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87화(187/400)
5회 말. 2아웃. 스코어는 여전히 0:1.
다시 한번 도진의 타석이 왔다.
타석에 들어서는 도진을 힐끗 쳐다본 후안 라미레즈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신기하군.’
후안은 타자의 심리 파악이 굉장히 빨랐다.
더군다나 18세 어린 선수의 심리 정도는 우습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히지 않아.’
출루를 바라는 것은 안다.
모든 타자가 그럴 테니까.
하지만 그가 타격을 노리는지, 걸어 나가려는 마음가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데이터가 적어서일 수도 있다.
그가 어떤 공에 강점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나 고생하지 않았겠지.
그래도 매해 MVP를 노리는 포수가 18세에게 고전해야 하는 이 상황이 어찌 달가울 수 있겠는가.
‘꽤 신중하던데.’
아닌가?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려나?
공격적인 타자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하지만 이 아이가 공격적이던가?
‘지금은 신중하게 임해야지.’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군다나 타자의 몸뚱이를 보아 장타력을 갖췄다고는 보기 힘들다.
데뷔전에서 홈런을 한 개 쳤을지언정 그건 어디까지나 연장 16회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투수가 전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가능했겠지.
‘그러니 후속 타자들을 믿고 최대한 투구 수를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커.’
한편. 타석에 선 도진도 바삐 머리를 굴렸다.
‘안타 하나만 더 치면 좋겠는데.’
굳이 안타일 필요는 없다.
출루만 할 수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오늘 걸어 나가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투수의 제구가 완벽에 가까워.’
더군다나 0:1의 스코어는 여전히 불안하다.
투수전에서 1점과 2점은 천지 차이다.
한 점을 더 낼 수만 있다면 투수에게 큰 힘이 될 터.
‘역으로 지금은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초구를 노리겠다.
만약 초구부터 휘둘러서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승부 내내 끌려다닐 확률이 높았지만, 이번에도 밑져야 본전이었다.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다.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투심에 도진은 배트를 냈다.
딱.
둔탁한 소리가 배트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일부러 빗맞힌 타구의 방향은 3, 유 간으로 향했지만, 크게 한번 바운드 됐다.
공중에서의 긴 체공 시간 덕분에 발이 빠른 도진은 안전하게 1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나를 향해 웃어주는구나.’
투심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이 좋았지만, 어쨌거나 출루하지 않았나?
도진은 피식 웃었다.
‘이로써 2안타!’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도진은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조금 더 거슬리게 해볼까?’
도진은 이번에도 슬금슬금 베이스에서의 리드를 크게 가져갔다.
후안 라미레즈는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초구.
바깥쪽 패스트볼이 미트에 꽂히는 순간 1루를 향해 다시 한번 송구했지만.
도진은 이를 알고 있다는 듯 3회보다 더 빠르게 귀루했다.
결국 후안 라미레즈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를 유지하며 도진에게 사인을 보냈다.
정확히는 미트로 슬쩍 2루로 가리켰다.
그리고 해설들은 이 장면에 열광했다.
* * *
[안타! 다시 한번 안타가 나옵니다!] [와우!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가 3타수 3안타로 환상적인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행운도 따랐죠. 빗맞은 타구가 크게 바운드 되며 안전하게 1루에 안착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 이번에도 리드가 큰데요?] [후안 라미레즈. 상당히 불편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견제 이후 후안 라미레즈의 행동에 해설들은 호들갑 떨었다.
[지금 후안 라미레즈가 킴을 도발했습니다.] [맞습니다. 저 제스처는 견제 따위는 하지 않을 테니 어디 한번 2루로 뛰어보라는 경고입니다.]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이런 상황에서 주자는 뛰어봤자 손해입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주자가 뛴다는 것을 아는 이상 포수가 질 리 없으니까요. 후안 라미레즈의 팝 타임은 1.7초대. 굉장히 빠릅니다. 변수가 있다면 미에크의 퀵 모션이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배터리가 유리합니다. 더군다나 2아웃이지 않습니까? 그가 굳이 뛸 이유는 없습니다.]커뮤니티도 활활 타올랐다.
-후안 라미레즈. 18세 루키에게 실시간으로 긁힘.
└보는 중! 보는 중! 더럽게 흥미진진하네.
└응. 안 뛸 거야! 뛰어 봤자 개 손해야!
└인정. 여기서 누가 뜀? 괜히 뛰었다가 주루사라도 나오면 누구 좋으라고?
└후안 라미레즈 화가 많이 났네. 원래 저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선수는 아니지 않나?
└원래 감정 하나는 더럽게 표출함. 대신 마스크 썼을 때 말고 타석에서지만. 그래서 더 재밌긴 하네.
└아쉽다. 후안 라미레즈는 에인절스 안 오겠네.
└이 장면 없었어도 안 왔어. 너 같으면 오겠냐?
└안 와도 됨. 너네만 MVP급 선수 있냐? 우리도 미래 MVP급 선수 있어!
카운트는 2-2.
도진은 결국 뛰지 않았다.
후안 라미레즈는 화를 삭이고자 심호흡을 연달아 내뱉었다.
‘젠장!’
2아웃이다.
뛰지 않을 것을 예상하였지만, 막상 뛰지 않으니 속에서 불이 났다.
‘진정하자.’
루키에게 두 번이나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자와의 승부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
여기서 깔끔하게 아웃카운트를 올리고 역전부터 한다.
평정심을 가라앉힌 후안은 주먹으로 미트를 퍽하고 쳤다.
이제는 완전히 괜찮아졌다는 것을 어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화를 추스르느라 투수를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
18세 메이저리거에게 2안타나 허용한 지금, 투수도 멘탈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도진은 투수의 표정을 슬쩍 확인 후 입꼬리를 올렸다.
‘흔들리고 있구나?’
도진은 이내 미소를 숨겼다.
‘투수의 견제가 그리 좋지는 않아.’
메이저리그에서는 준족을 제외하면 잘 뛰지 않는다.
뛰었다가 부상 당하는 일이 상당했으니 말이다.
‘혹여 뛰는 선수라고 할지언정 포수 빨로 어찌어찌 버텨왔을 테고.’
좌완투수다.
투구에 앞서 자신과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있었다.
대놓고 계속해서 보폭을 크게 가져갔지만, 견제로 잡겠다는 액션도 적다.
‘견제에 자신 없으면 저게 맞아.’
견제가 약한 선수는 빠른 주자가 나갔을 시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직접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5구를 앞둔 도진은 투수를 노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그가 다리를 들어 올려 투구 모션에 들어가자 냅다 2루로 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투수는 곧장 흔들렸다.
2아웃이다. 뛴다고는 일절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공마저도 흔들렸다.
공은 빠르긴커녕 느릿느릿하게, 게다가 포수가 손을 하늘 높이 쭉 뻗어야 할 만큼 높은 모습으로 날아갔다.
퍼억.
포수의 미트에 마침내 공이 도착했다. 하지만 후안 라미레즈는 2루로 공을 던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느린 투구로 인해 타이밍이 늦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후안 라미레즈는 도진이 뛰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도진은 2루 베이스에 걸어서 안착 후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2개의 안타 그리고 2개의 도루.
더군다나 이번에도 후속 타자의 안타로 2개의 득점까지.
필라델피아 배터리는 도진에게 완전히 당해버렸다.
더그아웃을 밟은 도진을 호세가 불렀다.
“으하하하! 아주 농락을 해버렸구나!”
“운이 좋았어요.”
벨 조이스는 피식 웃더니 거들었다.
“운이 좋긴 무슨.”
“진짠데요.”
겸손하게 말했지만, 도진은 그 누구보다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면 됐겠지?’
로스터가 확장되기 전 감독에게 충분히 어필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예 교체되긴 했지만.
8월 2번의 경기에 나서서 4타수 3안타 1타점 3득점 2도루 타율 0.750.
마운드에서는 1이닝 3삼진 무실점으로 순항 중이었다.
* * *
경기 직후 한국 커뮤니티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좋아요가 달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늘 김도진이 꿈속에서 나올 것 같은 화난 망나니면 개추!
후안 라미레즈가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더군다나 경기를 본 시청자들은 저 입 모양이 욕설임을 알고 있었다.
집에 가서 이불킥 할 것 같은 후안 라미레즈는 개추!
└개추요! 개추라고요!
└와. 후안 라미레즈를 따버리네?
└미쳤다! 미쳤어! 내가 본 게 맞냐? 쟤 진짜 한국인 맞아?
└참고로 저번 시즌 60도루로 도루왕 먹은 밥 버넷도 후안 라미레즈 앞에서는 절대 못 뜀.
└보는 내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밖에 안 나오더라.
└무슨 야구 몇 년은 한 것처럼 플레이하냐?
└10년 넘게 했을걸?
└프로에서 말하는 거잖아.
└그나저나 걱정되네. 나중에 빈볼 날아오는 거 아니냐?
└에이.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불문율을 어긴 것도 아니고 실력으로 처 발렸는데 빈볼을 던진다? 진짜 난리 날걸?
└ㄹㅇㅋㅋ. 미국 전역에서도 못 참고 쌍욕 할걸?
└와! 요즘 메이저리그 아는 선수도 없어서 더럽게 재미없었는데 다시 챙겨봐야겠다!
└김도진 출전시켜달라고 무력 시위 중.
└조 캐넌! 이래도 안 써? 이래도 안 쓸 거냐고!
└진짜 이래도 안 쓰면 이건 인종차별이다. 인정?
└SNS 테러 가자.
└응. 조 캐넌 SNS 없어.
└찾아본 네가 레전드다.
한편. 한국 커뮤니티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인공 조 캐넌 감독은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고민하고 있었다.
‘확실히 괜찮은 선수야.’
투구는 말할 것도 없고 수비도 훌륭하다.
더군다나 그는 후안 라미레즈를 상대로도 환상적인 주루 스킬을 증명했다.
후안 라미레즈에게 통했다는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족한 타격 정도는 충분히 메꿀 수 있는 장점이었다.
‘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나?’
도진은 나이 때문에 아직 힘이 부족한 것뿐. 타격 자체는 매우 좋다.
‘일단 판단이 굉장히 빨라.’
그의 반응 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공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선구안이 좋고 판단을 매우 빨리 한다는 건 차후에 타격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차고 넘쳤다는 거지.’
아직 상대는 도진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 이렇게 당하는 걸 수도 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라도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그리 빠르게 쌓이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최소 1년 정도의 데이터가 누적되어야지만 선수의 정보를 산출해내며 약점을 찾는다.
‘킴의 데이터가 나오려면 아직 다다음 시즌은 되어야 해.’
그러므로 최소 1년 이상은 그에게 당할 팀이 수두룩할 것이다.
‘몇 경기 더 하위 선발 상대로 내보내자. 만약 계속해서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 이번 시즌 내에 주전 경쟁을 시켜봐도 되겠군.’
그는 소수의 기회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증명해 나갈 것이다.
더는 나이로 깔 수 없다.
이제는 냉정하게 내년 팀을 위해서 선수 선발을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