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96화(196/400)
“애송아. 조이 히메네스가 누군지 아냐?”
경기를 앞두고 호세가 물었다.
도진은 볼을 빵빵하게 불린 후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사이 영 수상자잖아요. 그리고 매해 선발투수 랭킹 탑 10 안에 드는 선수기도 하고요.”
“잘 아네. 어때. 공략할 자신 있겠어?”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세상 공을 던지던데 힘들 것 같아요.”
“쯧. 솔직하네.”
호세는 혀를 차며 아쉽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아예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물론 너무나도 당연한 답변이었다.
메이저리그 1선발은 각 구단에서 최고로 잘 던지는 투수.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 타자들도 조이 히메네즈를 어려워한다.
“호세는요? 공략할 수 있겠어요?”
“난 원래 파이어볼러한테 약해.”
도진은 속삭이듯 말했다.
“그래도 이럴 때 잘해야지 마스크를 꾸준히 쓸 거 아니에요.”
“이미 마스크 꾸준히 쓰고 있어.”
최근 들어 호세는 계속해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아돌니스가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시즌은 마음이 떴는지 지명타자로 나서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좋냐?”
“뭐가요?”
“이제는 어엿한 주전이잖아.”
“에이. 남은 시즌 동안만이죠. 내년에 어떻게 될 줄 누가 알겠어요?”
아쉽지만 여전히 파리 목숨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주전으로 나서게 되어 버렸으니 3루를 노리던 다른 선수들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다.
‘오프 시즌에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조 캐넌 감독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내년 에인절스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성적이 부진한 포지션이 힘을 내주어야만 한다.
‘나 역시도 이 자리를 그냥 내줄 생각은 없어.’
에인절스의 시즌이 끝났다고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
오히려 이 기회를 경험 삼아 내년에는 더욱 나은 선수가 되어야만 한다.
‘내가 주전을 확보하려면 결국 1, 2선발 상대로도 무언가를 보여줘야 해.’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3선발 상대로 꽤 애를 먹는데 1선발이라니.
하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오프 시즌을 보내면 그만이니까.
‘그러니 경험부터 쌓자.’
* * *
에인절스는 3선발 레이날도가.
레인저스는 1선발 조이 히메네즈가 마운드에 오른다.
원래 1선발과 1선발의 대결은 시즌 초가 아니면 만나보기 힘들다.
팀마다 로테이션과 스케쥴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도진은 오늘도 9번 타자로 나섰다.
8번 타자로 호세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아쉽게도 그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솔직히 이건 호세가 못한 건 아니지.’
호세는 좋은 스윙을 했다.
지금까지 그와 함께한 시간 동안 본 스윙 중 최고였다.
하지만 결국 결과가 이렇다는 건 투수의 공이 훨씬 좋다는 뜻.
이제는 저 마운드 위의 괴물과 마주하는 건 자신이었다.
“후우.”
타석에 들어서기 전 내민 입술 사이로 한숨이 삐져나왔다.
타석에 들어서며 투수와 눈이 마주치자 몸이 얼음장만큼이나 차갑고 딱딱하게 굳었다.
‘와. 압박감이 장난 아니네.’
애당초 그가 누군지 몰랐다면 또 모를까.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오금이 저릴 듯한 그의 투구를 몇 번이나 지켜봤다.
‘건드릴 수나 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도진은 어금니를 꽉 깨문 후 타격 자세를 잡았다.
마운드에 선 조이 히메네즈는 너무나도 어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물론 정말 어이가 없기도 했다.
고작 18세가 타석에서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력이 괜찮다는 건 익히 알고 있어.’
현 18세 중 저 아이가 지구에서 야구를 제일 잘한다.
18세 메이저리거는 도진이 유일했으니까.
‘하지만 아가야. 나를 이기려면 한참 멀었다.’
조이는 도진이 어리다는 이유로 적당히 상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전력을 다해 밟아줘야겠지.’
그는 레인저스의 유망주가 아니다.
남다른 싹은 미리 밟아놔야 성장을 멈춰놓을 수 있었다.
‘언제 부쩍 자라서 우리 통수를 쳐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초구.
조이 히메네즈는 패스트볼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후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공은 눈 깜짝할 새 없이 한복판에 정확히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도진은 멍하니 미트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끔뻑였다.
‘미, 미친.’
전광판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100이란 숫자에 절로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연스레 목구멍으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도진은 심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잠깐 타석에서 벗어나 장갑을 매만졌다.
‘이게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인가?’
그저 빠른 공을 봐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조엘 오스틴처럼 100마일에 도달하지 못해도 최고의 위치에 오른 투수들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패스트볼은 손을 떠나면 홈 플레이트까지 도달하기 전까지 구속이 미세하게라도 줄어들기 마련.
지금까지 상대했던 투수들도 모두 그랬다.
하지만 조엘이나 조이는 달랐다.
처음 던진 속도 그대로 날아오는 듯해서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도진은 심호흡을 고르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2구. 이번에는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투구는 휘두른 배트 위를 가볍게 외면 후 미트에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못 친다.
도진은 확신했다.
‘솔직히 쭉 못 친다고 밑밥을 깔기는 했지만, 정말 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웃음이 튀어나왔다.
‘상심할 필요 없어. 무언가 얻어가기만 하면 돼.’
도진은 아주 생각을 단순히 하겠다며 마음먹었다.
3구. 공은 던져졌다.
도진은 눈을 부릅뜨며 투구를 끝까지 지켜봤다.
‘슬라이더!’
하지만 투구는 예상보다 훨씬 더 꺾여서 들어오자 도진의 어퍼 스윙은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 * *
3구 삼진.
누가 봐도 도진은 방금 승부에서 처참하게 제압당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들의 생각은 달랐다.
벨은 어이없다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걸 반응하네.”
호세는 동공과 턱이 함께 팽창했다.
“93마일의 슬라이더에 반응했다고?”
타자라면 누구라도 반응 자체는 할 수 있다.
공이 날아오는데 휘두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으니까.
대신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도진은 떨어지는 공이 슬라이더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어퍼 스윙을 가져갔다.
문제는 슬라이더의 무브먼트가 워낙 뛰어나서 닿지 못했던 것일 뿐.
물론 숱한 타자들처럼 처음부터 슬라이더를 노리고 가져간 스윙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세는 고개를 저었다.
‘노림수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만약 방금 스윙이 노림수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도진이 공을 파악 후 스윙을 가져간 것이라면?
그는 탑 클래스 타격을 갖출 수도 있게 된다.
제일 놀란 건 다름 아닌 조이 히메네즈였다.
‘이걸 반응했다고?’
고작 18세가?
믿기지 않는다. 그러니 노림수였다고 믿고 싶었다.
‘다시 만나면 알 수 있겠지.’
경기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가운데 도진은 6회 선두타자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히메네즈는 1개의 안타 그리고 1개의 볼넷을 내주며 완벽한 피칭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히죽 웃었다.
‘어디 한번 볼까?’
조이 히메네즈는 지체없이 와인드업했다.
패턴을 바꿔 이번에는 초구부터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번에도 도진의 어퍼 스윙이 나왔다.
헛스윙이었음에도 히메네즈의 동공이 순간 팽창했다 제자리를 찾았다.
‘노린 건가? 아니면 진짜 구종을 구별하고 친 건가?’
만약 구종을 구별하고 스윙한 것이라면?
‘차후에 어마어마한 선수가 되겠군.’
물론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천재 타자들이 갖춘 재능이었으므로 이미 메이저리그에도 이런 재능을 가진 이가 몇몇이나 존재했다.
무키 베츠, 마이크 트라웃, 등등.
시대를 호령했던 타자들은 이 짧은 찰나의 시간에도 구종을 파악 후 본인의 스윙을 가져간다.
그것이 비록 2스트라이크 이후라도 말이다.
‘하지만 예를 든 선수들이 하나같이 좀 이상하군.’
그들은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압도적인 탑 클래스 레벨의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를 눈앞의 애송이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조이 히메네즈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치곤 2구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고는 도진의 스윙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스윙 자체가 뛰어난가? 그건 아니다.
운으로라도 자신의 공을 맞힌다고 한들 절대 외야까지 뻗을 리는 없다.
하지만 한복판으로 향하는 공에 레벨 스윙이 나오자 아랫입술을 혀로 날름거렸다.
‘표본이 여전히 적긴 한데.’
그가 수 싸움에 능해서 배터리의 생각을 읽을 수도 있는 것이었으니까.
‘보고 치든 노림수에 재능이 있든 결국 싹 자체가 다른 아이군.’
벽을 느끼게 해 성장을 늦추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적었다.
차후에 훌륭한 선수가 되어서도 자신을 이길 수 없도록.
인간 상성이라도 만들려면 이 승부에서 완벽히 그를 눌러야만 한다.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조이 히메네즈는 3구 사인을 기다렸다.
한편, 2구 패스트볼에 헛스윙한 도진은 첫 타석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표정이었다.
‘진짜 너무 빠르네.’
태어나서 접해본 투구 중 제일 빨랐다.
무브먼트도 궤를 달리한다.
‘그래도. 공이 구별은 되잖아?’
에휴. 구별만 되면 뭐 하냐?
맞히질 못하는데.
도진은 마음을 정리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머릿속을 비우자.’
눈을 부릅뜬 채 타격 자세를 잡자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도진의 시선은 오로지 공에 쏠려 있었다.
백 스핀이다.
패스트볼일까? 아니면 슬라이더?
‘아니. 느리다.’
도진은 이번에도 어퍼 스윙을 했다.
대신 슬라이더에 반응했을 때보다 속도를 조금 더 늦췄다.
‘이게 체인지업이 아닐 리가 없어!’
따악! 배트가 공에 닿았다.
그 즉시 도진은 시원섭섭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에라이!”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공은 내야를 벗어났지만, 중견수가 몇 발치 움직이지도 않고 타구를 손쉽게 처리했다.
아쉬움에 휩싸인 도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그 때문에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놀라움을 가득 담은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으며, 호세의 여러 감정이 담긴 눈빛 또한 보지 못했다.
그리고 복잡한 눈빛을 한 호세의 불끈 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 진동이 워낙 거세 전신까지 전달되었다.
‘맞추지는 못했지만, 조이의 투구에 전부 반응했던 것도 모자라. 그가 던진 구종을 완벽히 파악해버리다니.’
호세는 피식 웃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선수에게 왕관을 씌워버렸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진짜 저놈은 제대로네?’
* * *
에인절스의 시즌은 완전히 끝이 났다.
도진은 추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선발. 그리고 미네소타의 1선발을 상대로도 무안타 경기를 펼쳤다.
그래도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
‘경험이 조금 더 쌓이면 칠 수 있으려나?’
아니. 기필코 내년 시즌에는 쳐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게끔 열심히 훈련할 생각이었으니까.
메이저리그 콜업 후 성적은 이랬다.
40타수 11안타 0.275. 홈런은 메츠와 양키스전에서 총 2개를 때려냈고 타점은 4개를.
마운드에서는 11이닝 17삼진 3실점 3피홈런. 방어율 2.4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