긴장 때문인지 희열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건 됐고. 내 사인이나 잘 따라라.”
“패스트볼만 던지는 건 아니죠? 데뷔전 망치고 싶지 않아요.”
호세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내가 네 데뷔전을 망치겠냐? 같은 메이저리거가 됐다고 동급인 줄 아나 보네?”
“그런 말은 한 적 없습니다.”
호세는 도진의 어깨를 툭 치고는 등을 돌렸다.
“생에 둘도 없는 데뷔전이다. 멋지게 마무리해보자.”
홀로 마운드에 남겨진 도진은 심호흡을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하지만 전신에 흐르는 전율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에인절스 홈 경기에서의 데뷔전이다.
팬들은 목 놓아 자신의 성을 외치고 있었다.
이뿐만이라면 모를까.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야.’
정말로 꿈이 이루어졌는데 어찌 평온할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지금 당장은 투구가 힘들 정도로 몸이 꽝꽝 굳어 있었다.
도진은 혀를 날름거리며 침음했다.
‘고작 메이저리그 데뷔로 만족할 거 아니잖아?’
자신에게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최종 꿈이 있다.
고작 데뷔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일단 눈앞에 있는 난관부터 헤쳐 나가볼까.’
감독의 눈에 드는 것이 먼저다.
이번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만 한다면, 자신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에 틈이 생길 것이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힐끗 쳐다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렇게 무서웠는데.’
혹시 호세의 말마따나 정말 같은 메이저리거가 돼서 그런 걸까?
두렵다는 느낌은 없었다.
‘지쳐 있는 상대에게 질 수는 없지.’
떨림이 멈췄다.
사인도 나왔다.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도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상대를 힘으로 확실히 짓누를 수 있을 때 던져야만 하는 투구.
18세 선수가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던질 법한 초구는 아니었다.
‘경기 끝나면 시끌시끌하겠네.’
생각을 끝낸 도진은 지체없이 발을 들어 올렸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자 자연스레 흡! 기합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손을 떠나 한복판으로 향하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나왔지만.
역회전이 잔뜩 걸린 투구는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우측 아래로 크게 휘어져 나갔다.
부웅.
퍼억.
“스트라이크!”
도진은 무뚝뚝하게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공을 돌려달라는 의미였다.
물론 그사이에 타자의 얼이 나간 표정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큭.”
도진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강제로 삼켰다.
누군가 이 인위적인 웃음소리를 들었다면 비열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도진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내 공이 빅리그에서도 통하는데 좋아하지 않고 배겨?’
호세의 사인은 하이 패스트볼.
도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체없이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공은 타자의 눈높이로 향했다.
다소 높았음에도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눈높이로 날아오는 투구는 배트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몸이 절로 반응했으니 말이다.
“스트라이크 투!”
다음 사인은 체인지업이었다.
도진은 망설임 없이 와인드업했다.
이미 자신감이 붙어버린 그의 앞을 막을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초구와 같은 코스로 향하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나왔지만.
투구는 그의 배트가 한참 전에 지나간 자리를 여유롭게 통과해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아웃!”
도진은 데뷔전 첫 상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작되었다.
* * *
[킴!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그는 자신이 왜 에인절스 랭킹 1위인지에 대한 이유를 이 큰 무대에서 직접 증명하고 있습니다.] [초구부터 예사롭지 않았잖아요? 100마일의 하드 싱커는 타자의 몸쪽으로 시원하게 꽂힙니다.] [어디 칠 테면 한번 쳐봐라. 루키가 가질 수 있는 패기죠! 더군다나 체인지업은 또 어떻고요. 무려 92마일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괴물 선수입니다.] [장담 한번 해봐도 되겠습니까? 오늘 킴의 데뷔전은 완벽할 것으로 보입니다.]해설의 예언 그대로였다.
이미 지친 타자들의 스윙은 도진의 투구를 스치지도 못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총 10개의 공을 던져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를 벗어났다.
도진을 기다리던 호세는 미트를 들어 올렸다.
“나쁘지 않네.”
“리드 좋았습니다.”
호세는 입술을 빼쭉 내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가리가 좀 큰 것 같은데 말이지.”
하지만 그는 이내 피식 웃고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도진의 무실점 데뷔전을 축하했다.
누구는 엄지를 치켜세웠고 누구는 휘파람을 불었다.
또 다른 누구는 직접 도진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그중에서도 착잡한 심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던 한 명이 있었으니.
조 캐넌 감독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쁘진 않군.’
아무리 16회 말이라지만 데뷔전이다.
18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 경기만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당장만 놓고 보자면 그의 투구에 매료된 것도 사실.
제구는 준수했으며, 구위와 구속은 더할 나위 없었다.
‘본인이 직접 메이저리그에서 뛸만한 수준이라고 하더니.’
저런 선수를 그저 어리다고 쓰지 않는다면?
감독으로서 실격이었다.
처음에야 그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했지만, 저렇게 증명해버리는 데 더는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솔직히 지금 에인절스의 불펜 한자리를 꿰차도 충분해.’
불펜이 굳이 필승 불펜만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 불펜에서도 보직은 여럿 있었다.
저 정도의 투구면 어떤 상황에서 충분히 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를 주전으로 기용하기엔 여전히 애매하다.
그의 보직은 투타 겸업이었으니 말이다.
옆에 있던 수석 코치가 입을 열었다.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선수죠? 솔직히 그의 외견을 보면 편견이 들 수밖에 없는 걸 압니다. 누구나 그랬는걸요. 저 역시도요.”
전임 감독도, 코치들도 그리고 선수들도 그랬다.
더군다나 에인절스 구단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도진을 마이너리그로 내린 것이었다.
조 캐넌 감독은 입맛을 다시며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역시나 어리다.
‘마치 은퇴를 앞둔 선수의 아들이 더그아웃을 방문한 느낌이 들 만큼.’
16회 말. 에인절스의 선두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섰다.
18세 메이저리거의 등장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은 지금.
여기서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오늘 경기 길어질 것이다.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 리스트를 확인 후 도진을 불렀다.
“헤이. 킴.”
도진은 즉각 감독 앞에 섰다.
“대타로 나간다.”
16회 말. 투 아웃.
도진은 타석에 서게 됐다.
그리고 그는 생에 둘도 없을 완벽한 데뷔전을 장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