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7화(207/400)
9회 초.
에인절스가 2:1로 앞서는 가운데 도진이 마운드에 섰다.
그와 동시에 오늘 경기 내내 마스크를 쓴 아돌니스의 자리에 상우가 배정되었다.
그는 마운드를 방문하며 성급히 미트로 입을 가렸다.
“야. 야. 쟤 화났어.”
‘쟤’는 류타를 뜻했다.
도진도 성급히 솟아오른 입꼬리를 글러브로 입을 가렸다.
“화났다고?”
“눈빛 보면 모르냐? 우리 둘 다 잡아먹을 기세야.”
“그래 보이기는 하네.”
“그러니까 적당히 패지.”
“누가 누굴 팼다고.”
“모르는 척하기는.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난 못 속여. 기강 잡겠다고 아주 쑈를 펼치더만. 어?”
도진은 멋쩍게 웃었다.
상우는 말을 덧붙였다.
“아니라고 해봐라.”
“아니야.”
“아닌 놈이 감독한테 직접 출전한다고 말하냐?”
“난 9회 되자마자 올라갈 줄 알았지. 9회 초 2아웃에 내보낼 줄은 예상 못 했다.”
“음. 그것도 그렇긴 하네. 그래도 어쨌거나 직접 상대하고 싶어 올라온 거 아니냐!”
상우는 류타 쪽을 힐끗 쳐다보며 다시 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널 모르냐? 어쨌거나 저 친구 멘탈이 많이 상한 것 같은데? 이로써 한일전 승리인가?”
“국제전이 아닌 이상 한일전은 크게 관심 없긴 한데.”
에휴! 상우는 그러려니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았다. 어쨌거나 시범 경기지만 처음은 중요한 법이잖아?”
“그건 그렇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타격에서 이겼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누를 거면 확실히 눌러줘야지. 환영식이라고나 할까?”
상우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눈빛을 띠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팀이라서, 네가 내 친구라서 다행이다.”
“왜?”
“만약 다른 팀이었다면? 오우 쉣. 나한테도 저 지랄했을 거 아냐?”
도진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 듯.”
친구인 상대를 이 무대에서 만난다?
아주 반 죽여놨겠지.
“나 곧 내려가야 한다. 어쩔래?”
“글쎄. 뭐가 좋아 보이냐?”
“내 생각에는 도망가는 피칭이 나을 것 같은데? 저놈 첫 타석을 보면 패스트볼에 강해 보였어. 굳이 좋은 공 던져줄 필요 있을까?”
“약 올리자 이거야?”
상우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냐?”
“그 뜻이 아니었어?”
“내가 너냐? 너도 패스트볼에 강하다는 걸 설마 쟤가 모를까? 한일전에다가 힘 대 힘을 원하고 있겠지. 그러니 상대가 원하는 공을 굳이 줄 필요는 없잖아?”
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민해보았다.
‘하긴. 굳이 몸도 다 올라오지 않았는데 상대 선수가 원하는 공을 줄 필요는 없겠지.’
상우의 말마따나 처음은 중요한 법이다.
밟을 땐 확실히 밟아놔야 한다.
다음번에 만났을 때 오금이 저릴 정도로 격차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힘 대 힘으로 맞붙어야지만 상대를 완벽히 누르겠다는 이치에 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승부 자체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물론 밟아놔도 숱한 경험으로 금방 극복하긴 할 것 같은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깔끔하게 가보자고.”
상우는 도진의 어깨를 툭 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도진은 스파이크로 모래를 쓸며 로진백을 주물렀다.
잠깐 타석에서 벗어난 류타도 다시 타석으로 들어섰다.
* * *
류타는 도진과의 승부를 앞두고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오늘 당한 굴욕을 되갚아줄 유일한 기회를 맞이했지만, 만약 이 승부에서 마저 진다면?
머리에 지끈 두통이 일었다.
상상만 해도 피곤해질 일본 미디어를 생각하면 그랬다.
‘집중하자. 고작 19살 애새끼일 뿐이야.’
상대를 깎아내리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다.
머리도 한층 맑아졌다.
‘최고 구속 100마일까지 뿌리는 강속구 투수지만, 시범 경기에서의 최고 구속은 95마일.’
충분히 쳐낼 수 있는 구속이었다.
그리고 패스트볼이라면 그 어떤 투수의 공이라도 때려낼 자신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늘 그래왔으니까.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수준급 투심이 제일 문제긴 한데.’
그래 봤자 투심도 패스트볼이다.
포심과 다르게 끝에서 휘어져 들어오지만, 패스트볼은 결국 패스트볼이었다.
류타는 타격 자세를 잡았다.
오늘 내내 보이지 않던 그의 미소가 처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초구. 공은 던져졌다.
확신에 찬 류타의 스윙이 나왔지만 도착하지도 않은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봤자, 애꿎은 바람만 가를 뿐.
퍼억.
“스트라이크!”
류타는 심판에게 잠깐 타임을 요청하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초구부터 체인지업을?’
젠장. 턱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아직 카운트는 0-1.
기회는 충분하다.
류타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도진은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와인드업했다.
공은 손을 떠났다.
이번에도 류타의 스윙이 나왔다.
하지만 패스트볼을 노린 그의 스윙이 도진이 던진 체인지업에 닿을 리는 없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투!”
2연속 체인지업에 류타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턱이 벌어지겠다며 발버둥을 치겠다는 것을 온 힘을 다해 견뎌냈다.
‘도망가는 피칭이라고?’
상대가 패스트볼로 승부하러 들어올 줄 알았다.
그렇기에 2번의 체인지업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0-2. 타자가 심적으로 쫓기던 류타의 입꼬리는 오히려 치솟았다.
‘너. 실수한 거야.’
결정구로 사용해야 할 체인지업을 두 번이나 보여줬다.
그러므로 체인지업은 눈에 익었다.
‘패스트볼에만 대응한다.’
3구. 도진의 손을 떠나 미트로 향해 날아가는 구종은 다름 아닌 패스트볼.
거구인 류타의 가슴 높이로 날아왔기 때문에 참아내기만 한다면 볼.
류타는 NPB에서의 경험으로 지금 날아오는 패스트볼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지만, 볼임을 직감했다.
퍼억.
“볼!”
1-2. 여전히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류타는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지금 네 패스트볼은 이 정도구나.’
96마일 남짓.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체인지업은 골라내면 그만이며 패스트볼은 휘두르면 된다.
투심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애매하면 커트해버리면 된다.’
4구를 앞둔 도진은 상우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투심은 아니야.’
포심 패스트볼에도 고개를 저었고 체인지업에도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상우의 불만이 마스크 사이로 삐져나왔다.
도진은 아랫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친구야. 도망가자며. 도망칠 때는 원래 뒤도 돌아보지 말고 끝까지 도망쳐야 하는 법이야.’
검지를 펼쳐 왼쪽 어깨에 가져다 대며 상우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 애써 고개를 끄덕인다.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손을 떠난 그의 공은 다름 아닌.
탑 스핀을 잔뜩 품은 커브였다.
류타는 데이터에 없는 공이 날아오자 그의 몸은 얼음장만큼이나 차갑고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커브를 향해 할 수 있는 거라곤 애원뿐.
‘제발! 제발!’
이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기만을 빌었지만.
퍼억.
공이 미트에 꽂히는 순간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다.
아직 콜이 들려오지 않았음에도 배터리는 더그아웃으로 움직였고.
류타의 멘탈은 유리창 깨지듯 와장창 박살 나버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기에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자신에게 속삭이듯 읊조리는 도진의 환영 인사를 듣지 못했다.
Welcome to major league.
* * *
상우는 내일 경기를 끝으로 캠프에서 떠나게 되었다.
도진은 더블 A로 내려가는 상우에게 힘내라며 밥을 사줬다.
이번에도 한식당이었다.
“많이 먹어라.”
“갈비는 못 참지. 네 지갑 오늘 거덜 낸다.”
고기가 구워지기 전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던지라. 도진은 곧장 야구 얘기를 꺼냈다.
“더블 A 내려가서도 잘해라.”
“개 같은 놈. 체하겠네. 지갑 지키겠다는 거냐?”
“격려지.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아쉬워서 그렇지. 나도 메이저리거이고 싶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금방 올라오지 않겠어?”
상우는 젓가락을 들고 김치를 입에 넣더니 고개를 저었다.
“쉽지 않지. 적어도 40인 로스터에 들어갔다면 모를까. 난 그게 아니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네. 포수 경쟁상대가 더블 A에 1명. 트리플 A에 2명 있지?”
“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포수는 지금 트리플 A에 있어. 그러니 난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결국 캠프는 네가 더 오래 남게 됐잖아?”
“그것도 그런데. 그래도 까마득한 건 사실이지. 난 에인절스 포수 유망주 랭킹 4위야. 아돌니스랑 호세까지 포함하면 6위고. 그러니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도진은 그런 숱한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도 주전 3루수로 낙점되었으니까.
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엄연히 포수 자리는 두 자리뿐이니까. 야수 자리는 그보다 많잖아? 그래도 희소식이라면 네 나이가 제일 어려. 비슷한 성적을 거두면 네가 콜업될 가능성이 제일 높아.”
상우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말처럼 쉽냐? 어? 야구선수라면 전부 지 같은 줄 아나 보네?”
“희망을 줘도 지랄이네.”
상우는 피식 웃었다.
“진짜 앞날이 깜깜해서 그래.”
“원래 메이저리거들 데뷔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잖아? 넌 아직 19세고.”
“생일 빨라서 4월에 20세야.”
“형?”
“닥쳐.”
때마침 고기가 구워졌다.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식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갈 즘 상우는 핸드폰을 열더니 키득키득 웃었다.
“이 봐라. 이 봐라.”
상우의 핸드폰을 받아 든 도진은 화면에 나타난 기사에 피식 웃었다.
-한국인 김도진! 일본을 침몰시켰다!
한국 기사였다.
그 외에도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는 여럿 있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언제 일본이 됐냐.”
“한국만 이런 건 아닐걸? 일본은 더 난리 났을 수도 있어.”
“그것도 맞지.”
상우는 도진에게서 핸드폰을 빼앗더니 잠깐의 검색 후 다시 도진에게 내밀었다.
“이거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본 기사 번역한 거.”
-일본의 대타자 류타! 한국을 이끄는 재능에게 무릎 꿇다!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언제부터 내가 한국을 이끌게 됐냐? 나 U-18 말고 국제전도 참여 안 해봤는데.”
“기자는 어디든 똑같은 법이잖아?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더만.”
상우는 다른 기사를 검색하더니 도진에게 내밀었다.
이번에도 일본 기사였다.
-류타의 복수를 다짐한 유우키. 그에게 일본의 미래가 달려 있다.
도진은 떨떠름하게 웃었다.
“무슨 시범 경기에 나라의 미래까지 걸어버리냐? 이래도 되는 거냐?”
“알 바냐? 걔네가 걸고 싶다는데 어쩌겠냐. 어쨌건 유우키 그놈은 확실히 난 놈이야. 시범 경기인데 본인의 최고 구속 100마일에 못 미치는 99마일까지 뿌렸다더라. 성적도 꽤 좋아. 지금까지 등판해서 16이닝 동안 4실점밖에 안 했어.”
“몸 제대로 만들었나 보네.”
“그렇겠지. 작년에 너처럼 말이야. 어쨌건 내일도 이겨라.”
“최선을 다해볼게.”
또 다른 NPB 출신의 선수이자 신인왕 경쟁자와의 만남이라.
도진은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잘됐어. 내 메커니즘이 저만큼 빠른 공에도 대처가 되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겠지.’
훌륭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