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38화(238/400)
6월이 되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4연전을 앞두고 도진은 홈구장으로 일찍 출근했다.
라커문을 열고 들어가자 벨과 호세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왔구나.”
“고생 많았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고 라커문을 열었다.
벨과 호세는 도진을 닦달했다.
“그래서. 일은 잘 해결됐나?”
“마르셀로의 처우는?”
도진은 두 고참 선수가 압박을 가하자 이마에 땀이 맺혔다.
“뭐.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코비는 이 사태에 대해 함구하길 원했다.
-당분간 나눴던 대화를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벨과 호세도 더는 묻지 않았다.
도진은 어이없다며 눈을 끔뻑였다.
‘더 안 궁금해하는 게 신기하네.’
막상 자신이 반대인 입장이었다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겠지.
호세는 도진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나저나 이제 6월이야. 올스타전 발표까지 한 달 남았어. 알지?”
“네. 알긴 아는데 제가 뽑힐 수 있을까요?”
벨 조이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루키가 올스타전을 노리나 보군.”
도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노리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생각도 못 했는데 호세가 얘기를 꺼내서.”
벨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을 내뱉었다.
“올스타 출신 루키라. 우리 에인절스에 큰 도움이 되겠어.”
“무슨 도움이 되는데요?”
“올스타가 뭔지는 알지?”
“알죠. 전반기에서 성적이 뛰어난 선수를 얘기하는 거잖아요.”
벨을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행동과는 정반대되었다.
“그렇긴 한데 그게 전부는 아니야. 그저 이벤트성 대회지만 올스타에 뽑혔다는 건 팀의 사기를 불어넣어 주거든.”
호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애송아. 너 팬들이 선수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알아?”
“투수와 타자?”
“에휴.”
“죄송해요. 잘 모르겠어요.”
호세는 호흡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긴 대답을 늘어놓았다.
“분류 방식은 제각각 다양하지만 팬들은 보편적으로 MVP급, 올스타급 그리고 레귤러(일반) 선수로 나누지.
여기서 MVP급 선수라면 MVP를 탄 선수를 말하지. 현존하는 최고 수준 선수라는 뜻이야. 그리고 올스타는 말 그대로 올스타에 뽑힌 선수다. MVP보다는 비교적 그 가치가 낮은 실버슬러거나 골든 글러브 같은 상들을 받은 선수도 올스타급 선수에 포함된다. 레귤러 선수는 명칭 그대로고.”
호세는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건 NBA에서 파생된 분류긴 한데. 아오! 나도 잘 모르겠네. 돼본 적이 없어서.”
벨이 끼어들었다.
“호세의 말이 맞아. 대신 이제 MVP급 활약을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를 슈퍼스타라고 해. 나머지는 호세가 맞다.”
“그럼 사이 영은요?”
“사이 영보다는 MVP의 가치가 더 높지. MVP는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부여될 수 있으니까. 대신 사이 영은 오로지 투수에게만 수여되잖아?”
도진은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했다.
“하긴. 경기 도중 팬들이 MVP라고 연호하는 함성은 들어봤지만 사이 영을 연호하는 건 들어보지 못했네요.”
호세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거나 결국 올스타급 선수를 보유했다는 건 믿을만한 선수라는 뜻이야. 믿을만한 선수가 팀에 존재한다는 건 팀의 사기를 올려주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올스타전에 뽑히려면 결국 인기도 필요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성적이 제일 중요시된다.”
“제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은데요?”
나쁜 건 아니지만, 탑급 수준인가? 그것 또한 절대 아니다.
호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탑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거 아냐?”
도진은 어이없었던 나머지 턱이 벌어졌다.
‘그게 쉽냐고…….’
쉬웠다면 당장에라도 올스타에 뽑힐 성적을 내고 있었겠지.
벨은 핸드폰을 도진에게 내밀었다.
“지금 네 올스타 순위다.”
핸드폰을 들여다본 도진은 눈을 끔뻑였다.
3루수 부문 5위. 그리고 불펜 부분도 5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예상보다 높네요?”
“타자야 뭐 그렇다 쳐도 불펜에서는 확실한 성적을 내고 있잖아? 마무리 투수가 블론 세이브가 없다는 건 호재야. 그리고 네 어린 나이와 포텐셜도 투표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투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뽑힐 수 있을 거다.”
호세도 거들었다.
“그냥 열심히 해서는 안 돼. 아까도 말했지만, 성적을 내면서 해라. 지금 넌 올드 스쿨 스타일의 1번 타자야. 물론 장타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그보다 주루와 수비에서 뛰어난 면을 보이고 있지. 남은 기간 그걸 살려보는 게 어때? 물론 후속 타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지만.”
루키한테 너무 부담을 주는 거 아닌가?
도진은 한숨을 꾹 삼켰다.
때마침 선수들이 슬슬 라커룸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도진은 선수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다시 한번 순위를 확인했다.
‘불펜으로는 현상 유지를 하면 뽑힐 수도 있겠어. 3루수 부분도 아직 따라잡을 수 있는 득표긴 하네.’
올스타라. 솔직히 되고 싶다.
수상이란 결국 개인 커리어에 전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구미가 당긴 건 다름 아닌 팀의 사기 증진이었다.
‘진짜 올스타 선수를 보유한 것만으로 팀의 사기가 오르나?’
오를 것이다. 도진은 확신했다.
벨, 아돌니스. 호세야 이제 나이가 좀 차서 제외될 수 있겠지만, 그 둘은 확실히 믿을만한 선수로 선수단에 안정감을 심어준다.
‘팀에 도움이 된다. 이거지?’
도진은 눈동자가 각오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호세는 그런 도진의 표정에 어쩌면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말을 내뱉었다.
“문제는 팀 분위기야.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결국 네 100%를 발휘할 수 없을 테니까.”
벨도 동의했다.
“확실히 그렇네. 그 부분에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소한 부분도 해결 못 해주는 우리가 괜히 부담만 던져 줬구나.”
에이 아니에요! 도진이 둘과 너스레를 떠는 사이.
어깨가 축 늘어진 채 반쯤 혼이 나간 마르셀로가 라커룸 안으로 들어오더니 힐끗힐끗 선수들의 눈치를 살폈다.
도진도 마르셀로를 보았고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 면담으로 심경에 변화가 있었겠지. 트레이드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거나. 아니면 야구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기에 눈치를 살핀다는 것은 적어도 에인절스가 아군에게 방해받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눈치를 본다는 것 자체가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그러니 이제 슬슬 지독한 앙금을 사르르 녹여버릴 때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에인절스를 위해서.
마르셀로가 야구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그가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에인절스는 천군만마를 얻는다.
‘마르셀로가 타격에 힘을 보태준다면 성적으로 드러날 거다. 그리고 그 혜택은 나 역시도 누릴 수 있지.’
그럼,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진은 호세와 벨에게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분위기 제가 한번 되돌려보겠습니다.”
도진은 마르셀로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고는 라커를 연 마르셀로의 등을 톡톡 두들겼다.
“마르셀로.”
도진의 행동에 시끌벅적했던 라커룸에 침묵이 흘렀다.
마르셀로는 도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새파랗게 어린 선수가 자신을 올려다보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은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
이건 100번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긴장을 한 아름 품은 마르셀로는 도진의 행동에 동공이 팽창했다.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도진은 90도로 접은 허리를 풀지 않았다.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회 경험 없는 어린 선수의 생각 없는 행동이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마르셀로의 턱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잘못한 건 자신이었으므로 도진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먼저 사과했고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솔직한 말로 먼저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마르셀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떨궜다.
자존심 강한 선수가 보일 행동은 아니었으므로 에인절스 선수단은 저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당장 마르셀로를 용서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라커로 도진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이거면 됐다.’
어쨌거나 라커룸 분위기 자체는 한층 유연해졌으니까.
마르셀로가 갑자기 원팀의 일원이 될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은 그렇다.
어쩌면 조금 누그러진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해도 그는 끝까지 원팀의 일원이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나도는 선수를 무시하고 버리는 게 진정 원팀이야?’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아니. 그건 원팀이 아니다. 호소인일 뿐이다.
‘마르셀로는 지금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있잖아?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만 하는 게 팀원의 몫이야.’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도진이 각오를 잘근잘근 씹자.
그를 바라보던 벨과 호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주장인 게 한없이 부끄러워지는군. 슬슬 은퇴할 때가 된 건가?’
호세도 벨과 비슷한 생각으로 자책했다.
‘씨*. 호세. 넌 이 애송이보다 나은 게 뭐냐? 맨날 부담만 주는 거 말고 도대체 뭘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둘의 미소에 결국 진심이 피어올랐다.
도진이 있는 한 에인절스가 정말로 변할 것 같아서 그랬다.
* * *
애스트로스전을 앞두고 라인업이 발표되자 팬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라인업이 이게 맞냐?
1. 도진 킴 3B.
2. 마르셀로 무냐. LF.
3. 아돌니스 로드리게스. C.
4. 호세 로드리게스. DH.
5. 켄 매논. SS.
6. 에이든 브라운. 2B.
7. 자렌 테일러. 1B.
8. 미카 라이트. LF.
9. 윌리엄 바스테스. CF.
└조 캐넌 감독 머릿속을 한번 뜯어보고 싶네.
└킴과 대놓고 사이가 안 좋은 마르셀로를 2번에 배치한다고?
└마르셀로의 타격감은 또 어쩔 건데?
└기껏 연승을 달리는데 에인절스가 또 에인절스 하네.
└이 팀은 답이 없어.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진짜 답이 없어.
└그런데 말이야. 까놓고 네임 밸류만 놓고 따지면 괜찮지 않냐? 쉬어갈 타순이 없는데? 약점이 없어.
└그건 그래. 일단 킴이라는 훌륭한 리드오프를 시작으로 2번 마르셀로와 클린업 트리오는 전부 장타를 생성해낼 수 있으니까. 이론상 놓고 보면 완벽하긴 해.
└아주 개같은 소리만 하고 나자빠졌네. 네임 밸류만 놓고 보는 게 말이 되냐? 엄연히 2할 초반 치는 최악의 선수가 2번에 배치됐는데? 거기에 1번이랑은 사이도 안 좋아!
하지만 라인업을 짠 조 캐넌에게는 전부 생각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도진과 대화를 끝내고 사무실에 복귀한 코비에게 도진의 생각을 전부 들었으니 말이다.
‘단장님부터 전부 난리가 났지.’
자신도 그 전부에 포함이었다.
‘마르셀로를 용서하는 것도 모자라 품으려고 하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어린 선수가 그런 깊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그의 속을 뜯어보고 싶었을 정도.
무엇보다 결과는 그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라커룸에서부터 나타났다.
도진은 잘못이 없었음에도 먼저 숙이고 들어갔다.
‘이제는 마르셀로가 변하기만 하면 돼.’
만약 도진의 뜻대로 된다면?
마르셀로가 당장에라도 팀에 녹아들 수 있다면?
‘에인절스는 시즌 초보다도 상승세를 탈 것이다.’
그리고.
팬들 전부가 무리수라고 했던 용병술에 결과는 경기에서 정답으로 드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