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21화(221/400)
경기 시작 전.
도진은 벨을 찾았다.
“잠깐……”
“다녀와라.”
도진은 흠칫 놀랐다.
안건을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호세에게 양키스에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었나보다.
“감사합니다.”
도진은 더그아웃을 벗어나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서성이는 놀란에게 다가갔다.
“여! 왔구나!”
도진을 발견한 놀란은 손을 내밀었다.
도진은 놀란의 손을 맞잡았다.
“잘 지냈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적이 좋은 걸 보아 당연히 잘 지냈을 테니 괜한 질문인가?”
“네가 할 말이냐? 넌 18세에 데뷔하고도 잘했잖아?”
둘은 동시에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고맙다.”
두서없는 놀란의 칭찬에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덕분에 하루빨리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었어. 네가 먼저 데뷔했을 때 배 아파 죽는 줄 알았거든.”
“따지고 보면 한 달 정도 일찍 데뷔한 거뿐이잖아.”
도진은 고작 한 달 정도밖에 시즌을 치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실제 기간상으론 도진이 8월 말. 놀란은 4월 초 데뷔이니 7개월쯤 차이가 났다.
“네가 2036년 드래프트 중 처음으로 데뷔한 거잖아? 내가 두 번째고. 어지간히 내 앞을 막는구나.”
“앞길을 막긴. 지금 당장의 성적은 네가 더 좋잖아?”
“무슨 소리. 타석에서 조금 더 나은 성적을 펼치고 있을 뿐. 넌 투수까지 하잖아? WAR로 계산해보면 아마 네가 위일 거다. 어쨌든.”
놀란은 도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오늘 경기 잘 부탁한다. 대신 봐주지는 않을 거다. 요즘 우리 양키스 잘나가고 있거든.”
도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놀란이 내민 주먹도 톡 건드렸다.
“그래. 재밌게 놀아보자.”
* * *
[양키스와 에인절스 두 팀의 만남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11승 5패와 8승 8패 팀의 만남이지만, 두 팀 최근 상승세입니다. 양키스야 워낙 잘하고 있고, 에인절스는 어느덧 승률 5할을 맞췄습니다.] [그럼 원정팀 라인업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에인절스입니다.]1. 켄 매논. SS.
2. 도진 킴 3B.
3. 자렌 테일러. 1B.
4.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5. 에이든 브라운. 2B.
6. 미카 라이트. LF.
7. 카메론 킹. RF.
8. 호세 가브리엘. DH.
9. 윌리엄 바스테즈. CF.
P. 레이날도 먼츠.
[요즘 에인절스 라인업에 잦은 변화가 있습니다. 조 캐넌 감독의 용병술이라고나 할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파격적인 변화를 서슴없이 가져가며 트윈스전에서도 위닝시리즈를 가져왔죠.] [다음은 양키스 라인업입니다.]1. 조든 톰슨. LF.
2. 놀란 카브레라. 3B.
3. 아이작 그린. 1B.
4. 자비에 브룩스. DH.
5. 칼렙 블룸. C.
6. 메이슨 윌리엄스. RF.
7. 노아 잭슨. 2B.
8. 아미르 데이비스. SS.
9. 아드리안 파커. CF.
P. 데일런 코싯.
[양키스는 변화가 적죠?] [타순은 그렇습니다. 대신 놀란 카브레라는 쭉 출전했던 유격수나 좌익수가 아닌 3루수로 보직이 변경되었습니다.] [놀란 카브레라의 포지션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어떤 포지션이든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토록 완벽한 루키 선수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활약까지 펼치고 있죠. 물론. 에인절스도 그에 못지않은 선수가 있죠.] [킴. 18세에 데뷔해서 여전히 에인절스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이력이 정말 화려하죠.] [2036년 드래프트에 참여한 선수들을 저희는 황금세대라고 불렀죠. 그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습니다만, 저 두 선수가 단언 으뜸입니다.] [두 선수는 고등학교 드래프트 전 마지막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었죠. 어디가 이겼죠?] [킴을 필두로 한 FS가 이겼습니다. 하지만 놀란도 설욕하고 싶을 겁니다.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놀란 카브레라. 16경기에 나와서 66타수 20안타. 홈런 4개와 2루타 4개. 루키가 메이저리그를 부숴버리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킴도 만만치 않습니다. 타율 2할 8푼에 홈런 그리고 장타 개수는 놀란에 비해 적습니다만, 놀란보다 더 많은 득점에 관여했죠. 도루는 벌써 6개를 기록했어요.] [확연히 다른 스타일 갖춘 두 선수의 맞대결. 정말 기대가 됩니다.]한편. 시청자들도 오늘 경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라는 두 자존심 강한 주의 맞대결이다.
에인절스는 다저스보다 팬이 적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연고지로 에인절스의 팬도 적잖게 있었다.
에인절스 팬은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야구 캘리포니아의 암흑기를 구해낸 도진만 따로 응원하는 팬들도 정말 많았다.
무엇보다 2036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빛낸 두 선수의 맞대결.
이미 유튭에서도 1억 뷰가 넘어갈 만큼의 관심을 받았던 둘의 맞대결에 시청자들은 떼로 몰려들었다.
새로운 미래의 메이저리그 스타들은 그만큼 흥미를 이끌 요소였다.
-한번 King은 영원한 King. Kim이 오늘도 이긴다!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의 상승세는 무섭지. 놀란이 킴을 넘어서는 날이 될 것이다.
-Shi*. 양키스와 에인절스는 부럽네. S급 유망주가 바로 터져버렸어.
@AngelsgO.
진정한 왕이 누군지 판가름 나는 날. 놀란은 미국인이며 차세대 미국을 끌어나갈 스타지만, 하필 상대를 잘못 만나버렸다.
@Kingkees.
지금까지의 성적으로는 놀란의 압승. Kim의 거품도 슬슬 꺼질 때가 됐다. 새로운 왕에게 경배할 준비를 하거라.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는 감성 섞인 어그로 글에도 순식간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두 선수에게 관심이 쏠렸다.
그 가운데 경기는 시작됐다.
* * *
대기 타석에 있던 도진에게 호세가 다가왔다.
“야.”
도진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지면 알지?”
“잘 모르겠는데요?”
“지면 난리 난다?”
“왜요?”
“딱 봐도 뻔하지. 애송이 1, 2의 싸움이잖아? 지금 미국 전역이 시끄러울 거다. *밥 싸움만큼 재밌는 거 봤어?”
“음. 저보다 못하고 있는 호세는…….”
“닥쳐!”
호세 덕분에 긴장이 조금 누그러졌던 도진은 피식 웃었다.
알고 있다. 지금 미국은 이 경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놀란은 차세대 미국의 슈퍼스타이자 캡틴 아메리카다.
‘대부분 그를 응원하겠지.’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만큼은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규모만 보면 자신은 언더독.
원래 언더독의 반란이 또 재밌는 법이다.
‘생각처럼 반란이 쉽진 않겠지만.’
지금까지 놀란의 기록을 보면 그랬다.
‘시기상조이지만 신인왕에 제일 근접한 선수는 고사하고 무슨 MVP까지 타낼 기세야.’
물론 신인이 MVP를 거머쥐기는 힘들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신인왕과 MVP를 타낸 선수는 오로지 둘이다.
1975년의 프레드 린은 23세에, 다른 한 명은 2001년도의 스즈키 이치로 28세에.
도진과 놀란은 엄연히 10대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때마침 심판의 콜이 도진을 깨웠다.
도진은 타석으로 이동하며 긴장감에 불어 터질 듯이 말라버린 아랫입술을 혀로 한번 슥 훑었다.
바짝 마른 입술에 수분이 들어가자 재빨리 아랫입술을 씹었다.
‘기선 제압이 필요하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 즉시 좌측 편에서 뜨거운 눈빛이 전신을 희롱하겠다며 달려들었다.
굳이 시선을 주지 않아도 그 주인공은 놀란임을 알았다.
‘일단 승부부터 집중하자.’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로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도진은 나가던 배트를 멈춰 세웠다.
퍼억!
“스트라이크!”
다행이다. 도진은 안도했다.
바깥쪽 낮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건드렸다면 좋은 타구를 뽑아내기 힘들었을 테니까.
그런데 좀 떨떠름했다.
‘하필이면 투수 컨디션이 좋네?’
데일런 코싯.
평균 구속 95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이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다.
3피치로 구종의 다양성이 특출난 건 아니지만, 빠른 공에 비해 제구가 좋고 변화구의 각이 날카롭다.
그런데 오늘 그가 던진 패스트볼의 제구와 구위는 1, 2선발과 비교해도 좀처럼 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긁히는 날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도진은 당황을 삼키며 눈을 번뜩 떴다.
‘1, 2선발의 공도 쳐내려고 메커니즘까지 바꿨어.’
그리고 지금까지 1, 2선발들을 만났을 때 결과가 좋다고는 자신이 있게 말할 수 없지만, 몇몇 투수들에게는 안타도 빼앗았을 만큼 발전했다.
그러니 칠 만하다.
도진은 2구를 기다렸다.
슬라이더.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져 나가며 위협은 되지 않았다.
3구째 패스트볼은 몸쪽 높은 코스로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카운트는 1-2.
4구. 투수는 와인드업했다.
도진은 패스트볼보다 느린 타구를 직감했다.
‘체인지업이다.’
하지만 저 체인지업이 얼마나 꺾일지는 아직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
그럼에도 배트가 나갔다.
팔로우 스윙 도중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최대한 떨어지는 구질에도 따라가서 맞추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외면하겠다며 속도를 잔뜩 잃었지만, 체인지업은 도진의 정강이 부근까지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따-악!
도진은 투구를 걷어 올렸다.
너무나도 낮은 투구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그러고는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장타다.’
확신할 수 있었다. 체인지업이었으니까.
대신 담장을 넘기지는 못할 것이기에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도진은 1루를 돌아 2루로 내달렸다.
2루에 도착하는 순간 좌익수가 공을 잡고 3루수에게 송구했다.
도진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빠른 발을 믿고 속도에 박차를 가하며 3루까지 내달렸다.
중계 플레이를 위해 좌익수와 3루수 사이에 서 있던 유격수는 도진의 베이스 러닝을 확인하고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바운드가 된 공이 놀란의 글러브에 쏙 들어갔다.
놀란은 그대로 주자를 향해 글러브를 뻗었다.
하지만 그의 미간이 일순 구겨졌다.
타이밍상 닿아야 했는데 도진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진은 3루 베이스의 제일 좌측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터치하는 기술적인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손가락 끝만 간신히 베이스에 닿을 수 있도록 평소 슬라이딩의 타이밍을 앞당겼던 것이었다.
“세이프! 세이프!”
심판의 콜이 도진의 고막에 꽂혔고 놀란의 목소리가 뒤이어서 들려왔다.
“징하다. 징해. 이걸 사네.”
도진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더러워진 유니폼을 손바닥으로 탁탁 털어보았지만, 열심히 뛰었다는 훈장은 지워지지 않았다.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타임을 선언한 도진은 바닥에 떨어진 헬멧을 줍고 모래를 턴 후에 다시 머리에 썼다.
그러고는 놀란을 향해 씨익 웃었다.
“정식 인사는 처음이지?”
Welcome to Major league.
3루타. 도진은 승부에서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