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31화(231/400)
그가 부상에서 복귀해서 돌아온단다.
도진은 아랫입술을 꽉 씹었다.
“그라면 혹시 마르셀로 무냐를 얘기하는 겁니까?”
호세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마르셀로 무냐.
도진도 그를 알고 있었다.
에인절스 최고 연봉자 중 한 명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호세가 내뱉는 한숨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도진은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호세는 맥주 한 캔을 더 오픈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마르셀로가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줘야겠군.”
맥주 한 캔을 홀짝인 호세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전에. 마르셀로가 우리 팀에 어떻게 왔는지는 알고 있어?”
“작년에 트레이드로 오지 않았나요?”
“어. 우리가 한창 순위 경쟁을 하고 있을 때였지.”
“그가 부상 당하는 바람에 팀 분위기가 처졌군요.”
최고 연봉자를 영입했다는 것.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 활약을 해줘야 할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었던 에인절스의 분위기가 처질 수밖에 없다고 도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호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놈은 반대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악의 근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호세는 핸드폰을 열더니 기사 하나를 검색해서 도진에게 내밀었다.
도진은 큼지막하게 들어오는 기사 제목에 미간을 찌푸렸다.
‘제, 제목이 왜 이따위냐?’
너무나도 자극적인 제목이었으니 말이다.
-마르셀로 무냐. 야구는 재미없다. 그냥 비즈니스라서 하는 거다.
도진은 눈알을 살짝 치켜올려 호세의 표정을 살폈다.
어두움이 묻어있는 그의 표정은 이 기사 제목이 사실임을 말하고 있었다.
도진은 기사를 읽어 나갔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이게 맞나?’
야구 선수가 야구가 재미없다고 직접 말한 것을 시작으로.
팀 성적이 어떻든 본인의 알 바가 아니라는 말도 기사에 적혀 있었다.
“야구 선수가 이래도 돼요?”
“되겠냐?”
“하지만 본인 입으로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문제지. 놈은 7년짜리 장기 계약자야. 에인절스에 오기 전까지 퍼포먼스는 괜찮았어. 그런데 갑작스러운 트레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원래 저런 놈인지는 우리도 잘 몰라. 어찌 됐든 놈이 팀을 해치는 주범임은 확실하다.”
도진은 다시 기사 제목을 스윽 훑었다.
날짜가 한창 8월 초인 점을 감안하면 트레이드가 끝난 직후 나왔던 인터뷰였다.
“설마. 라커룸이나 더그아웃에도 이러나요?”
“어.”
도진은 손으로 이마를 짚어 휘청거리려는 머리를 고정했다.
하지만 이 행동이 지끈거리는 두통마저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레인저스를 잡고 상승세를 타야만 하는 우리에게는 독이다.’
구단도 감독도 알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복귀했다.
고액 연봉자였으니까.
나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라서 2군에 박아두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트레이드로 내보내지 않는 이상 그는 에인절스를 좀먹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드도 쉽사리 성사되지는 않을 거야.’
구단이 분위기를 헤치는 선수의 트레이드를 추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인터뷰를 한 선수를 누가 데려가겠는가?
호세는 목소리에 의지를 담았다.
“적어도 에인절스의 선봉장인 너는 흔들려서는 안 돼. 감독님이 신신당부하시더라.”
야구는 흐름이며 분위기다.
선봉장이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마르셀로의 복귀에 처질 라커룸 분위기를 뒤엎을 수 있다.
“노력은 해볼게요. 상승세를 이어 나가야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 많다.
도진은 마르셀로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저 무시하고 본인의 할 일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도진은 들이닥칠 미래를 알지 못했다.
* * *
에인절스 단장 페리는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마르셀로의 프로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맞은 편에 앉은 코비도 그에 맞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마르셀로가 복귀해버렸군요.”
“그래. 우리에게는 악재지.”
고액 연봉자가 부상에서 복귀했는데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트레이드는 불가피하죠?”
“어. 일단 몸값이 너무 비싸. 그리고 내뱉은 경솔한 발언 때문에 그를 데려갈 팀이 없다. 헐값에 넘겨준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정말 큰일이군요.”
에인절스는 지구 2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1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하지만 복귀하지 않았으면 하는 선수가 복귀해버렸다.
마르셀로는 몸값답게 훌륭한 타자다.
그가 정신만 차린다면 에인절스에는 큰 힘이 되어줄 것.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결국 마르셀로를 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그가 좋은 성적을 내줘야 하는데 쉽지 않겠군요.”
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발언을 하든 분위기를 헤치든 선수가 실력만 좋다면?
그를 품고 싶은 구단은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가 에인절스로 트레이드된 후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페리는 대화의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망주를 다수 내보내고 성심성의 끝에 데리고 온 선수의 처우를 걱정해야 한다니.
구단 운영에 치명상이었다.
더욱이 문제라면 그의 불만을 모른다는 점이다.
스타에 대한 대우로 따로 대화도 나눠봤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냥 요즘 들어 야구가 재미가 없다고. 그게 전부란다.
코비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더군다나 부상에서 복귀 후 컨디션 점검 차 등판했던 트리플 A 경기에서의 성적 또한 좋지 못했죠.”
“2할 2푼. 장타와 홈런은 없더라. 몸값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지.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악성 매물이 잘 나가는 에인절스의 팀 분위기를 흐리려고 한다.
보지 않아도 불 보듯 뻔했다.
무엇보다 거액의 계약을 한 선수는 전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도 없다.
에인절스 구단은 그저 한 선수 때문에 팀이 무너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 *
훈련에 앞서 키 195에 몸무게는 100kg이 훌쩍 넘는 흑인. 마르셀로가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일순 침묵이 흘렀지만, 벨 조이스가 제일 먼저 그를 반겼다.
“마르셀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반갑다.”
호세도 한숨을 꾹 삼키더니 이내 강제로 미소를 띠었다.
“여! 왔구나. 몸이 좋아 보이는군.”
마르셀로는 히죽 웃었다.
“잘 나가는 팀의 레전드들이 반겨주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
도진은 비꼬는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라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으므로 표정을 숨길 수 있었다.
‘반응이 왜 저래?’
호세와 대화를 나눈 후 마르셀로에 관해 좀 알아보았다.
FA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그는 정말 좋은 선수였다.
‘커리어 하이가 45홈런으로 에인절스에 부족한 장타를 해결해줄 수 있는 파워형 히터.’
현 에인절스에 약점인 코너 외야수의 한 자리도 맡을 수 있었다.
그런 선수가 팀 분위기를 흐리다니.
도진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르셀로의 반응을 보자 피곤함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벨과 호세의 노력에도 눈 하나 꿈뻑하지 않는구나.’
벨과 호세는 에인절스의 최고참으로, 한창 상승세를 달리는 에인절스에 마르셀로가 찬물을 끼얹지 않길 바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것이 화해의 손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존심 강한 메이저리거들이 먼저 나섰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애당초 화해해야 할 만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들은 언해피.
즉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선수들은 간혹 있다.
어디까지나 원치 않게 환경이 바뀌게 되어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둥.
아니면 감독의 선택에 불복하거나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해피를 띄운다.
‘개인 성향이 강한 미국은 굳이 감정을 숨기지 않거든.’
그러나 그냥 재미가 없어서라는 이유는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에티튜드는 아니었다.
마르셀로는 제일 먼저 아돌니스를 찾았다.
“여! 소식은 들었다. 요즘 잘하고 있다며?”
“고맙군.”
아돌니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도 다소 불편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지만, 마르셀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기 에인절스의 왕을 맡아야 할 인재가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다며?”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우린 한 팀이다. 누가 왕인지는 관심 없다.”
마르셀로는 비열하게 웃었다.
“야망이 죽은 차기 왕이라. 넌 끝났군.”
아돌니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를 삼키고 있었던 것인지 몸이 파르르 떨리기까지 했다.
마르셀로는 아돌니스의 옆에 있던 미카와 카메론에게 시선을 옮겼다.
“너흰 도대체 뭘 하는 거지?”
미카가 대표로 눈을 질끈 감으며 물었다.
“무슨 말이지?”
“클린업을 쳐야 하는 놈들이 하위 타선이라니. 이해되지 않는걸?”
미카와 카메론은 어금니를 갈았다.
자존심을 긁어버리는 마르셀로의 말에는 팩트가 묻어 있었으므로 반박하지 못했을 뿐.
마르셀로는 둘의 자존심을 긁기만 한 건 아니었다.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흰 엄연히 고액 연봉자이며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성적을 낸 스타들이다. 시간만 주어졌다면, 다시 몸 상태가 올라올 텐데 말이야. 새로운 타순에서 적응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말이지.”
팩트를 기반으로 마치 자신의 편을 만들려고 하는 듯한 발언.
호세는 이를 갈았다.
“어이 마르셀로. 적당히 하지? 결과가 안 보이냐?”
“호세. 너무 화내지 말라고. 지구 2위. 에인절스가 변하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작년에 어땠지? 결국 다시 나락 가지 않았던가? 순위 경쟁을 하던 팀이 말이야.”
“그래서 변하려고 하는 거잖아?”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지.”
호세는 결국 뚜벅뚜벅 걸어가 마르셀로의 멱살을 잡았다.
그런데도 그의 기고만장한 표정은 차분하게 유지됐다.
“이거 놓지? 한판 붙자는 건가?”
“적당히 하라고 이 개새끼야.”
“아주 구단주 납셨군.”
호세는 뒤숭숭해진 라커룸 분위기에 결국 눈을 질끈 감고 멱살을 풀었다.
그냥 씨부렁거리게 내버려 두고 무시했어야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호세는 결국 다시 도진의 옆 라커로 복귀했고, 마르셀로도 다시 등을 돌려 미카 그리고 카메론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도진은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하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하아. 이게 도대체 뭐냐.’
진짜 선수 하나가 팀을 망칠 수도 있겠구나.
당장 오늘 있을 경기부터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끝까지 미카와 카메론의 자존심을 긁어대며 결국 그들의 동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제 슬슬 에인절스도 자리가 잡히나 싶었는데.’
미카와 카메론은 비록 하위타선으로 강등됐지만, 제 몫을 다해주고 있었다.
타격감이 좋지 못하면 하위 타선으로 내려가는 것은 야구에서는 흔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마르셀로가 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둘 역시 스타이자 고액 연봉자이다. 자존심이 득실거리는 위치지.’
그러니 저렇게 홀라당 넘어가 버린 거겠지.
에인절스의 좋았던 분위기는 이제는 옛말이 됐다.
도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라도 흔들리지 말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적어도 자신만큼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그 다짐은 수포가 되었다.
하필 마르셀로의 다음 표적은 도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