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0화(200/400)
도진은 어떤 메이저리거에게도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는 신인왕을 목표를 잡았다.
마이크는 슬슬 시간이 됐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년 시즌 더 나은 활약을 펼치려면 오프 시즌을 잘 보내야겠지. 일단 그레그. 다음 시즌 목표가 뭔지 좀 말해주시겠어요?”
“나야 당연히 더 나은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지. 구체적으로 난 올해 하이 A에서 더블 A로 승격했어. 앞으로 트리플A만 남겨둔 상황이지만, 혹시 알아? 나도 킴처럼 단번에 승격할 수도 있을지?”
“음. 그러니까 리와 그레그는 메이저리거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네요?”
“그렇겠지?”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지금 보이는 약점을 전부 보완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레그가 생각하는 본인의 약점이 뭐죠?”
그레그는 쭈뼛쭈뼛하며 본인의 단점을 얘기하지 못했다.
마이크는 그럴 줄 알았다며 말을 덧붙였다.
“타석에서도 수비에서도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은 건 알겠어요. 그런데 좀 과하리만치 오버하는 경향이 있어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는 쉽게 처리 좀 하세요.”
“그, 그걸 어떻게 알아? 내 경기를 본 거야?”
“네. 봤어요.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킴 보고 배운 거죠? 쟤는 하이라이트 릴에서 나올 법한 플레이를 자주 보이기는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최선의 선택지를 내린 거예요. 반대로 그레그는 겉멋이고요.”
와. 제대로 뼈를 때리네.
도진과 상우는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성적을 내고 싶어서 조급한 건 알겠어요. 그래도 공을 더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한 훈련을 좀 진행해보도록 하죠.”
“고, 고마워.”
마이크의 시선이 상우에게 향했다.
“친구야. 넌 많이 좋아졌더라. 타석에서는 지금처럼만 해줘도 충분해. 기본적으로 배트 스피드와 힘을 기르는 훈련은 따로 해야겠지만. 대신 네 약점은 리드의 섬세함이 좀 부족하다는 거야. 그건 아마 킴 때문이겠지.”
상우는 어렸을 적부터 상대 선수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도진과 합을 맞췄다.
하지만 모든 투수가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넌 계속해서 투수가 타자를 힘으로 찍어 누르기를 바라는 것 같더라. 리드에서 보였어.”
상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
“그 문제는 나와 함께 해결해보자. 아. 호세도 방문한다고 했지? 그에게도 조언을 구해보고.”
연습을 재끼고 일원들과 합류해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페르난도와 디에고의 눈이 번뜩 뜨였다.
“호, 호세?”
“에인절스 메이저리거 호세요? 그분이 여길 방문하세요?”
도진이 대표로 대답했다.
“어. 훈련 도와주러 온다고 하더라고.”
“와! 우리 올드맨 말고 진짜 메이저리거가 오는 건가?”
나는 가짜 메이저리거냐?
도진은 에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디에고가 말을 이었다.
“저희도 도움을 좀 받아도 괜찮을까요? 방해 안 되는 선에서만요.”
“내년 시즌 도약을 꿈꾸는 선수니까 너무 귀찮게 하면 안 된다.”
이미 호세와 얘기를 끝냈다.
시간 날 때 꿈나무들을 봐주겠다며 호세 본인의 입으로 먼저 말했었다.
“자자. 마지막은 너야.”
마이크가 손뼉을 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넌 다음 목표가 뚜렷하게 있잖아?”
“그렇지.”
주변의 시선은 그 꿈이 뭔데? 눈빛으로 묻자 마이크가 대신 대답했다.
“Rookie of the year. 그게 누구든 생에 단 한 번만 도전할 수 있는 상이지.”
도진은 8월 말이 되어서야 26인 로스터에 들어갔다.
신인왕 자격은 전 시즌 8월까지 26인 로스터에 45일 미만 130타수 이하, 투수는 50이닝 이하면 다음 시즌 신인왕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도진은, 이 기준에서 전부 미달이었던지라 신인왕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도진은 오오오! 라는 추임새와 음흉한 주변의 시선을 피하고자 잠깐 고개를 떨궜다.
“왜들 이래? 신인이라면 전부 신인왕에 도전해보는 건 당연하지.”
“그래서. 넌 신인왕이 되게끔 뭘 할 거냐?”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짧지만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
신인왕을 타려면 어떤 부분을 손봐야 하는지. 어떤 활약을 펼쳐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그때.
누군가 뒤편에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니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쩌긴. 타격을 뜯어고쳐야겠지.”
일원들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와! 진짜 메이저리거다.”
페르난도의 말마따나 호세가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미소 짓고 있었다.
* * *
호세는 도널드 감독과 인사를 나눈 후 FS 야구부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그러고는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도진과 마이크의 곁에 합류했다.
“너지? 데이터 정리해서 보내주는 친구가.”
마이크는 호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호세.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팬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던 도진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너 다저스 팬이잖아.”
“닥쳐! 다저스 팬인 건 다저스 팬이고 내 모티브는 원래 호세였어!”
도진은 반박하지 못했다.
가만 보니 고등학교 때 마이크를 보면 호세와 어딘가 닮아 있었으니까.
수비와 리드는 뛰어나지만, 타격은 조금 부족한……?
마이크가 자신의 눈빛을 읽었는지 께름칙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돌렸다.
“어쨌거나 신인왕은 그해 제일 잘한 신인이 가져가는 상이야. 전부 너처럼 19세도 아니지.”
대부분 메이저리거로서는 빠르게 데뷔하는 23세, 24세 이들에게도 신인왕 자격이 주어진다.
또 타 리그에서 진출한 프로 선수들도 전부 자격이 된다.
30세가 넘어서도 신인왕 자격은 주어지므로 고졸 신인으로 빠르게 메이저리거가 된 도진에겐 불리한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리한 건 아니다.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선수라면 나이가 어린 선수에게 표가 더 몰리기 마련.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호세를 힐끗 쳐다봤다.
“제 타격이 그렇게 엉망인가요?”
호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그러더니 마이크에게 물었다.
“넌 이 아이의 장점을 알아?”
“솔직히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타격 부분이 문제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은 좀 생겼습니다. 실험 결과가 답을 알려주겠지만 아마 저희 생각이 맞을 것 같습니다.”
도진은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둘은 의미가 비슷한 말을 동시에 꺼냈다.
“넌 반응 속도가 남달라. 더 좋은 타격을 뽑아낼 재능을 갖추고 있어.”
“판단이 빠른 너는 지금보다 더 나은 타격을 할 수 있을 거다.”
호세는 피식 웃더니 마이크에게 턱짓했다.
듣고 있을 테니 머릿속에 담아둔 걸 풀어내 보라는 의미였다.
마이크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 피지컬이 좋은 선수는 타격이 좋다. 이건 대부분이 아는 얘기지. 그리고 대부분이 더 뛰어난 타격을 위해 몸을 키우지. 하지만 피지컬이 좋은 선수만 타격을 잘하는가? 그건 아니야.”
언더사이즈 선수 중에서도 타격이 좋은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너 지금 키와 몸무게가 몇이지?”
“지금 대충 6피트 1. 176파운드.”
도진의 마지막 기억으로는 187cm에 80kg.
물론 키를 재는 기계가 전부 정확하지는 않아서 딱히 관심은 없었다.
어찌 됐든 야구 선수로는 꽤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몸무게를 불리려고 열심히 먹어봐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너보다 작은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은 꽤 있지.”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키가 175cm였으며 무키 베츠도 그와 같았다.
호세 알투베는 그보다 작은 164cm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사이즈 따위는 의미가 없다는 듯 타격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전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는 점.
실버슬러거는 각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인 선수에게 주어진 상이다.
“대부분 20개의 홈런을 때려낸 적 있고, 호세 알투베와 무키 베츠는 30홈런도 넘게 때려봤지.”
그중에서 단언 탑은 무키 베츠였다.
그 작은 몸으로 4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격 능력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내가 방금 말한 선수들만큼 타격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가능성은 있다는 거야. 이번 시즌에 네가 45타수 2홈런을 기록했지?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좀 따라준 거겠지.”
사실이다. 첫 홈런을 기록한 뉴욕 메츠전에서는 연장 16회에 홈런을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 전에서의 홈런은 완벽한 노림수로 인한 홈런이었지만, 그 외 홈런은 없었다.
도진은 턱을 매만지며 비장하게 말했다.
“풀 타임이었다면 힘에 부쳐서 더 어려웠을 수도 있고. 내가 가진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성적은 더욱 곤두박질칠 수도 있겠지.”
“알면 됐어. 어쨌거나 넌 타격으로 대성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아직 실험해봐야 아는 거지만, 지금까지 경기 내용을 봐서는 그래.”
마이크는 호세를 힐끗 쳐다봤다.
호세가 거들었다.
“나도 동의한다. 일단 이 애송이는 타구 판단 속도가 남달라도 너무 달라. 맞지?”
“네. 맞습니다. 최근 조이 히메네즈와의 경기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어. 나도 그랬어. 비록 헛스윙했지만, 그 빠른 공을 전부 파악해서 스윙했지.”
마이크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자료 하나를 꺼냈다.
“이거 봐봐.”
마이크는 도진이 종이를 훑고 내려가는 사이 설명을 덧붙였다.
“패스트볼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0.4초 정도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으로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은 판단하는 시간은 0.25초. 나머지 0.15초 만에 스윙을 가져갈지 말지 판단해. 그런데 내가 대략 재봤을 때 넌 0.25초보다 더 빠른 느낌이었어.”
그러니 그가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꾸준히 풀 스윙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애송이 넌 스윙은 좋지만,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어. 아마 공을 갖다 맞춰도 이게 뻗어 나갈까?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겠지.”
도진은 팩트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잘 맞은 타구도 제때 뻗지 않아서 타석에 들어서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메커니즘이라면 네 생각대로 공이 뻗지 않을 거다. 그러니 메커니즘을 바꿔야 하는 거고.”
마이크가 거들었다.
“작년에 했던 훈련 중 배트 스피드를 키우는 훈련을 했잖아? 그 때문에 배트 스피드는 꽤 좋아졌어. 물론 탑 클래스 메이저리거들에 비하면 부족하지. 근데 그때의 훈련은 임시방편. 이제는 네 문제점을 찾았으니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다.”
호세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송아. 넌 핫 코너를 본다. 아무리 네가 투타 겸업이라도 핫 코너를 담당하면 펀치력을 갖추는 게 좋아. 그게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에 다가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럼 전 지금 당장 뭘 해야 하죠?”
마이크는 싱긋 웃었다.
“반응 속도부터 확인해 볼까?”
그리고 그 결과는 더없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