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28화(228/400)
경기 시작에 앞서 해설들은 두 선발 투수를 소개했다.
[레인저스와 에인절스.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 1위와 2위와 만났습니다.] [1선발들끼리의 만남이 성사됐죠. 먼저 원정팀 선발 투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벨 조이스. 15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중 두 번의 사이 영을 수상했죠. 무엇보다 그의 장점은 꾸준함입니다. 망친 시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어요.] [그렇습니다. 벨 조이스는 그런 선수입니다. 우승 반지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멋진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 벨 조이스의 성적은 5경기 등판해서 3승 1패 방어율 2.11입니다.]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선수가 30대 후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이제는 레인저스의 선발 투수를 소개해드려야겠죠? 작년 사이 영 수상자 조이 히메네즈에요.] [똑같이 다섯 경기 등판해 33이닝을 던졌습니다. 실점은 무려 3실점뿐이며, 방어율은 0.81로 역대급 시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올 시즌 사이 영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잔 부상이 없는 조이 히메네즈가 이렇게 무섭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레인저스가 조금 더 우세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레인저스는 절정의 폼을 선보이고 있어요. 투타 모두 잘 어우러져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으니까요.] [에인절스도 지구 2위로 그에 못지않은 성적을 내고 있죠. 그 중심에는 단언 이 선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도진 킴. 그가 에인절스의 선봉장으로 나서며 팀이 변하고 있습니다. 팀 컬러가 마치 수채화만큼이나 다채로워졌어요!] [그 역시도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보면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자면 킴과 놀란. 두 선수가 신인왕 타이틀에 근접해 있습니다. 킴은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그 타이틀로 한 걸음 더 성큼 다가가고 싶겠지만 오늘 상대는 쉽지 않습니다. 조이 히메네즈거든요.] [둘은 작년에 한번 맞대결을 펼쳤고, 킴은 쓴맛을 맛봤죠. 올해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지. 경기가 시작됩니다.]1회 초.
더그아웃을 벗어난 도진은 타석으로 성큼성큼 이동했다.
* * *
조이 히메네즈는 어깨를 빙빙 돌리며 타석으로 이동하는 도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기억난다. 아니. 기억할 수밖에 없다.
18세 메이저리거를 기억 못 하면 누굴 기억해야 한다는 말인가?
‘성장이 빠를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이렇게나 빠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19세가 된 친구가 에인절스의 1번 타자이자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에인절스의 수준이 어떻든 실로 손뼉을 쳐줄 만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니까. 그저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도 어려운데 그의 보직은 실력이 없으면 절대 거머쥘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
생각과는 다르게 조이 히메네즈의 올라간 입꼬리엔 여유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부족해.’
아직 자신의 공을 칠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선수들도 자신의 투구에 애를 먹는 건 매한가진데 19세는 어려도 너무 어렸다.
그가 메커니즘을 바꾸고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맞다.
하지만 완전체가 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적응, 경험, 그리고 신체도 아직 메이저리거들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투수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결국 타자도 소화하고 있지 않던가?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지. 오늘 단단히 눌러줘야겠어.’
한 선수가 팀을 바꿀 수 있나?
솔직히 쉽지 않다.
분위기 자체는 바꿀 수 있을지언정, 팀 성적까지는 바꾸지 못한다.
그만큼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팀의 상승세를 이끌 수 있으니까.
그러려면 결국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저 19세 루키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 앞길을 자주 막아설 것 같단 말이야.’
레인저스와 에인절스는 같은 지구다.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고 서로 간의 승패는 결국 포스트 시즌과 연결된다.
그렇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루키의 주가에 제동을 걸어줄 때였다.
조이 히메네즈는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러고는 곧장 투구에 돌입했다.
그 순간 포수는 타자의 몸쪽에 바짝 붙어 앉았다.
공이 손을 떠났다.
몸쪽 꽉 찬 코스로 향하는 투구에 타자의 스윙이 나왔지만.
퍼억.
“스트라이크!”
공은 배트를 지나 포수의 미트에 그대로 꽂혔다.
초구의 결과만 보면 조이 히메네즈의 압승.
그러나 조이 히메네즈는 아주 찰나의 당황을 꾹 삼켰다.
‘이야. 이렇게나 바뀌었다고?’
스윙 자체가 달라졌다.
성적이 일러주고 있었지만, 그를 만난 지금 더욱 확실해졌다.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면 내가 혼날 뻔했군.’
그만큼 도진의 스윙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언뜻 보기엔 비실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윙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제대로 맞으면 뻗겠군.’
조이 히메네즈는 고작 몇 달 사이에 바뀐 루키를 흥미롭게 쳐다봤다.
‘물론 맞아줄 생각은 없다.’
한편, 초구를 접한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젠장!’
진짜 더럽게 빠르다.
전광판에 적힌 숫자 100.
몇 번이나 접해본 숫자였음에도 조이 히메네즈의 투구는 궤를 달리했다.
도진은 앞서 호세와의 대화에서 원인을 알았다.
‘코스가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몸쪽 꽉 찬 코스로의 100마일.
쳤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몸은 제대로 반응했어.’
날아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스윙했다.
초구였으므로 히팅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해 헛스윙이 나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본인의 스윙을 했다는 것.
상대가 두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코너를 찌르는 100마일은 그 어떤 타자도 쉽게 칠 수 없을 테니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후속 타자가 이 공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보는 것뿐.
그리고 자신의 다음 타석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이 히메네즈에게 자비란 없었다.
2구째 바깥쪽 꽉 찬 코스로의 패스트볼은 이번에도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벌써 0-2로 몰렸네.’
정말 공격적인 피칭이다.
본인의 투구를 믿어서 가능한 거겠지.
‘이 정도는 해야 사이 영을 탈 수 있구나.’
자신은 저 위치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도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투수가 매번 이기는 건 아니잖아?’
타자도 저런 괴물을 이길 수 있으며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도진은 배트를 짧게 잡았다.
잡설은 충분했으니 이제는 결과를 낼 때였다.
3구. 앞서 2개의 공과 회전이 사뭇 다른 공이 날아오자 도진의 눈이 번뜩 뜨였다.
‘빠르다.’
하지만 변화구다.
스트라이크존으로 향하는 투구에 도진의 배트가 나갔지만, 투구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95마일의 슬라이더.
유니폼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양팔의 핏줄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올 만큼 힘을 가득 주어 멈춰 세웠다.
퍼억!
포수가 1루심에게 결과를 달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심판은 스윙이 돌지 않았다며 모은 양팔을 펼쳤다.
‘후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 도진은 잠깐 타석에서 벗어났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지냐.’
배트를 짧게 잡지 않았다면 판단이 느렸을 테고.
그랬다면 스윙이 됐을 테니까.
‘이번 타석에선 확실히 칠 수 없다.’
도진은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상대의 기량에 놀란 건 도진뿐만이 아니었다.
조이 히메네즈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당황이 물든 눈동자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이걸 참아?’
슬라이더가 완벽하게 긁혔다.
한복판을 시작으로 바깥쪽 낮은 코스로 흘러나가는 투구는 스윙을 끌어 내리란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1-2.
3구째만큼은 스윙을 참아낸 도진이 우위에 있었다.
그렇기에 조이 히메네즈는 자존심에 금이 갔다.
19세 루키에게 사소한 부분에서도 패배는 용납되지 않았으니까.
그는 곧바로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떠난 공은 바깥쪽으로 향하는 패스트볼을 빙자한 93마일의 체인지업.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속도를 잃고 떨어지는 공에 도진은 배트를 내지 않았다.
퍼억.
“볼!”
조이 히메네즈는 심판의 콜에 곧장 글러브를 들어 올려 공을 넘겨달라고 했다.
오늘 공격적인 피칭으로 상대를 짓누르겠다는 계획이 처음부터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5구. 마침내 도진은 100마일의 패스트볼에 헛스윙했다.
결과는 비록 투수의 승리였지만, 막상 승자가 된 투수는 께름칙했다.
조이 히메네즈는 타석을 벗어나 더그아웃으로 이동하는 도진의 미소를 엿보았다.
그 즉시 이를 갈았다.
그의 미소에 담긴 감정은 깨달음이었으니 말이다.
좋지 못한 예감이 스멀스멀 투수의 전신을 덮치기 시작했다.
* * *
메이저리그 1선발은 궤를 달리 하는 투수들이다.
어떤 상황이나 위기에서도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조이 히메네즈는 1번 타자 도진에게 나름 애를 먹었지만, 3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에 맞서는 벨 조이스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3회까지 단 2명의 주자밖에 내보내지 않으며 스코어는 여전히 0:0.
4회 초. 다시 도진의 타석을 앞두고 있었다.
[숨 막히는 투수전입니다.] [명품 투수전이라고도 하죠. 야구는 점수가 날 때 재미를 느끼는 팬들이 많습니다만, 오늘 같은 경기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완벽한 투수전은 타격전을 웃도는 재미를 선보이죠. 오늘 경기가 딱 그렇습니다.] [과연 0의 균형을 누가 깰 수 있을지. 그 유력한 후보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킴은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습니다만, 조이 히메네즈가 무려 5개의 공을 던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에인절스의 4번으로 나선 아돌니스를 제외하면 전부 4구 안으로 승부가 끝났습니다. 정말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죠.] [첫 타석 결과를 보면 킴은 조이 히메네즈의 변화구를 꿰뚫어 본 것 같습니다만 패스트볼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코너를 찌르는 세 자릿수 속도의 투구는 접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그저 코너만을 찌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조이 히메네즈는 포수가 요구하는 로케이션으로 정확히 공을 던지고 있어요. 하지만 에인절스에게 암울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째서일까요?] [패스트볼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반대로 얘기하자면 패스트볼에만 대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과연 이번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킴.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평소 저희가 접하는 선수에게서 변화가 있습니다.]호들갑을 떨 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도진은 그저 껌을 짝짝 씹어대며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