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94화(194/400)
홈 베이스를 밟은 도진은 더그아웃에 입장했다.
제일 먼저 레이날도가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마이 브라더!”
그러더니 꼭 껴안았다.
“레, 레이날도. 왜 그래요.”
“왜 그러긴. 이뻐 죽겠으니 그렇지.”
“숨 막혀요.”
아차! 레이날도는 곧장 도진에게서 떨어졌다.
“내가 잘못했네.”
도진은 피식 웃고는 오늘 승리하죠! 라는 말을 남기고 호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호세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주먹을 내밀었다.
“잘했다.”
도진도 주먹을 말아쥐어 톡 건드렸다.
“노림수를 가져갔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쓰으벌! 넌 무슨 매번 운으로 야구 하냐?”
“2-2였어요.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알아. 임마.”
호세는 부럽다는 표정을 급히 숨겼다.
2스트라이크에서 노림수를 가져간다는 건 어렵다.
더군다나 투수는 스트라이크, 혹은 볼이라는 선택지에서 네 가지의 구종까지 던질 줄 안다.
이런 다양한 선택지에서 노림수를 가져간다?
애당초 비슷하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노림수를 가져간다는 건 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이 아니니까 그렇지.’
호세는 말을 아꼈다.
이 말을 내뱉어봤자 한없이 작아지는 건 오히려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본인도 수 싸움에서는 이겼다.
스윙이 따라주지 않아서 삼진을 당했을 뿐.
‘핑계는 댈 수 있긴 한데.’
늘 후보로 나섰기에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한들, 타석에 자주 서게 되면 어느 정도의 타격감을 찾을 수 있다.
‘지금처럼 1할이 아닌 2할은 칠 수 있어.’
주전 포수로 다시 날아오를 기회가 왔지만, 그 기회를 거머쥐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야구가 언제나 뜻대로 되던가?
그게 가능했으면 매번 2개의 홈런을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걸 이 아이는 해내고 있지.’
2개의 홈런은 아니지만, 18세 메이저리거가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보필해주겠다고 큰소리로 떵떵거리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웠다.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가 실실 웃는다.
호세도 덩달아 어이없다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새파랗게 어린아이가 메이저리그에서 썩어 문드러진 자신에게 힌트를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2-2에서도 노림수를 가져갔다고?’
자신은 노림수를 가져간다기보다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듯한 공에 배트를 휘두르다가 삼진을 당했다.
‘내게 딱 필요한 거였네.’
조급한 타자가 승부에서 이길 확률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미 나이로 인한 기량 하락 때문에 수 싸움에서 이겨도 결과가 나지 않아 조급해졌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나도 오히려 더욱 노림수를 가져가야 했어.’
나이 때문이라고?
그저 주전에서 밀려난 인간의 하찮은 핑계였을 뿐이다.
만약 진짜 나이 때문이라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허투루 처먹었다는 거니까.
‘나도 나름 메이저리그에서 15년이나 붙어 있었어. 그러니 생각부터 고쳐먹자.’
5회 말. 스코어는 1:1.
에인절스는 8번 호세가 선두 타자로 나섰다.
* * *
타석에 들어선 호세의 눈빛이 투수를 잡아먹겠다며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마음만큼 스윙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
젠장.
턱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스윙했는데 애꿎은 바람만 갈랐다.
‘타이밍은 맞았는데.’
호세는 자신을 꾸짖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칭찬이라도 해달라고?
야구에서 타이밍만 맞춘다고 안타가 나오는 법이던가?
히팅 포인트도 정확히 맞춰야 한다.
‘아오 좀! 흥분하지 말라고! 이 병신같은 새끼야!’
요즘 들어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자주 흥분한다.
포수가 흥분이라니. 꼴사납기 그지없다.
‘그래도 인지는 하고 있어서 다행이네.’
2구. 높다. 휘두르면 안 된다.
하지만 호세의 배트는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이크!”
0-2.
호세는 잠깐 타석에서 벗어나 감독의 사인을 기다렸다.
오면 스윙하란다.
‘이래도 믿으쇼?’
이딴 보잘것없는 스윙을 하는 선수를?
안다. 에인절스 주전 포수는 자신이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더 높은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다.
대신 그냥 마스크만 써서는 안 된다.
타격도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핑계를 좀 대보자면 주전으로 올라설 기회가 생기자, 자신감은 오히려 더욱 퇴화하고 있었다.
며칠 전 기록한 2개의 홈런은 마치 까마득한 과거와도 같았다.
‘쉽지 않은 걸 어쩌냐.’
시선을 거두려다가 대기 타석에서 매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도진과 눈이 마주쳤다.
‘불러들일 테니 출루만 해달라고?’
5회 말이 시작되기 전.
도진이 자신에게 건넨 말이었다.
‘출루했다가 불러들이지 못하면 나한테 어떤 욕을 처먹을지 뻔히 알면서.’
그런데 왜.
‘정말 불러들일 것 같지?’
불러들이지 못한다고 한들.
그런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메이저리거의 마음가짐 아니던가?
호세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해보자.’
배트를 1인치 남짓 짧게 잡았다.
괜한 장타 따위 노리지 말고 공을 먼저 맞히기라도 하자.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다.’
15년 차 메이저리거가 초심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애송이한테 모든 짐을 떠맡기는 것보단 백번 낫겠지.
호세는 투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보인다. 놈이 어떤 공을 던질지 보인다.
‘체인지업이다.’
예상대로 그 공이 왔다.
짧게 잡은 배트 덕분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쫓을 수 있었다.
휘두르지 않고 볼 카운트를 올리는 게 정석이겠지.
하지만 좀처럼 공을 갖다 맞추지 못하는 지금.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제일 느린 공에 반응하는 게 먼저다.’
따악!
걷어 올린 타구는 좌중간으로 뻗어 나갔다.
호세는 그 즉시 1루로 내달렸다.
1루 베이스를 밟고 2루로 향하는 도중.
좌익수의 펜스 플레이에 급하게 1루로 귀루했다.
제일 먼저 머릿속을 지배하는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개 같은. 운 좋게 장타 추가하나 했더니.’
그래도 뭐. 삼진보다는 똑딱이가 백번 낫지.
호세는 주먹을 말아쥐어 가슴을 두 번 두드리고는 더그아웃을 향해 말아쥔 손을 쭉 뻗었다.
* * *
‘와. 저게 되네.’
대기 타석에서 호세의 타격을 지켜보던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 오히려 더욱 좋지 못한 공을 노려서 쳐버리다니.
‘이렇게 또 배우네.’
도진은 호세의 생각을 읽었다.
그는 지금 유일하게 칠 수 있는 공에 반응했던 것이었다.
숱한 경험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겠지.
‘이제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구나.’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솟아오른 입꼬리를 서둘러 감췄다.
‘포심 패스트볼은 없어.’
그 공으로 홈런을 허용했으니 초구부터 던질 깡다구는 없겠지.
‘투심을 노려보자.’
이미 한번 수 싸움에서 이겼던지라 배터리의 머릿속이 훤히 보였다.
그리고 투수의 선택 또한 바깥쪽에서 휘어져 들어오는 투심이었다.
도진은 타구를 결대로 밀어쳤다.
따-악!
타구는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며 라인 안쪽으로 들어오더니 파울 지역으로 쭉 굴러갔다.
도진은 1루 베이스로 내달리며 소리쳤다.
“홈까지 달려요!”
그 때문에 설렁설렁 뛰던 호세가 속도를 붙였다.
거구의 몸이 뒤뚱거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어쩌겠나?
‘열심히 달리는 것부터가 투지를 끌어올리는 겁니다.’
거구의 메이저리거들은 원래 좀 설렁설렁 뛰는 경향이 있다.
혹시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설렁설렁 뛰고 있지만.’
아무렴 어떨까.
처음 속도로 달렸다면 홈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속도를 붙인 호세는 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했다.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우익수는 중계 플레이를 위해 2루수에게 송구했다.
도진은 2루에 멈춰 서는 정석을 택하는 대신 3루로 내달렸다.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함이었다.
결국 이 선택 덕분에 2루수는 홈과 3루 사이에 잠깐 머뭇거렸다.
그리고 뒤늦게 다시 속도에 박차를 가한 도진을 잡겠다며 3루로 던졌다.
호세는 자신에게 공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속도를 줄이고 홈 베이스를 밟았고.
반대로 속도에 박차를 가한 도진은 루에 도달하기 전 3루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다는 것을 보았다.
‘이대로 정석적으로 슬라이딩하면 무조건 아웃이다.’
그러니 조금 비틀어야겠지?
도진은 최대한 태그를 피하고자 베이스에서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터억.
도진이 베이스를 터치함과 거의 동시에 글러브가 옆구리를 터치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래바람이 가신 이후에야 심판은 주먹을 불끈 쥔 손을 풀더니 세이프를 선언했다.
“세이프! 세이프!”
도진은 배를 바닥에 깐 채 그대로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했네.’
하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흙투성이인 유니폼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는.
주먹을 말아쥐며 가슴을 두 번 두드린 후 더그아웃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도진은 후속 타자 켄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득점을 올렸다.
* * *
득점 후 더그아웃을 밟은 도진은 호세에게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이 자식이! 감히 똥개 훈련을 시켜?”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해도 해도 너무했다.
18세 메이저리거가 39세 메이저리거한테 홈까지 뛰라고 시키다니.
지금 당장 입을 벌린다 한들 건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 죄소옹? 죄송하면 다야?”
옆에서 킥킥대던 레이날도가 거들었다.
“호세. 그렇게 빠른 발을 갖췄으면서 왜 여태껏 안 뛴 거야? 육상선수인 줄 알았잖아!”
“닥쳐!”
벨도 거들었다.
“나쁘지 않은 득점이었다. 내 선발 등판 때도 그렇게 뛰어줬으면 좋겠군. 뒤뚱뒤뚱 달리는 모습이 마치…… 코끼리 같았다.”
“아가리 닥치라고!”
도진은 여전히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호세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호세는 도진을 힐끗 바라보며 어금니를 훤히 드러내더니 이내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뭐. 득점 올렸으니 이번 한 번은 봐준다. 앞으로도 명령하면 그때는 죽빵이야. 알았어?”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가봐.”
“어딜요.”
호세의 시선을 따라가자 조 캐넌 감독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괜찮나?”
그가 위아래로 훑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떡없습니다.”
“그래. 투지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앞으로는 자중했으면 좋겠구나.”
굳이 몸을 막 쓰지 말라는 의미였다.
도진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생각만큼은 행동과 달랐다.
‘가능하려나.’
시즌 중이든 아니든, 또다시 같은 상황이면 10이면 10.
100이면 100 뛸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여전히 팔팔해 보이는구나.”
“팔팔합니다.”
“그럼, 마무리는 확실히 해야겠지? 불펜으로 들어가라. 7회에 마운드에 오를 거다.”
도진은 3:1로 앞서는 7회에 등판해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오늘 경기 1개의 홈런과 1개의 3루타.
남은 2번의 타석에서 플라이 아웃과 볼넷을 얻어냈다.
4타석 3타수 2안타 1볼넷.
환상적인 풀 타임 경기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