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6화(206/400)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LA 에인절스의 경기는 에인절스의 홈구장인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몸을 푸는 가운데 류타 이시하라는 1루 측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힐긋 쳐다봤다.
한 어린 선수가 시야에 들어오자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생겼다.
‘저 아이군.’
한국의 역대급 야구 천재.
류타는 도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재작년부터 일본 최고의 유망주 타카시 사토와 함께 일본 미디어에서도 수없이 조명되던 선수였으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NPB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았다.
이해는 한다.
타카시 사토의 재능은 두말하기엔 입만 아프다.
더군다나 일본인으로서 미국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성장한다는 건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결국 저 아이가 타카시를 이겼지.’
타카시만 이겼을까?
그는 엄연히 그해 1위를 달성했다.
미국 최고의 재능들마저 꺾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실력, 계약 금액. 무엇하나 뒤처진 것이 없었다.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끝까지 잘하는 법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가운데 홀로 뒤처지고 있었다.
류타의 어금니가 빠드득 갈렸다.
‘그런데도 꾸준히 저런 유망주들을 배출해내는군.’
한국은 언제나 그랬다.
잊힐 만하면 저런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더군다나 저 새파랗게 어린 선수는 지금 자신의 경쟁 대상.
메이저리거에게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 신인왕 타이틀. 그 앞길에 저 아이가 서 있었다.
‘절대 내줄 수는 없지.’
신인왕을 받은 일본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전부 큰 성공을 거뒀다.
이번 시즌 NPB에서 함께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게 된 유우키 나카무라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를 노릴 것이다.
‘차라리 유우키한테 뺏겼으면 뺏겼지.’
저 한국인한테 내어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만 한다.
타카시는 이미 저 선수에게 패배했다.
그런데 일본 리그마저 씹어먹은 자신들이 같은 무대에 선 저 새파랗게 어린 한국인에게 연달아 패배한다?
‘일본은 아주 난리가 나겠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기선제압을 확실히 해놔야겠지.’
NPB 최고 타자의 타이틀을 걸고서라도 수준 차이를 느끼게 해주겠다.
류타의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한편, 도진은 3루 측에서부터 데일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외면했다.
‘누군지 눈에 훤하네.’
엄연히 에인절스와 가디언스의 대결이지만, 한국과 일본 선수가 각 팀에 섞여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더욱 관심을 가지겠지.’
고작 시범 경기라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이곳은 메이저리그였으니까.
‘선수 개개인을 일일이 신경 안 쓰려고 했지만 역시 잘 안되네.’
일본이 미워서?
그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아시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은 당연히 욕심이 났다.
* * *
2회 초 1아웃. 스코어는 가디언스가 1:0으로 앞서가는 가운데 6번 타자 류타가 좌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3루 방면을 힐끗 쳐다본 후 투수를 확인했다.
‘레이날도. 며칠 전 경기까지만 해도 95마일의 패스트볼을 뿌렸지.’
류타는 초구부터 노림수를 가져갔다.
시범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주전 메이저리거들은 엄연히 본인의 투구 점검을 주목적으로 둔다.
그렇기에 꽤 빠른 공을 던진다 한들, 패스트볼이 날아올 확률이 50%가 넘는 지금 굳이 공을 그저 흘려보낼 이유는 없었다.
공은 던져졌다.
패스트볼에 류타의 스윙이 나왔다.
따-악!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라인드라이브 성 타구.
하지만 우익수의 빠른 판단 때문에 거구의 몸집으로는 2루까지 내달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던 류타는 1루에 멈춰 섰다.
이를 지켜본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레이날도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확실히 NPB에서 매해 30홈런 이상씩 기록한 선수는 다르다고 느꼈다.
KBO의 30홈런과 NPB의 30홈런을 가치를 비교하면 엄연히 NPB가 우위에 있었다.
뼈 아픈 말이지만, NPB 선수들의 수준이 더 높았으니 말이다.
요즘 들어 한국도 160km까지 던지는 선수들이 튀어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숫자 면에서 그리고 수준 면에서 부족했다.
‘뭐. 여전히 적응이 필요해 보이지만 말이야.’
출루한 것은 백번 칭찬받아 마땅하나, 새로운 무대에서의 적응이 어디 쉽던가?
‘적어도 지금 당장은 내가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지.’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당겨친 타구는 도진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도진은 흡! 짧은 탄성을 내뱉고는 굽힌 무릎을 이용해 지면에서 튀어 올랐다.
퍼억.
타구가 글러브로 들어갔다.
1루 주자 류타는 안타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어느덧 1루와 2루 베이스 사이까지 도달해 있었다.
‘역시. 경험 부족이야.’
메이저리거들의 운동 신경은 남다르다.
‘NPB라면 충분히 키를 넘길 법한 타구였지만, 여기선 잘 안 먹히거든.’
도진은 여유롭게 1루로 송구했다.
“아웃!”
더블 플레이!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지은 도진은 유유히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도 류타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여유롭게 외면했다.
‘뭘 그리 놀라? 이제 시작인데.’
2회 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6번 타자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어디 보자.’
투수는 4선발 에릭.
최고 구속 95마일까지 던지는 투수지만, 지금 그의 공은 91마일 남짓.
아직 몸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시즌 첫 풀 타임 경기가 예고된 가운데 좋은 타구로 분위기를 끌고 나가고 싶었던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초구. 바깥쪽 패스트볼.
아슬아슬하게 걸칠 듯 말 듯 한 공이 결국 존 안으로 들어왔다.
‘와. 이게 들어오네.’
2구와 3구는 슬라이더와 커브. 전부 존을 벗어났다.
도진은 일찌감치 볼임을 예상하며 배트를 내지 않았다.
카운트는 2-1.
다시 한번 바깥쪽 코스로 향하는 패스트볼.
아까와 비슷한 코스지만 자신의 뇌는 조금 멀다며 휘두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퍼억.
“볼!”
3-1. 잠깐 장갑을 매만진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바뀐 메커니즘이 확실히 좋네.’
투수의 구속이 느려서일 수도 있겠지만, 공을 보고 판단하고 스윙을 가져가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아직 투수들의 공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렇지,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 앞으로 부족했던 타격에서도 기대가 제법 되네.’
5구. 투수는 공을 던졌다.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패스트볼.
대신 앞선 패스트볼과 미세하게 달랐다.
투심이다. 도진은 투구에서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휘어져 나가겠다는 타구를 따라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타구는 3루수 머리 위로 향했다.
그리고 가디언스의 3루수는 류타.
그는 거구의 몸을 이용해 폴짝 뛰어봤지만, 타구는 그가 뻗은 글러브를 넘어섰다.
도진은 재빨리 배트를 내동댕이치고 1루로 달렸다.
라인을 타고 페어가 된 타구는 좌익수의 파인 플레이에 금세 잡혔지만, 도진은 1루에서 멈추지 않고 2루까지 내달렸다.
좌익수는 성급히 2루 베이스로 공을 던져보았지만, 도진의 발이 먼저 2루에 닿았다.
“세이프! 세이프!”
2루 베이스 위에 올라선 도진은 주먹으로 가슴을 두 번 두드리며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하지만 주전 확정이 된 도진은 고작 이 정도의 활약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인사나 해보러 갈까?’
도진은 투수가 다리를 들어 올리는 즉시 3루로 내달렸고.
“세이프!”
기분 좋게 도루 하나를 추가했다.
느껴진다. 자신을 쳐다보는 3루수의 시선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았다.
이뿐이었을까?
“야 이 정신 나간 놈아!”
호세의 호통도 고막을 찌를 듯이 다가왔다.
‘쩝.’
시범 경기에서 도루해서 그런 거겠지.
자중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경쟁자에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기선제압은 성공했다.
‘후회는 없어.’
* * *
다음 타자가 안타를 치며 도진의 득점으로 1:1로 균형이 맞춰진 가운데.
이닝이 마무리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선 류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도발이었을까? 헷갈린다.
도진은 엄연히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플레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발이든 아니든 첫 타석에서는 완패였다.
비슷한 수비 장면에서 그는 병살타를 만들어 냈고, 자신은 타구를 낚아채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는 3루까지 도달하는 주루를 보여줬던 반면 자신은 주루에서 뼈아픈 실책을 보여줬다.
그 때문일까?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류타는 4회인 다음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섰다.
도진도 다음 타석에서 펜스 근처에서 타구가 잡혀 아웃이 됐지만 타구의 질 자체가 달랐다.
‘젠장!’
류타는 분노를 꾹 삼켰다.
고작 시범 경기다.
기선 제압하겠다는 계획은 수포가 되었지만, 자신은 NPB에서 여러 시즌을 보냈다.
고작 올해가 첫 시즌이나 다름없는 저 애송이에게 밀릴 이유는 일절 없었다.
‘분하지만, 무대 적응이 먼저다. 천천히 페이스만 찾도록 하자.’
정규 시즌은 162경기로 매우 길다.
‘162경기 중 몇 경기나 뛰게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일본에서라도 풀 타임 시즌을 몇 번이나 경험했으니, 끝까지 가면 결국 내가 이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패배했다.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단 생각이 수포가 되어버렸으니 좀처럼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
류타는 세 번째 타석에서 1사 1, 2루에서 병살타를 쳤다.
세 번째 타석에서의 도진은 이번에도 좌익수 플라이를 치며 아웃이 됐지만, 타구의 질만 놓고 보면 그에게 밀리고 있었다.
‘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체구에서 저런 타구를 뽑아낼 수 있는 거지?
류타는 허탈한 표정으로 도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와 자신의 몸뚱이를 비교하면 어른과 아이나 다름없었다.
대강 보아도 그는 80kg에서 많이 쳐줘야 85kg 남짓.
반면 자신은 키 195cm에 몸무게는 110kg에 육박하는 거구였다.
그렇기에 류타는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투수 차이인가?’
그럴 수도 있다.
엄연히 에인절스는 3선발 레이날도였으며 가디언스는 4선발 에릭이 나섰다.
교체된 불펜 투수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가디언스는 작년 시즌 방어율 5를 기록한 롱 릴리프가 마운드에 섰지만.
에인절스는 작년 시즌 방어율 3.7을 기록한 준수한 선수를 내보냈던 것이었으니까.
방어율만으로 선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이번 시즌에는 두 선수의 성적이 어떻게 뒤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그런데도 류타는 핑곗거리가 아직 부족했다.
‘난 메이저리그가 이번 시즌 처음이야.’
지금까지 상대한 투수들은 엄연히 메이저리그에서의 경험이 있다.
몸을 만드는 방법과 식습관, 환경 적응은 이미 전부 끝나 있겠지.
하지만 네 번째 타석을 맞이하게 된 류타는 더는 핑곗거리를 찾을 수 없게 됐다.
9회 초 스코어는 여전히 2:1.
‘이번만큼은 기필코……’
그의 안광이 의지로 활활 타올랐다.
2아웃에서 불펜 문을 열고 등장한 선수는 다름 아닌 도진이었으니 말이다.
류타는 활활 타오르는 투지를 내뿜어대며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마운드에 선 도진은 그와 달랐다.
희미한 미소를 띤 그는 여유가 넘쳤다.
두 선수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