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8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89화(189/400)
로스터 확장은 시즌 막바지에 돌입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준다.
붙박이 주전을 제외 언제든지 다른 선수들로 대체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도진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기분을 다시 한번 새삼 느끼고 있었다.
에인절스는 아직 주전 3루수가 낙점되지 않았다.
당장 주전 3루수인 크리스는 타율 2할 5푼에 홈런 10개로 기대치의 활약은 아니었다.
백업 3루수 윌리엄은 플래튠 시스템 덕분에 타율 2할 7푼에 홈런 7개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전문 3루수가 아니었던지라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전천후 내야수로 메이저리그를 밟은 도진은 두 경기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그리고 40인 로스터가 확장되며 단 고든이라는 트리플 A에서 준수한 선수도 3루 자리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에인절스는 오클랜드와의 2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헤이. 루키.”
선발 라인업을 기다리던 도진을 호세가 찾았다.
“아직도 라인업 안 나왔지? 감독님은 여전히 누구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오클랜드 3선발이 등판하는 날이다.
확장 로스터로 올라온 단 고든이 선발로 뛸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내가 감독이었으면 널 기용했어.”
호세는 도진의 옆구리를 툭 치며 속삭였다.
도진은 피식 웃었다.
“말만이라도 감사해요.”
“감사하긴. 정말 그랬을 거다.”
“그럼, 은퇴하고 감독 맡아주세요.”
호세는 미간을 와락 구겼다.
“에휴. 너까지 은퇴 운운하냐?”
“저도 먹고 살아야죠.”
“나도 먹고 살아야지.”
“돈 많이 벌어 놓으셨잖아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난 방출만 안 당하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싶어.”
“저도요.”
“18세가 벽에 똥칠 운운하기에 너무 이른 것 같다.”
“18세도 며칠 안 남았어요.”
호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8세나 19세나. 내가 봤을 땐 거기서 거기야.”
“완전 다른데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선발 라인업이 나왔다.
도진과 호세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3루수로는 크리스가 배정됐다.
“너무 상심하지 마라.”
“전 괜찮습니다.”
호세는 도진의 얼굴을 또렷하게 쳐다봤다.
“정말 괜찮아 보이네. 왜 괜찮냐?”
“저 이제 6일 차에요.”
“스프링 트레이닝 때의 기억 때문에 계속 네가 올 시즌 쭉 함께한 착각이 들어.”
“제 존재감이 남달랐나 보네요.”
“그랬나 보다. 생각해보니 조 캐넌 감독님도 너를 6일 차로 보는 거지. 그래도 기회는 금방 올 거다.”
도진은 경쟁자들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호세의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시즌이 막바지라서 체력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9월 로스터가 확장돼서 선수들이 더그아웃에 득실거리는 지금.
조 캐넌 감독도 3회에 나온 3루수 에러를 잠자코 보고만 있지 않았다.
* * *
[에인절스. 선수 교체가 있습니다.] [킴. 핫 코너를 지키게 됐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그가 콜업되고 나서 두 번의 경기에 나섰죠. 메츠와의 경기에서는 연장전에 출전했고 필리스와의 경기에서는 세 번의 타석을 소화 후 내려갔죠. 그때 3루로 향하는 타구가 몇 개 있었지만, 그리 어려운 타구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야수는 쉽든 어렵든 타구를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죠. 킴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완수했습니다. 과연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도진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크게 호흡을 내뱉었다.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네?’
다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조 캐넌 감독은 지금 선수들에게 경고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을.
어차피 순위도 꼴찌겠다.
남은 9월 동안 주전을 가리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3루수들의 성적이 다 고만고만해서 다행이네.’
만약 에인절스가 붙박이 3루수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무력시위를 한다고 한들 끝까지 백업이었을 거야.’
그래서일까?
문뜩 제리 감독이 떠올랐다.
‘감독님의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블 A에서 3루를 맡게 되었다.
지금 에인절스의 유격수는 켄.
31세의 나이로 전성기나 다름없었으며 에인절스는 올해 그와 4년 계약을 했다.
‘좋아. 일단 집중해볼까?’
조 캐넌 감독은 지금 수비력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타자라면 타격도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타격보다는 수비가 안정적인 선수가 실점을 줄이는 데 있어 더 도움이 된다.
2아웃에서 에러 하나 때문에 실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야구다.
지금 에인절스는 실점을 줄여야지만, 앞으로 1승, 1승을 더 챙겨나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주전 유격수 켄이 다가왔다.
“헤이.”
“넵.”
“네 수비가 꽤 괜찮다는 건 알아. 그래도 아직 빅리그에서의 경험이 적잖아? 그러니 긴장할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긴장하진 않았지만, 호의적으로 다가오길래 일단 동의했다.
“3, 유 간으로 향하는 타구는 웬만해선 나에게 맡겨라. 이래 봬도 수비는 자신 있거든.”
“부탁드리겠습니다.”
평온한 표정의 도진에 켄은 아쉽다는 듯 말라버린 아랫 입술을 혀로 적셨다.
“음. 기대하던 반응은 아니지만, 알았다. 고생해보자.”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때마침 초구부터 휘두른 타자의 배트가 공을 맞췄다.
따악!
의도와 다르게 밀린 타구는 3루 베이스 쪽으로 향했다.
더군다나 빗맞은 타구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으며 3루 베이스를 통과 직후 라인을 밖을 넘어 페어가 선언됐다.
타자의 발도 빨랐다.
여기서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다고 한들 내야 안타성 타구였던지라 도진의 잘못은 아니다.
‘이대로 만족할 수 없지.’
도진은 백핸드로 타구를 처리했다.
이미 역동작이 걸린 시점에서 선택지는 극히 적었다.
‘멈춰선 후 공을 처리하면 백번 늦는다.’
그렇기에 추진력을 얻겠다며 곧장 몸을 공중에 띄우고는 1루로 향해 공을 던졌다.
송구도 한 번의 바운드가 되어 그대로 1루수 글러브 안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가자.
“아웃!”
심판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타자는 턱이 벌어진 채 허탈한 눈동자로 도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유격수 켄은 도진에게 다가가 그의 엉덩이를 글러브로 툭 쳤다.
“이야! 수비 뭔데?”
“다행입니다.”
“환상적인 점핑 스로우를 해놓고 재미없게 반응이 왜 그래? 어쨌거나 잘했다!”
도진은 켄의 칭찬에 혀를 날름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호들갑을 떤다면?
‘그것만큼 없어 보이는 게 없지.’
더군다나 이제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렸을 뿐이다.
그래도 시작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서일까?
‘타구가 계속해서 나한테 왔으면 좋겠는데.’
오늘 컨디션도 좋았던지라 웬만해선 죄다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따악!
이번에도 깎여 맞은 타구는 3루 방향으로 향했다.
3루 베이스에서 조금 뒤처진 곳에서 수비를 보던 도진은 자신에게 아주 느린 속도로 데굴데굴 굴러오는 타구로 곧장 내달렸다.
‘애매하다.’
도진은 맨손으로 공을 잡고 그대로 1루로 뿌렸다.
반쯤 기울어진 채로의 송구.
그런데 균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송구는 정확히 글러브에 꽂혔다.
“아웃!”
이닝을 마무리 짓는 플레이 역시 도진의 손에서 나왔다.
우타자가 잡아당긴 타구가 3루와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다.
“내가 처리할게!”
켄의 콜이 들려왔지만, 도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 타구는 내가 처리하는 게 맞아.’
원바운드 된 타구는 글러브 안에 쏘옥 들어왔다.
도진은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그대로 몸을 일으키고는 한 바퀴 빙글 돌아 1루를 향해 송구했다.
두 번의 바운드가 된 송구는 이번에도 1루수 글러브에 정확히 들어갔다.
“아웃!”
타자는 고개를 반쯤 기울더니 세상 다 잃은 표정을 지었다.
도진을 지켜보던 켄 역시 얼이 잔뜩 나간 표정이었다.
정확히는 왜 얘가 후보로 뛰는 거지? 라고 직역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무대가 원래 이렇게 쉬운 무대였던가?
‘대단하긴 하네?’
고작 한 선수가 1이닝 동안 3개의 하이라이트 급 수비를 선보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도진은 두 번의 타석에서 무안타를 기록 후 8회에 단 윌리엄과 교체되었다.
호세가 다가왔다.
“어이가 없네.”
도진은 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물었다.
“타격. 별로였죠?”
“그건 아니지.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거잖아? 그러니 이제는 솔직히 말해봐라. 너 인생 2회차지?”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럼 어떻게 설명할 건데?”
“뭘요.”
“수비 말이야. 메이저리그가 장난이야?”
“괜찮았죠?”
“괜찮다고? 이게 괜찮아? 환상적인 수비였잖아?”
“그랬죠.”
“그런데 왜 이렇게 덤덤한 거야?”
덤덤해야 멋있는 법이니까요.
‘메이저리거가 된 이상 품위 유지도 필수지.’
솔직히 쾌재를 내지르고 싶었다.
3루를 노리는 에인절스 선수 중 수비만큼은 단언 앞서고 있었으니 말이다.
호세는 도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마 앞으로 기회가 좀 더 주어질 것 같은데?”
도진은 호세를 힐끗 쳐다봤다.
그의 시선은 자신이 아닌 조 캐넌 감독에게 가 있었다.
그 때문에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조 캐넌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도진은 씨익 웃어보였다.
조 캐넌 감독도 씨익 웃더니 이내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제 슬슬 때가 온 것 같군.’
저렇게나 주전으로 발탁해달라고 시위하듯 활약하는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경쟁자들의 실수 때문에 도진의 활약이 더욱 두각 됐다.
조 캐넌은 도진에게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그가 자신 앞에 서자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늘 잘했다. 할 말이 있으니 경기 끝나면 사무실을 방문해라.”
남은 9월동안 도진의 입지를 얘기해줄 생각이었다.
대신 그 전에 구단과의 합의가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