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2화(202/400)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전문가들은 100이면 100 메커니즘이라고 말할 것이다.
메커니즘만으로 사람이 180도 바뀌는 일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제구가 되지 않는 선수의 제구를 잡아 준다거나.
구속이 늘지 않는 선수의 구속이 늘어난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메커니즘이 보편화되지 않았다면 체격이 작은 선수는 매번 똑딱이나 쳐대는 타자였을 테지만.
이제는 그런 선수들도 장타를 생성할 수 있는 타자가 된다.
물론 아무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부가적인 능력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도진은 최정상급 선수로 올라설 포텐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힘이 조금 부족하다고 한들 충분히 강타자가 될 수 있다.
몸을 억지로 키워서 힘을 기를 필요도 없었다.
미국에서는 선수들에게 강제로 발전을 강요하지 않는다.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며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빼버리는 식이다.
그렇기에 메커니즘을 바꾼다는 것은 큰 수술이나 다름없었지만, 결국 선수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도진은 그 큰 변화를 앞두고 있었다.
“네 메커니즘은 이런 식이 될 거야.”
마이크는 핸드폰으로 영상 하나를 틀어 도진에게 건넸다.
“나는 원래 다른 메커니즘을 생각했었는데, 호세가 도움을 줘서 변경한 거야.”
호세가 대답했다.
“네가 생각한 메커니즘도 훌륭했다. 뭐가 더 잘 맞을지는 겪어봐야 아는 거겠지.”
“아니에요. 킴에게는 이 메커니즘이 맞는 것 같아요.”
영상 속의 주인공은 뉴욕 메츠 주전 유격수 에스리우스 로자리오.
그 역시도 키 183cm에 몸무게 85kg으로 야구 선수로서는 작은 사이즈지만, 매해 30홈런은 쳐내는 선수였다.
커리어하이는 42홈런으로 현존 유격수 중 탑이었다.
“영상 속의 자세와는 조금 다를 거야. 사람은 신체 능력이 전부 달라서 결국 본인에게 맞는 폼이 있거든. 그냥 메커니즘이 어떤 식인지 설명해주기 위한 영상이다.”
도진은 에스리우스 로자리오의 타격 메커니즘 설명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특이점이라면 레그킥을 할 때 몸을 말아 웅크리는 것.
잠깐 영상을 멈췄다.
“이 동작은 스윙을 가져가기 전에 힘을 응축시키는 건가?”
“어. 맞아. 이 선수도 타구 판단이 굉장히 빠른 선수야. 그래서 레그킥도 크게 가져갈 수 있고 모은 힘을 그대로 스윙에 전달할 수 있는 거야.”
영상을 다시 진행했다.
도진이 말한 설명도 나오자 미소 지었다.
도진은 먼저 이 선수가 왜 이런 방식으로 타격하는지 설명을 듣기보단 파악하는 것을 중점으로 뒀다.
본인이 먼저 완벽히 알아야지만,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영상 속의 스윙 메커니즘의 키워드를 총 3가지로 나눴다.
“풀 스윙, 스윙 속도 그리고 빠른 타구 판단이네.”
마이크는 혀를 찼다.
“쯧. 설명해줄 것도 없네. 그래도 부가적인 설명을 해주자면 몸을 웅크려서 텐션을 유지하는 걸 중점으로 둬야 한다. 넌 판단이 빠르잖아? 조이 히메네즈와의 승부 때 아무리 빠른 공을 접했다고 한들 스윙 궤적만큼은 완벽했어.”
궤적은 완벽했으므로, 도진이 이 메커니즘을 적용하면 컨택에 있어서의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호세가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유지한 텐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스트라이드를 한 다리로 완벽히 지지해야 한다. 대신 급할 필요도 없지. 너도 이제 어엿한 메이저리거라 여유가 있거든.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이 메커니즘을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 12월이다.
스프링 트레이닝까지 아직 2달 이상의 여유가 있었다.
‘호세를 부르길 잘했어.’
이미 숱한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그가 여유가 있다고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조급함을 느낄 수 있었겠지.
* * *
도진은 야구에 미쳐있다.
경기중에도, 그렇지 않을 때도 온통 야구 생각뿐이다.
시즌 중에 좋지 못한 성적을 냈을 때 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는지 끝없이 복기한다.
그 때문에 하루는 새벽 내내 잠자리에 들지 못한 적도 있다.
대신 그러한 일상들로 인해 야구에서만큼은 습득력이 꽤 빠른 편이었다.
이미 머릿속에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일들이 확신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놈이네.”
마이크는 어이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하드워커들은 꽤 많지만, 저 정도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선수는 나 역시도 처음 본다.”
“제가 평생 저놈의 뒤꽁무니도 쫓지 못할 것 같아서 야구 때려치웠습니다.”
마이크는 호세의 말에 신이 난 듯 불평을 읊조리더니 금세 표정을 굳혔다.
“음. 호세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 솔직히 방향성은 직접 정하시는 게 좋죠.”
15년 차 메이저리거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엄연히 호세가 생각하는 방향에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으니 어디 변화를 꾀하기가 쉽던가?
마이크는 이내 눈을 번뜩 떴다.
“무대가 FS라서 다행이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깐 자리를 벗어난 마이크는 도널드 감독과 함께 나타났다.
호세도 도널드 슈메이커가 누군지 안다.
전직 메이저리거이자 메이저리그 감독직도 맡아봤고 지금도 여러 구단이 군침을 흘리는 인물이었으니까.
그가 조언해준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미친놈을 무려 둘이나 키워내신 분이잖아?’
그 결과물이 조엘 오스틴과 도진.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1선발과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부숴버릴 최연소 루키를 키워낸 장본인이었다.
“호세. 자네에게 내 조언이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걸세. 15년 차 메이저리거에게 조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잖아?”
호세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어금니를 꽉 물었다.
“아니요. 오히려 그래서 더 조언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 목표라면 최대한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지만 수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던 선수가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이게 과연 쉬운 일이던가?
그랬다가 망하기라도 한다면?
하지만 도널드는 호세의 눈에서 의지를 엿봤다.
마치 끝없이 발전하려는 도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자네의 영상과 데이터를 확인했어. 그리고 이번 테스트 결과로 자네는 아직 기량이 완전히 떨어진 게 아니지. 수비야 워낙 훌륭해서 바꿀 게 없겠지만, 타격에서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잖아? 난 이것을 심리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네.”
도널드 감독은 말을 덧붙였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묻지는 않겠네.”
나이 때문에 성적이 나아지지 않아 조급해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가정사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거.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진작에 해결하고 남았을 것이다.
“자네는 여전히 힘이 좋아. 수 싸움에도 능하지. 하지만 여기서 타격이 더 좋아진다 한들, 내가 감독이면 자네를 하위 타선에 박아둘 것이라네. 조 캐넌 감독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다.”
“저 역시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담 없이 장타를 노릴 수 있게 스퀘어 스탠스에서 클로즈드 스탠스로 바꿔보는 게 어떻겠나?”
“수 싸움을 이용해 힘만으로 타격하라는 의미군요.”
도널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는 덩치만 봐도 그가 힘이 좋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클로즈드 스탠스의 장점이라면 다른 스탠스보다 힘이 더욱 실린다.
대신 그만큼 선구안에서 약점을 보이지만 그건 15년 차 메이저리거의 수 싸움으로 대신할 수 있다.
“지금 자네의 기록을 보아 바깥쪽 투구에 약점을 보여. 클로즈드 스탠스는 오히려 몸쪽에 약점이 생기게 되지.”
호세는 숨겨진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현역 메이저리거들은 이미 저를 전부 상대해봤죠. 제 약점이 바깥쪽이란 걸 모를 리가 없고요. 제가 스탠스를 바꿔서 몸쪽에 약점을 둔다고 한들. 그들의 뇌리에 박힌 제 약점이 쉽게 잊히지 않겠죠. 이번 시즌만큼은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겠군요.”
“일단 내 생각은 그렇네.”
선천적으로 힘이 좋은 타자는 오픈 스탠스를 사용해도 걸리기만 한다면 담장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호세는 지금 하락세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대신 클로즈드 스탠스를 사용한다면 잘 맞은 타구가 펜스 근처에서 잡히는 대신 담장을 넘길 수 있다.
클로즈드 스탠스의 대명사라면 단언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있었다.
‘애매한 것보다는 확실히 좋은 방법 같아.’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대신 부상이 좀 걱정된다. 아무래도 클로즈드 스탠스는 몸을 완전히 회전시키기 때문에 안 쓰던 근육에 탈이 날 수도 있어.”
도널드의 말에 호세는 오히려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가 구슬땀을 흘려대며 새로운 메커니즘을 장착하고자 열을 올리는 모습에 고민 따윈 없었다.
‘저 봐라. 저놈은 올 시즌 무조건 일을 내겠지.’
그걸 그냥 바라만 보면서 손가락만 빨고 있으라고?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도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꿈이 있다.
어찌 그저 저 어린 선수에게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할 수 있겠는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조금 더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그저 연명하는 것이 옳은 건가?
호세의 굳건했던 생각에 균열이 일었다.
‘목표만 달성하면 다음 시즌에 은퇴해도 상관없어.’
이제는 에인절스도 변화할 때였으며 자신 역시 에인절스의 일원이었다.
‘넌 팀을 바꿔줄 줄 알았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자신도 변했으니까.
* * *
FS 고등학교에서의 훈련은 1월 말까지 이어졌다.
따-악!
따-악!
경쾌한 타격 소리가 실내 연습장을 가득 메웠다.
도진은 타격을 끝내고 케이지를 나온 호세에게 수건을 건넸다.
“우리 디에고 울겠어요. 이렇게 패도 되는 거예요? 이러다가 FS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 못 하면 책임지실 거예요?”
“그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먹고살아야지.”
“꿈나무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물부터 주셔야지 너무하시네! 그래도 타격 좋네요.”
다음은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디에고는 곧장 와인드업했다.
공이 손을 떠났다.
도진은 이번에 새로 장착한 메커니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따-악!
초구부터 93마일의 패스트볼을 쪼개버리겠다는 타구음이 울려 퍼졌다.
이곳이 야외 연습장이었다면 담장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좌우상하 어떤 구종에도 관계없이. 당겨치기 밀어치기 가리지 않고 초구와 비슷한 타구를 생성했다.
아직 몸이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바로 전 시즌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배팅 케이지를 벗어나자 호세는 미간을 구겼다.
“우승 못 하면 무조건 네 탓이다.”
도진은 디에고를 힐끗 쳐다봤다.
얼이 나가 있는 표정이었다.
“저도 먹고살아야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도진과 호세는 FS 선수단도 각별하게 신경 썼다.
그들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게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레그와 상우도 훨씬 발전된 기량으로 FS에서의 훈련은 만족스럽게 끝났다.
도진은 도널드 감독 그리고 FS 일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학교를 벗어났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 보자. 애송아.”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호세에게 내밀었다.
“2월에 몸 끌어 올리고 애리조나에서 봬요.”
입지부터 다른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은 전 시즌과는 다를 것이다.
여유부터가 남다를 테며 웬만해선 탈락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겠지.
컨디션 위주로 점검하고 바뀐 타격을 세상에 알리면 된다.
‘그러니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주전을 확정 짓고 신인왕을 노려봐야겠지.’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스프링 트레이닝의 3주 차를 앞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