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35화(235/400)
소문은 빠르게 퍼지는 법이다.
마르셀로가 도진을 무시하는 장면은 미국 전역에 전파됐다.
그러므로 팬들은 커뮤니티와 개인 SNS는 그 내용으로 떠들썩했다.
-마르셀로는 도대체 왜 킴을 무시한 거야?
└개 같은 놈이네 진짜.
└이쯤 되면 진짜 파업 아니냐?
└같은 팀 선수. 그것도 팀을 위해 득점하고 돌아온 루키를 1분 동안 무시한다고? 마르셀로. 네가 인간이냐?
└아쉬워하는 킴의 표정 봤어? 내가 다 안쓰럽더라.
└마르셀로 OUT! 에인절스는 뭐하냐! 당장 쳐내!
└그게 말처럼 쉽냐? 악성 트레이드 매물임.
@AngelsGO
오늘 마르셀로가 킴을 무시한 행동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야. 한창 어린 후배에게 조언은 해주지 못할망정 무시해버린다고? 메이저리그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개인 SNS나 커뮤니티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츠 관련된 뉴스나 신문들도 마르셀로의 행동을 질책했다.
그렇기에 마르셀로도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민심을 되돌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Marcelo Moonya.
어린 선수와 장난을 친 장면이 오해로 전파되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에인절스의 차세대 스타를 제가 무시하다뇨.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킴과 저는 서로의 끼니부터 묻는 사이입니다. 물론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 제 잘못도 있겠지만 사소한 장난이 이런 큰 오해로 번져 가슴이 조금 아픕니다만.
└장난이지? 장난 맞지?
└아니. 그게 장난이었다고? 이 악물고 무시하는데?
└하긴. 그 이후로 킴은 호세와 분위기가 좋았잖아? 진짜 장난이었을 수도 있겠어.
└그러게. 마르셀로 말을 들으니 또 그런 것 같네.
└이래서 중립이 중요한 법이다. 난 마르셀로를 믿었어.
도진은 SNS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또한 고작 루키가 자신을 상대로 정면에서 반박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도진은 정치로 민심을 잡으려는 마르셀로의 행동을 예측했다.
때마침 마르셀로의 해명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사 하나가 캘리포니아 베이스볼 매거진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캐서린과 도진의 통화 인터뷰. 내용의 녹음본은 문서로 만들어져 올라왔다.
-캐서린: 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진: 아닙니다. 인터뷰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도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캘리포니아 베이스볼 매거진이잖아요? 팬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다할 수 없죠.
-캐서린: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킴을 위해서 좋겠죠? 오늘 경기에서 야구계를 시끄럽게 만드는 장면이 카메라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전파되었어요. 혹시 아시나요?
-도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캐서린: 마르셀로 무냐와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가 당신의 하이 파이브를 무시한 장면이 있었거든요.
-도진: 아.
-캐서린: 마르셀로는 오해라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팬들은 진실을 원합니다.
-도진: 제가 마르셀로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나 봅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네요.
-캐서린: 그렇다는 것은 마르셀로와의 관계가 사실이라는 겁니까?
-도진: 음. 무슨 소문이 도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마르셀로를 알게 된 지 고작 일주일 남짓 되었습니다.
-캐서린: 그와의 친분이 거짓이라는 말인가요?
-도진: 음. 친분이라. 지금 에인절스는 연패로 분위기가 다소 뒤숭숭하죠. 그저 마르셀로와 대화조차 나눌 시간이 없었을 뿐입니다. 물론. 그는 매우 좋은 선수이며 앞으로 에인절스의 힘에 큰 보탬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캐서린: 화가 나거나 하지 않나요? 결과적으로 무시당했잖아요.
-도진: 그는 스타죠. 스타의 시선에서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전부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마르셀로를 나무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캐서린: 인터뷰 감사합니다! 앞으로 에인절스의 부흥을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삽시간 안에 빠르게 퍼졌고 팬들은 분개했다.
-*같은 내셔널스 첩자 새끼 OUT.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거 어이가 없네?
└마르셀로 SNS 봤냐?
└왜. 무슨 일임?
└오늘 올린 글 삭제했더라.
└등신이네. 이미 벌써 캡처본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하라는 야구는 안 하고 정치나 하고 나자빠져 있네. 이래도 구단이 가만히 있으면 난 오늘부터 에인절스 버린다.
└도대체 왜 저런 짓을 하는 거지? 루키가 잘 나가서 저러는 거야?
└왜 그러긴. 제목처럼 내셔널스 첩자라니까? 쓰레기 같은 놈.
└성적도 구려. 인성도 쓰레기야. 저딴 놈이 메이저리거라니. 그걸 또 데리고 온 에인절스. 이 구단은 진짜 선수복이 없다.
└그래도 킴 얻었잖아.
└근 10년간 유일한 업적이긴 해.
결국 민심은 도진에게 향했다.
* * *
페리 단장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구단의 이미지를 망치는 주범이 증거를 대놓고 드러냈으니 해결책이 필요했다.
회의에는 구단의 수뇌부들과 조 캐넌 감독까지 자리에 참여했다.
페리가 입을 열며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다들 바쁜 시간인데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인지라.”
페리는 말을 덧붙였다.
“마르셀로의 에티튜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간 쉬쉬했죠. 이번엔 너무 갔다고 봅니다. 구단의 이미지를 망치는 선수를 계속해서 보유할 필요는 없겠죠.”
발언권을 얻은 코비가 되물었다.
“하지만 오늘 마르셀로의 행동으로 그를 원하는 구단은 없을 텐데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 하아. 이걸 어째야 하는 거지?”
“방출시키기에는 손해가 너무 큽니다. 그의 계약 기간은 아직 5년이나 더 남아 있으니까요.”
“그래서 문제다. 차라리 1, 2년 정도면 아쉽더라도 당장 내쫓았을 텐데. 5년은 길어도 너무 길어.”
“그가 라커룸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팀 분위기는 흐려질 겁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낸다고 한들 거부권 때문에 불가능할 거고요.”
정말 큰 문제다.
원래도 메이저리그는 고액 스타들의 태업에 몸살을 시름시름 앓았다.
그렇기에 계약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구단에서 매해 나오는 이야기지만, 중용되지 않았다.
대응책이 없다는 것. 에인절스에도 큰 문제였다.
페리는 조 캐넌에게 물었다.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둘의 사이를 제일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조 캐넌은 턱을 매만지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마르셀로는 좋은 선수입니다. 야구 실력만 보자면 그렇습니다. 슬슬 부상에서 복귀해 타격감도 올라오고 있고요.”
조 캐넌의 목소리가 더욱 중후해졌다.
“저 역시도 그를 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또한 쉽지 않죠.”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감독으로서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돈이 문제다. 그를 방출하고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닙니다.”
수뇌부들은 귀를 쫑긋 세우더니 그 방법이 무엇이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선수들을 믿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마르셀로를 바꿔야 합니다. 마르셀로가 제 잘못을 인지하려면 이 방법뿐입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조 캐넌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습니다. 자존심 강한 스타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오늘 결과를 보자면 선수들 덕분에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정확히는 킴 혼자서 해냈지만요.”
남몰래 꼭꼭 감춰 두었던 에인절스의 아픈 손가락. 마르셀로의 에티튜드가 미국 전역에 드러나게 되었다.
페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킴은 어린 선수입니다. 과연 그가 메이저리그 스타를 상대로 감당해낼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지금 마르셀로는 벨과 호세도 통제할 수 없는 선수니까요. 그를 자극하려면 킴처럼 그보다 입지가 낮은 선수일 뿐이며 그게 킴입니다. 그는 영리합니다. 괜히 벨과 호세가 그를 전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지요.”
원래 성적이 좋지 못한 팀은 불화가 잦은 법.
조 캐넌은 마치 이를 하나의 헤프닝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현장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하긴. 아돌니스도 결국 팀에 잘 녹아들었죠.”
“그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마르셀로는 에인절스에 있는 한 행복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그를 내보내려면 트레이드밖에 없는데 결국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행복하지 않은 선수가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조 캐넌은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새로운 자극은 언제나 짜릿한 법이니까요. 만약 킴이 지금 에인절스의 역경을 딛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마르셀로도 달라질 겁니다. 그때가 트레이드에 적합한 시기겠죠.”
여기저기서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믿을만한 구석이 에인절스의 제일 어린 선수 19세 루키라서 그랬다.
하지만 조 캐넌의 말마따나 지금 당장 믿을 수 있는 건 도진뿐이었다.
* * *
에인절스는 오리올스와의 3연전을 스윕했다.
1차전의 리드 오프 홈런.
그리고 팬들의 민심이 전부 도진에게로 향하자 선수들도 마르셀로에게 신경을 덜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3위였지만, 2위와의 경기 차는 한 경기.
뺏긴 자리를 되찾을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호세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도진을 찾았다.
혼자 외야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는 도진과 마주 보고 앉았다.
“쯧. 슈퍼스타가 고작 그것만 먹어서 되겠냐?”
“호세. 저 두 그릇째에요.”
“의외네. 요즘 잘 먹어서 보기는 좋다. 잘 먹어서 페이스도 다시 좋아졌잖아?”
도진은 찹 스테이크를 입에 넣고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도 있지만, 첫 풀 타임은 버겁네요. 몸은 계속 먹으라고 신호를 주고 있어요. 몸무게도 2파운드(1kg) 정도 빠졌어요. 먹지 않으면 버티질 못하겠어요.”
“음.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그럴 때 잘 먹어둬라. 갈수록 체력은 빠질 테니까. 그나저나, 이 곰의 탈을 쓴 여우 같은 놈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어떤 거요?”
“마르셀로 설계 말이야.”
도진은 턱을 살짝 내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설계가 뭐예요. 제가 나쁜 놈 같잖아요.”
“원래 악당을 처리할 때는 악독한 방법을 사용해도 되는 법이야. 몰라?”
“슈퍼 히어로들은 정의롭던데요?”
“그건 영화니까. 현실 세계에선 안 그래. 마르셀로도 요즘 꽤 시무룩하잖아?”
호세의 말마따나 마르셀로는 풀이 잔뜩 죽어 있었다.
민심이 완전히 사라지자 유일하게 편을 들어줬던 미카와 카메론도 그를 멀리하게 됐다.
‘원래 독불장군 성격이지만, 자기 것을 뺏기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진은 그저 마르셀로가 사용했던 방법으로 똑같이 되돌려줬을 뿐이다.
‘물론 마르셀로는 개인 SNS를 사용했다면 난 정규 방송이었지만.’
애당초 야구에 집중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거기에 팀 분위기까지 흐려버리니 미안한 감정 따위는 없었다.
“그나저나 5월도 다 갔네.”
“그러게요. 그리고 상대가 또 재밌네요.”
6월을 앞둔 마지막 인터리그 경기.
애석하게도 그 상대는 워싱턴 내셔널스.
그리고 어쩌면 이 분쟁에 마침표가 찍힐 큰 소동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