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22화(222/400)
1아웃 3루.
도진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지금 당장은 놀란이 나보다 나아.’
비등비등하지만, 타자로서의 가치는 놀란이 조금 더 높았다.
그는 장타력을 갖추었고 해결사 능력을 어김없이 뽐내고 있었다.
‘나도 메커니즘을 바꿔서 작년 시즌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메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몸에 익은 것은 아니며, 타자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타격만 놓고 본다면 놀란이 우위에 있는 게 맞다.
‘타자가 타격이 전부는 아니지만,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
대신 그에게 전부 밀리는 건 아니다.
‘그래도 베이스 러닝과 수비에서만큼은 내가 조금 더 앞서 있어.’
그 어떤 메이저리거들과 견줄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난 내 장점을 살린다.’
1사 3루. 득점을 올릴 절호의 기회에서 3번 타자 자렌 테일러가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가 와인드업했다.
타자는 초구부터 타구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바운드가 된 강습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다.
다소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도진은 홈으로 내달리는 대신 머뭇거렸다.
내야수는 1점도 주지 않겠다며 전진 수비 중이었으니 말이다.
‘놀란의 운동신경이라면.’
잡힐 수도 있다.
잡히면 홈으로 쇄도하는 자신도 위험해진다.
그리고 역시나.
민첩하게 몸을 날린 놀란의 글러브 속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그는 벌떡 일어나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도진은 재빨리 귀루했다.
호수비를 선보인 놀란에게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놀란은 재빨리 유격수에게 공을 넘기고 도진에게 다가갔다.
“이걸 안 뛰어?”
“이걸 뛸 순 없지.”
“독하다 독해. 3루타로 만족하지. 욕심까지 부리네?”
“우리도 좀 이겨보자.”
대화의 끝에 도달할 때쯤 4번 타자 아돌니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에인절스 최고의 타자지만, 매번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해결할 수는 없다.
‘선취점을 따내야 레이날도의 어깨도 가볍게 해줄 수 있는데.’
그리고 분위기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동부 지구 1위인 양키스를 잡을 수만 있다면?
5할 승률인 에인절스도 5할 이상의 승률이 될 것이며 이런 사소한 것들이 팀 분위기를 드높일 수 있다.
문뜩 뇌리에 번뜩임이 스쳐지나갔다.
‘어? 잠깐만.’
조금 전 3번 타자 자렌을 상대로 투수가 어떻게 했지?
슬금슬금 3루 베이스에서 멀어지던 도진은 이내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가자.
“친구야. 먼저 갈게.”
도진은 쏜살같이 홈으로 내달렸다.
2사 3루다.
투수는 세트 포지션 대신 와인드업을 선택해서 던져도 된다.
홈 스틸이 없다고 확신이 든다면 그랬다.
그리고 메이저리거 대부분이 부상 때문에 홈 스틸을 하지 않는다.
배터리도 발 빠른 주자가 나갔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뛸 거라고는 일절 생각하지 못했다.
투수는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하자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여기서 들어 올린 발을 다시 푼다면 보크가 나올 테며 자동으로 한 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동작을 유지하며 투구를 이어 나갔지만, 그의 패스트볼은 포수가 팔을 번쩍 들어올려야 할 만큼 높게 향했다.
퍼억.
포수의 미트에 공이 빨려 들어갔지만, 그와 동시에 도진의 손이 홈 베이스를 스쳐 지나갔다.
“세이프! 세이프!”
1:0. 에인절스는 도진의 홈 스틸로 앞서 나가게 되었다.
* * *
1회 말.
대기 타석에서 스윙 연습을 하던 놀란은 쪼그려 앉았다.
3선발 레이날도의 구질을 낱낱이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눈이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가늘게 찢어졌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일순 자취를 감추었다.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야.’
투수를 지나 도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자 가슴 차갑게 식었던 심장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넌 언제나 내 앞길을 막아서려고 하는구나.’
U-18 때 처음 도진을 만나 패배라는 것을 배웠다.
한 번이면 족했다.
그 또한 값진 경험이었으니까.
하지만 거기서 끝날 줄만 알았는데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까지 도진은 자신을 이겼다.
그리고 더 높은 금액의 계약서에 사인한 것도 다름 아닌 그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메이저리그에서만큼은 다를 것이다.
아니. 달라야만 한다.
그 누구도 자신보다 앞에 있어서는 안 된다.
첫 목표로는 생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신인왕.
그 자리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
물론 안다. 도진의 재능은 남다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의 콜에 놀란은 곧장 몸을 일으켜 타석으로 이동했다.
좌타석에 들어선 그는 더 가까워진 도진을 한 번 힐끗 쳐다봤다.
그가 씨익 웃는다.
덩달아 자신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하지만, 나도 너에 못지않아.’
아니. 적어도 타석에서만큼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
그리고 이번 3연전에서.
오늘 경기에서.
‘이번 타석에서 증명한다.’
초구. 레이날도의 체인지업이 바닥을 향했고 놀란은 스윙하지 않았다.
“볼!”
2구. 힘이 들어간 패스트볼이 놀란의 가슴 높이로 날아왔지만, 이번에도 참아냈다.
“볼!”
이를 지켜보던 도진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공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흡사. 자신과 같았다.
‘아니. 내가 놀란과 같은 거겠지.’
그는 원래부터 저랬으니까.
메이저리그에서도 적은 삼진과 얻어나가는 볼넷 비율을 보면 확실히 보고 치는 선수였다.
그런 그가 3구째 카운트를 잡겠다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반응했다.
부웅.
배트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바람은 마치 태풍을 연상시켰고.
아주 강하고 빠른 스윙이 투구를 그대로 통타했다.
따-악!
놀란은 2초간 타구를 응시하더니.
담장을 넘길 것이 확신한 건지 배트를 슬쩍 옆으로 던지고는 베이스를 돌았다.
2루를 돌아 3루에 다다랐을 땐.
도진에게 윙크를 날렸다.
“환영해줘서 고맙다. 이번엔 앞질러 가도록 하마.”
1회 말 스코어는 1:1.
에인절스의 리드는 불과 10분도 가지 못했다.
* * *
2회 에인절스는 삼자 범퇴로 끝났지만 양키스는 1점을 더 추가했다.
3회 초. 스코어는 1:2.
수비를 끝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도진은 배트를 챙기는 호세의 뒤에 섰다.
“호세.”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호세는 땀을 삐질 흘리며 서서히 뒤로 돌아보았다.
“아오. 깜짝이야. 왜?”
“출루 좀 해줘요.”
호세는 다시 등을 돌려 배트를 꺼냈다.
그러고는 무릎을 살짝 굽혀 도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말처럼 쉽냐?”
“해줘요!”
“이야. 이놈 눈깔이 돌아갔는데? 어이 정신 차려!”
“부탁할게요!”
도진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떴다.
호세는 도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큭큭. 역시 *밥 싸움이 재밌다니까?’
도진은 원래 승리에 목마른 선수다.
어떤 경기든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뛴다.
그런데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절대 지기 싫은 모양이군.’
무엇보다 이후 그의 행동은 더 볼만했다.
도진은 9번 타자 윌리엄에게 다가가 양손을 모으더니 사정하고 있었다.
‘하. 저놈. 윌리엄한테도 부탁하네. 나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거냐?’
에이. 그런 건 아니겠지.
호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주자가 많이 나가면 타점을 하나라도 더 올리기 좋은 것 아니던가?
도진은 오늘 그냥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출루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투덜대던 호세는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도진이 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초구부터 스윙을 가져갔다.
따-악!
대신 결과는 완벽했다.
타구는 2루와 유격수를 꿰뚫고 중견수 앞까지 도달하는 안타가 나왔다.
다음 타자는 윌리엄.
그는 초구부터 세이프티 번트를 시도했다.
타구는 3루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놀란은 그 타구를 맨손으로 집고 주자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곧장 1루로 던졌다.
퍼억!
“아웃!”
켄이 삼진으로 물러서며 2아웃 2루.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
‘음…….’
도진은 제일 먼저 2루에 있는 호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더그아웃 쪽으로 시선을 돌려 윌리엄을 찾았다.
그가 엄지를 치켜세웠지만 도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부담을 준 건가? 번트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물론 시도 자체는 좋았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아웃 됐고 엄연히 놀란의 수비가 더 좋았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았다면 100% 세이프가 됐을 허를 찌르는 번트였다.
‘그래도 타격감 좋은 윌리엄이 그냥 물러나야 하는 게 아쉽긴 해.’
그러니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겠지.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초구부터 배트를 힘차게 돌려보았다.
부웅.
하지만 애꿎은 허공만 가를 뿐.
다소 아쉬운 스윙이 나왔다.
‘아. 힘이 들어갔네.’
도진은 즉각 반성하며 어깨를 털었다.
최대한 힘을 빼고 자신의 스윙을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의식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네.’
놀란은 홈런을 쳤고 자신은 3루타를 쳤다.
3루타와 홈런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놀란이 앞선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서일까.
도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는 투구를 앞둔 투수를 집어삼켰다.
도진도 누가 자신을 앞서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으니까.
2구. 투수가 던진 패스트볼은 무릎 높이로 날아왔다.
위축된 것에 비해 제대로 긁히며 타자가 쉽게 치기 힘든 낮은 코스로의 스트라이크.
하지만 도진은 눈을 번뜩 뜨며 배트를 내었다.
어떤 공이든 퍼 올리겠다는 그의 과한 스윙은 공을 그대로 갖다 맞추었다.
따—악!
도진은 맞는 순간 타구를 지켜 보았다.
속으로 2까지 숫자를 센 도진은 무심하게 배트를 옆으로 던지고 베이스를 돌았다.
3루에 다다랐을 때.
도진은 미소만 슬쩍 띠며 놀란을 스윽 훑어보고 그저 지나쳤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완벽히 이길 때까지는 괜히 나댈 필요는 없겠지.
스코어는 3:2. 에인절스는 이 득점으로 역전하게 되었으며.
이 타점은 결승 타점이 되었다.
3연전에서의 첫 승리는 에인절스의 것이었지만.
아직 둘의 승부는 고작 시작만 알렸을 뿐이었다.
제일 중요한 맞대결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