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19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199화(199/400)
상우는 다음 날 캐리어 2개를 끌고 도진의 집으로 입주했다.
“이야. 집 좋네. 이게 성공한 인간의 삶이냐?”
호세 집 보면 기겁하겠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은 알아서 자라.”
“간이침대 하나 사도 되냐?”
“그러든가. 근데 소파가 더 편하지 않겠어?”
“그럴지도. 어쨌거나 나가자. 휴가는 휴가답게 보내야지.”
“어디 가려고?”
“수영장. 장난 아니던데? 워터파크인 줄.”
수영장이 큰 건 맞지만 그 정도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 워터파크 가보기는 했니?
평생 야구만 하느라 없었을 텐데.
어차피 며칠 휴식할 계획이었던 도진은 흔쾌히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둘은 선글라스를 낀 채 선베드에 누워 생과일주스를 홀짝였다.
“진짜 부럽네. 여긴 얼마냐?”
“달에 4,500달러.”
“와. 개 비싸네. 집은 좁던데 내 월급 전부 쏟아부어도 한참 모자라네. 근데 왜 여기로 했어? 혹시 24시간 피트니스 센터 때문이냐?”
그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무엇보다 걸어서 가도 될 만큼 홈구장과 가까워서였다.
“수영장에 왔으니 수영하러 들어가자.”
“수영할 줄 아냐?”
“몰라. 그냥 물에 몸이나 담그고 있지 뭐. 있어 보이게.”
그래. 이렇게 누워 있는 것보다는 백번 낫겠지.
둘은 선글라스를 벗고 수영장에 들어가서 난간에 팔을 걸쳤다.
그러자 두 쌍의 남녀 무리가 다가왔다.
“에인절스의 킴?”
그들이 알아보자 되레 놀란 건 상우였다.
“야, 저 사람들 연예인 아니야?”
도진도 저들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출중한 외모를 보아 연예인이라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살아요?”
“네. 어제부터 그렇게 됐어요.”
“이야! 반가워요! 다음에 기회 되면 식사라도 같이해요!”
“좋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쿨하게 자리를 뜨자 상우는 너스레를 떨었다.
“와. 벌써 연예인 인맥 생긴 거야? 부럽다 부러워. 이래서 메이저리거, 메이저리거 하나 보다.”
“연예인 인맥은 원래 있었고, 나도 저분들은 처음 봐. 어제 입주했다니까?”
“연예인 인맥? 누구?”
“제니퍼.”
“아 그 귀염둥이. 그것도 그렇네. 그나저나 나도 여기 살고 싶다.”
“메이저리거 되면 여기로 구해라. 방 좀 남는 거 같더라.”
“그게 언제냐고…….”
“열심히 하면?”
상우는 으르렁댔다.
“열심히 했어. 임마!”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 메이저리거인 네 말이 백번 맞겠지. 그래서 오프 시즌 어떻게 보낼지는 정했어?”
“일단 마이크와 상의 좀 해보려고. 멤버는 정해졌어.”
“누구누구 오는데?”
“너, 그레그 그리고 호세.”
상우는 턱을 매만졌다.
“호세? 어디서 들어봤는데.”
이내 그의 눈이 번뜩 뜨였다.
“엥? 에인절스 메이저리거 호세?”
“어.”
“그 호세가 우리 같은 햇병아리들이랑 같이 훈련하겠대?”
“그렇게 됐다. 그러고 보니 넌 좋겠네. 같은 포수잖아.”
“스프링 캠프 떨어지기 직전에 조금 도움을 받았지! 그래도 어색하긴 할 것 같다. 하긴. 어색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메이저리거인데.”
“그래. 이번에 좀 살갑게 해서 많이 배워놔라.”
상우는 눈동자에 의욕을 가득 담았다.
“호세에게 프레이밍 배우고 싶다. 양키스전 직관 갔었잖아. 그때 봤는데, 공 받을 때마다 무슨 대포 터지는 소리 나던데?”
“미트질 하나는 기가 막히긴 하지.”
“부럽다. 근데 타격은 안 부럽긴 함.”
“호세 타격 괜찮아.”
“성적은 아니잖아?”
“그건 메이저리거 투수들이 대단해서 그런 거고.”
상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저리거들은 그렇게 대단하냐?”
“당연한 거 아니겠어?”
상우는 입술을 빼쭉 내밀었다.
“그래서. 너도 대단하다고?”
“그건 아니지. 난 아직 멀었어. 조이 히메네즈 알지?”
“큭큭. 필리스전도 따로 챙겨봤어. 네가 그렇게 애먹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가? 웃기긴 하더라.”
도진도 어이없다며 입꼬리를 올렸다.
“친구 당하는 거 보니 좋아?”
“아주 통쾌해 죽겠더라. 하긴. 네가 애를 먹은 게 조이 히메네즈뿐만은 아니었지. 역시 1, 2선발은 아무나 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정말 대단하긴 하지.’
이내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그래도 다음 시즌에는 기필코 이겨야겠지.’
* * *
시간은 흘러 어느덧 12월.
슬슬 훈련에 돌입할 시기가 왔다.
도진과 상우는 FS 정문에서 마이크를 기다렸다.
당분간 이곳에서 훈련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FS는 시설도 좋고. 젊은 피들이 훈련하는 모습에 덩달아 자극도 될 테고.’
무엇보다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거머쥔 FS는 식단도 더 화려해졌다고 했다.
지금 도진은 이보다 운동하기 더 좋은 장소를 물색하지 못했다.
때마침 택시에서 그레그가 내렸다.
“브르르라더!”
등장 한번 요란했다.
도진과 상우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후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만약 누군가 있었다면 그레그를 외면했을 생각이었다.
“왜 안 들어가고 여기 있어?”
“친구 기다리고 있어요.”
때마침 택시 한 대가 또 멈춰 서더니 마이크가 내렸다.
“다들 일찍 일찍 다니는군.”
그레그는 처음 보는 마이크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갔다.
“오! 네가 킴을 천재로 만든 친구구나?”
마이크는 순간 당황한 눈빛을 띠었지만, 곧잘 추슬렀다.
“그레그 호먼. 2루수. 환상적인 수비 능력에 준수한 타격 능력. 약점이라면 참을성. 이 부분만 보완하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겠죠.”
“와. 너 진짜 대단하네? 내가 참을성이 없는 걸 어떻게 알았어?”
도진과 상우는 동시에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4살짜리 애도 알 텐데.’
물론 마이크는 그레그에 관한 다른 데이터들이 더 있을 것이다.
그레그도 훈련에 참여한다고 언질을 놓았으니 준비해 두었겠지.
이건 그저 그다운 방식으로 인사를 건넨 것일 뿐이니까.
도진은 손뼉을 두 번 치며 일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슬슬 들어가죠.”
상우가 도진의 어깨를 잡았다.
“한 명 더 온다며.”
“조금 늦는다고 하더라.”
정확히는 아들 병원에 들렀다가 온다고 했지만.
굳이 호세의 사생활을 알릴 필요는 없겠지.
그레그가 눈을 땡그랗게 뜨더니 물었다.
“누, 누가 더 와?”
마이크도 당황했다.
“뭐야? 이렇게 훈련하는 거 아니었어? 미스 차라도 오는 거야? 분명 톡 방에 LA로 올지는 모르겠다고 했는데?”
“호세가 같이 훈련하기로 했어.”
도진의 덤덤한 답변에 그레그와 마이크의 턱이 벌어졌다.
“호, 호세?”
“설마. 호세 가브리엘?”
도진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당사자들은 머리를 쥐어 싸맸다.
“메이저리거랑 함께 오프 시즌을 보낸다고?”
“메이저리거를 가르치라고?”
도진은 쩝! 입맛을 다셨다.
저기 미안한데. 친구들. 나도 메이저리건데?
온도 차이 보소. 이래서 야구는 경력이 중요한 법인가 보다.
* * *
2년 만에 방문하는 FS 고등학교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실내 야구장 입구로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킴! 진짜 왔네요!”
제니퍼가 제일 먼저 해맑은 미소로 다녀왔다.
순간 마이크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서늘한 눈빛을 뿜어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눈웃음을 유지했다.
“여! 올드맨! 오랜만이네!”
“캡틴. 잘 지내셨어요? 메이저리거 되신 거 정말 축하드려요.”
페르난도와 디에고였다.
도진과 마이크는 그들의 모습에 턱이 떡하니 벌어졌다.
메이저리거의 아들들이라서 그런가?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와. 많이도 자랐네.”
마이크의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도대체 뭘 먹으면 그렇게 크냐?”
FS 출신 중 피지컬이 훌륭하기로 소문난 마이크와 비등했다.
고작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비등하다니.
“그나저나 올드맨은 여전히 비실비실하네? 어찌 그 몸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버텼어?”
도진은 올드맨이라는 단어에 이번만큼은 그레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레그는 심히 당황해했다.
“나 아, 아직 젊어!”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와 마이크는 감독님과 따로 인사부터 나눌 테니 몸 풀고 있을 테니 상우와 몸이나 풀고 있어요.”
상우가 물었다.
“우리도 따로 인사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나중에 하면 되지.”
도진과 마이크는 도널드 감독과 재회하며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그래. 킴. 소식은 잘 듣고 있다. 메이저리거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전부 감독님 덕분입니다. 감독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전 이 자리에 올라설 수 없었겠죠.”
도널드는 기특하다는 미소를 띠며 도진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마이크도 신수 좋아 보이는군. 아쉽지는 않아?”
“이놈 잘나가는 거 보면 배가 좀 아프긴 한데요. 그래도 지금이 더 만족스러워요.”
“그래. 네가 만족스럽다면 그걸로 됐다. 어쨌거나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훈련해도 괜찮다.”
도진은 고개를 꾸벅 후 나지막이 물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몸을 키워야 할지 고민입니다.”
도널드 감독은 즉각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닐세. 지금까지 쭉 지켜봐 온 결과 억지로 몸을 키운다고 해서 성적이 대폭 향상되지는 않을 걸세.”
마이크도 거들었다.
“나도 감독님과 같은 생각이다. 괜히 억지로 몸을 키웠다가 밸런스가 전부 무너질 수도 있어. 넌 메이저리거이긴 한데 언제 강등당할지 모르는 새파란 신인이잖아? 지금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먼저야.”
둘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도진은 더는 신체 가지고는 의문을 품지 않기로 했다.
“다음 목표로 나아가기 위한 훈련을 하면 된다. 그건 이제 나보다 전문가가 된 마이크가 더 잘 알겠지만.”
“에이.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아직 배우는 단계라고요. 실험 대상도 이놈밖에 없었다니까요? 데이터가 적어도 너무 적어요.”
도널드 감독은 어깨에 멘 마이크의 가방을 힐끗 쳐다봤다.
“종이만 들어있는 거 치곤 꽤 무거워 보이는데. 거기 전부 데이터가 들어있는 거 아니던가?”
마이크는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렇긴 하죠. 저도 이놈 다음 목표를 아직 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다 챙겨올 수밖에 없었죠.”
둘의 시선이 도진에게 모였다.
도진은 윗입술을 검지로 비볐다.
“다음 목표라. 개인적인 목표를 말씀하시는 거죠?”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셋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개인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팀 목표에 더 가깝다.
혼자만의 활약으로 우승을 거머쥘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도널드와 마이크는 어서 대답해보라며 닦달하는 시선을 보냈다.
도진도 더는 지체하지 않았다.
“Rookie of the year가 되고 싶습니다.”
생에 단 한 번만 얻을 수 있는 신인왕.
도진의 다음 시즌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