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30화(230/400)
경기가 끝난 직후 메이저리그 네트워크는 에인절스의 활약을 조명했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는 현재 가치가 제일 뛰어난 선수를 팬들에게 소개해주는 프로그램.
도진은 벌써 두 번째 등판이다.
[1:0. 숫자만 놓고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스코어지만, 경기 내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선발로 나선 두 선수가 정말 멋진 투수전을 선보이지 않았습니까? 벨은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조이는 8이닝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어요.] [멋진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많았지만,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다뤄봐야겠죠?]4회 초 도진의 타석이 화면에 나타났다.
[여기서 안타를 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 깊었죠. 킴은 조이를 상대로 2루타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100마일이 넘는 패스트볼에 애를 먹었던 19세 루키인데, 다른 선수도 아닌 조이의 공을 완벽히 받아 쳤어요. 어떻게 보십니까.]영상 한 개가 더 나왔다.
1회 도진이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1회 장면을 보면 킴은 조이의 투구를 따라가기는 합니다만, 조금 느린 감이 없지 않아 있죠?] [하지만 다음 타석에서는 완벽하게 받아쳤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 [노림수라. 타자라면 전부 노림수를 가져가는 것 아닙니까?] [몇몇 타자들은 압도적인 선구안과 판단을 앞세워 노림수보다는 구종을 보고 배트를 휘두르는 부류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대부분 타자가 2스트라이크 이후에 선구안을 바탕으로 배트를 휘두르긴 합니다만, 조금 다릅니다.] [무엇이 다를까요?] [구종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보고 치는 것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배트가 늦을 때도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그 빠른 공을 보고 친다는 게 쉽지만은 않거든요.]4회 완벽하게 101마일의 패스트볼을 받아친 도진의 장면이 재생됐다.
[여기서 보면 배트가 밀리지 않았어요. 타이밍을 완벽히 맞췄고. 이건 노림수만이 가능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완벽하게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바뀐 메커니즘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타구에 더 힘을 잘 실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럼 노림수라는 무기를 하나 더 장착했다고 보는 게 옳겠네요?] [맞습니다. 경기 중에 성장했다는 것. 이 선수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죠.] [이런 장점을 지닌 선수가 더 있을까요? 팬들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도 보고 칩니다. 작은 체구 불문하고 매해 MVP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이자, 현존 최고 타자 중 한 명이죠. 현역 선수 중 보고 치는 선수는 한 명 더 있습니다. 차세대 캡틴 아메리카라고 불리는 놀란 카브레라가 있습니다.] [놀란의 타격은 정말 일품이죠. 이 선수가 루키인지 헷갈릴 만한 성적을 내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 킴이 그들의 반열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언급한 선수들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는 투타 겸업. 그가 타자만 집중했다면 어쩌면 놀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타자였을 테니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투타 겸업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저 아쉬워만 할 뿐입니다. 그는 아직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은 클로저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감독이었어도 그를 투타 겸업에 박아둘 것 같습니다. 그것이 팀이 한 경기라도 더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니까요. 어쨌거나 말이 좀 샜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장면은 이다음 장면입니다.]윌리엄이 고개를 끄덕이며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거 보이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네요? 이게 뭐가 문제죠?] [문제는 아닙니다. 이건 엄연히 독단적인 사인이거든요.] [사인이요?] [네. 윌리엄은 이 끄덕임으로 킴에게 번트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결과는 전부 아시리라 믿습니다.] [와우. 윌리엄이 올드스쿨의 2번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그러니 현존 최고 투수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거죠. 물론 그 중심에 킴의 주루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지만요.] [문뜩 궁금해졌는데 이렇게 비밀을 마음껏 파헤쳐도 되는 걸까요?] [이미 다른 구단들도 이 장면을 통해 전부 파악했을 겁니다. 앞으로 저 두 선수가 나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을 때. 상대 팀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또 저 두 선수는 어떤 놀라운 장면을 보여줄지를 팬들은 관심 깊게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벌써 킴에 대한 내용만 두 번을 다룬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도 더욱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780명의 메이저리거 중 벌써 두 번이나 소개된 도진을 향한 관심은 나날이 뜨거워졌다.
* * *
에인절스는 레인저스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를 기록하고 홈으로 돌아왔다.
하루의 휴식 덕분에 호세는 공항에서 내리는 즉시 윌리엄과 도진을 집으로 초대했다.
호세는 손님맞이를 위해 먼저 떠났고, 저택 앞에 도착한 도진은 여전히 으리으리한 저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윌리엄도 눈에 부러움을 가득 담았다.
“와우. 호세는 진짜 부자구나.”
윌리엄의 부러움 가득한 혼잣말에 도진도 동의했다.
“FA 한 번 대박 쳤으니까요. 저희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아. 윌리엄은 2년인가 3년 남지 않았어요?”
“3년 남았는데 솔직히 대박을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에이. 이제부터 시작이잖아요. 지금부터 꾸준히 성적을 내면 대박 날 수 있을 거예요.”
때마침 문이 열리며 도진과 윌리엄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호세는 맥주 30캔이 올라가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잘 왔다!”
도진은 테이블에 앉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기 호세. 벌써 까먹었어요?”
“뭘 까먹어?”
도진은 곁눈질로 윌리엄을 힐끗 쳐다봤다.
호세도 뒤늦게 윌리엄의 주량을 파악하고 아차 싶었는지 손바닥으로 맨들맨들한 이마를 짝 소리 나게 쳤다.
“윌리엄. 한 캔만 마셔라.”
왜 그래야 하죠? 라는 억울한 눈빛을 보낸 윌리엄이었지만, 도진도 거들었다.
“FA 대박 쳐야죠…….”
“그게 맥주랑 무슨 상관이지?”
다 왜 이래?
호세야 원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윌리엄은 자신의 주량을 모를 수가 있나?
도진은 에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세는 큭큭 웃더니 맥주 한 캔을 그대로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뭐 먹을래? 아, 그런데 새벽이라 24시 피자밖에 안 된다.”
“그럼 왜 물어본 거예요?”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피자 먹을게요.”
피자를 주문한 호세의 진중한 표정은 금세 활기차게 바뀌었다.
“으하하! 잘했다! 잘했어!”
도진은 눈을 끔뻑이며 반문했다.
“구체적으로 뭘 잘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이번 레인저스전 말이야. 네놈 둘이 조이 히메네즈를 무너뜨렸잖아.”
도진과 윌리엄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무너뜨렸다고 보기는 힘들죠. 고작해야 저희 둘이 합쳐서 1안타인걸요.”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잖아. 그리고 내가 그날 3삼진 당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안 그래도 잘 던지는 조이 놈은 긁히는 날이었어.”
“그건 인정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을 던지더라고요.”
호세는 미간을 찌푸렸다.
“넌 2루타 쳤다 자랑하는 거냐?”
왜 또 저렇게 흘러가지?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호세는 크하하 웃더니 맥주 한캔을 더 비웠고, 건배를 위해 맥주 캔을 들고 있던 윌리엄은 머쓱해하더니 한 모금 홀짝댔다.
“어쨌거나 네 두 놈들을 이렇게 부른 이유는 두 가지 소식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첫 번째는 감독님이 너희 둘을 칭찬하라는 전언이다.”
“감사합니다.”
“뭐가?”
“칭찬이요.”
“별로 칭찬한 건 없는데?”
정말 이상한 화법이다.
하지만 도진은 굳이 오늘 같은 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호세가 얼마나 큰마음을 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
원래 비즈니스 관계에서 집에 초대한다는 것이 여간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호세와 친분이 있어도, 그는 개인 성향이 강한 미국인이니까.
“어쨌거나 애송이. 네 칭찬은 끝났고, 다음 윌리엄.”
도진은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뭘 칭찬한 거지?”
도진이 어이없어했지만, 호세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윌리엄에게 시선을 돌렸다.
“윌리엄. 너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윌리엄은 맥주 한 모금을 더 홀짝이더니 경청하고 있다며 눈빛으로 말했다.
“물론 둘의 단독 작전은 괜찮았어. 완벽하게 허를 찔렀으니까. 하지만 그 경기 때문에 다른 구단은 너희 둘의 스타일을 파악했을 거다. 어떤 행동에도 깊게 파고들 거란 말이지.”
도진이 대신 질문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작전이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면 좋을 수도 있긴 한데. 눈 뜨고 당해줄 만큼 선수들이 멍청하지 않아. 특히나 애송이 네가 단독 작전을 펼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도진은 선봉장으로서 수많은 작전을 수행해 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호세는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타점을 올려서 다행이긴 한데, 번트 타구로 2루에서 홈까지 쇄도하는 작전은 위험성이 있어. 거기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면? 만약 상대가 너를 간파해서 아웃이 당했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냐?”
도진은 반성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었겠네요.”
“어. 1선발들의 대결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시합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그러니 작전도 좋지만, 정석적으로 점수를 내는 방법을 우선으로 내세우라는 거지.”
호세는 맥주 한 캔을 더 털어 넣더니 윌리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작전을 아예 펼치지 말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요즘 들어 윌리엄 넌 애송이 다음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보이지 않아. 현대 야구에서의 2번 역할도 소화해내라. 그게 너와 팀을 위한 거다.”
윌리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맞는 말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죄송할 건 없어. 어디까지나 넌 타격에 재능이 있는데 아까워서 그래. 그리고 까놓고 말하면 그런 번뜩이는 작전은 언제나 환영이다.”
도진은 눈을 끔뻑였다.
그래서 작전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물론 말뜻도 이해는 했다.
작전은 괜찮지만, 윌리엄에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한테도 작전이 실패했을 때를 고려해보라는 의미도 담겨 있고.’
아직 작전으로 실패를 맛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조언은 뼈에 사무치는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
쿵.
윌리엄의 고개가 테이블 위에 닿았다.
도진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매, 맥주 한 캔으로 취했나 본데요?”
“와. 얘는 뭐 이러냐?”
“숙취는 없겠죠? 그때 개고생했잖아요.”
“그냥 자는 걸 보니 숙취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손님방에 던져 놓고 와야겠다. 넌 피자나 먹고 있어.”
호세는 엎어져 있는 윌리엄을 번쩍 들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금세 되돌아왔다.
“아. 참고로 두 가지 소식이 있다고 했지?”
도진은 피자 하나를 해치우곤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의 표정이 서늘하게 변했다.
“다른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라는 전언이다.”
“흔들리지 말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저희 팀 분위기 괜찮잖아요.”
모두가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팀이 2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 선수는 결국 비즈니스이며, 지금 에인절스는 그 비즈니스에 매우 적합한 분위기였다.
호세는 맥주 한 캔을 더 까더니 입에 털어 넣더니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부상에서 복귀해서 돌아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