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17화(217/400)
[에인절스와 트윈스. 트윈스와 에인절스의 경기에 앞서 오늘 라인업이 참 독특하지 않습니까?]1. 켄 매논. SS.
2. 도진 킴 CF.
3. 미카 라이트. LF.
4. 호세 가브리엘. DH.
5.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6. 윌리엄 바스테즈. 3B.
7. 카메론 킹. RF.
8. 에이든 브라운. 2B.
9. 자렌 테일러. 1B.
[파격적인 변화에요. 조 캐넌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 라인업을 가동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일 특이한 점이라면 호세와 킴의 순번이지 않습니까?] [킴은 2번 호세는 4번. 타순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물론 에인절스의 최근 성적만 놓고 보자면 충분히 일리 있는 라인업입니다만, 아직 표본이 적거든요?] [하위 타선에서 뛰던 선수들이 2번과 4번이 되었습니다. 부담감이 남다르잖아요?] [그렇습니다. 엄연히 하위타선이 부담감이 더 적죠. 갑자기 중책을 맡게 된 선수들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쳐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되는군요.] [무엇보다 킴이 중견수를 맡게 되었어요. 괜찮을까요?] [문제는 없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이너리그를 거쳐 시범 경기에서까지 내 외야를 가리지 않는 선수였으니까요. 어깨도 좋아서 충분히 외야수를 볼 수 있죠.]때마침 트윈스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중견수 위치에 선 도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중견수 쉽지 않네.’
우측과 좌측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 때문이었다.
‘감독님도 참 너무하시네.’
생각해보니 그렇잖아?
말도 없이 중견수로 내보내질 않나.
경쟁자가 되어버린 미카와 카메론 사이에 박아두질 않나.
‘이러면 없던 관심도 생기겠다.’
만약 3루수가 중견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좌익수와 우익수의 자리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저들이 이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
‘뭐. 딱히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야구 하나?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3연전이 끝나면 어차피 3루로 되돌아갈 거야.’
중견수는 엄연히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포지션으로 투타 모두 소화하는 자신이 중견수가 될 수는 없었으니까.
따-악!
때마침 타구음이 들려왔다.
도진의 몸은 잡생각에 사로잡힌 머리와는 별개로 즉각 반응했다.
좌중간으로 향하는 타구를 향해 미카와 동시에 움직였다.
하지만 그 역시도 잡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반응속도가 느린 건지.’
도진은 미카가 이 타구를 잡을 수 없다고 확신하며 더욱 속도를 붙였다.
전력 질주하면서 등 뒤에서 날아오는 타구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잡혀라!’
도진의 글러브 끝에 타구가 걸치듯 들어왔다.
꽈당.
급박했던 나머지 낙법을 할 새도 전신이 그대로 지면에 부딪혔지만, 도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을 벌떡 일으켰다.
미카가 턱이 벌어진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도진은 글러브 끝에 걸린 공을 먼저 번쩍 들어 올렸다.
“아웃!”
그러고는 그 공을 미카에게 토스했다.
‘똥줄 타는 거 알겠는데 정신부터 차리십쇼.’
공을 넘겨받은 미카는 어버버어버버 거리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겠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도진에게서 슈퍼 플레이가 나오자 홈 관중들은 전원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끊겼던 기립 박수는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자 5초간 다시 이어졌다.
‘1아웃. 주자는 없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고는 투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미네소타의 3선발 도 레오나르도.’
90마일 초반대의 구속으로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변화구 각이 예리하기로 소문났다.
저 변화구에 한 번이라도 걸려들게 된다면 속수무책으로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가만히 있었더니 볼 카운트는 3-0.
이후에 연달아 2개의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지만, 도진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1루로 걸어 나갔다.
“베이스 온 볼스.”
1루 베이스에 도착 후 타석에 들어선 미카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동공이 떨렸다.
‘쯧쯧. 타석에 섰으면 집중부터 해야 하는 게 당연하거늘.’
타자로서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베테랑이 목소리만 크다.
물론 타격감이 좋지 못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니 평소에 잘 좀 하지.’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오는 법이다.
미카는 몸 상태도, 마음가짐도 준비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타격감이 좋지 못하다는 데이터는 상대 배터리도 알 수밖에 없었다.
‘에휴. 표정 좀 감춰라.’
이를 악문 미카는 제 딴에는 의지를 표출하고자 지은 표정일 수도 있겠지만, 당황했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투수는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낙승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볼까?’
투수 역시 4선발로 그리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그러므로 얼이 나간 타자에게서 아웃카운트 빼앗고자 자신을 아예 외면할 수도 있다.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 돌입했다.
그리고 역시나.
‘나를 내버려 두네?’
도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냅다 2루로 달렸다.
투수는 변화구를 던졌다. 공을 받은 포수도 도진을 저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며 도루 저지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1사 2루. 2루에 안착한 도진은 다시 한번 미카를 또렷이 쳐다봤다.
‘당신네가 승부에서 이겨도 좋으니까 제발 날 홈으로 불러들여 줘.’
카운트는 0-1.
투수는 도진의 도루 때문에 심경이 복잡했다.
그렇기에 평소 자신 있는 변화구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듯 던져졌다.
하지만 초조했던 미카는 결국 그 어림없는 공에도 스윙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0-2. 도진은 헬멧을 푹 눌러 쓰며 얼굴을 가렸다.
그러고는 새어 나오는 한숨을 가리며 혼잣말로 내뱉었다.
“에휴. 글렀네, 글렀어.”
도진은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감독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정말 귀신 같으시네.’
도루를 해도 되냐고 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 캐넌 감독은 마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사인을 보내기도 전에 대답이 들려왔다.
곧이어 그 사인은 타자 미카에게도 전달됐다.
3구. 투수가 투구에 돌입하자 도진은 3루를 훔쳤다.
그와 동시에 미카의 스윙이 나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아웃!”
미트에서 공을 빼낸 포수는 서둘러 3루수를 향해 공을 던졌지만, 도진의 발이 더 빨랐다.
도루를 2개나 추가했음에도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난 도진은 표정을 와락 구겼다.
‘좀 기다리지.’
누가 봐도 유인구가 올 타이밍이었잖아?
이번에 참아내기만 했다면 희생타만으로도 타점을 올릴 기회였다.
미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안쓰럽긴 한데.’
도진은 서둘러 이를 악물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호세.
그는 미카와는 정반대로 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며 자신에게 엄지도 치켜세우는 여유를 부렸다.
도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호세의 타석을 지켜봤다.
2아웃 3루.
여기서 안타 하나면 점수를 낼 수 있다.
하지만 1루가 비어 있는 지금.
‘2아웃을 잡아 놓은 투수는 호세에게 좋은 공을 주지는 않을 거야.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려나.’
호세도 여기서 타점을 올리고 싶을 것이다.
미국인이 아닌 그 누구라도.
한바탕의 소동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해결사가 되고 싶겠지.
해결을 지을 수만 있다면? 호세는 자신이 내뱉은 발언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승부의 결과가 나오자 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베이스 온 볼스!”
투수는 호세의 배트를 끌어내고자 다양한 유인구를 던졌지만, 애당초 현존 최고의 수비형 포수이자 수 싸움에 능한 그가 이를 모를 리가 없었으며.
배트가 쉽사리 끌려 나가지 않고 후속 타자에게 2사 3루에서 1사 1, 3루라는 기회를 넘겨줬다.
에인절스는 승리가 필요하다.
승리를 위해서는 욕심보다는 믿음이 더 중요한 법.
그리고 그 기회를 이어 나가게 된 후속 타자는 다름 아닌 파벌의 중심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그가 착잡한 심경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 * *
‘젠장.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돌니스는 대기 타석에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무수한 생각이 머릿속을 괴롭혔다.
호세가 해결할 줄 알았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우스우리만큼 빗나갔다.
아돌니스는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에인절스 선수들이라면 나와 호세의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
물론 이 감정이 열등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안다.
지금 에인절스의 주축이 누구지?
엄연히 벨 조이스였다.
‘그리고 그를 전담하는 파트너는 내가 아닌…….’
어쩌면 벨 조이스와 손잡고 에인절스의 레전드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호세였다.
아돌니스도 처음부터 둘이 미웠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에인절스를 재건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때는 더 높은 곳을 향하고자 밤을 지새우며 회의까지 했던 우리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리게 된 것일까.’
처참한 성적 때문이었다.
도약은커녕 시즌이 흐를수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그들의 잘못이라고, 제대로 팀을 이끌지 못해 나온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을 바꾸는 중심이 나이길 바랐는데.’
하지만 선수단을 휘어잡기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분산된 에인절스 선수단 가운데 파벌이라는 게 생겨버렸다.
성적이 좋지 못한 팀에서 파벌이 생긴다는 것. 팀을 더 구렁텅이로 빠뜨린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칼은 이미 빼 들었다.
여기서 물러서게 된다면 이도 저도 안 된다.
에인절스는 변화가 필요한 게 맞다.
이 문제는 벨 조이스와 호세도 인지하고 있을 터.
타석에 들어선 아돌니스는 헬멧을 푹 눌러썼다.
‘내가 적임자가 아니었을 뿐이야.’
그리고 그 적임자가 나타났다.
아돌니스는 3루에 나간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어리다. 새파랗게 어리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저 루키가 적임자라는 게 외견상으로는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아돌니스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래. 너는 확실히 달라.’
도진은 팀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욕심 그득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선수가 아니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자신과는 뼈대부터가 달랐다.
‘젠장!’
아돌니스는 순간 새어 나오려는 분노를 애써 삼켰다.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여기서 패배하면 도대체 뭐가 되는 거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메이저리거다. 2년 후 벨 조이스의 10년 계약이 끝나면 자신이 팀 내 최고 연봉자가 된다.
그렇기에 아직은 새파랗게 어린 선수에게 적임자라는 자리를 내어줄 수 없다.
‘되찾아와야만 한다.’
그러려면 일단은 결과가 필요하다.
‘2사 1, 3루. 내가 해결한다.’
그리고 어쩌면 팀의 중심이 될 유일한 기회였다.
초구. 아돌니스의 배트가 힘차게 돌아갔다.
따-악!
그는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1회 말. 3:0. 아돌니스는 백 스크린을 통타해버리는 대형 홈런을 뽑아냈다.
‘에인절스의 왕.’
그 자리는 내 것이어야만 한다.
아돌니스는 분노를 까득 깨문 채 베이스를 돌았다.
하지만 아돌니스는 홈런을 쳤음에도 희로애락이 섞인 복잡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