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16화(216/400)
에인절스는 매리너스에게 2승을 거두며 3승 3패. 5할 승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홈에서 치러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는 스윕을 당해 3승 6패.
블루제이스전에서마저 고액 연봉자 미카와 카메론이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해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는 윌리엄이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중심이 되어줘야 하는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그 자리를 대체한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나왔던 결과.
그 때문에 팬들도 고액 연봉자이건 나발이건 윌리엄을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은 도진과 호세가 휴식한 매리너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술병 때문에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그날을 제외 총 10타수 5안타로 불방망이를 뿜어내며 타점도 무려 3개나 올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미카와 카메론은 라커룸 안에서까지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표출했다.
“X발! 팀 꼬라지가 아주 잘 돌아간다.”
“왜. 좀 치니까 네 세상 같고 그러지?”
둘의 분노는 윌리엄에게로 향했다.
당사자인 윌리엄은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은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아니다.
어쩌면 한국보다 위계질서가 더 심할 때도 있다.
팀 내 고액 연봉자.
그들이 곧 신이며 선수단을 주무를 권한이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팀의 주장인 벨 조이스도 그들을 나무랄 수 없는데, 루키에게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
하지만 호세는 달랐다.
“유치원생처럼 스윙하면서 뭘 잘했다고 지랄이야?”
미카와 카메론은 호세의 호통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호세. 말이 좀 심하네?”
“요즘 좀 친다고 기세등등하네? 그 기세가 얼마나 갈 것 같아?”
호세는 더는 고액 연봉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에인절스 최고참. 무엇도 두려울 필요가 없는 포지션이었다.
“네놈들 같은 쓰레기들이 팀 내 분위기 다 망치는 거야. 알아? 선수가 잘했으면 잘했다고 칭찬해주지 못할망정. 잘 나가는 선수 기를 죽여?”
카메론은 호세의 앞에 다가가더니 눈을 위로 치켜떴다.
“어이 호세.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우리 메이저리거들은 루틴이라는 게 있어. 몸이 올라올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호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경험 넘치는 네놈들이라면 언제 어떻게 컨디션이 올라올 수도 있겠지.”
“잘 아네. 그러니까 어떻게 좀 해봐.”
호세의 눈동자에서 델 듯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도 누가 1할 치래? 네놈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기대감 따위는 X도 없어! 알아?”
카메론의 동공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그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서둘러 반박했다.
“아직 시즌 초잖아! 최종 성적이 1할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
“네놈들 좋아질 때까지 팬들은 손가락 빨면서 지켜봐야 하는 거냐? 혹시 귓구멍도 막혔어? 요즘 네놈들 타석 때마다 들려오는 팬들의 야유는 어떻게 설명할래?”
팬이란 단어는 치트키다.
메이저리거들은 팬들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팬들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만약 팬들보다 위에 선 선수라는 말이 새어나가기라도 한다면 매장당하는 건 한순간이었으니까.
더군다나 팬들도 바보가 아니다.
구단을 위해 뛰어야 하는 선수가 구단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발언이 선수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 발언을 내뱉은 슈퍼스타들은 강제로 팀에서 쫓겨나는 때도 더러 있었다.
호세는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이 트레이드도 안 되는 악성 매물 새끼들아. 이기고 싶으면 그만큼 노력을 하라고.”
분위기가 천정부지로 과열되던 그때.
라커룸 문을 열고 조 캐넌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시끄럽군. 에너지 표출은 경기장에 나가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전부 다 들은 모양이다.
선수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나저나 재밌는 얘기들이 들리던데.”
조 캐넌 감독은 미카와 카메론을 슥 훑었다.
둘은 조 캐넌이 내뿜는 기세에 순간 움츠러들었다.
조 캐넌은 애당초 슈퍼스타를 배려하지 않는다.
물론 미카와 카메론이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엄연히 그에 준하는 스타였다.
하지만 슈퍼스타도 마다하는 마당에 저들이 두렵겠는가?
성적이 좋은데 불화가 있어서 보복성으로 라인업에서 빼버린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성적도 좋지 못했다.
조 캐넌 감독은 미카와 카메론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네들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그렇다고 생각하면 꼭 내게 말을 해주게나. 알맞은 조치를 해줄 테니.”
미카와 카메론은 입을 꾹 다물었다.
조 캐넌의 입에서 나온 조치란 트레이드다.
그리고 그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근 2년의 성적만 봐도 받는 돈에 비하면 처참한 성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트레이드 매물이 되어버린다면?
구단은 선수를 팔아먹어야 하므로 경기에서 아예 배제되지는 않겠지만, 팀 내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감독이 이를 언론에 노출하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빼앗기는 것을 싫어한다.
미카와 카메론은 엄연히 에인절스에서 입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서 대답을 잘못한다면 그 입지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른 팀에 간다고 없던 입지가 다시 생기나?
더군다나 감독 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이 되지 않았지만, 트레이드 비스름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던가?
미카와 카메론은 분위기도 읽지 못하는 바보까진 아니었다.
‘지금 에인절스는 4년 연속 꼴찌 하던 예전의 에인절스가 아니다.’
언제든지 칼을 빼 들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추게 되었다.
왜일까. 도대체 한결같던 에인절스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굳건할 것만 같던 자신들의 입지에 도대체 왜 균열이 생긴 것인가!
정답은 매우 쉬웠다.
‘말라비틀어진 에인절스 유망주 팜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인재가 터져버렸다.’
18세 메이저리거가 데뷔하더니 큰 성공을 이뤘다.
그 때문에 연쇄작용으로 팀 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후보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입지와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선 도진의 노력과 퍼포먼스를 보면 안도할 수 없다.
19세가 되어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20세, 21세에는 그저 지금과 한결같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에인절스는 믿는 구석이 생겨버렸다.
유망주가 터져버린 지금.
언제든지 부진한 성적의 자신들을 내주고 유망주들을 수급해올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레드삭스와의 3연전 라인업이다. 변동 사항은 없다. 선수라면 결과로 말해라.”
조 캐넌은 손에 쥔 A4 용지를 무심하게 던졌다.
공중에 뜬 종이는 속도를 서서히 잃더니 미카와 카메론의 발 앞에 착지했다.
종이를 주워 라인업을 확인한 미카와 카메론의 동공이 팽창했다.
1. 켄 매논. SS.
2. 도진 킴 CF.
3. 미카 라이트. LF.
4. 호세 가브리엘. DH.
5.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6. 윌리엄 바스테즈. 3B.
7. 카메론 킹. RF.
8. 에이든 브라운. 2B.
9. 자렌 테일러. 1B.
도대체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라인업은 도대체 무엇이지?
* * *
경기에 앞서 호세, 윌리엄 그리고 도진은 더그아웃의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호세는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훑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감독님도 여간내기가 아니시군.”
그는 말을 덧붙였다.
“원래 못 나가는 팀에는 파벌이란 게 있다. 우리 에인절스도 당연히 있지. 이게 원팀이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도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알고는 있었어.’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파벌이라면 벨 조이스와 호세 그리고 아돌니스를 필두로 미카와 카메론이었다.
‘더 있긴 한 것 같은데.’
하지만 두 포수를 필두로 나누어진 파벌이 제일 거대했다.
호세는 에인절스 1선발 벨 조이스의 전담 포수.
백업 포수이면서도 늘 벨 조이스가 선발로 나설 때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장기 계약까지는 아니지만, 고액의 계약을 맺은 아돌니스 파벌은 자신들이 팀의 중심이 되길 원했다.
‘그런데 지금 어떻지?’
주전 마스크는 결국 호세가 쓰게 됐다.
아돌니스도 이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을 터.
‘그나저나 감독님이 어째서 라인업을 이렇게 짜셨는지 모르겠네.’
대립에서도 시너지 효과는 중요한 법이다.
그런데 관계가 그리 좋지 못한 선수들을 타순 사이에 섞어 놓았다.
도진은 우측으로 고개를 틀었다.
걱정스러운 윌리엄의 표정이 포착됐다.
‘호세는 이런 파벌 싸움 때문에 윌리엄을 끌어들인 건 아니야.’
그저 언젠가 터져야 했을 치부가 지금 드러났을 뿐이다.
도약을 위해서 한 경기 한 경기 이겨야 하는 에인절스의 분위기를 흐린 건 엄연히 미카와 카메론이었다.
무엇보다 파벌 싸움에서 후보와 신인 선수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도진 역시 라인업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이런 결단을 내린 조 캐넌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 또한 경쟁이잖아?’
대놓고 드러나 버린 경쟁에서 이기려면 성적이 필요하다.
어디서 자랑할 수 없는 부끄러운 민낯이지만, 이걸 역으로 이용해버린 것이다.
‘물론 얼마나 잘 먹힐지는 막상 뜯어봐야 알겠지만.’
호세는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결국 성적과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쥐어야 하는데. 자신 있냐?”
윌리엄은 자신감 다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말처럼 쉽지 않았으니까.
고작 세 경기에서 결과를 내라고?
타올랐던 타격감이 식는 건 한순간이다.
그러므로 경험이 부족한 자신들이 이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호세는 코웃음을 쳤다.
“겁먹었냐? 우리가 진다고 한들 잃을 게 있었나?”
윌리엄은 호세의 팩트에 아랫입술을 꽉 씹었다.
호세의 말마따나 경쟁자들보다 부담이 덜 되는 것도 사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했던 저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돈값 때문에 붙박이 주전은 불가피할지언정 기회는 조금 더 주어지겠지.
둘의 대화가 끝나자 도진은 호세에게 물었다.
“호세는 자신 있어요?”
“솔직히 있겠냐? 난 늙었어. 지금까지 놈들이 슬럼프인 건 맞는데. 엄연히 메이저리그에서 성적을 냈던 놈들이야.”
“그렇군요.”
“어째 넌 자신 있어 보인다?”
도진은 피식 미소를 띠었다.
“적어도 저흰 지금 당장 슬럼프는 아니잖아요? 그러니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속 편한 자식. 말 한번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적어도 새로운 시즌을 위해서 저들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
도진은 말을 덧붙였다.
“노력이 언제 배신하던가요?”
무엇보다 잃을 것 없는 놈들과 잃을 것 많은 놈들의 한판 대결.
이 또한 재밌을 것 같았다.
‘결국은 팀을 위해서니까.’
야구 선수가 갑자기 격투기 선수가 되어 주먹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지 않던가.
물론 도진은 이 싸움에 휘말린 불운의 사나이였다.
갑작스레 경쟁자가 돼버린 저 셋과 앙금은 없다. 애당초 포지션부터가 다른데 부딪힐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난 팀이 이기기만 하면 돼.’
진심은 통하는 법.
‘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그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