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4화(204/400)
라이벌은 투쟁심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당장 도진의 경쟁자는 윌리엄.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핑계는 더는 싫다.’
다만 지금은 타격감이 좋지 않다.
괜히 계속 타석에 들어섰다가 되레 컨디션만 떨어질 수 있다.
도진은 경기를 앞두고 조 캐넌 감독을 찾았다.
똑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도진은 고개를 꾸벅 후 자리에 앉았다.
“그래. 무슨 볼일이지?”
“오늘 하루는 타격을 쉬고 싶습니다.”
조 캐넌 감독은 턱을 매만졌다.
“왜지?”
“경기를 출전하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무뎌진 타격감을 극복하기 위해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투수로만 출전하고 싶습니다.”
타격감을 끌어올 리는 방법은 여럿 있다.
될 때까지 타석에 들어서는 방법도 있지만, 휴식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난 아직 타석에 설 몸이 아니야.’
도진은 메이저리거로서의 오프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시즌에도 오프 시즌을 치렀지만, 엄연히 그때는 마이너리거였으며 100%의 몸 상태였다.
지금처럼 타석에 설 몸이 아닌데 계속해서 타석에 들어섰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겠지.
‘그러니 타격 연습은 그대로 유지하되 몸 상태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좀 쉬는 게 나아.’
휴식이 길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지금은 늘 하던 대로의 습관이 몸에 익기만을 기대할 뿐.
몸 상태를 천천히 끌어 올리며 시즌을 준비하는 건 경험이 부족한 루키인 자신과는 맞지 않았다.
대신 하루 이틀 정도만 예전처럼 빡세게 몸을 굴리다 보면 타격감이 다시 부활할 것이다.
야구는 분위기를 타는 스포츠다.
개인도 팀도 그렇다.
그러니 타격에서 죽었던 분위기를 마운드에서 만회할 수 있다면?
‘다음번 타석에 도움이 될 거다.’
조 캐넌 감독은 자신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은 마운드에만 오르도록.”
“감사합니다. 감독님.”
“이왕 이렇게 된 거 이틀 휴식을 주겠다. 경기가 끝난 직후에도 타격 연습을 이어 나가고 있잖아?”
도진은 쩝! 입맛을 다셨다.
엄연히 몰래 연습한 거였으니까.
구장을 관리하는 남성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감독님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하긴. 괜히 숨겼다가 내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겠구나.’
도진은 이왕 말 나온 김에 요구를 추가로 부탁했다.
“제가 다시 타석에 서게 될 때는 지명타자가 아닌 3루수로 출전해봐도 되겠습니까? 매번 3루수로 출전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휴식 후 다시 타석에 서는 날에는 3루수로 나서고 싶습니다.”
“왜지? 엄연히 지명타자가 체력 안배와 타격에 집중하기도 좋을 텐데?”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도진은 수비에서만큼은 그 어떤 경쟁자보다 앞서 있었다.
메커니즘 변경은 수비에 영향이 가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평소 잘하는 분야로 분위기를 끌어 올린 후 타석에 들어선다면?
앞서 무뎌진 타격감을 분위기만으로 끌어올릴 희망을 본 것이었다.
“좋다. 그렇게 해주도록 하겠다. 대신 그날 하루만이다.”
수비만 놓고 보자면 도진이 주전 3루수로 기용되어야 하지만, 야수라면 수비만 볼 수는 없는 법.
윌리엄은 수비가 부족하고 도진은 타격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조 캐넌은 3주 차에 윌리엄을 꾸준히 3루수로, 도진을 지명타자로 기용할 계획이었다.
정규 시즌을 1주 남짓 앞둔 4주 차부터는 주전을 낙점해야만 했다.
도진은 허리를 굽혀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도진은 이틀 동안 마운드에 두 번 올랐다.
첫날은 1이닝 무실점, 둘째 날은 1이닝 1실점 1피홈런을 기록했지만, 실점은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마운드는 엄연히 컨디션 점검 차 등판한 것이었고.
평균 구속 97마일의 투수가 그날은 92마일을 던졌다.
더군다나 홈런을 친 상대는 작년 시즌 40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타자였으므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하게 된 도진은 3루 베이스 부근에서 팔을 빙글빙글 돌렸다.
‘고작 이틀 쉬었는데 컨디션이 매우 좋네?’
더군다나 그 이틀간 손가락만 빨고 있던 건 아니었다.
마운드에 오른 것을 제외, 타격에서도 기필코 결과를 내겠다고 몸 상태를 더욱 끌어 올렸다.
오전에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루 2시간씩 운동했고.
점심 후에는 타격 훈련에도 꾸준히 임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저녁을 먹고 그레그와 상우와 함께 타격 연습까지.
‘윌리엄은 내가 쉬는 이틀간 좋은 성적을 냈어.’
5타수 2안타. 단타가 2개뿐이었지만, 그의 타격감은 최고조였다.
그러니 도진이 밀리지 않기 위해선 더욱 분발해야 했다.
그리고 1회 초. 선두 타자가 밀어친 공이 도진에게 날아왔다.
도진은 3, 유 간을 꿰뚫겠다는 타구를 쏜살같이 달려가 낚아챘다.
그러고는 한 바퀴 빙글 돌아 1루까지 완벽한 송구를 선보였다.
퍼억!
“아웃!”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거지.’
마운드와 수비에서의 컨디션은 여전히 괜찮다.
이제 이 기세를 몰아 타석에서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주자 없는 2회 말 1아웃. 도진은 타석에 들어섰다.
‘신시네티 레즈의 3선발 산티아고 로페즈.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지만, 지금도 96마일을 시원하게 뿌려대는 강속구 투수지.’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다.
빠르다. 고로 패스트볼이다.
그런데 조금 높다.
타격감이 차갑게 식었던 전보다 여유가 생겼던 도진은 배트를 내지 않았다.
퍼억.
“볼!”
타석에서 잠깐 벗어나 전광판을 스윽 쳐다봤다.
96마일.
휘유. 도진은 자연스레 입을 오므리며 바람 소리를 내었다.
‘빠르긴 하네. 그래도 지금은 노림수를 가져가선 안 돼.’
노림수는 흔한 타격 방식이다.
상대 배터리와의 수 싸움을 통해 노림수를 자주 가져가곤 한다.
하지만 바뀐 메커니즘은 노림수를 가져간다기보다는 공을 보고 쳐야 한다.
여유가 생긴 도진은 슬슬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2구. 공은 던져졌다.
도진은 즉각 나가려던 배트를 멈춰 세웠다.
‘앞선 공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속도가 조금 느려.’
도진의 예상대로 한복판으로 날아오던 공은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
스트라이크 존 부근에서 힘을 잃더니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바닥에 꽂혔다.
“볼!”
2-0 카운트.
노리고 싶다. 더럽게 노리고 싶다.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자 그때. 번뜩임이 뇌리에 꽂혔다.
‘이것 때문이었구나.’
도진은 자신의 문제점을 완벽하게 깨달았다.
얼핏 예상했듯이 새 메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몸에 익지 않았던 것이었다.
엄연히 빠른 판단 능력을 기반으로 구종을 보고 나서 타격해야 하는 메커니즘에서, 노림수까지 가져가 버리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된 셈이었다.
‘예상했던 공이 날아오지 않을 때마다 몸은 머리가 생각하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려고 했지. 그래서 타격감이 죽었던 거야.’
타자가 공을 노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지금은 메커니즘이 몸에 익을 때까지는 보고 쳐야만 했다.
3구. 손을 떠난 공은 가슴 높이로 날아왔다.
빠르다. 그러니 패스트볼이다.
이번만큼은 도진의 스윙에 망설임은 없었다.
따-악!
맞는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타구는 담장을 넘긴다는 것을.
* * *
호세는 홈 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도진을 불렀다.
도진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앉았다.
“왜요?”
호세는 눈을 부라렸다.
“왜요? 왜요? 너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닌 거냐?”
도진은 끝까지 연기를 이어 나가고자 고개를 갸웃했다.
“모르는 척하기는. 갑자기 배트 스피드 속도가 확 올랐는데 누굴 등신으로 아냐?”
호세 말뜻은 몸 상태가 확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맞는 말이지만, 어디까지나 새로운 메커니즘이 이제 몸에 맞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원래의 루틴을 이어 나가서 페이스를 되찾은 거긴 하지.’
그러므로 호세의 의심 가득한 눈빛은 정답이었다.
하지만 도진은 끝까지 연기를 이어 나가고자 무표정을 유지했다.
호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이틀 쉬어서 그런가?”
“에휴. 말을 말자. 가서 쉬어라.”
“넵. 감사합니다!”
도진은 상우와 그레그 사이에 앉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걸렸네.”
그레그와 상우는 말을 맞췄다.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
“우리도 뻔히 보이는데 메이저리거는 오죽하겠냐?”
하지만 둘은 이내 자신들의 어깨로 도진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래도 속 시원한 타격이었다. 미래는 미래고. 나라면 만족할 듯?”
“시범 경기라도 죽 쑤는 것보단 잘하는 게 훨씬 낫지. 적어도 우린 그래야 하잖아?”
루키는 미래를 볼 때가 아니라 현재를 봐야 했으니까.
때마침 심판의 콜이 들려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7번 타자로 나서게 된 윌리엄이 삼진으로 물러서게 된 것이었다.
‘역시. 내가 홈런을 치니 흔들릴 수밖에 없구나.’
그저 삼진을 당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방망이에서 불을 뿜어내던 윌리엄은 본인의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맥 빠진 스윙은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충분히 이해는 가. 나도 그랬으니까.’
윌리엄이 잘 칠 때 쫓기는 건 자신이었다.
‘물론 아직 성적을 따라잡은 건 아니야.’
하지만 이번 결과로 서서히 분위기는 뒤바뀌게 되겠지.
‘서로 무너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거지. 둘 중 하나를 바닥까지 짓밟아 버리는 라이벌 관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회 말. 다시 한번 도진에게 기회가 왔다.
대신 이번에는 1루와 2루 베이스에 주자도 있었다.
투수도 산티아고에서 팔색조 불펜투수 안드레스로 바뀌었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속으로 구종을 나열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싱커, 체인지업. 거기에 스플리터까지.’
여섯 가지네? 많다 많아.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
투수는 구속이 느린 대신 다양한 공을 던진다.
노림수를 가져가봤자 16%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바뀐 메커니즘이 빛을 발휘할 때였다.
도진은 초구를 그냥 흘려보냈다.
퍼억.
“스트라이크!”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슬라이더.
쉽사리 치기 어려운 공이었으므로 궤적도 볼 겸 그냥 흘려보냈다.
‘제구가 확실히 좋네.’
2구는 역회전을 잔뜩 품은 공이 몸쪽으로 왔다.
‘체인지업.’
도진은 이번에도 참았다.
속도를 잃은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살짝 벗어났다.
“볼!”
3구는 탑 스핀을 품은 커브. 도진의 눈이 번뜩 뜨였다.
일순 번개만큼이나 빠른 스윙이 나왔다.
투구는 배트의 정중앙에 정확히 얹혔고.
속도를 잃지 않은 타구는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겨 버렸다.
2개의 홈런을 추가한 도진은 20타수 6안타, 타율은 3할까지 순식간에 올라섰다.
더욱 만족스러웠던 것은 6개의 안타 중 무려 5개가 장타란 점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시범 경기에서의 성적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도진은 괴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진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위축된 윌리엄의 스윙은 애꿎은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 * *
어느덧 에인절스는 3주 차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 두었다.
도진은 4일 차와 5일 차 경기에서 선발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석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대신 윌리엄은 5타수 무안타.
그의 자신감 넘치는 스윙이 자취를 감췄다.
“요즘 방망이가 아주 불을 뿜어내는구나?”
호세의 칭찬과 더불어 상우와 그레그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야. 아주 홈런 타자가 따로 없네?”
“부러워. 나도 메커니즘 바꿀걸…….”
하지만 도진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우측 구석에서 혼자 고개를 떨군 채 괴로워하는 윌리엄을 힐끗 쳐다봤다.
‘자신감이 완전히 죽어버렸구나. 아직 반등의 기회는 남아 있는데.’
도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윌리엄에게 다가갔다.
경쟁자건 나발이건 윌리엄은 에인절스 선수다.
자신에겐 이번 시즌 신인왕을 따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엄연히 팀이 먼저였다.
“옆자리 비었나요?”
그러니 그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