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27화(227/400)
원정 경기를 위해 텍사스에 도착한 도진은 늦은 새벽이었음에도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있었다.
버터를 바른 바게트를 오물오물 씹던 도중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마이크: 미안하다. 이제서야 자료 보냈다.] [나: 내가 더 미안하지. 너도 바쁠 텐데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마이크: 나 잘리는 거냐?] [나: 오히려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아야지.] [마이크: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내일 만나는 상대가 여간내기가 아니네?] [나: 하필이면 조이 히메네즈네.] [마이크: 자신 있냐? 너 요즘 잘나가잖아. 지금 성적이 어떻게 메이저리그 풀 타임 1년 차 선수냐?] [나: 운이 좋았지. 너 포함해서 주위 사람들이 도움을 많이 줬으니까.] [마이크: 칭찬은 그만하고. 시간이 늦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당연한 얘기지만 조이 히메네즈의 약점은 없어. 사이 영을 탄 선수가 약점이 있는 게 더 이상하지만.] [나: 나도 걱정이다. 이번만큼은 이기고 싶은데 솔직히 쉽지는 않아 보여.] [마이크: 너 조이 히메네즈 때문에 메커니즘도 바꿨잖아. 그래도 저번보다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이는 사실이다.
도진은 조이 히메네즈와의 첫 만남 때, 그의 공을 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지금까지 괴물이라고 불리며 아마추어에서는 날고 기던 선수였지만, 진짜 벽을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도진은 생에 첫 굴욕감을 맛봤다.
‘발전이 없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지.’
그렇기에 조이 히메네즈를 포함한 괴물들의 공을 쳐내고자 메커니즘을 바꿨고, 지금까지는 꽤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조이 히메네즈는 그 괴물들 사이에서도 괴물이라고 불리는 존재.
올 시즌 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마이크: 에인절스가 지구 1위가 되려면 레인저스도 잡아야 하고, 그 중심에 조이 히메네즈가 있네. 참 얄궂은 운명이야.] [나: 우리 선발 투수들도 어디서 뒤처지지는 않는데, 문제는 타격이야. 레인저스는 벨의 공을 쳐 낼 타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 숫자가 부족해.] [마이크: 야구가 타격이 주가 되는 것도 맞지만, 타격이 전부라고 말할 순 없어. 8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간 팀이 패배하는 때도 있잖아?] [나: 틀린 말은 아니네.] [마이크: 물론 조이 히메네즈는 확실히 궤가 다르긴 해. 100마일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선발 투수라니. 마치 네 상위 호환이지.]도진은 절반 정도 씹던 바게트를 내려놓고 혼잣말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에휴. 맞는 말이긴 한데, 내가 하위호환이라니. 기분이 좀 그렇다?”
도진은 빵을 다시 입으로 뜯고 피식 웃었다.
자신은 아직 1년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선수인데 간이 정말 크다 싶었다.
게다가 앞으로 20년은 족히 뛸 수 있을 만큼 선수 생활도 많이 남았다.
‘사실상 지금 당장의 내 기량으로는 조이 히메네즈를 완벽히 공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대신 쉽게 물러서면 안 되겠지.’
조이 히메네즈는 에인절스 최고 타자 아돌니스도.
아니. 메이저리그 타자들 전부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이었다.
* * *
레인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호세는 멍하니 앉아 있는 도진의 옆구리를 툭 쳤다.
“긴장되냐?”
도진은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선수들의 얼굴에도 전부 긴장감이 서려 있었기에 조용히 속삭였다.
“당연하죠. 호세는 긴장 안 돼요?”
“조금은?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니까. 놈들은 1위를 달리는 레인저스고 더군다나 4년 동안 두 번이나 사이 영을 수상한 조이 히메네즈잖아?”
“그렇죠. 그런데 조금밖에 긴장이 안 된다니 그저 부럽기만 하네요.”
조이 히메네즈의 성적은 지금까지 33이닝 동안 3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방어율이 무려 0.8.
9이닝당 1실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작년에도 대투수였는데 올 시즌 페이스는 더 좋았다.
그에게서 약점이라고 꼽는 부분이라면, 내구성이다.
선발 투수로서 100마일 이상의 공을 원하는 로케이션에 뿌려댈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잦은 부상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건강까지 챙기기 시작하더니 지구 1선발인 다저스의 조엘 오스틴의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물론 두 선수는 서로 다른 리그이며 스타일도 다르지만, 어쨌거나 조엘 오스틴과 비견되는 것 자체가 그의 위상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우리 에인절스가 지금처럼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놈들을 이겨야만 해. 왠지 알지?”
“네.”
도진은 밖으로 꺼내는 대신 짧게 대답했다.
괜히 둘의 사기만 죽을 것 같아서 그랬다.
약팀이니까. 분위기에 죽고 살아야 하는 에인절스는 강팀을 잡을 수만 있다면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리면 언제 바닥까지 곤두박질칠 줄 모른다.
에인절스는 지금까지 그런 역사를 쭉 가지고 있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두 선수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을 때도 그랬다.
잘 나가다가 고꾸라지는 건 한순간이므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챙겨놔야만 한다.
‘그때보다도 뎁스가 약해서 진짜 눈 깜짝할 새 무너질 수도 있어.’
물론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작년에도 순위 싸움을 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걸 방지하려면 강팀들 상대로도 승리를 가져갈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저 분위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구 1위와 2위의 싸움이다.
1경기에서의 승리는 두 경기를 이긴 것과 비슷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호세. 100마일 공을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이번 시즌 타석에서 몇 번 봤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어요.”
호세는 입맛을 다셨다.
“한복판 100마일은 타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지. 나 역시도 마찬가지야. 물론 100마일 패스트볼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전부 달라. 이유는 알지?”
“네. 무브먼트와 로케이션 때문에도 그렇죠.”
“어. 그게 제일 문제야. 제구가 되는 100마일은 한복판 100마일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져. 왜일까?”
“생각할 시간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복판으로 날아드는 패스트볼은 반사적으로 바로 휘두를 수 있다.
하지만 코너를 찌르는 패스트볼은 뇌가 한 번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공을 쳐야 할까? 아니면 그냥 흘려보내야 할까?
그 시간은 고작 0.1초 혹은 0.2초 내지만 타자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이 히메네즈는 그 100마일을 완벽에 가깝게 제구할 수 있는 투수였다.
“너는 그 공에도 대응하게끔 메커니즘을 바꿨지만, 당장은 쉽지는 않을 거다. 물론 내가 정답을 내려줄 순 없어. 알잖아?”
호세의 메커니즘은 엄연히 자신과 다른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세는 힘내라며 도진의 어깨를 도닥였다.
“넌 아직 성장 중이다. 어떤 루키가 데뷔 첫 풀 타임부터 메이저리그 1선발을 박살 낼 수 있을 거 같냐? 더군다나 넌 대졸도, 마이너리그에서 긴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 고졸 루키야. 일단은 경험부터 쌓겠다고 생각해.”
“감사해요.”
호세의 조언에 조금은 힘이 났지만, 도진은 야구와 관련된 일에는 성격이 급했다.
그리고 호세는 도진의 표정을 읽었다.
“일단 연습이나 하러 나가자.”
도진이 라커룸을 벗어나자 호세는 벨을 찾았다.
“우리 루키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그 때문에 오늘 선발로 나서는 벨은 그라운드에서 도진을 따로 불렀다.
“메이저리그의 슈퍼 루키가 오늘은 잔뜩 긴장했군.”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긴장될 수밖에 없죠. 솔직히 1선발을 만날 때마다 이랬어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도진은 허심탄회하게 진심을 늘어놓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년 시즌 조이 히메네즈를 처음 만났을 때 벽을 느꼈어요.”
“기억난다. 그때 넌 꾸준히 플래툰으로 나서다가 막판에 1, 2선발 상대로도 출전했을 때 말하는 거지?”
“맞아요. 물론 그때 처음 만난 상대가 조이 히메네즈가 아니었더라도 애를 먹었겠지만, 첫 상대가 너무 강렬했어요.”
“그래서 요즘에도 1, 2선발 상대로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한 건가?”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뾰로통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이건 저뿐만이 아니죠. 날고 기는 메이저리거 타자들도 1선발 상대로는 전부 애를 먹는다고요!”
벨 조이스는 큭큭 웃었다.
그는 도진과는 다르게 여유가 있었다.
“넌 시합 때 감정을 표출하는 편은 아니지만, 조이 히메네즈급 선수들은 그 미세한 차이도 알아차릴 거다.”
벨은 말을 덧붙였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겁에 질렸다는 것을 투수가 깨닫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건 너도 잘 알잖아?”
“그렇네요. 칠 수 있는 공도 치지 못하겠죠.”
“물론 상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감정을 숨기기 힘든 것도. 그러니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때?”
“어떤 방식으로요?”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지. 그냥 부담을 최대한 내려놓을 방법을 모색해 봐.”
도진은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가 번뜩 떴다.
“알겠습니다.”
벨 조이스가 자신을 따로 부른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에인절스의 선봉장이지.’
선봉장이 적장의 기세에 눌리는 순간 그 경기는 불 보듯 뻔하게 흘러갈 테니까.
‘루키는 원래 겁이 없어야 해.’
전부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이면 된다.
그 결과가 비록 좋지 못할지라도 상관없다.
구단이든 팬들이든 그게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일 테니까.
“저기 벨. 부탁 좀 해도 될까요?”
“뭔데?”
“라이브 피칭 진행할 때. 타석에서 지켜봐도 돼요?”
* * *
벨은 도진의 조언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고는 곧장 마운드에 올랐다.
원래 타격조와 투수조는 경기에 앞서 따로 몸을 풀지만, 둘 만큼은 붙어 있었다.
“딱 3구만 던진다.”
타석에 선 도진은 배트를 손에 쥐지 않았다.
벨은 곧바로 투구에 돌입했다.
그의 손을 떠난 투구는 눈 깜짝할 새 미트에 꽂혀 있었다.
퍼억.
그 즉시 도진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역시. 벨도 조이 히메네즈 못지않게 좋은 공을 던져.’
벨은 2구와 3구도 패스트볼을 던졌다.
퍼억!
퍼억!
연달아 꽂힌 패스트볼에 도진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실전이었어도 칠 수 없었을 거다.’
빠른 공에 대응하고자. 더 좋은 타구를 생성하고자 메커니즘을 바꾸었다.
지금까지의 성적을 놓고 보자면 성공적이었으며, 이 메커니즘을 평생 안고 가고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수준급의 공에는 여전히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일까.
‘많지. 신체적인 부분도, 경험적인 부분도 부족하니까.’
공을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타격했다고 볼 수 없다.
매번 툭 갖다 맞추기만 해서는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었으니까.
벨 조이스의 투구를 직접 마주한 도진은 아직 여러 방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도진의 깨달음은 미소로 번졌다.
‘한층 더 올라갈 때가 왔구나.’
어쩌면 대응할 방법을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