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84화(184/400)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바뀐 투수를 힐끗 쳐다봤다.
‘메츠는 지금 와일드카드를 다투고 있었지.’
저들은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할 때다.
무승부가 없는 메이저리그는 연장전이 길어지면 타자를 마운드에 올린다.
투수들의 체력을 아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한 경기가 아쉬운 메츠는 이번 경기도 승리를 챙겨가고 싶을 터.
‘반대로 우리 에인절스는 플레이오프가 멀어졌지.’
나머지 경기를 전승한다면 또 모를까.
이미 시즌도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꼴찌인 에인절스 선수들이 의욕을 불태워 연승을 달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난 내 밥그릇부터 챙긴다.’
남은 시즌까지 한 달 남짓.
주전으로 올라서는 게 1차 목표였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지만, 여전히 파리 목숨이다.
당장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강등당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긴장으로 인한 떨림은 없다.
상대 투수가 이름난 투수가 아니라서?
‘아니. 누가 마운드에 섰다고 한들 똑같아. 조엘 오스틴이어도 다르지 않아.’
이미 마운드에서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나도 이제는 동등한 메이저리거잖아.’
여태껏 메이저리거들을 동경해오지 않았던가?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과 동등하지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초구. 공은 던져졌다.
바깥쪽으로 향하는 투구는 90마일 남짓. 충분히 보고 칠만한 구속이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2구는 떨어지는 변화구.
“볼.”
도진은 배트를 참아내며 카운트를 동등하게 맞췄다.
그리고 대망의 3구.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도진은 이를 악물고 배트를 휘둘렀다.
망설임 따위 존재하지 않는 그의 스윙은 정확히 공을 갖다 맞추었고.
따-악!
스위트스폿에 맞은 타구는 투구를 쪼개버리는 듯한 타구음을 생성했다.
투수는 즉각 고개를 떨궜다.
팬들은 훨훨 날아가는 타구에 시선을 고정한 채 환호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도진은 헬멧을 눌러 쓰며 미소를 가리고는 배트를 살포시 옆으로 던진 후 베이스를 돌았다.
* * *
[정말 보고도 믿기지 않는 데뷔전입니다. 1이닝 무실점 3삼진으로는 아쉽다는 듯이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이보다 완벽한 데뷔전이 있었을까요? 메이저리그는 또 다른 슈퍼스타의 탄생을 맞이하는 순간입니다.]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도진이 2루에 도달할 때까지만 해도 기립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할 때는 그의 성을 연호했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전부 홈 플레이트 부근에 모여 있었다.
원래 신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첫 홈런을 기록하면 축하에 동참하기보다는 외면해버리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무려 경기를 마무리 짓는 끝내기 홈런이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홈 플레이트를 밟자마자 물세례를 받았다.
헬멧을 사정없이 두들겨대는 세레모니는 덤이었다.
조 캐넌 감독은 뒤늦게 선수들을 정렬시켰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빨리 마무리하자. 그리고 킴은 가서 헤드셋 써라.”
수훈 선수 인터뷰였다.
도진은 정신없는 세레모니에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헤드셋을 썼다.
그 즉시 해설의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킴! 축하드립니다! 정말 멋진 데뷔전이었어요. 소감을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치렀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여전히 꿈만 같습니다.”
도진은 볼을 꼬집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통증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꿈은 아니네요.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인터뷰를 조금 더 끌고 나가고 싶습니다만, 시간상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12시를 훌쩍 넘겨 늦어도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도진은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고는 헤드셋을 벗었다.
더그아웃으로 복귀했을 땐 감독의 전언이 들려왔다.
“다들 고생 많았다. 내일. 아니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 연습에서 보도록 하지.”
에인절스는 하루 쉬고 홈 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의 전언이 떨어지자마자 흩어졌다.
호세만큼은 도진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쌌다.
“좋냐?”
“좋죠.”
“나였어도 좋을 것 같다. 어쨌거나 씻고 가서 푹 자라.”
샤워를 끝마치고 경기장을 벗어난 도진의 앞길을 막는 이들이 있었으니.
도진은 익숙한 얼굴들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주인공. 이제 나왔네?”
“도진아! 정말 고생 많았어!”
마이크와 하리였다.
도진은 서둘러 둘의 앞에 섰다.
“뭐야? 여긴 어쩐 일이야?”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하자 하리가 대신 대답했다.
“아직 방학이잖아. 응원하러 왔지.”
“경기가 평소와 같았다면 출전하지 못했을 텐데. 왜 그랬어.”
“그래도 결국 출전했잖아?”
마이크도 도진에게 다가가 팔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렸다.
도진은 마이크의 팔을 맞잡았다.
“고생했다. 넌 데뷔전도 참 화려하게 치르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번만큼은 확실히 운이 맞지. 다 죽어가는 상대로 등판했으니.”
“그렇지?”
마이크는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부럽다. 결국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니까. 하여튼 메이저리그 데뷔 축하한다. 내일 데이 오프잖아? 가볍게 뭐라도 먹으러 가자. 네가 사라.”
“좋지. 뭐 먹을래?”
그러자 그때.
누군가 뒤에서 도진의 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그 전에 제게 10분만 시간을 내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에도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에 도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캐서린 기자님.”
* * *
캐서린은 도진을 벤치로 데려갔다.
인터뷰를 짧고 굵게 끝내기 위함이었다.
“저와의 약속을 기억하셨나 봐요?”
“저 약속 막 어기는 사람 아니에요.”
캐서린은 피식 웃었다.
“수훈 선수 인터뷰는 하시던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캐서린은 장난이었다며 팔꿈치로 도진의 팔을 슬쩍 밀었다.
“농담이에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해요. 일단 이번 달 표지 모델은 킴이 될 거예요.”
“네?”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왜요? 싫으세요?”
“아니. 제가 표지 모델 해도 되나요?”
아마추어 선수들 위주로 다루는 잡지사가 아니었나?
“섭섭하네요. 저희 잡지 안 읽으시죠?”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이미 예상하였으니까요. 캘리포니아 베이스볼 매거진은 캘리포니아 전역의 야구 소식을 전부 다루죠. 당연히 메이저리그도 포함입니다.”
“그, 그렇군요.”
“물론 메이저리거 소식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그렇지 못해 잡지 내 아마추어 기사의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요.”
하지만 18세 메이저리거의 탄생이다.
이런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소식을 전하겠는가.
“오늘은 형식적인 질문만 몇 개 할게요. 기분이 어떠세요? 야구 선수의 꿈은 곧 메이저리거잖아요.”
“저 역시도 메이저리거가 꿈이었어요. 그 꿈을 이루게 돼서 얼떨떨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겠지만요.”
캐서린은 도진의 대답을 기록 후 질문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직행 소식도 있었는데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었죠. 그땐 기분이 어땠어요?”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마이너리그를 밟았던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일단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요즘 마이너리거들의 처우도 좋아졌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에요. 고등학교보다 더 힘들잖아요?”
“그건 맞아요. 첫 원정 경기는 곤욕이었어요. 버스에서 5시간 정도 있었더니 멀미도 했고 허리도 아프더라고요.”
“허리가 아픈 채로 경기에 나섰지만, 씹어 먹을 정도로 마이너리그는 킴이 설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네요?”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설마요.”
“농담이에요. 지금 뉴스나 SNS도 전부 킴에 대한 얘기로 불타고 있는 거 아세요?”
“그, 그런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캐서린은 그럴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얘기해주시겠어요? 킴은 캘리포니아 출신이라 팬이 상당히 많거든요.”
“언젠가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테니 계속해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 할게요. 메이저리그 된 후 1호 인터뷰 정말 고마워요.”
“아뇨. 늦은 시간에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캐서린은 피식 웃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양 주먹을 불끈 말아쥐며 도진에게 내밀었다.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 * *
인터뷰가 끝난 도진은 마이크 하리와 함께 다이너로 이동했다.
마이크는 서둘러 주문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이야! 18세 메이저리거!”
“낯간지럽게 왜 그래?”
하리가 거들었다.
“18세 데뷔는 축하받을 일이잖아? 지금 미디어도 난리야.”
“어, 어떤데?”
“미국 미디어들은 대부분 슈퍼스타의 싹이 보인다는 기사를 내고 있어. 그리고 한국 미디어는.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보지 않았지만 아마 칭찬으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다.
다소 성적이 좋지 못해도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기사는 긍정적으로 적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장난 아니야. 월드 클래스 선수 나왔다고 좋아하더라.”
“그 정도는 아닌데.”
마이크가 거들었다.
“오늘 한정 월드 클래스는 맞지. 팀 분위기는 어떠냐?”
“이제 3일 된 나한테 묻는 거야?”
“무슨 질문인지 알잖아?”
감독과의 관계를 뜻했다.
도진은 연장전이 아니었다면 출전하지 못했을 테니까.
“솔직히 오늘 좋은 활약을 했다고 당장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는 않아.”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조 캐넌 감독도 지금 에인절스 선수단을 휘어잡아야만 하니까. 그래도 첫 단추를 잘 끼워서 다행이네.”
다행이긴 하다.
적어도 오늘 활약으로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어 놓았다.
하리가 물었다.
“선수들과의 관계는 어때?”
“몇몇 선수들이 잘 챙겨주긴 하는데. 전부 다 친하지는 않아.”
도진은 천장을 들여다보며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호세, 벨 그리고 레이날도랑만 친하네.”
마이크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야. 굵직한 라인에 끼어들었네?”
“같은 에인절스끼리 라인이 뭐냐.”
“쯧쯧. 에인절스는 단 한 번도 원팀이 되어본 적이 없어. 이유가 뭐겠냐? 아니다. 넌 네 앞가림부터 해야 하잖아?”
도진은 지금 팀 상황보다는 자신을 신경을 쓸 때였다.
마이크는 주제를 돌렸다.
“어차피 에인절스의 이번 시즌은 끝이야. 와일드카드에 들어서려면 13경기 차이를 좁혀야 하는데 30경기 정도 남은 시점에서 저걸 뒤집을 방법은 없어. 그러니 넌 너부터 신경 써라.”
마이크가 말을 끝내자 하리가 자료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나와 마이크가 정리한 데이터야. 도진이 네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였는지에 관한 기록이야.”
마이크는 설명을 덧붙였다.
“남은 시즌 동안 거기에 적힌 음식들 위주로 먹어봐. 네 주전 경쟁에 아주 미세하게라도 도움이 될 거다.”
도진은 심장이 뭉클했다.
이내 미소 지었다.
“고맙다. 이거 전해주러 온 거였구나.”
“데뷔전 보러 왔다니까? 헛소리하고 있어.”
하리도 거들었다.
“데뷔전 보러 온 건 맞아. 우리도 학교 때문에 내일부터 방문이 쉽지 않아서 3일 내내 걱정했거든.”
“3연전 내내 왔었어?”
“응. 특히 마이크는 3일 내내 욕을 입에 달고 살더라.”
마이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미스 차. 말을 지어내고 있어!”
하리는 마이크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저래도 안 보내냐고. 감독 독하다고 그랬다니까?”
도진은 마이크를 향해 눈썹을 들어올렸다 내렸다.
“마이크. 고맙다.”
“이 커플이 정신이 나갔나? 그런 말 한 적 없다.”
마이크는 씩씩대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더니 주먹을 내밀었다.
“어쨌거나 남은 경기 잘해라.”
도진은 마이크가 내민 주먹을 톡 건드렸다.
“좋아. 이번 시즌엔 주전부터 따내 볼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계획 자체는 아주 직관적이며 단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