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1화(201/400)
반응 속도를 하기 위한 테스트는 여럿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하는 반응 속도 테스트 게임 같은 것이 존재했지만 FS에는 그 기계가 없었다.
“연락해 봤어?”
“응. 가능하다고 하더라.”
도진은 코비에게 급히 연락했다.
반응 속도 테스트를 위해서 30분 만이라도 과학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 결과 언제든지 방문하라는 답변이 왔다.
“좋아.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테스트를 먼저 해보고 바로 출발하자.”
당장 사용해보기 위해 이동해도 문제는 없지만, 여러 방면에서의 사전 테스트는 이후에 진행할 반응 속도 테스트의 정확도를 높여줄 것이다.
“바로 시작하자.”
디에고가 마운드에 올랐다.
제일 먼저 페르난도가 시범을 보이고 싶다며 타석에 들어섰다.
마이크가 외쳤다.
“페르난도. 룰은 인지하고 있지?”
“오브콜스! 지금 당장 시작하죠!”
테스트는 비교적 단순했다.
공이 날아오는 순간 이 공이 어떤 공인지 외치면 된다.
그리고 스윙 여부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갈린다.
마운드에 선 디에고는 즉각 와인드업했다.
공이 손을 떠나자 페르난도는 초구부터 가볍게 스윙하며 패스트볼! 이라고 외쳤다.
퍼억.
공이 미트에 꽂히면 마이크는 시간을 말해주었다.
“0.3초.”
“0.29초.”
“0.28초.”
“0.3초.”
인간이 스탑워치를 이용해 시간을 재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으로서는 표본이 되어줄 수 있는 실험이다.
무엇보다 직접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므로 진짜 스윙을 하는지 아닌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켜보던 호세가 혀를 내두르더니 도진에게 물었다.
“쟤들 고등학생 아니냐?”
“맞아요.”
“그런데 둘 다 미쳤네?”
“전 메이저리거 아들이에요.”
“메이저리거? 누구?”
“반즈 형제들이라고 불러요.”
“오? 어쩐지 남다르더라. 앞으로 크게 되겠어! 나중에 에인절스 올 생각 없는지 물어봐.”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잡담을 나누는 사이 그레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레그는 평균 0.27초의 기록이 나왔다.
물론 고등학생과 비교해 시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인지.
공이 손에서 떠나자마자 구종을 예측해서 배트를 휘둘러도 봤지만, 그마저도 틀렸다.
상우는 평균 0.26초가 나왔다.
무조건 빠르다고 좋다기보다는 중요한 건 정확성.
구종을 정확히 파악하는 건 당연했고,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도 구별해내야 하는데.
‘디에고는 평균 91마일. 최고 구속 94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지.’
패스트볼이야 금세 알아챌 수 있지만, 프로인 그레그와 상우도 변화구를 맞히는 데는 60%의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어려운 테스트였다.
다음은 호세.
다들 그가 타격에서는 한물갔다고 보고 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야. 메이저리거는 메이저리거네.”
“그러게. 타격이 좋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게 진짜 메이저리거지!”
호세의 테스트 결과는 평균 0.24초. 정확성에서는 70%의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일까?
그레그와 상우는 오들오들 떨었다.
“우린 아직 멀었구나.”
이런 호세가 메이저리그에서 최종 타격 성적 2할 1푼을 거뒀다.
대부분 백업으로 출전해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다.
그것과 별개로 그보다 느린 자신들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봤자 그보다 못한 성적이 그려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놀라기는 아직 일렀다.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모든 시선의 그에게 집중됐다.
공은 디에고의 손을 떠났다.
“체인지업!”
공이 떠나는 즉시 도진은 구종을 파악 후 외쳤고. 스윙은 하지 않았다.
마이크는 스탑워치를 멍하니 들여다보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간신히 말을 덧붙였다.
“0.22초.”
다른 구종도 아닌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분간하기 어려웠음에도 굉장히 빠른 판단 속도가 나왔던 것.
“0.2초!”
“0.21초!”
“0.2초!”
“0.19초!”
더군다나 90%라는 압도적인 성공률을 거뒀다.
10%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지만, 충분히 스윙할 수 있을 법한 궤적으로 공이 날아왔었다.
페르난도는 입맛을 다셨다.
“쩝.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네.”
그레그와 상우라고 다를까?
둘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싸매더니 절망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저건 선천적인 거 아냐? 우리가 목표했던 2년 만에 메이저리그 밟을 수 있을까?”
호세는 의외로 평온했다.
대신 그럼 그렇지. 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조용히 새어 나왔다.
* * *
테스트가 끝난 즉시 일원들은 호세가 끌고 온 SUV를 타고 에인절스 사이언스 센터에 방문했다.
거기서 시각과 반응에 대한 협응 반응 속도 체크 테스트를 완료 후 다시 FS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앞서 확인한 테스트 결과가 조금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리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마이크는 결과를 발표했다.
“호세는 평균 0.25초가 나왔어요. 이 정도 결과면 타격에서의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0.25초면 패스트볼 기준 0.15초 사이에 판단을 내리고 본인의 스윙을 가져가야 한다.
메이저리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호세는 생각지도 못한 테스트 결과에 미소를 띠었다.
늙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현역 수준이었으니까.
“오길 잘했군.”
나지막이 읊조린 그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내 메커니즘도 바꿔주는 거냐?”
“저를 맹신하시면 안 됩니다. 전 엄연히 일개 대학생이니까요.”
“일개 대학생이 타격 코치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말해주잖아? 시도는 해볼 테니 어려워하지 마라.”
“감사합니다.”
마이크는 그레그와 상우의 결과도 발표했다.
“그레그는 평균 0.278초. 리는 0.269초가 나왔어. 그래도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어. 이건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를 밟아 보지 못해서 나온 결과일 수도 있거든.”
둘은 하이 A에서 풀 타임을 뛰었다.
하이 A는 엄연히 메이저리그보다 평균 구속이 느리다.
빠른 공을 자주 접해보지 못한 그들이 판단을 비교적 느긋하게 가져갈 수 있었기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0.2초대 중, 후반이라도 훈련에 따라 충분히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마이크는 마지막으로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더니 혀를 내둘렀다.
“말해 뭐하겠냐. 평균 0.2초 나왔다.”
호세와 비교해도 0.05초나 빠른 시간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0.05초는 정말 찰나의 순간일 뿐이지만.
타자는 그 0.05초로 아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결과는 메이저리거의 평균을 가볍게 웃돌아. 아니. 탑 클래스라고 볼 수 있지.”
지금보다 월등히 좋은 타격을 뽑아낼 수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오자 도진은 미소가 절로 솟았다.
‘진짜 친구 하나 잘 뒀다니까?’
정진해서 다음 시즌에는 타격으로도 더 좋은 결과를 이루겠다.
그럼, 신인왕에 가까워질 수 있겠지.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도진의 눈빛은 의지로 가득 찼다.
* * *
훈련에 앞서 마이크와 호세는 도진의 단점을 말해주었다.
“한번 이유를 말하기는 했는데 일단 네 스윙은 지금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없어서 타격 메커니즘을 바꿔야 해.”
호세도 말을 덧붙였다.
“이 친구 말이 옳다. 그리고 네 마음가짐도 문제가 좀 있어.”
“마음가짐이요?”
“어. 내가 지금까지 널 오래 봐온 건 아니지만, 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먹히는 주루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생각이 훤히 보였단 말이야?”
팩트였다.
메이저리거가 되고 나서는 언제나 타격보다는 출루에 더 중점을 두었으니 말이다.
타격할 수 있는 공도 구위에 눌릴까 봐 참았던 적도 몇 번 있었다.
“투수의 투구 수를 늘리면 이득이라서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었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제 너도 메이저리거잖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해. 물론 늦은 거냐고 묻는다면 절대 늦지 않았지. 앞으로 스윙으로 보여주면 된다.”
이제 갓 메이저리거가 된 아이에게 직접 해결사가 되라는 말은 가혹해도 너무 가혹하지 않던가?
그래도 도진은 해결사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이번 실험 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타격 능력으로 오히려 승부를 외면한다?
“아깝잖아?”
“그렇긴 하네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후속 타자에게 이어준다는 마음가짐 자체는 상반된다.
호세의 말마따나 메이저리거라면 직접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목표인 신인왕에 올라설 수 있겠지.’
그리고 개인 타이틀은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최종 목적에 기필코 필요한 훈장이었다.
침음하는 사이 마이크가 대화에 참여했다.
“일단 훈련에 앞서 네 의욕을 돋우고자 이야기해줄 게 있다. 이왕이면 신인왕 레이스에서 네 앞길을 막는 적을 알아두는 편이 좋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누가 신인왕 레이스에 참여하는지는 그 시즌이 되어봐야 아는 거 아냐?”
“그래도 유력 후보들이 몇 있어. 일단 NPB에서 사와무라상을 받은 유우키 나카무라. 데뷔부터 매해 10승을 거뒀어. 통산 방어율도 2.3으로 훌륭한 투수야. 이번에 메이저리거가 될 확률은 99%.”
“NPB도 알아?”
“찾아보지는 않았어. 근데 미국에서도 기대하는 선수거든. 다음은 류타 이시하라. NPB에서 최근 3년간 매해 30홈런은 때려냈어. 일본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거 같은데 이 선수도 올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쟁쟁하네.”
말 그대로 쟁쟁하다.
일본 프로 야구 NPB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은 꽤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리고 저들은 엄연히 프로로서의 활동 경력이 도진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무대가 바뀌었다고 한들, 적응만 한다면 신인왕을 거머쥘 수 있다.
더군다나 일본 리그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로 건너와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는 무려 네 명이나 있었다.
노모 히데오, 사사키 가즈히로, 스즈키 이치로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
“KBO에서도 한 명 있어. 네가 더 잘 알 수도 있겠네. 정환 팍!”
박정환. 도진도 알고 있다.
KBO의 천재 타자였다.
데뷔 시즌에서 20홈런을 쳐내더니 매해 30홈런 이상 때려냈고 50홈런 시즌도 만들어 냈을 만큼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이제 여기까지는 엄연히 타 리그 사람들이지. 너와 같은 AL에 소속일지는 모르는 거고.”
AL과 NL은 신인왕을 각 1명씩 총 2명을 뽑는다.
그러므로 도진의 신인왕 경쟁자는 AL 리그 선수들만 해당한다.
마이크는 말을 덧붙였다.
“너와 같은 AL 출신들도 알아놔야겠지? 이번 9월에 확장 로스터로 메이저리그를 밟은 4년 전 1라운더 1픽. 폴 크림슨포드. 102마일까지 던지는 파이어볼러. 소속은 보스턴 레드삭스고 아마 올해 콜업될 가능성이 커.”
“102마일까지 던진다고?”
“응. 포지션도 너와 같은 불펜 투수. 선발로 나설 것 같지는 않아.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카일 코버. 알지?”
“어. 내가 더블 A였을 때 유망주 랭킹 2위였어. 좌익수로 30홈런 때려냈던 것 같았는데.”
마이크는 정답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유망주 랭킹 1위. 뉴욕 양키스 소속 놀란 카브레라. 내년 19세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가능성이 크다.”
더블 A에서의 성적은 3할 2푼 5리. 39홈런. 102타점.
도진은 다른 누구보다 라이벌의 이름이 들려오자 한쪽 입꼬리가 치솟았다.
정말 괴물 같은 성적이 아니던가?
“놀란 카브레라는 데뷔 시즌 30홈런 이상도 때려낼 재능이라는 평가가 자자해. 예전 브라이스 하퍼가 데뷔 시즌에 21홈런을 쳤을 때보다도 성적이 좋아.”
신인이라도 2019년 피트 알론소처럼 데뷔 시즌 53홈런을 쳐낸 선수도 있어 30홈런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때 당시의 피트 알론소는 23세였으며 놀란 카브레라가 내년에 데뷔하게 되면 19세다.
“19세 30홈런이면 신인왕 타이틀은 거머쥐는 거 아니냐?”
“때에 따라 다르긴 한데 그럴 확률이 높지.”
어렵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럼 난? 도대체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거지?”
“너는 투타 겸업이잖아? 투수에서 잘하고 타석에서도 20홈런 이상 때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도진은 20홈런이 뉘 집 개 이름이던가? 어이없다는 듯이 마이크를 쳐다봤지만 금세 입꼬리를 올렸다.
프로 선수에게 불가능 따위는 없어야만 했으니까.
‘재밌겠어.’
도진의 눈빛을 읽은 마이크도 단 한 번만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야. 내가 그저 꿈에 부푼 숫자나 나열할 것 같냐?’
지금까지의 데이터만으로는 그가 가진 타격 포텐은 놀란 카브레라를 웃돌면 웃돌았지, 절대 뒤처지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