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36화(236/400)
도진은 내셔널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마이크의 전화를 받았다.
-내셔널스와 경기지? 참 얄궂네.
“그러게나 말이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겠냐? 마르셀로 소식을 들고 왔어.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마이크와는 매일 연락하며 식단이나 성적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지만, 선수들과의 관계까지 전달하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했겠지만, 마이크는 본질을 파악한 듯했다.
‘참 눈치가 빠르다니까? 역시 포수 출신인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어떤 내용이려나.’
-마르셀로는 원소속팀 내셔널스에서 좋은 커리어를 보냈지.
“그런 거 같더라.”
-내가 봤을 때 마르셀로는 팀을 떠나게 돼서 불만을 품은 게 확실해. 미국은 홈 연고지에 강한 애정을 드러내거든.
“그런데 마르셀로 정도면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을 거 아니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충성심이 넘쳐서겠지. 내셔널스를 위해 특급 유망주 셋과 트레이드됐다. 그만큼 내셔널스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었겠지.
“미국인인데?”
한이 맺힌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인종차별이냐? 미국인들도 의리 있거든? 어쨌거나 내셔널스가 대형 FA로 마르셀로를 잡은 그해 다른 큼지막한 FA도 무리해서 잡았어. 하지만 성적은 꼴찌. 비싼 선수들을 처분해야 했지.
그런데 충성심이 넘치는 마르셀로만 트레이드됐다.
도진은 마이크의 힌트에 상황을 유추했다.
“탱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삐뚤어진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근데 비싼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트레이드가 되는 것도 이상하잖아?
“틀린 말은 아니네. 그래도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잖아.”
-그것도 맞는 말인데.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면 트레이드할 수 있겠지만, FA 후 시즌을 완전히 말아먹은 선수를 데려가겠냐?
도진의 고개가 절로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어쨌거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뭐 이런 거겠네? 불똥이 우리한테 튄 거고.”
-100%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커. 지금까지 마르셀로의 인터뷰를 50개는 넘게 찾아봤거든?
“오, 오십 개나?”
-어. 대부분이 내셔널스에서 행복하다는 기사였어. 그러니 내 가설에 어느 정도 일리는 있을 거다.
“맞는 말 같다. 고맙다.”
-그래. 뺑이 쳐라.
통화를 끝낸 도진은 턱을 매만지며 짧게 침음했다.
어쨌거나 이유는 찾은 것 같으니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놔야겠지.
* * *
도진은 호세와 합을 맺고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면서 마이크와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호세의 눈썹이 꿈틀댔다.
“마이크 그 친구 정말 대단하다니까. 여러모로 탐이 난다. 나중에 은퇴 후 내가 데리고 가고 싶네.”
“뭐 하시게요?”
“나도 몰라. 뭐든 하겠지. 어쨌거나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르셀로의 마음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메이저리거라면 저렇게 행동해서는 안 돼.”
“틀어진 관계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겠죠.”
호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마르셀로를 처분하는 게 에인절스에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물론 그게 쉽지만은 않아.”
“성적 때문이겠군요.”
“그래. 마르셀로가 지금 폼을 계속 이어 나간다면, 그를 원하는 팀은 없을 거다.”
하긴. FA 먹튀가 어디 한둘이던가?
지금 성적이라면 비싼 돈을 주고 데리고 가야 할 메리트가 없었다.
“호세.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도진이 미소 짓자 호세는 순간 몸을 파르르 떨었다.
“왜, 왜 떨어요.”
“넌 가끔 보면 무서워.”
“제가 뭘요.”
“설계부터 악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악마 그 자체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눈동자에 각오를 담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저는 팀을 위해 악마가 될 준비는 되어 있어요.”
호세는 피식 웃고는 되물었다.
“그래서 방법이 뭔데?”
“대신 내셔널스와의 3연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요.”
“만약 이겼다고 치자. 그리고?”
“슬슬 긁죠.”
“긁는다고?”
“네. 마르셀로는 줄곧 저희를 긁었어요. 저희도 마르셀로를 긁는 거죠.”
호세는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똑같은 놈이 되자고?”
“그건 아니에요. 저흰 내셔널스를 긁으면 되니까요. 그들은 엄연히 적. 문제가 되진 않잖아요?”
“그것도 그렇긴 한데…….”
호세는 맨들맨들한 뒤통수를 벅벅 문질렀다.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가능만 하다면 마르셀로는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할 것이다.
“대신 그에 따른 악영향도 있어. 완전히 돌아버리면 진짜 피곤해지거든.”
“저는 차라리 그게 낫다고 봅니다.”
“뭐?”
“지금 마르셀로는 징계를 받지 않는 선에서만 애매하게 행동하잖아요? 그러니 구단도 어떠한 제재도 가할 수 없는 거고요. 하지만 완전히 터진다면요?”
호세는 일리 있는 말이라며 맞장구쳤다.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예상보다 문제는 더 번질 수도 있어. 메이저리거들은 정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승부욕이 철철 넘쳐. 욱하는 성격은 저마다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라.”
도진은 이미 각오했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원래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면 그만큼의 상처는 감수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저한테 맡겨 주세요. 악역은 제가 하겠습니다. 호세는 보좌만 잘 해주세요.”
호세는 어이없다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속으로는 심히 놀랐다.
‘정말 대단하다니까?’
잠깐 반성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이 친구만큼이나 팀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팀의 중심이자 주장인 벨 조이스라고 다를까?
엄연히 그 역시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다.
‘솔직한 말로만 팀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만 갖고 있었지.’
그러므로 에인절스는 진정한 리더를 얻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는 팀을 위해 그 누구보다 헌신하고 있었으니까.
호세는 희망을 엿보았다.
‘이러다 은퇴 전에 정말 포스트 시즌 밟아 보겠는걸?’
* * *
내셔널스와의 첫 경기.
도진은 타석에는 들어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잦은 선발 출전으로 인해 휴식이 부여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3:1로 리드하는 9회 말에는 마운드에 서게 됐다.
더그아웃을 힐끗 쳐다봤다.
오만상을 찌푸리는 마르셀로도 슬그머니 시야에 담았다.
‘표정이 재밌네.’
마르셀로도 오늘 출전하지 못했다.
그의 행동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에 당분간 벤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연습에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심경이 복잡할 마르셀로는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마르셀로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는 해야 해.’
투쟁심을 불어넣어야만 한다.
그의 실력은 진짜이며 의욕만 되찾는다면 좋았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
‘원래 좋았던 모습을 보인다면 팀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지는 셈이지.’
그러니 작전은 매우 단순하다.
그의 투쟁심을 끌어 올린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적개심이라도 딱히 상관없었다.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도진은 투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 타자는 7번. 호세는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도진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몸쪽으로 찌르고 들어가는 투심에 타자는 헛스윙했다.
부웅!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에 도진은 무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늘 타자들의 컨디션도 영 꽝이더라.’
그렇기에 오늘 경기는 낙승.
대신 상대를 완전히 힘으로 찍어 눌러야 한다.
호세도 이를 알았는지 다시 한번 패스트볼 사인을 냈다.
그리고 도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3구는 떨어지는 체인지업.
타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8번과 9번 타자에게는 전부 패스트볼만 던졌다.
102마일의 포심과 100마일의 투심 패스트볼은 오늘 타격감이 좋지 못한 타자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3개의 삼진을 솎아낸 도진은 과하리만치 양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아자!”
마치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듯한 세레모니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저 작전의 시작일 뿐이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과정에서 도진은 실실 쪼개며 마르셀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역시도 앞서 크게 당했던지라 도진과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그 후 도진은 호세 옆에 찰싹 붙어 마르셀로 들으라고 험담을 시작했다.
“쉽네요. 경기가 매일 같이 이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니까 말이다. 내셔널스 놈들 스윙은 마이너리거 놈들과 비슷하단 말이지? 곧 꼴찌로 내려가겠어.”
“그렇죠? 제 생각도 그래요. 메이저리그에 에인절스와 내셔널스 단 두 팀뿐이라면, 에인절스는 우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 같아요.”
유치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원래 승부욕 강한 인간에게는 유치함이 제일 잘 먹히는 법이다.
그리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데일 듯한 시선은 작전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일러 주었다.
‘슬슬 마무리 짓자고.’
* * *
다음 날. 도진은 라이브 배팅을 위해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그의 라이브 배팅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20개의 타구 중 10개가 땅볼로 나왔고.
담장을 넘기는 공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지금까지 쭉 최고조의 타격감을 보인 도진에게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도진의 작전이었다.
그리고 호세는 역시나 눈치가 빨랐다.
배팅 케이지에서 나온 도진에게 수건을 건넨 호세는 열 발 정도 떨어진 마르셀로에게도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오늘 타격감 왜 이래? 하루 쉬었다고 감 다 죽은 거야?”
“그러게요. 갑자기 왜 이럴까요.”
“이 자식이 빠져 가지고! 지금 갈 길이 먼데 관리 똑바로 안 할래?”
도진은 웃음을 꾹 삼키며 억지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한 말로 대놓고 마르셀로를 흉보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이내 쐐기를 박겠다며 눈을 번뜩 떴다.
“호세. 오늘 지금 타격감이 좋지 못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뭔 개소리야?”
“막상 타석에서는 잘할 수 있거든요.”
“지랄하지 마라. 누가 봐도 넌 오늘 쉬어야 해. 내가 감독님께 전달해 놓는다.”
호세가 조 캐넌 감독에게 몸을 돌리자, 도진은 호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야구가 장난이야?”
“그건 아니지만 저도 믿는 구석이 있다니까요.”
호세는 미간을 찌푸리는 연기를 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도진은 실실 웃었다.
“상대는 내셔널스. 승점 자판기잖아요.”
호세는 턱을 매만졌다.
“듣고 보니 그렇네? 내가 괜한 걱정을 했어.”
“그렇죠? 이번 3연전 가볍게 스윕해서 내셔널스 출신인 누구 때문에 뺏긴 2위를 되찾아 오도록 해요.”
그러자 그때.
“이 개새끼가!”
분개한 마르셀로가 도진에게 달려들며 도진에게 주먹을 뻗었다.
도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르셀로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