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41화(241/400)
커뮤니티는 떠들썩했다.
에인절스와 마르셀로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겠다고 예상한 팬들에게 도진의 인터뷰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으니까.
-에인절스는 이때를 기준으로 해서 전후로 나뉜다.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창단 첫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 NO.
2005년 브랜딩을 목적으로 애너하임 에인절스에서 LA 에인절스가 되었을 때? NO.
정답은 킴이 입단한 전후로 나뉜다. 반박 시 다저스 팬.
└개추.
└인정합니다.
└이건 너무 가지 않았어? 킴은 이제 첫 풀 타임 시즌인데?
└눈치 챙겨라?
└저 새끼 다저스 팬이네.
└나 에인절스 골수야!
└언제나 현재가 중요한 법이지. 나도 동의한다.
└솔직히 올 시즌도 말아먹었다고 생각했거든? 이걸 살려버리네?
└킴은 심폐소생술 장인이야. 911에서 원하는 인재래!
└어린 선수가 대인배야. 역대 에인절스 드래프트 중 킴은 마이크 트라웃만큼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벨 조이스는?
└벨 조이스는 1라운더는 아니었음.
└다들 닥치고 킴에게 올스타 투표나 몰아줘. 뽑아달라잖아.
└킴이 직접 그랬어?
└(링크)
링크는 도진의 인터뷰 기사로 연결됐고 제목은 이랬다.
-킴. 마르셀로와의 관계는 완벽하다. 앞으로 그와 함께 에인절스의 부흥을 기대해 달라. 그리고 올스타 투표에서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캐서린이 독단으로 넣은 문구였지만, 원래 메이저리거들은 올스타 투표를 언급하거나 팬들에게 뽑아달라고 홍보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차후에 도진이 직접 홍보하겠다고 했지만, 캐서린은 도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기사에 적어 넣었다.
└다들 드가자!
└그래도 뽑힐 사람한테 한 표 던져주는 게 낫지 않아?
└킴 성적 좋은데? 3루수 부분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라갔어. 지금 그의 불펜 성적은 방어율 2.08에 블론 세이브가 하나도 없어서 뽑힐 확률도 있지. 물론 이닝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쨌거나 잘하고 있잖아? 우리가 지원사격 해줘야지.
└투표했다.
└나도 했다.
└근데 득표수 차이가 좀 많이 나는데? 이거 따라갈 수 있어?
└그러게. 힘들 것 같은데?
└지금 투표 말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기사 마지막 문장을 읽어봐.
기사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그런데 후안 라미레즈가 누구였죠?
***
한편, 기사를 접한 도진은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옆에 앉은 호세는 뭐가 그리 좋은지 끅끅 웃어대고 있었다.
“끄윽. 끄윽. 그 기자 정말 최고군.”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장난치지 마세요.”
“그렇잖아? 그 기자가 널 아주 잘 아나 보다. 난 개인적으로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도진은 버럭 소리 질렀다.
“잘하긴 뭘 잘해요! 그리고 제가 언제 후안 라미레즈를 도발했어요!”
“했잖아?”
“곱씹었던 거잖아요!”
“그게 도발이잖아? 메이저리거가 MVP 포수를 까먹어?”
도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래도 강제로 한숨을 푹 내쉬며 애써 반박해 보았다.
“그때는 갓 메이저리그를 밟았을 때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필리스는 내셔널리그라서 자주 마주치지도 않으니 당연히 기억 못 하죠. 그럼 호세는 선수 한 명 한 명 다 기억해요?”
호세는 비웃음을 일발 장전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적어도 MVP는 기억하지.”
도진은 고개를 푹 떨궜다.
이 문제로는 절대 말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은 손에 쥐고 있었다.
‘캐서린 기자님은 엄연히 기자고 그저 본분 때문에 기사를 내보낸 거야. 후안 라미레즈도 그냥 흔한 기사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원래 싸움을 부추기는 듯한 기사는 흔하다.
기자들도 팬들도 이슈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괜찮을 것이다. 후안 라미레즈는 허허 웃고 넘길 것이다!
하지만 호세는 도진의 희망을 꺾었다.
“MVP가 루키의 도발에 가만히 있을 리가.”
도진은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반대로 MVP 출신이 루키를 신경 쓰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M. V. P. 라고요!”
도진의 울부짖음에는 간절함이 묻어나왔지만 호세는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정면을 쳐다보며 턱을 매만지더니 짧게 침음했다.
‘당연히 신경 쓰지. 신계의 팝업 타임을 보유한 후안 라미레즈가 고작 루키한테 도루를 허용했는데. 그것도 두 번씩이나.’
만약 그 포수가 자신이었다면?
감히 루키가 메이저리그에서 날고 기는 포수를 앞에 두고 뛴다고?
‘어휴.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열받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히 잠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후안 라미레즈도 지금 눈에 불을 켜고 도진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을 그때.
‘그런 상황에서 도발까지 해버린 거지.’
그리고 기사를 접한 후안 라미레즈는 호세의 예상 그대로였다.
* * *
후안 라미레즈는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기자의 도발 기사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그는 도진의 인터뷰를 읽고 좀처럼 화가 가라앉지 않아 곧바로 핸드폰을 열었다.
@Juan Ramirez Official.
루키가 나를 도발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루키가 말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MVP는 곧 슈퍼스타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했기에 댓글도 매우 빠르게 달렸다.
└오. 나 그 기사 읽었어. 팩트인지 아닌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후안 라미레즈의 자존심이 루키에게 개같이 긁혔다는 거지. LOL!!!
└인정. 고작 루키 인터뷰에 안절부절못하는 후안 라미레즈면 추천 눌러라.
└후안 라미레즈가 저 불같은 성격만 죽였어도 MVP 2개는 더 땄을 듯?
후안 라미레즈도 직접 댓글로 반박했다.
└아니! 그놈 원래 건방지다니까? 충분히 직접 저렇게 인터뷰했을 거다.
팬들은 댓글로 낄낄 때며 후안 라미레즈를 놀렸다.
└후안 라미레즈에게 건방짐이란?
└도루하면 일단 건방짐.
└건방지지 않으려면 후안 라미레즈 앞에서 도루만 안 하면 됨.
└도루를 해도 아웃당하면 또 안 건방짐.
후안 라미레즈는 평소라면 웃고 넘겼을 법한 팬들의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서둘러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 후안 라미레즈! 이렇게 직접 연락을 주다니 무슨 일이죠?
“베이커 기자. 오랜만입니다. 인터뷰 하나만 합시다.”
* * *
전용기에서 내려 버스에 오른 도진은 이번에도 호세의 옆에 앉았다.
호세는 핸드폰을 기웃거리다 이내 빵 터졌다.
“푸하하하하하!”
도진은 갑작스레 터진 호세에 궁금증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왜 웃어요? 뭐 재밌는 거 있어요?”
“어. 있지. 더럽게 재밌는 거.”
호세뿐만이 아니었다.
버스 내부는 머지않아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고.
도진은 왠지 저 웃음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호세가 핸드폰을 들이밀자 도진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인터뷰네?”
어디 보자.
헉!
도진은 기사 제목부터 숨이 턱 막혔다.
-후안 라미레즈. 에인절스의 루키 킴의 도발에 대응하다.
‘아니! 나 도발 안 했다고!’
도진은 죽은 동태 눈으로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이랬다.
-이제 갓 메이저리거가 된 애송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내게 덤비는 게 눈꼴십니다. 이번 3연전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실히 각인시켜주도록 하죠.
무엇보다 도진은 후안 라미레즈의 말을 직접 인용한 것 같은 기사의 마지막 줄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제가 그 루키한테 시리즈 내 한 번이라도 도루를 허용한다면 팬티만 입고 필리스 스타디움을 5바퀴 돌겠습니다. 그러니 루키. 넌 뭘 걸래?
기사를 접한 도진은 허탈함이 눈동자에 박혀 있었다.
걸긴 뭘 걸어?
‘애당초 도발 안 했다니까?’
호세는 울상이 된 도진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비웃었다.
“푸하하하하!”
“적당히 해요.”
“푸하하하하!”
“아 쫌!”
“푸하. 억.”
퍽.
도진은 팔꿈치로 호세의 옆구리를 쳤다.
너무 얄미워서 그랬지만, 당연히 타격이 아프지 않도록 힘 조절도 했다.
“어이쿠. 우리 이종 격투기 선수가 화났으니 적당히 해야겠군. 어쨌거나 잘 됐다고 생각한다. 그 기자분이 완벽하게 밥상을 차려놨네. 확실히 네게 호의적인 게 보여. 원래 친한 기자가 있어야 메이저리그 생활이 편한 법이지.”
“아니! 도대체 뭐가 잘됐냐니까요? 전 죽을 맛이에요! 진짜 진지해요!”
호세는 언제 비웃었냐는 듯 무표정으로 말했다.
“잘됐잖아? 올스타로 향하는 지름길이 생겼는데. 네가 올스타에 뽑히려는 이유가 뭐냐? 신인왕에 근접해지려고 아냐?”
도진은 두 눈을 끔뻑였다.
“네? 그렇긴 한데 그게 왜요?”
“상대는 MVP다. 그리고 이런 도발은 결국 팬들을 불러 모은다. 다른 구단의 팬들도 둘의 맞대결만큼은 응원하던 팀을 뒤로하고 채널을 돌릴 거란 말이지.”
“묘하게 일리 있는 말이네요.”
도진은 속으로 내뱉은 말을 정정했다.
‘호세의 말은 정답이야.’
어떤 스포츠든 빅매치는 이목을 끈다.
MVP와 루키의 격돌은 팬들에게는 큰 이벤트일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 도진은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해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나 같아도 찾아보겠다.’
호세는 힘내라며 도진의 어깨를 툭툭 쳤지만, 그 행동에는 정반대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럼 답장해줘야지?”
“뭐, 뭐라고요.”
“글쎄. 나는 잘 모르지.”
“아니. 애당초 후안 라미레즈는 올 시즌 도루 저지율이 50%가 넘는 미친 포수잖아요!”
정말 그랬다.
애당초 도루에 능한 선수들도 후안 라미레즈 앞에서는 뛸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호세는 귀를 후볐다.
“알 바냐?”
“하긴. 호세가 알 바는 아니죠.”
도진은 그래도 호세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망했다.’
버스가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로 향하는 도진의 발걸음엔 힘이 없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커졌지?’
도진은 호세의 말을 곱씹었다.
지름길이라고?
상대는 MVP잖아!
‘그리고 애당초 이건 내가 불리한 내기야.’
수준급의 포수는 주자가 뛴다는 것만 알면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런데 후안 라미레즈는 수준급을 넘어선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니 도루로 내가 이길 확률은 0%.’
더군다나 이런 도발은 처음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체에 힘이 풀린 도진은 결국 호텔 로비의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소심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저기.”
도진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휙 틀었다.
마르셀로가 쭈뼛대고 있었다.
‘음. 아직 팀에 녹아들지는 않았네.’
그는 본래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다.
그리고 자신감은 언제나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물론 도진도 마르셀로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해프닝에도 철판을 깔 수 있다면 그건 진심으로 반성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지.’
그래도 하루빨리 그가 본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에인절스에 날개가 달릴 테니 시간이 단축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나저나. 도진은 방긋 웃어 보였다.
“마르셀로. 왜요?”
“잠깐 옆에 앉아도 될까?”
“죄송해요. 앉으세요.”
3인용 소파 정중앙을 차지하던 도진은 우측으로 바짝 붙었다.
마르셀로는 좌측 빈자리에 사뿐히 앉더니 곧장 입을 열었다.
“일단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나 역시도 괜찮은 도발이라고 생각한다.”
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예 못 들은 거 아냐? 도발한 적 없다니까?’
마르셀로는 말을 덧붙였다.
“너는 이 페이스대로라면 올스타에 뽑힐 확률이 있어. 그리고 후안 라미레즈를 잡게 된다면 그 기회를 완벽히 거머쥘 수 있을 거다.”
“쉽지 않아요. 잘 알잖아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굳이 도루로 승부 볼 필요 없어. 내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뭔데요. 무조건 따를게요.”
마르셀로는 말을 흐렸지만, 도진은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마르셀로는 내셔널스에서 오래 뛰었다.
더군다나 필리스는 내셔널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였다.
밥 먹듯이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니 후안 라미레즈의 성격이나 약점 등.
‘머릿속에 가득하겠지.’
그러니 도진은 마르셀로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