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93화(193/400)
[에인절스와 양키스! 양키스와 에인절스의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아메리칸리그 동부 4위와 서부 꼴찌의 만남입니다.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는 떨어졌지만, 상황이 같다고는 못하죠.] [어째서 그렇습니까?] [양키스의 숱한 유망주들을 수급해 경험을 쌓게 해주고 있어요. 대부분이 슬슬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대거 터지는 날에는 다시 한번 날아오르겠죠.] [인정합니다. 양키스는 팜 자체도 좋지만, 그 팜을 더 극대화하고자 주요 선수들까지 트레이드로 내주면서 유망주들을 수급해오지 않았습니까? 조만간 이 선수들이 대거 터지는 날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반대로 에인절스는 도약하고자 숱한 유망주들을 내주며 선수 수급을 해왔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엔 운이 조금 따라주고 있습니다.] [18세 메이저리거를 배출해버렸으니까요. 지금 킴의 성적을 보면 이른 콜업이 절대 미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홈 팀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1. 켄 매논. SS.
2. 자렌 테일러. 1B.
3. 에이든 브라운. 2B.
4.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DH.
5. 미카 라이트. LF.
6. 카메론 킹. RF.
7. 카덴 루이즈. CF.
8. 호세 가브리엘. C.
9. 도진 킴. 3B.
P. 레이날도 먼츠.
[요즘 호세가 마스크를 자주 쓰죠?] [그렇습니다. 덕분에 팀 방어율 자체는 떨어졌어요. 팀 타율도 덩달아 떨어졌지만, 조 캐넌 감독은 내년 시즌을 위해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킴이 3루수로 복귀했네요. 9월 2주 차 때는 대타를 제외 늘 투수로만 만나지 않았습니까?] [팬들은 그의 풀 타임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어쩌면 오늘이 그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제 원정팀 양키스의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1. 조든 톰슨. LF.
2. 메이슨 윌리엄스. RF.
3. 아이작 그린. 1B.
4. 자비에 브룩스. DH.
5. 칼렙 블룸. C.
6. 마커스 로빈슨. 3B.
7. 노아 잭슨. 2B.
8. 아미르 데이비스. SS.
9. 아드리안 파커. CF.
P. 브란 엘리엇.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도 꽤 보이죠?] [대부분 유망주 랭킹 상위권에 있는 선수들입니다. 재밌는 사실은 오늘 선발 등판한 에인절스 선수들의 나이가 31세라면 양키스는 27세에요. 무려 4살이나 더 어립니다. 에인절스에는 18세 선수가 껴있음에도 말이죠.]야구는 경험이 중요시되며 경력이 곧 힘이다.
하지만 야구 선수의 전성기는 대게 30대 초반까지다.
그 나이를 넘어서면 슬슬 기량 하락을 겪는 게 일반적이다.
에인절스는 도진이 포함됐음에도 팀 나이가 많다. 그런데 늘 꼴찌를 앞다투고 있었다.
반대로 양키스의 팀 평균 나이는 상당히 어린 편에 속했지만, 어리다는 것은 장래가 밝다는 의미였다.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두 팀의 경기지만, 치열한 혈투가 예상됩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요?] [내년 시즌을 위해서죠. 선수 개인이든, 구단이든, 아니면 팬들은 언제나 밝은 미래를 원합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에인절스 팬이라면 킴의 활약이겠죠. 이 어린 선수가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는 다른 유망주들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가 될 것 같습니다.]* * *
도진은 근 한 달 만에 투타 겸업으로서의 풀 타임 출전이었다.
마지막 풀 타임 출전이 더블 A에서의 경기였다.
‘그래도 한 포지션씩은 꾸준히 출전해서 컨디션 자체는 좋아.’
도진은 초구부터 멋진 수비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알렸다.
라인드라이브 성 타구에 몸을 날려 아웃 아주 손쉽게 카운트를 올렸으니 말이다.
충분히 안타가 될 법한 타구를 잘 막아냈기에 레이날도는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에인절스의 공격은 석연치 않았다.
흔히 말하는 식물 타선.
지명 타자 아돌니스 로드리게스를 제외하면 펀치력 있는 선수가 극히 적었다.
3회 말.
에인절스는 아돌니스의 볼넷 하나 말고는 출루가 없었다.
그 가운데 호세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그 역시도 헛스윙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정말 안 되는 팀은 뭘 해도 안 되는구나.’
도진은 입맛을 다시며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자들이 분위기를 끌어 올려줬다면 기세가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이랬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데.’
아직 스코어는 0:0.
하지만 팀 분위기는 처져 있었다.
관중들도 마찬가지다.
0:0이지만 10:0으로 지고 있는 듯한 암울한 표정이었다.
도진은 야금야금 출루하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여기서 고작 1루로 출루해봤자 후속 타자에게서 펀치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병살타만 안 나와도 다행이지.’
도진은 집중하겠다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브란 엘리엇. 양키스 4선발. 주 무기는 싱커성 공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지. 최고 구속 94마일. 평균 구속 91마일이고.’
싱커성 공은 대부분 땅볼을 유도한다.
물론 100마일이 넘어가는 하드 싱커는 워낙 구속과 무브먼트가 훌륭해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곧잘 유도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100마일 이상의 하드 싱커를 던지는 투수는 소수였다.
‘이미 공은 눈에 익었어.’
투수 역시 도진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데이터가 워낙 부족했던 것도 한몫했지만 지금까지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어서 그랬다.
양키스는 오늘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도진을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그가 출루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 발 빠른 타자를 내보내는 즉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는 것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타석이 한 바퀴 돌기도 전에 패턴을 완전히 바꾸었다.
초구부터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완벽히 찔렀다.
퍼억!
“스트라이크!”
도진은 아랫입술을 살짝 씹고는 타석에서 잠깐 물러섰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투수는 지금껏 포심 패스트볼을 단 한 구도 던지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포심을 던진다고?’
2구. 같은 코스로 공이 날아왔다.
도진의 스윙이 나왔지만,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즉각 아쉽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젠장.”
4피치 투수라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투심과 체인지업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던 투수가 포심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자 배트를 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 바들바들 떨렸다.
배터리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
분위기를 뒤바꾸어야 하는 처지에서 승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 답답했다.
‘어렵네. 수 싸움.’
적어도 타순 한 바퀴까지는 분위기 좋았던 투구 패턴을 이어 나갈 줄만 알았다.
지금껏 자신을 상대했던 메이저리거들이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도진은 이내 피식 웃었다.
‘인정받은 건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안정을 되찾았다.
대신 이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고자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시었다 내쉬었다.
‘배터리는 신중하게 승부할 거다.’
그러니 2스트라이크에서 공 하나 빼겠지.
‘이번 공까지 지켜보고 패턴을 예측해보자.’
물론 3구 승부가 들어오게 된다면 꼼짝없이 당해야겠지만 어쩌겠는가?
도진은 참기로 했다.
투수의 패스트볼이 눈높이로 날아왔다.
퍼억.
“볼!”
‘땅볼이 아니라 삼진을 빼앗겠다는 것 같은데.’
높은 코스 이후에 변화구로 헛스윙 유도라는 선택지. 혹은 역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는 선택지에서 도진은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하나만 더 지켜보자.’
투구는 바깥쪽 코스로 날아왔다.
자칫 배트가 나갈 뻔도 했지만, 이 악물고 참아냈다.
투구는 슬라이더. 결국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났다.
“볼!”
2-2.
이번 공으로 카운트를 따라잡은 도진은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알겠다.’
배터리는 자신의 출루를 두려워한다.
투심으로 땅볼을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바운드가 된 타구는 주자가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승부구는 포심 패스트볼이다.’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도진의 예상대로 93마일의 패스트볼이 몸쪽을 향해 날아왔다.
전광석화 같은 스윙이 투구를 쪼개버리겠다며 나왔다.
따-악
투구는 배트의 정중앙에 정확히 얹혔다.
도진은 표정을 최대한 가리겠다며 헬멧을 눌러쓰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1루로 향하는 와중에 배트를 살포시 옆에 던져놓았다.
타구가 담장을 넘겼다.
다 죽어가던 에인절스 팬들의 생기가 돈 것도 그때였다.
3회 말. 스코어는 1:0.
도진의 홈런으로 에인절스는 선취점을 냈다.
* * *
“미쳤다! 진짜 미쳤어!”
“Freaking crazy!”
상우와 그레그는 서로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하지만 이내 숙연해지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둘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한국어와 영어로 똑같은 의미의 말을 내뱉었다.
“하. 졸라 부럽네.”
근 1년 전만 해도 함께 가을리그에서 함께 뛰던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보란 듯이 홈런을 기록해 선취점을 올렸다.
1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올해 3월만 해도 스프링 캠프에서 살아남자고 동고동락하던 사이였다.
“그레그.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우리가 킴에 비해 부족한 게 뭔데?”
둘의 눈썹이 순간 치켜 뜨여졌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부족함 투성이었으니까.
상우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쟤, 쟤가 이상한 거지. 우리도 잘하고 있는 거야.”
“……맞아. 우리도 내년 시즌부터 언제든지 메이저리그를 노려볼 수 있잖아?”
다시 한번 한숨이 쏟아져나왔다.
그게 말처럼 쉬운가?
하이 A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더블 A에 승격했다.
하지만 하이 A와 더블 A는 엄연히 레벨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하이 A를 부숴버렸다면 또 모를까.
준수한 성적을 냈을 뿐.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다.
“응원 괜히 온 것 같기도 하고.”
“동의한다.”
투덜대던 둘은 이내 활짝 웃었다.
배가 아픈 건 아픈 거고 도진의 활약 덕분에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도진이도 저렇게 좋은 활약을 펼치는데. 우리라고 못 할까!”
“할 수 있지. 할 수 있지. 1, 2년 후의 우리는 18세 킴보다는 더 나은 실력을 보유하겠지. 음. 3년까지 잡을까?”
“3년은 너무 길어서 슬플 것 같아. 되든 안 되든 말만이라도 2년으로 타협하든가.”
“2년 콜.”
둘은 눈동자에 희망을 담았다.
도진도 지금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우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깨에 짊어진 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예상도 되지 않아.”
그런데 그는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있다.
그러니 2년 후 자신들이 넘어서기로 마음먹은 도진의 18세가 오늘 경기에서 더욱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레그도 미소를 띠며 거들었다.
“보여줘라. 물론 불붙은 네가 이 하나의 홈런으로 끝날 리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