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26화(226/400)
야구에서의 선취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수 있으며, 후속 타자들의 의욕을 불어 넣어 준다.
점수를 냈다는 것은 오늘 충분히 해봄 직하다는 의미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1회에 3, 4점씩 뽑는다 한들, 그 타격감이 금세 식을 수 있는 게 야구며 손쉽게 가져간 리드를 내어줄 수도 있다.
그래도 에인절스같이 못 나가는 팀은 분위기에 살고 분위기에 죽어야만 한다.
선봉장 도진은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선수였다.
3회 말 1아웃. 스코어는 1:0.
도진은 다시 한번 선두 타자로 나섰다.
투수가 내뱉는 날숨에 긴장감이 묻어나오자 도진은 짧게 침음했다.
‘오늘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한테 일격을 맞아서지.’
그리고 후속 타자인 아돌니스에게 결국 실점을 헌납했다.
후속 타자들을 전부 범타 처리했지만, 투수에게는 어쩌면 이번 이닝이 승부처였다.
‘여기서 나를 잡고 오늘 기세를 이어 나가고 싶을 거다.’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부터 투수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오늘 타순은 장타로 선발 투수를 초반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3회가 지나면 슬슬 중반으로 치닫게 될 테며 1점 차는 아직 승리를 확신하기는 이르다.
‘물론 레이날도의 컨디션도 좋긴 한데.’
그래도 1점 리드는 여전히 투수가 부담감을 느끼는 점수 차였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초구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휘어나갔다.
“볼!”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추고자 어금니를 꽉 물었다.
‘1회만 제외하면 1번 타자도 은근히 좋다니까?’
후속 타자들이 전부 믿을만한 타자여서 그랬다.
켄이나 윌리엄이 뒤를 받쳐줬을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지만, 아돌니스가 2번 타자다 보니 더욱 든든했다.
메이저리그는 보편적으로 강한 2번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4번 타자보다 타격이 좋은 선수를 2번에 배치한다.
강타자들이 한 타석에라도 더 나서면 점수를 획득할 확률이 올라간다.
물론 어디까지나 강한 2번을 보유하고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에인절스는 아돌니스라는 2번에 어울리는 강한 타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를 제외하면 2번에 어울리는 강타자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가 2번에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클린업의 무게가 떨어진다.
‘그래서 앞선 두 경기에서는 출루율 높은 선수를 1, 2번으로 배치한 거기도 해.’
그런데 타순이 확 바뀐 지금.
에인절스는 오늘 기필코 장타로 상대를 무너뜨려야 하는 결과를 내야만 한다.
다양한 타순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인식을 심어줘야만 강팀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투수는 발이 빠른 선수를 볼넷으로 내보내 주고 싶지 않을 터.’
초구가 볼이 되었으니 카운트를 잡고 싶을 것이다.
2구 패스트볼에 도진은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앞서 1회보다 미세하게나마 낮게 히팅 포인트를 가져갔고.
따–악!
이번에는 유격수가 바라볼 수밖에 없을 만큼 타구는 높게 형성됐다.
그리고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겨 버렸다.
* * *
에인절스는 8회까지 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호세와 아돌니스가 홈런 하나씩 추가하며 8회 4:2로 앞서게 되었다.
그리고 9회 불펜 문을 도진이 등장하자 해설들의 목소리가 상기되었다.
[와우. 이게 누구죠?] [에인절스의 선봉장이 경기를 마무리 짓고자 마운드에 오릅니다.] [1, 2경기에서는 킴의 모습을 볼 수 없었죠.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2점을 앞서 나가는 지금은 세이브를 챙겨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죠. 에인절스가 클로저를 바꾼 것처럼 보이입니다.] [7회와 8회에 올라오는 선수들을 보면 어렴풋이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만, 막상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경기 얘기로 돌아와서 킴의 성적. 정말 훌륭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그의 불펜 기록은 다섯 번 등판해 5이닝을 던졌고, 5개의 홀드를 기록했죠. 방어율 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 에인절스 불펜 선수 중 컨디션이 제일 좋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는 에인절스의 선봉장입니다. 타석을 남들보다 더 소화하는 셈이죠. 그러므로 체력이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만.]퍼억.
연습 투구가 시원하게 미트에 꽂히자 해설은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공에 힘이 느껴집니다. 우려 따위는 하지 말라네요.] [하하. 동의합니다. 에인절스가 킴을 그만큼 애지중지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투수로 다섯 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으니까요.] [조 캐넌 감독이 판단을 빠르게 내렸다고 볼 수 있겠어요. 오히려 마무리 상황에서만 올리는 편이 킴의 체력을 안배해주기도 좋죠. 물론 어디까지나 결과가 뒤따라줘야만 합니다.]한편. 연습 투구를 끝낸 도진은 좌우로 고개를 까닥이며 풀었다.
호세가 물었다.
“힘이 넘치네?”
“그렇네요. 홈런 쳐서 그런가?”
“나도 쳤다.”
“알죠. 그래서 1점 차가 아니라 2점 차니까요.”
호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쨌거나 긴장해서는 안 된다. 알지?”
“제게도 중요한 날이에요.”
메이저리그에서 뛴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팀의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건 처음이다.
‘뭐든지 처음은 중요한 법이라고.’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만 팀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었으며, 팬들에게도 응원할 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
‘타이틀을 따내기도 마무리 투수가 더 낫지.’
엄연히 불펜 투수의 스테이터스 중 세이브의 가치가 제일 높게 책정되니 말이다.
물론 타석에 들어서려고 기다리는 선수들을 보자니 한숨이 푹푹 나오는 것도 사실.
도진은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볼을 빵빵하게 불렸다.
“데뷔전이라 좀 쉽게 쉽게 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로열스 2번 타자부터 시작이니까.”
“다들 장타력이 상당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지. 저 셋이 저번 시즌 기록한 홈런 개수만 80개야. 루키 따위는 부숴버리겠다는 눈빛인데?”
도진은 에휴! 한숨을 쉬었다.
“겁주지 마세요. 저 진짜 잘하고 싶어요.”
호세는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원래 마무리가 그런 자리란다. 네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져. 넌 그 중압감을 견뎌내야 하지.”
“겁주지 말라니까 더 그러시네…….”
“그래도 어쩌겠냐? 네 운명은 네 손으로 결정지어야겠지. 그리고 마무리 투수라면 상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줄 알아야 해. 도망가는 피칭은 없다.”
호세는 그 말을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홀로 마운드에 남게 된 도진은 호세의 말을 곱씹었다.
‘맞는 말이긴 해.’
팀의 승리를 지키고자 나온 마무리가 맞는 게 무섭다고 도망가는 피칭을 할 수는 없다.
여기서 연달아 3연속 홈런을 맞더라도 절대 도망가서는 안 된다.
그것이 팀원들과 팬들이 바라는 것일 터.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9회 초. 2점 차 마지막 공격.
퇴근 본능이라고 집에 가고 싶은 시간 때이지만, 타자의 눈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건 내가 마무리 투수라서 그런 거야.’
저들 기준 새파랗게 어린 선수가 9회를 책임지러 올라왔다.
메이저리거들은 전부 자존심 덩어리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보다 나 같은 어린 선수를 뭉개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겠지.’
사인이 나왔다.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즉각 와인드업했다.
다소 높게 형성된 포심 패스트볼.
가만히 두었다면 볼이 되었겠지만,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호세는 만족스럽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도진은 공을 되돌려달라며 무표정으로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타자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외면하고자 몸을 완전히 틀었다.
하지만 이내 도진의 입꼬리가 자신감에 휩싸여 치솟았다.
전광판에 찍힌 101이라는 숫자 때문이었다.
‘100의 리미트가 확실히 깨졌구나.’
문뜩 놀란이 떠올랐다.
속으로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없었다면 이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도진은 글러브를 옆구리에 끼고 공을 양손으로 쥔 채 꽉 돌려서 문질렀다.
그러고는 다시 무표정으로 글러브를 착용하고 호세의 사인을 기다렸다.
‘일단 앞서 타자들부터 처리하고.’
사인이 나왔다.
도진은 즉각 와인드업했다.
마무리 데뷔전을 완벽하게 마치겠다는 듯, 그의 행동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바깥쪽으로 향하던 공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버리더니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다.
타자의 배트가 나왔지만, 원치 않은 타구를 갖다 맞추었기 때문에 타구는 2루수를 향해 힘없이 굴러갔다.
“아웃!”
도진은 송구가 1루수 글러브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한번 전광판을 확인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킴! 선두 타자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합니다!] [연습 투구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10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포심 패스트볼은 단순한 무브먼트 때문에 치기 쉽다고 알려졌지만, 저 정도 구속이면 말이 또 달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99마일과 100마일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라고 볼 수 있죠. 100마일과 101마일도 그렇습니다. 그 1마일의 차이 때문에 타이밍이 어긋나버리니까요.] [더군다나 떠오르는 듯한 무브먼트는 역시나 일품입니다. 에인절스는 올 시즌 믿음직한 클로저를 보유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인데요?]후속 타자도 4구 끝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섰다.
[구속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체인지업의 가치는 높아지는 법이죠. 멋진 체인지업이었어요.] [더군다나 체인지업 구속이 93마일입니다. 타자는 패스트볼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어요.]그리고 마지막 타자에게도 내야수 팝업 플라이가 나왔고.
“게임 셋!”
에인절스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선봉장. 그리고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인 도진은 새로운 보직에서의 멋진 출발을 알렸다.
그로 인해 오늘 야구계에서는 온통 도진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네트워크는 당연하며 각 주의 기사도 온통 도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그리고 에인절스 팬들은 이 소식을 반겼다.
대부분 빠른 판단을 내린 조 캐넌과 그 역할을 소화하는 도진을 향한 칭찬이었다.
-조 캐넌은 명장이고 킴은 신이다.
-올 시즌 에인절스는 진짜 다르다.
-야구는 26명이 하는 스포츠지만 한 명의 선수가 팀을 바꿀 수 있다.
그런 활약에 뒤늦게나마 에인절스의 시즌권도 전부 팔리기 시작했으며.
경기장도 빈자리를 볼 수 없을 만큼 관중들로 가득 들어서게 됐다.
이러한 여파로 에인절스는 상승세를 달리게 되었으며 4월의 승률은 5할 4푼.
지구 1위와는 세 경기 차이로 2위. 와일드 카드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다소 순위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지만, 근 에인절스 5년간의 성적 중 쾌조의 출발이었다.
그리고 5월 중순. 메이저리거들의 몸이 완벽히 풀렸을 때쯤.
도진은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 1위.
텍사스 레인저스의 사이영상 조이 히메네즈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작년 시즌 도진에게 큰 벽을 선사해줬던 투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