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1화(21/400)
“여, 역시 도발이 타격이 있었나 보네요.”
캐서린은 타석에 들어선 도진을 바라보며 말까지 더듬었다.
‘역시 고등학생은 고등학생인가.’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도진의 표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관중석에서도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프로에 비해 멘탈이 부족한 고등학생 운동선수라면 눈이 자주 회까닥 돌아가곤 한다.
그걸 얼마나 컨트롤을 잘하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진가를 알 수 있다.
‘하. 오늘 인터뷰도 물 건너갔네.’
캐서린은 오늘 기필코 도진의 인터뷰를 따고 싶었다.
캘리포니아에 투타 겸업 유망주가 등장한 것도 모자라 그는 이미 투수로서 능력 입증을 끝냈기 때문이다.
96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였으니까.
혹시나 타자로서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투타 겸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화제였다.
‘하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여의치 않겠어.’
한편.
주자로 나가 있던 알렉산더와 마이크는 반대로 입꼬리를 올렸다.
선수라면 저 기분을 제대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시당해서 화가 잔뜩 났군.’
더그아웃에서 도진을 지켜보던 도널드 감독도 팔짱을 낀 채 턱을 매만졌다.
‘이걸 노리고 킴을 5번에 배치했지.’
리버사이드는 알렉산더를 거르면 FS의 타선은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 산타모니카 전의 경기를 보고 내린 결론인 듯했다.
하지만 그때의 FS와 지금의 FS는 다르다.
마이크와 도진까지 타자 진에 합류했다.
그리고 타순에 대한 결과 또한 달라졌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는 안타를 쳤고 알렉산더는 볼넷을 얻었다.
감독이 타순을 구성할 때부터 예상하던 일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킴뿐이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압감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압감을 견뎌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수야말로 슈퍼스타다.
그렇기에 1회 초. 2사 1, 2루.
도진에게 기회가 온 지금.
그가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이 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미래든. 학교의 승패든.
* * *
[킴이 타석에 들어섭니다.]도진이 타석에 들어서자 FS측 유튭 라이브는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감히! 감히 우리의 슈퍼 코리안을 무시해?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가 얼마나 약한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투수가 5번에 선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운데?
-차라리 마이크를 5번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방금 타격 보니 괜찮던데. 알렉산더 다음이었으면 더 좋은 찬스가 나지 않았을까?
투수가 타석까지 소화해낸다는 것.
미국에서는 흔치 않았다.
흔치는 않았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한 가지에 몰두했기에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건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금 유튭 라이브에서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은 한 팀의 팬일 뿐. 대부분 야구 관계자들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생소한 투타 겸업에 부정적인 말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반응을 알 턱이 없었던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감히 동대 중학교 4번 타자였던 나를 상대하겠다고 앞선 타자를 걸러?’
도진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볼넷으로 내보낸다면 모를까.
자신을 상대하겠다고 앞선 타자를 거르는 경우는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획 돌아갔던 도진의 동공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래. 여긴 미국이지.’
아시아인이 미국에서 운동선수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프로 선수를 꿈꾼다는 것.
다른 미국인들에게는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그 어떤 아시아인도 미국에서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해 프로에 도달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 씻고 찾아보면 한둘 정도 나오지만 그들의 국적은 엄연히 미국이었다.
‘편견을 깨고 싶다.’
아시아인도 백인이나 흑인처럼 같은 인간이다.
충분히 미국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으로 프로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자신의 재능이 이곳에서 통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만약 프로에 가게 되면 역사적으로 처음이긴 해.’
하지만 아시아인도. 특히 한국인도 이런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다.
누구라도 모국을 떠나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힘들어. 알고 있어.’
언제나 차별이 따라다닌다.
이걸 본인 스스로 부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그 첫걸음으로 일단 지금 타석에서부터 결과를 내주겠다.
도진은 배트를 움켜잡고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타순은 5번.
이미 10구가 넘는 공을 지켜봤다.
‘80마일 중 후반대의 패스트볼.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하지. 내가 노릴 구종은…….’
초구.
탑 스핀을 가득 머금은 공이 카운트를 잡겠다며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하지만 도진은 스윙하지 않았다.
노리는 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탑 스핀은 거르고.’
“볼!”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도진은 타석에서 잠깐 벗어나 배트로 스파이크를 톡톡 쳐 흙을 털어내고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역회전만을 노린다.’
도진은 동체 시력도 뛰어났다.
무릇 뛰어난 타자가 되려면 동체 시력은 그 어떤 능력보다 중요했다.
상대의 구종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유인구에 손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둘 다 역회전이다.
둘 중 하나를 정해서 스윙을 가져가야 하는데…….
‘나는 장타를 만들어 낼 생각이거든.’
1볼 노 스트라이크.
투수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터.
그리고 제일 자신 있는 구종을 던질 것이다.
대부분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이 자신 있어 하는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또다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고 도진은 휘두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3구도 마찬가지였다.
공을 떠난 투수의 공은 2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패스트볼이었다.
“스트라이크 투!”
1볼에서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
패스트볼이라는 것을 예측했지만 휘두르지 않았다.
도진은 카운트가 불리해졌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마저도 예상 범주야.’
4구.
이번에도 역회전이 걸린 공이 날아왔지만. 앞선 공과는 다르게 자신이 기다리던 구종 체인지업 이었다.
‘친구야. 좀 어설프더라. 체인지업을 어설프게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텐데?’
체인지업을 노린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맞기만 하면 장타를 만들 수 있는 공이었기 때문이다.
도진은 눈을 번뜩이며 스윙을 가져갔다.
따-악!
배트의 스위트스폿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도진은 그 자리에서 하늘 높이 배트를 던져 버렸다.
‘날 무시한 대가다. 이 새끼들아.’
* * *
[Uh oh! High fly ball deep to the center field.] [맞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이 타구는 넘어갔다는 것을요! 그것도 구장의 제일 먼 구석. 중월 홈런을 기록합니다!] [아니. 도대체 이 선수 뭡니까? 첫 마운드 등판에서는 96마일을 뿌리더니 첫 타석에서는 3점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뭐긴 뭡니까! FS 야구부의 새 얼굴. 도진 킴입니다!]해설이 맛깔나야 시청자들이 더 자주 찾는 법이다.
특히나 이런 편파 해설일 때가 가장 재밌었다.
거기에 결과까지 나온다면?
금상첨화였다.
-갔다! 갔다고! 넘어갔다고!
-Three Run Homer!
-감히 알렉산더를 걸러? 어디 한번 또 걸러봐! 걸러보라고 이 새끼들아!
-투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 그보다 원래 아시아인은 투타 겸업이 필수인 거야? 왜 타자까지 잘해?
-속이 다 시원하네. 배트 플립 봤냐? 배트가 시발 지구 한 바퀴를 돌고 돌아왔다니까?
-인정. 킴이 던진 배트 우리 집 창문 다 깨부숨.
채팅창은 뜨거웠다.
하지만 경기장은 반대로 고요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취점.
상대적 약팀에게서 3점이나 내줬기 때문이다.
RS는 무실점으로 끝내기 위해 캘리포니아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알렉산더를 걸렀다.
알렉산더만 거르면 마땅한 타자도 없고, 무실점으로 끝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이닝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은 깨졌다.
도진은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그러다 2루에서 3루로 향했을 때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남긴 윌과 눈이 마주쳤다.
도진은 그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3루를 그대로 지나쳐 홈으로 이동했다.
‘경기는 이제 시작이니까.’
도진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가뜩이나 뜨겁던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미친 듯 달아올랐다.
도진은 홈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마이크와 알렉산더는 주먹을 말아 쥐며 내밀었다.
툭. 툭.
도진도 주먹을 말아쥔 채 그들과 기쁨을 나누고 함께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감독은 도진에게 주먹을 내밀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주먹을 톡 건드렸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나머지 일원들은…….
퍽. 퍽. 퍽. 퍽.
도진의 헬멧을 마구잡이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대는 강팀이다.
특히나 페드로가 출전하지 않자 FS의 선발 투수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1회 말이 끝났을 때는 3:3 동점이었다.
* * *
3회 초. 스코어는 3:4로 역전이 되었다.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한 FS는 2회에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그리고 3회는 1회와 마찬가지로 1번 타자가 선두타자였다.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이번에도 1, 2번이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물러섰다.
곧이어 타석에 들어선 마이크는 승부욕에 불타고 있었다.
‘젠장! 킴. 저 새끼는 왜 타자까지 잘하고 지랄이야.’
오늘은 자신의 데뷔전이다.
그런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도진에게 뺏기기 직전이다.
물론 팀의 승리가 먼저였으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2회에 1점 더 실점해 3:4가 되었다.
스포트라이트고 나발이고 일단 이겨야만 했다.
배트를 움켜잡은 마이크는 투수를 노려봤다.
‘좋은 공을 주지 않을 거다.’
상대 투수는 변화구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패스트볼 구속이나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뿐이었다.
‘어떻게든 출루한다. 내 뒤에는 알렉산더.’
그리고 도진이 있다.
큰 거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어떻게든 연결한다.’
패스트볼만 노리고 변화구는 전부 버린다.
그리고 마이크는 투수와의 심리전에서 승리했다.
“베이스 온 볼스!”
3-2 풀카운트에서 탑스핀이 걸린 커브가 날아오자 마이크는 이를 악물고 배트를 내지 않았다.
그 결과 볼넷으로 1루에 유유히 걸어 나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리가 좀 아플 거다.’
2아웃에서 주자가 나가므로 1회와 똑같은 상황.
이어지는 상황 또한 1회와 똑같았다.
[알렉산더. 이번에도 고의 사구입니다.] [이해는 합니다. 솔직히 제가 투수라도 알렉산더를 상대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알렉산더의 다음 타자가 누구입니까?]-쯧쯧. 학습이라는 걸 모르는 새끼들.
-야 이 개 같은 놈들아. 이러다가 알렉산더 0할 치겠어!
-0할에 출루율 10할. 그것 또한 미친 기록이긴 하겠다.
-그런데 말이야. 킴은 전 타석에 홈런 쳤잖아. 킴도 거르지는 않을까?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입 틈을 비집고 새어 나오려는 헛웃음을 꾹 삼켰다.
‘또 홈런 처맞고 싶어?’
자신은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하지만 저들은 자신을 거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마음 한편에 무시하는 감정이 남아 있는 거겠지.’
또다시 2아웃 1루와 2루다.
단타 한 방이면 1점을 내준다.
하지만 만루에서 단타를 내주면 2점을 실점한다.
그렇기에 투수가 제일 피하고 싶은 건 만루였다.
더 나아가 만루에서 실투나 폭투라도 나온다면?
애써 잡은 리드가 손쉽게 동등해진다.
도진의 눈엔 확신이 서렸다.
‘그러니 기필코 나랑 승부하겠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투수의 동공이 마구 흔들리고 있는데 괜찮겠어?
‘괜찮을 리가 없지.’
이미 투수는 체인지업으로 홈런을 맞았다.
커브의 제구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가 던질 수 있는 공은 단 하나뿐이었다.
도진은 이번에는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패스트볼 타이밍에 스윙한 도진은 배트의 스위트스폿에 투구를 맞췄다.
따-악!
희망을 가득 담은 관중들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린 것도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