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91화(191/400)
에인절스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 나섰다.
경기에 앞서 도진은 라이브 피칭을 위해 투수조에 합류했다.
벨이 도진을 찾았다.
“부르셨어요?”
“오늘은 여기로 왔네?”
“당분간 불펜 투수로 뛴다고 하더라고요.”
도진은 잠깐 머뭇거린 후 이내 눈동자에 각오를 담고 물었다.
“제 공이 먹힐까요?”
“너 무실점이잖아.”
“아직 한 번밖에 등판 안 했으니까요.”
도진은 말을 덧붙였다.
“제가 투피치라는 게 걱정이 돼서요.”
벨 조이스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패스트볼 위주로 점검했지만, 정규 시즌에 돌입하는 순간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패스트볼만 던지는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벨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문제는 없을 거다. 일단 나는 완급조절 때문에 변화구를 섞어 던지는 거니까.”
도진도 알고는 있다.
긴 이닝을 끌고 가야 하는 선발 투수는 고작 패스트볼 하나로 이닝을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을.
대신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보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기 때문에 전력투구를 한다.
구종이 다양하면 좋겠지만, 파워피처 특성상 상대 타자를 힘으로 짓누르는 게 정석.
하지만 당장 그 힘이 문제였다.
18세 메이저리거인 자신이 이 무대에서 살아남으며 숱한 경험을 한 타자들을 잘 상대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보다는 대안이 필요한 거긴 한데.’
“힘에서 밀렸을 때 무너진다는 것을 아는구나.”
“경험도 해봤으니까요.”
아마추어 때도 자신의 패스트볼을 치는 타자들은 여럿 있었다.
더블 A 선수들은 더 잘 맞췄다.
그러니 메이저리거들은 어떻겠는가?
더군다나 몸이 풀린 메이저리거들의 스윙은 1, 2선발들의 투구도 곧잘 홈런으로 만들어 낸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코너를 찌르는 공을 던지려고 노력해봐. 타석에서 100마일의 투구를 접해본 적이 있나?”
“아직은 없습니다. 더블 A에서 98마일까지는 접해봤어요.”
“어땠지?”
“말도 안 되게 빠르더라고요.”
“답은 나왔네.”
무책임한 답변으로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도진은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98마일의 패스트볼은 완벽히 노리지 않는 이상 대응하기 힘들어.’
한복판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니 더욱 코너로 찌를 수만 있다면?
대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라면 제겐 그만한 제구력이 없는데요.”
정말 파이어볼러들 중에서도 초특급 선수들만이 원하는 코스로 제구 할 수 있다.
본래 구속과 제구는 양립하기 힘든 법이니까.
하지만 초특급 파이어볼러 역시도 제구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스트라이크 존을 4분할, 6분할 할 수 있는 정도.’
구속이 아닌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들이야 9분할에서 16분할까지도 가능하지만, 파이어볼러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도진의 고민 가득한 표정에 벨 조이스는 피식 웃었다.
“팁을 하나 주자면, 제구를 완벽하게 한다는 생각보다 실투를 던지지 말자는 마인드로 투구에 임해봐라.”
“감사합니다.”
실투를 줄이자. 조언은 상당히 도움이 됐다.
‘벨의 말마따나 더블 A에서는 실투를 줄인다기보다는 제구를 더욱 완벽하게 가져가자고 생각했지.’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말이다.
‘내가 알던 해답과는 다르니까.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 * *
도진은 가디언스와의 3연전 첫 경기부터 등판하게 되었다.
6회 말. 스코어는 6:4.
에인절스는 2점 뒤지고 있었다.
2점은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다.
그러므로 꽤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도진이 추가 실점을 한다면 오늘 승리는 더욱 멀어질 것이며.
완벽하게 틀어막는다면 추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상대가 쉽지만은 않았다.
올해 가디언스는 지구 2위.
5할 4푼의 승률로 와일드카드를 노려보고 있었으므로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할 때였다.
이번 이닝 타석에 들어서는 가디언스의 2번부터 4번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도진에겐 난관의 연속이었다.
오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호세의 눈빛엔 걱정이 묻어나왔다.
“어떻게 될 것 같냐?”
벨은 턱을 매만졌다.
“글쎄.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먹힐 공을 던지지만, 어디까지나 경험이 문제지.”
그 부족한 경험을 포수가 대체해준다는 말은 아꼈다.
“그나저나 참 모호해.”
“뭐가 그렇지?”
“저렇게나 새파랗게 어린애한테 기대한다는 거 말이야.”
“포텐은 뛰어나니까 기대가 될 수밖에 없지.”
장차 에인절스 3루수와 불펜의 핵심을 맡을 수도 있는 선수다.
에인절스가 성장하려면 결국 저런 초특급 유망주가 터져줘야 한다.
호세는 동의한다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이라도 뽑아내면 좋으련만.”
말처럼 쉽지 않다.
한창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레이스를 펼치는 구단들은 100%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더군다나 오늘 포수는 자신이 아닌 에인절스의 주전 포수 아돌니스였다.
호세는 오로지 벨의 전담 포수.
나머지 투수들은 대부분 아돌니스가 맡았다.
‘아돌니스는 파워피처와 궁합이 그리 좋지 않아.’
오죽했으면 98마일까지 던지는 레이날도도 사석에서는 언제나 자신을 찾을까.
하지만 호세는 더는 걱정 따윈 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본인 밥그릇은 본인이 챙겨야 하는 법이니까.’
도진이 마운드에 서자 에인절스 주전 포수 아돌니스 로드리게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도진은 아돌니스와 연습을 제외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시절의 도진은 주전 메이저리거가 아니었으므로 주전 포수가 굳이 그의 공을 받아줄 필요는 없었다.
“리드만 잘 따라라.”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대화는 그대로 끝이 났다.
아직 친분이 없어 서로가 어색했던 것인지.
‘아니면 강타자들을 상대로 내가 마운드에 등판해서 탐탁지 않은 건지.’
아돌니스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혼자 남게 된 도진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고작 저게 끝이라고?
탐탁지 않은 거구나. 도진은 확신했다.
‘허튼 생각 말고 집중하자.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데이터를 맹신하는 포수야.’
그것도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리드를 잘 따라줄 시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반대로 실투라도 나와 리드가 꼬이게 된다면 그때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나 역시도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와중에 상대도 쉽지 않은데, 포수마저 쉽지 않네.’
호세가 마스크를 썼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저 스스로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처지로서 그저 한 구, 한 구에 최선을 다할 뿐.
‘오히려 실투를 던지면 안 되는 부담감이 도움이 될 수도?’
사인이 나왔다.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호세와는 달리 구종 하나하나마저 지정해주었다.
도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곧장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투구는 바람을 가로지르며 바깥쪽 코스로 향했지만, 조금 높았다.
퍼억.
“볼!”
포수가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마스크 사이로 삐져나왔다.
마스크를 쓴 아돌니스는 마운드에 선 도진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뛰어난 포텐을 갖춘 선수일지라도 18세다.
빠른 구속의 파워피처지만, 실투가 매번 나왔다.
그런 그가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대성할 수 있을까?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먹혔다 한들 지금은 정규 시즌이다.
‘에인절스도 정신 줄을 놓았어.’
그가 콜업됐을 땐 전혀 탐탁지 않았다.
더군다나 강타선이 들어서는 이번 이닝에 저 어린 투수를 내보내다니.
도진은 그의 표정을 읽고 아쉽다며 혀를 날름거렸다.
‘타자와 집중해야 하는데 어찌 포수가 더 신경 쓰이냐.’
도진은 묵묵히 글러브를 들어 올려 공을 돌려달라며 요구했다.
‘일단 초구 제구가 영 말을 듣지 않았으니 벨의 조언을 따라보도록 할까?’
2구는 몸쪽 투심을 요구했다.
와인드업한 도진은 실투만 던지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졌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돌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럽다는 의미에 도진도 한숨 돌렸다.
‘그나저나 운이 좋았나?’
아니면 정말 벨의 조언이 도움이 된 걸까?
예상보다 훨씬 괜찮은 코스로 공을 던졌다.
고작 실투를 줄이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어깨에 힘도 덜 들어갔다.
‘어깨에 힘이 덜 들어가야지만, 더 나은 제구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강타자들 상대로 그게 제일 어렵지.’
3구. 사인은 바깥쪽 아래로 향하는 포심 패스트볼.
파워피처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낮은 코스였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은 자연스럽게 치솟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어렵다 어려워.’
하지만 도진은 이내 싱긋 웃었다.
벨 조이스는 여전히 최고 구속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뿌리지만, 낮은 코스도 곧잘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매번 그렇게 던지는 건 아니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무리 천하의 에인절스 1선발 벨 조이스라도 낮은 코스로 공을 요구 받을 때만 던질 뿐. 매번 던지는 건 어려워 한다.
하지만 만약 100마일의 공을 매번 낮은 코스로 던질 수만 있다면?
‘그건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신이니까.’
그러니 도진도 마음속에 응어리진 부담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벨의 조언도 머릿속에 못 박아놓았다.
공은 손을 떠났다.
투구는 포수가 요구한 코스보다는 조금 높았지만, 타자는 헛스윙했다.
도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킨 후 포수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봤다.
인상을 구기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리액션도 없었다.
‘이 정도는 괜찮나 보네.’
이내 도진은 새어 나오려는 한숨을 꾹 삼켰다.
‘에휴. 내 팔자야.’
타자만 상대하기도 벅찬데 포수 눈치까지 봐야 한다니.
이래서 야구는 경험과 경력이 전부다.
자신이 만약 이미 증명된 선수라면?
‘눈치는 무슨.’
실투가 나와도 당당할 수 있겠지.
‘그러니. 일단 주전이 되어야겠지?’
카운트는 1-2. 유리하다.
그리고 이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자의 스윙을 끌어낼 공을 요구하겠지.
‘체인지업이구나.’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도진은 곧장 투구를 이어 나갔다.
‘지금은 타자, 포수 둘 다 신경 쓸 때는 아니지.’
오로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진다.
그러면 결과는 따를 것이다.
이 또한 조언 덕분에 나올 수 있는 마음가짐.
덕분에 도진은 완벽한 공을 던졌다.
세 번의 패스트볼 이후 완벽하게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는 공에 타자의 헛스윙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 * *
3번과 4번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
첫 타자를 기분 좋게 시작한 도진에게 위기가 찾아왔지만, 기지를 발휘해 5번 타자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를 지켜보던 조 캐넌 감독의 고개가 절로 끄덕였다.
‘위기관리 능력도 괜찮군.’
오늘 도진의 공은 좋았다.
하지만 포수와의 궁합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굳이 허용하지 않아도 될 안타를 허용했다.
아돌니스는 공격형 포수로 부족한 리드 능력을 데이터로 대신하는 포수였다.
불안한 수비를 매해 25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걸로 포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내가 봐도 이번 리드는 다소 억지가 있었어.’
파워 피처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코스로만 공을 요구했으니 말이다.
아돌니스가 파워피처들을 담당할 일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게 포수 자체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지만.’
셋업이나 마무리 투수들이야 워낙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왔고,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아돌니스가 마스크를 써도 그 약점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감독이라면 언제나 공격형 포수와 수비형 포수에 대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왕이면 두 분야 모두 잘하는 포수가 있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런 포수가 어디 흔하던가?
호세가 주전 마스크를 쓰고 아돌니스를 지명타자로 돌리는 게 제일 좋다.
‘그렇게 되면 아돌니스 또한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니까.’
홈런 1개의 가치는 그 경기의 승리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으니까.
‘대신 선수가 용납할 리 없지.’
엄연히 지명타자보다 포수의 몸값이 더욱 높다.
무엇보다 호세의 나이도 걸림돌이 됐다.
39살에 주전 포수라니.
야디에 몰리나처럼 40세가 넘어서도 굳건한 주전 포수인 선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절대 흔치 않다.
거기에 호세의 의지도 한몫했다.
황혼기에 접어든 선수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고 들지만, 상황이 석연치 않다.
매번 꼴찌만 하는 팀에서 어떻게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
조 캐넌은 호세를 힐끗 쳐다봤다.
‘아니. 호세는 준비가 됐어.’
도진이 연속 안타를 맞았을 때의 호세의 석연치 않은 표정이 떠올랐다.
아돌니스의 리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겠지.
그러므로 그는 충분히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 자체는 되어 있었다.
조 캐넌은 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아이를 통해 당장 내일부터 테스트를 좀 해보도록 할까?’
도진에겐 주전 자리가 걸려 있었지만, 에인절스는 미래가 걸려 있다.
그 미래가 어쩌면 저 어린 선수로 인해 에인절스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변화할 때다.’
조 캐넌은 눈동자에 희망을 담았다.
내일 경기에서는 호세와 도진이 배터리를 이루게끔 해서 서서히 변화를 줘봐야겠다. 조 캐넌은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