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08화(208/400)
레인저스와 에인절스의 시범경기를 앞둔 미국 미디어는 조용했다.
그저 하나의 시범경기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포함된 경기인만큼 고작 시범경기였음에도 그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더군다나 어제 NPB 홈런왕 출신을 압도한 도전에 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다.
-일본. 오늘도 부들댈 예정.
아! 꼬우면 18세 메이저리거 배출하던가!
└솔직히 옹호하는 건 아닌데. 미국도 18세 메이저리거 배출 못 하고 있음.
└ㄹㅇㅋㅋ. 그냥 김도진이 난 놈임.
└난 놈? 난 놈? 김도진이 니 친구냐? 형이라고 불러라.
└19살한테 형이라고 하라고? 못할 줄 알고? 도진이 형!
└시범경기이긴 한데. 속 시원함. 타자 대결에서 압승한 것도 모자라 맞대결에서도 루킹 삼진이라니.
└류타 표정 봄? 나라 잃은 줄.
└멘탈 많이 작살난 거 같던데? 그래도 작년 NPB 타자 중 제일 잘 친 놈이잖아.
└정규 시즌 돼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적어도 류타는 프로 경험이 있으니까.
└일본 야구랑 미국 야구랑 같냐? 미국 야구 경험은 김도진이 더 길어.
└오늘도 이겼으면 좋겠다. 그런데 상대가 쉽지만은 않네.
일본 커뮤니티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로부터 KBO 출신들보다 NPB출신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던지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을 거둘 줄 알았던 일본 최고의 타자가 어린 한국인에게 대패하는 광경은 큰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해가 지나 19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어린 선수가 아니던가?
-오늘은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황 유우키!
└류타는 저렇게 될 줄 알았어. 하지만 유우키는 달라. 시범경기 성적도 좋고.
└류타한테 기대한 사람 있어?
└없어. www.
└근데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 언제나 한국은 이렇게 예상 밖의 괴물들이 나오니까.
└그래도 야구는 우리가 확실히 우위에 있어. 키무가 어제 승부에서 류타를 이긴 건 맞는데. 작년 성적 보면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 수 없지.
└위 댓글은 너무 갔다고 본다. 키무 작년에 18세였다고? 18세 메이저리거.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냐?
└우리도 20세 메이저리거 있었어. 무라카미 마사노리.
└어디가서 자랑하고 다니지 마라. 60년대잖아.
└90년도에는 21세 메이저리거도 있었어.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 그리고 요즘 시대엔 빠른 나이에 데뷔하기 힘들어.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일본 역대급 재능이라고 평가받는 타카시 사토도 아직 더블 A야.
└스프링 트레이닝에는 참여했는데 로스터에 포함될 확률은 없나?
└젠젠(전혀). 4주 차까지 버티긴 했는데 떨어졌음. 운 좋아야 20살쯤에 데뷔할 듯.
└타카시 사토는 투타 겸업이잖아!
└정보. 키무도 투타 겸업이다.
└선발 투수랑 불펜 투수랑 같진 않지.
└메이저리거랑 마이너리거랑 같진 않지.
└싸우지 말고 유우키나 응원하자.
도진은 커뮤니티 글에 관심을 보이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예 모른다고 보는 게 옳다.
그래서 커뮤니티에 무슨 얘기가 나오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상대는 일본 최고의 투수 유우키는 텍사스 소속으로 자신의 앞길을 막는 신인왕 경쟁자다.
‘무조건 이겨야겠지?’
이번에도 기선제압만큼은 필수였으며.
같은 동 아시안 출신들한테 지고 싶지 않았다.
* * *
도진은 레인저스전 6번 지명타자로 나서게 됐다.
그렇기에 더그아웃에서 유우키의 투구를 지켜봤다.
유우키는 98마일의 패스트볼로 뜬공을 유도하며 기분 좋은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오늘 경기를 끝으로 짐을 싸서 돌아가는 상우가 도진의 옆에 앉았다.
“잘 던지긴 하네.”
도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공에서 힘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겨야지?”
“그러고 싶지.”
“싶지? 싶지?”
“어떻게 매번 이기냐? 그것도 처음 만나는 투수를.”
밑밥을 까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첫 만남에서는 타자보다 투수가 유리한 법.
투수마다 구속, 구위, 구종 그리고 구질 등. 선수마다 전부 다르다.
이렇게 더그아웃에서 투구를 지켜본다고 한들 타석에서는 느낌이 또 달랐다.
“일단 유우키의 투구 디자인은 까다로워. 빠른 패스트볼을 앞세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그리고 주 무기인 스플리터가 일품이야.”
휘어져 나가는 공 하나와 떨어지는 공 두 개라. 확실히 헷갈리겠어.
도진이 침음하는 사이 상우가 말을 덧붙였다.
“더군다나 스플리터가 150km에 육박하니까.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유우키는 방금 스플리터로 2번 타자 켄을 삼진 처리했다.
도진은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메이저리거들은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다.
밥 먹듯이 100마일의 공을 접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패스트볼이 그저 일반적인 포심 패스트볼이라면?
공이 아무리 빨라도 대응은 가능하다.
유우키는 고작 두 타자를 상대했을 뿐이지만, 비교적 약점일 수도 있는 포심 패스트볼을 잘 썼다.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하는 파워 피처 계열이 아니야. 결정구를 위해 포심 패스트볼을 유인구로 던지는 부류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면서 파워 피처가 아니다?
생소함. 이것은 큰 무기가 되겠지.
2회 초. 상우는 도진에게 배트를 건넸다.
“잘하고 와라.”
“노력해볼게.”
유우키는 5타자를 전부 범타로 돌려세웠다.
삼진도 2개나 잡았고 표정에서 여유도 느껴졌다.
타석으로 들어서던 도진은 괜히 심술을 부려봤다.
‘이런 상대가 내 신인왕 경쟁자라니.’
불공평한 거 아닌가? 너무 잘 던지잖아?
하지만 생각과는 별개로 도진의 심장은 사정없이 뛰어대기 시작했다.
‘시즌에 들어서면 또 어떤 괴물들이 튀어나올지는 모르는 법.’
그 선수들을 전부 이겨야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도진은 고작 신인왕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신인왕급 활약을 펼친다면, 팀 분위기도 덩달아 올라가겠지.’
매번 꼴찌에 처박혀 있던 에인절스도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앞에 있는 장애물부터 치우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유우키를 흔들어야 하는데, 타자가 투수를 흔들 방법은 여럿 있다.
특히 빠른 발을 갖춘 도진에게는 다른 타자들과 비교해도 다양한 무기를 갖추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시범경기다.
괜히 이 승부에서 이기겠다고 다양한 방법으로 투수를 흔들 수는 없다.
‘게다가 호세가 무서워.’
시범경기에서 지랄 발광을 했다고 1시간이나 훈계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순수 타격만으로 상대를 이겨야 한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투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날 의식하나 보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같은 검은 머리 외국인.
한국과 일본이라는 같은 동아시아인 출신이지만, 국적만큼은 달랐다.
거기에 두 나라는 라이벌이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어떤 공을 던질지 상대의 생각이 훤히 읽히는 것 같았다.
‘노리고 싶다. 너무 노리고 싶다.’
지금 노림수를 가져가면 안타를 뽑는 건 쉬울 터.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더 나은 시즌을 위해선 시범경기인 지금은 메커니즘을 몸에 완전히 익혀둬야만 한다.
‘노림수는 그 이후야.’
한 타석 이기겠다고 겨우 감 잡은 새로운 메커니즘을 땅바닥에 내다 버릴 수는 없다.
노림수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을 떨 수 있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진은 이제 겨우 옛것을 완전히 버리고 새것을 장착했다.
그렇게 겨우 감이 손끝에 잡혔는데 그걸 다시 외면한다고?
‘그럴 수는 없지.’
그럴 필요도 없었다.
도진은 새로운 메커니즘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의 결과가 그렇잖아?’
선수들의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들 지금 당장 자신의 타격 지표만 봐도 장타가 단타보다 많다.
결국 도진은 노림수 대신 새로운 메커니즘을 믿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초구. 유우키는 지체없이 와인드업했다.
그는 도진과 같은 우투수이며 몸집도 비교적 호리호리했다.
유연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눈 깜짝할 새 날아오는 패스트볼.
도진은 재빠르게 계산을 끝마쳤다.
‘살짝 높다.’
스트라이크 존에 걸칠 듯 말듯.
도진은 스윙하지 않았다.
초구부터 어려운 공에 손을 내지 말라고 뇌가 일렀다.
퍼억.
“볼!”
도진은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했지만, 당장에라도 주먹을 불끈 쥐고 싶었다.
‘이대로만 가자. 내 감을 믿자.’
타격 자세를 잡고 다시 투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투수의 모자챙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서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일본을 제패하고 이곳으로 건너온 투수답게 결과에 대한 실망 따위는 없다는 듯.
2구. 지체없이 투구가 이어졌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날아오는 공. 뇌는 도진에게 슬라이더라고 일렀다.
너무나도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왔던지라.
부웅.
전광석화 같은 스윙이 나왔지만, 슬라이더의 각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날 만큼 예리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크게 헛스윙한 도진은 잠깐 타석에서 벗어나서 배트로 스파이크를 툭툭 치며 흙을 털었다.
‘이야. 이게 무슨 신인의 투구냐고.’
다시 타석에 들어선 도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지금 코스로 날아오는 슬라이더는 조심해야겠어.’
이 또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쌓여야지만 차후에 완전체가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3구. 도진은 다시 한번 허공에 헛스윙했다.
포크볼인지 체인지업인지 분간도 가지 않는 각이 완벽한 스플리터였다.
카운트는 1-2. 초구를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어느덧 불리해졌다.
‘이래서 야구가 재밌는 법이지.’
유리하게 시작했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긴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체인지업을 제외. 전 구종 모두 타석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도진은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4구 체인지업은 다소 실투였던지라 카운트를 2-2로 맞추었고.
5구 패스트볼은 높게 형성되며 3-2가 되었다.
대망의 6구를 앞두고 양 선수의 이마가 긴장감에 절여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유우키는 포수의 사인이 나오자 잠깐 발을 풀며 시간을 벌었다.
‘젠장. 생각했던 것보다 눈이 더 좋은 모양이군.’
NPB에서도 먹혔던 투구 패턴이다.
그런데 저 한국 선수에게는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첫 맞대결이다.
‘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져서는 안 된다.’
한 타석마다 의미 부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대결이 그저 평범한 대결이던가?
미국인들에게는 그저 두 아시아인의 승부라고 보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승부에 임하는 선수는 절대 져서는 안 된다는 사명이 걸려 있다.
‘내가 잃을 게 더 커.’
도진은 자신보다 메이저리그에 먼저 합류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먼저 합류했다지만, 고작 한 달이다.
어디 한 달이 그렇게나 긴 기간인가?
그러므로 자신은 나이, 경력 전부 도진에게 앞서 있었다.
유우키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사인이 나왔다.
자신 있는 스플리터였지만, 유우키는 고개를 저었다.
‘내 주 무기가 스플리터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한 번 더 꼬는 게 낫겠지.
슬라이더 사인이 나왔고, 드디어 유우키도 사인에 수긍했다.
‘대신 2구째 슬라이더보다 더 완벽한 공을 던지겠다.’
유우키는 공을 던져졌다.
공이 손을 떠난 즉시 번뜩 뜨인 눈동자와 비례한 회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제대로 긁혔다!’
공이 날아오자 도진은 뇌의 신호를 받았다.
‘슬라이더.’
그리고 앞서 경험했던 코스로 날아오고 있었다.
휘둘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몸은 휘둘러야 한다며 꿈틀댔다. 그만큼 스트라이크 존으로 형성되는 공은 너무나도 치기 좋은 코스였다.
그렇기에 몸이 반응을 이기지 못하고 원치 않게 배트가 나갔다.
도진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이렇게 된 거.’
참아내야 한다.
도진은 양팔에 힘을 잔뜩 주었다.
순간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전신을 맴돌아야 하는 피도 통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도진은 결국 배트를 멈춰 세웠다.
체크 스윙. 배트가 홈 플레이트 앞까지 도달했지만, 그 라인을 넘길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포수와 투수의 시선은 곧장 1루심으로 향했다.
모든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1루심은 모은 양팔을 풀어헤쳤다.
“세이프!”
순간 심장이 떨어질 뻔한 도진은 미소를 잔뜩 머금고는 타석에 타격 장비를 풀어놓고 1루로 이동했다.
‘와. 살았다.’
안도가 전신을 덮쳐오자 힘이 축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1루에 도착한 도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베일듯한 날카로운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다.
‘안 흔들려고 했지만…… 역시 밟을 땐 확실히 밟아줘야겠지?’
설사 호세에게 훈계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나머지 타석을 위해서도.
정규 시즌을 위해서도.
그리고 한일전에 큰 의미를 두는 팬들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