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3화(203/400)
3주 차 시범 경기를 앞둔 에인절스.
도진은 26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작년보다 여유가 있었다.
정규 시즌에도 죽 쑨다면 또 모를까. 26인 로스터 출신들은 웬만해서는 캠프에서 떨어질 일은 없었다.
‘확실히 여유 덕분에 편하긴 한데.’
타격 훈련을 위해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던 상우가 도진의 옆에 앉았다.
“작년에는 몰랐는데 여기가 이렇게 살벌한 곳이었냐?”
“비슷했던 것 같아.”
상우와 그레그는 작년 자신처럼 하루라도 더 살아남는 데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작년에 겪어본바 정말 숨 트일 구멍조차 없었다.
‘반대로 나는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거고.’
그렇기에 마냥 여유가 있지는 않다.
강등만 면할 뿐. 부담감은 작년보다 심했다.
그래서일까? 좀처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바뀐 메커니즘도 아직 실전에서 써먹을 만큼 완벽히 적응된 것은 아니었다.
상우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찮냐?”
“뭐가?”
“네 경쟁자들 말이야. 원래 저 정도였나 싶어서.”
도진의 경쟁자는 윌리엄과 크리스다.
도진은 오프 시즌 때 타격을 보완했다면 둘은 수비를 보강해서 왔다.
물론 지금 그 주전 레이스에서 도진은 타격에서만큼은 제일 밑바닥을 기고 있었다.
윌리엄은 15타수 5안타 0.333에 홈런 1개 2루타 한 개가 있다.
크리스는 14타수 2안타 0.143에 단타만 2개를 쳤다.
도진은 16타수 4안타. 타율은 0.250.
대신 4안타 중 홈런 1개와 3루타, 2루타를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크리스가 제일 뒤처지는 건 사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기록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는 않지만, 주전 3루수가 낙점되지 않은 지금은 꽤 중요했다.
때마침 3루 경쟁자 윌리엄의 타격 연습을 지켜봤다.
따-악!
따-악!
‘작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네.’
물론 윌리엄이 타격 면에서만큼은 작년에도 자신보다 뛰어났다.
부족한 수비가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지금까지는 그 약점을 보완해 온 것처럼 보였다.
“메커니즘이 빨리 몸에 익어야 할 텐데. 마음처럼은 잘 안 되네.”
상우는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에이. 그건 당연한 거지. 대신 좋아진 게 확실히 보이잖아?”
바로 장타였다.
4개의 안타 중 3개를 장타로 기록했다.
2할 5푼이면 윌리엄에 비해서 비교적 만족스럽지 못한 타율이지만, 장타만큼은 우위에 있었다.
상우가 말을 덧붙였다.
“넌 작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감독님이 그걸 모를까.”
“그저 달라진 모습만 보여서는 안 돼. 결국 선수는 ‘잘’해야지.”
메커니즘이 바뀌었다는 핑계는 더더욱 댈 수 없다.
누가 바꾸라고 칼 들이밀며 협박이라도 했던가?
결국 자신의 주전 자리와 에인절스의 도약을 위해서는 성적이 제일 중요하다.
‘물론 아직 몸이 완전히 올라오지는 않았어. 오히려 매우 무겁지.’
호세의 조언 때문이었다.
절대로 오버페이스는 금물이라며 하나하나 간섭에 나섰다.
덕분에 작년 이맘때쯤에는 몸 상태가 100%라면 지금은 고작 50% 정도 올라왔다.
“호세는 캠프 끝날 때까지 80%까지만 올리라고 하더라.”
“호세 말을 따르는 게 100번 옳다고 생각한다.”
“나도 동의는 해.”
때마침 상우의 연습 타격 차례가 슬슬 다가오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습하고 온다.”
“그래. 잘하고 와라.”
그 빈자리를 호세가 메꿨다.
그는 도진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스포츠음료를 들이켰다.
“컨디션 어때.”
“무겁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호세는 잘하던데요?”
호세의 성적은 16타수 4안타. 자신과 같았다.
장타도 2개를 때려냈는데 전부 홈런이었다.
주전으로 올라서겠다며 바꾼 메커니즘은 그는 곧잘 적응하고 있었다.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요.”
호세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너 나랑 성적 비슷하잖아!”
그야…… 작년과 비교하면 자신은 장타를 제외하곤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호세는 작년 스프링 캠프에서 1할을 쳤다.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호세는 눈치가 빨랐다.
“솔직히 4주 차 정도 돼야 바뀐 메커니즘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대충 알 수 있는 건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4주라. 다음 주지만 저에겐 너무 긴데요?”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 때문에 까마득했다.
“왜. 후회되냐?”
“그건 아닙니다. 저도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져요. 대신 아직 완전히 제 것이 된 건 아니라 답답하죠.”
“아직 2주 더 남았으니 마음 쓰지 마라. 그때까지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 올리도록 해. 넌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풀 타임을 보낼 확률이 높아. 괜히 앞서가겠다며 달려봤자 여름에 빌빌댄다니까?”
맞는 말이다.
메이저리그 시즌은 길다. 경기도 무려 162경기나 치른다.
전용기를 타고 다닌다고 한들, 무수한 원정을 다녀야만 하는 선수들은 체력부족에 허덕인다.
도진은 메이저리그 경험도 고작 한 달 남짓으로 적다.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구단이나 감독님이 내 사정을 이해해주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1주 차에는 페이스가 좋았는데 2주 차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성적이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한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결국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젠데.’
정말 이대로 만족하고 있어야 하는 건가?
의문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 * *
에인절스의 3주 차 첫 시범 경기 상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시범 경기라 베스트 멤버가 출전하는 일은 없었지만, 도진과 윌리엄은 동반 출전하게 됐다.
윌리엄은 6번 3루수로. 도진은 7번 지명타자였다.
2회 말. 2아웃 1루.
6번 타자 윌리엄이 안타를 뽑아내며 2사 1, 2루가 되었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투수를 힐끗 쳐다봤다.
‘상대는 트리플 A 소속 투수지.’
95마일의 강력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더욱이 상대가 마이너리거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시범 경기니까.’
마이너리거들은 하루라도 더 살아남고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100%는커녕 50%의 몸 상태인 자신은 지금 트리플 A 수준보다 못하다.
초구. 도진은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노림수를 가져가며 스윙했지만 바람만 갈랐다.
도진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조급함 때문에 그가 지금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노림수였다. 공을 구분하고 쳐야 하는데 옛 버릇인 노림수와 맞물리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도진은 새어 나오려는 불만을 꾹 삼켰다.
조급해지면 안 된다며 수백 번 되뇌어봐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2구 체인지업. 배트는 체인지업의 궤적을 따라갔지만, 다시 한번 헛스윙이 나왔다.
머리가 너무 복잡했던 나머지 3구 패스트볼마저 헛스윙한 도진은 허무하게 타석에서 물러섰다.
‘조급한 탓에 공을 맞히지 못했어.’
도진은 스스로 자책했다.
하지만 도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는 적었다.
‘메커니즘을 바꾼 건 탁월한 선택이긴 한데.’
조 캐넌 감독은 도진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그의 스윙은 작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어디 늘 해오던 습관을 버리기가 쉽던가?
그렇기에 지금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완전히 몸에 익을 때까지는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1주 차에는 꽤 성적이 좋았지.’
도진은 2주 차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3주 차부터는 슬슬 투수들도 몸이 올라온다.
더군다나 살아남겠다는 마이너리거들의 의지는 그라운드를 태우고도 남았다.
‘이건 온전히 킴에 달려 있군.’
스스로가 이 난관을 버텨내며 헤쳐 나갈 수 있다면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다.
지금도 말도 안 되는 스윙을 보여주는데 만약 그가 저 메커니즘을 토대로 자신의 스윙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에인절스 주전 3루수는 도진의 것이 되겠지.
‘대신 그렇지 못하면 거기까지일 뿐이지만.’
도진은 올 시즌 에인절스의 도약을 위해 기필코 필요한 선수지만, 편의를 봐줄 생각은 없었다.
한편, 윌리엄은 도진의 부진에 안도했다.
아쉽게도 같은 팀 동료지만, 밟고 올라서는 것이 경쟁이다.
‘뿜어내는 타구를 보면 매섭긴 해.’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앞서 있었다.
몸 상태가 올라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이다.
‘그 전에 어떻게서든 주전 자리를 꿰찬다.’
이것이 윌리엄의 목표였다.
그리고 행운도 따랐다.
다음 타석에서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다음 타자로 나선 도진은 한 번 더 헛스윙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섰고, 둘은 시범 경기 특성상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교체되었다.
도진과 먼발치에 떨어져 앉은 윌리엄은 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내며 희미한 미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발. 이대로 끝까지 무너져다오.’
그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기만을 바랐다.
* * *
윌리엄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도진은 그 어떤 메이저리거보다 노력가라는 것.
‘답답해.’
성적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한국인이라서 그런가? 답답할수록 오히려 더욱 불타올랐다.
‘노력하면 결국 해낼 수 있어.’
미국인이라면 이럴 때 재충전이 필요한 법이겠지만, 한국인은 엄연히 미국인과 다르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된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지만, 지금까지 쭉 먹혀들었다.
따-악!
따-악!
도진은 그레그가 토스해준 공을 타격했다.
경쾌한 타구음과 별개로 도진의 입에선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하아. 연습 때는 이렇게나 괜찮은데.”
그레그는 잠깐 토스를 멈추고 혀를 내둘렀다.
“이게 괜찮은 정도냐? 너 아주 다른 사람이 됐어.”
“그런가요?”
“어. 근데 타석에서 조급한 모습이 보여. 물론 주전 경쟁을 해보지 못한 내 조언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레그답지 않게 왜 그래요? 자신 있게 말하세요.”
“사실이니까. 나와 브라더는 몸 상태가 거의 100%에 가까워. 그런데도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잖아?”
둘 역시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레그는 12타수 3안타 1개의 2루타.
상우도 12타수 3안타 중 2개의 2루타를 때려냈다.
작년보다 월등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그럼 뭐하냐? 우린 이게 최선이고 넌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잖아?”
“좋아지는 것도 결국 결과가 그렇게 나와야죠.”
“그래서 그 결과를 내겠다고 이렇게 훈련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죠.”
“안 피곤하냐? 나였으면 쓰려졌을 것 같은데. 아니. 지금도 벌써 녹초야.”
엄연히 훈련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몸 상태가 올라와야지만, 자신감이 생길 테며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조급하지 말라는 호세의 조언에 어긋나지만, 내 성격이 이런데 어쩌냐?’
차후 체력에 허덕이더라도 지금 당장 결과를 내야 한다.
‘경쟁에서는 심리적인 요인도 중요하잖아?’
상대보다 앞서야, 자신의 자리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마련.
도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예정보다 몸 상태를 조금 더 빠르게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번 3주 차에 기필코 윌리엄을 넘어서겠다!
따-악!
더욱 경쾌한 타구가 생성됐다.
도진은 그럼 그렇지. 피식 웃었다.
‘이게 내 원동력인가보다.’
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경쟁자에게 뒤처질 때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차후에 호세의 조언을 무시했던 게 밝혀지며 한 소리 들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아. 19세잖아?’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누적된 체력쯤이야 하루 이틀 쉬고 나면 분명히 괜찮아질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어린 메이저리거의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는 건 역시 성미에 맞지 않아.’
반격.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