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42화(242/400)
마르셀로가 후안 라미레즈 얘기에 운을 띠었다.
“일단 여타 메이저리거들은 자존심이 강한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후안 라미레즈는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아.”
도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팩트 체크도 없이 루키를 향해 이를 박박 갉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메이저리거라면 상대의 도발에 대응하는 게 예의야. 팬들을 위해서지.”
“어째서 팬들을 위해서죠?”
“지금 너는 에인절스의 얼굴이니까. 필리스 선수의 도발을 무시하면 넌 에인절스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거다.”
깨달음을 얻은 도진은 눈을 번뜩 떴다.
마르셀로의 말이 옳다.
스포츠도 어떻게 보면 엔터테인먼트고 선수들은 엔터테이너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줘야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거라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이야기. 그 속엔 도진도 포함되었다.
‘지금껏 얌전히 야구만 한 선수들보다는 이슈를 몰고 다니던 선수들이 인기가 훨씬 많아.’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었을 때의 이야기지만.
커리어가 남다르게 훌륭했지만 얌전했던 선수는 대표적으로 에인절스 출신 마이크 트라웃이 있다.
마이크 트라웃은 명실상부 최고의 타자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겸손이 겸비된 그의 에티튜드는 팬들에게는 다소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의 인기는 환상적인 실력에 비례하지 않았다.
‘요즘 팬들은 톡톡 튀는 걸 좋아해.’
도진은 통통 튀는 성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억지로 텐션을 올리면서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이건 달라.’
엄연히 야구로 도발했고 야구로 도발 당했으며 야구로 승부 보는 것이다.
여기서 물러나면 겁쟁이며 소수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다.
“일단 후안 라미레즈는 여태껏 쭉 이런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어. 강한 상대를 잡고 자신의 입지를 늘려나갔지. 이제는 MVP까지 따낸 그가 요즘 주가를 올리는 너를 먹잇감으로 포착한 거겠지.”
“그래서 전 어떻게 해야 하죠?”
“도루는 내가 봐도 승산이 없어. 그러니 타석에서 승부를 보든, 투타 맞대결에서 승부를 보는 방법이 있지. 넌 루키야. 후안 라미레즈는 네가 제안하는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걸 이용해라.”
“조언 감사합니다. 사실 도발을 그냥 무시하려고 했거든요.”
진짜 그냥 무시하려고 그랬다.
애당초 도발하려는 의도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마르셀로 덕분에 도발에 응답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겼어.’
이 승부는 자신이 불리하다.
질 확률도 높다.
그래도 절대 물러설 수는 없다.
‘팬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패기 넘치는 루키를 보고 싶어 할 테니까.’
도진은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 SNS에 접속했다.
그리고 글 하나를 남겼다.
-이번 필리스전 최소 3안타 이상 칠 겁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MVP 후안 라미레즈와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기필코 잡겠습니다.
도진이 남긴 글에 좋아요는 고작 1시간도 안 돼서 수만 개의 좋아요가 붙었고.
팬들은 이 글을 널리 널리 퍼 나르기 시작했다.
* * *
경기가 시작되기 5시간 전.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은 도진은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
막상 시합을 앞두자 걱정이 전신을 덮쳐와서 그랬다.
‘하아. 결국 그날이 와버렸네.’
호세가 맞은 편에 앉았다.
“도발 좋았다.”
도진은 심호흡을 깊게 뿜어냈다.
“네. 뭐.”
“뭘 알고 그렇게 대처한 거냐?”
“뭐가요.”
“도루로 승부 보기보다 타석과 마운드에서 승부 보자고 했던 거 말이야.”
“이게 왜요?”
호세는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몰랐나 보네. 네가 그렇게 남긴 이상 타 팀 팬들까지 에인절스와 필리스전을 눈여겨볼 거다.”
“어째서죠?”
“넌 투타 겸업이잖아. 둘의 맞대결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어떻게 알아? 3연전 내내 불을 켜고 지켜보겠지.”
도진은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목을 축이고자 컵에 담긴 물을 들이켰다.
“거기까진 생각 못 했어요.”
“굳이 SNS에서 그렇게 글을 쓰지 않았더라도 이미 서로를 도발한 이상 평소보다 많은 시청자가 보긴 할 텐데. 네가 쐐기를 박았으니 더 관심을 두겠지. 그러니 지면 어떻게 될까?”
“놀림 받겠네요.”
호세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풋. 너 뭐 되냐?”
도진의 눈동자에 당황이 묻어 나왔다.
“네?”
“아니. 루키가 MVP한테 졌다고 놀림을 받는다고?”
“잘못 말했어요. 저 심신미약이에요.”
정말로 지금도 무슨 말을 내뱉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된 거 이겨야 하지 않겠어? 너도 걸린 게 많잖아? 잃을 건 적지만.”
“쉽지 않잖아요. 후안 라미레즈는 현존 최고의 포수예요. 타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와 리드까지 겸비한 미친 포수라고요.”
마치 수비형 포수 호세와 공격형 포수 아돌니스의 장점만 합쳐 놓았다는 말은 굳이 내뱉지 않았다.
“여튼 내가 널 도울 수 있는 건 마운드에서뿐이다. 마이크의 자료를 토대로 이길 방법이나 궁리해볼게.”
“감사해요.”
도진은 감사를 전달했지만, 그가 내뱉는 어투는 전혀 감사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만큼 MVP와의 맞대결은 압박감에 전신을 옥죄어왔다.
“밥이나 먹어 임마.”
도진은 반쯤 강제로 포크를 집었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놓인 음식에 영 손이 가지 않았다.
이 기분에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긴다면 체할 것 같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때 마르셀로가 테이블 주변을 쭈뼛대며 서성이고 있었다.
호세는 마르셀로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함을 질렀다.
“아오! 정신 사나워! 와서 앉을 거면 앉던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뭐 하는 거야?”
도진은 느닷없는 호세의 고함에 우측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르셀로가 접시와 음료를 들고 멍하니 서 있자 그에게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와서 앉으세요.”
마르셀로는 침을 꼴딱 삼키더니 호세의 눈치를 살피며 도진의 옆에 앉았다.
“이 부분을 꼭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도진은 눈동자에 희망을 담았다.
호세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뭔데요?”
“뭔데?”
마르셀로는 음료를 한잔 들이키더니 조곤조곤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왕 도발한 거. 타석에서 들어서자마자 다시 한번 도발을 해버려.”
도진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 아니 여기서 도발을 더 하라고요?”
하지만 호세는 흥미롭다며 턱을 매만졌다.
“오. 확실히 일리 있는 조언이네.”
“도대체 뭐가 일리 있어요!”
마르셀로는 근거를 덧붙였다.
“후안 라미레즈는 욱하는 성격이 약점으로 꼽혀. 그가 평정심을 찾고 경기를 하는 날에는 무결점 그 자체지만, 흥분하면 그 위력은 반감돼. 그걸 역이용하면 결과가 좋을 거다.”
호세도 거들었다.
“너도 알겠지만, 마르셀로는 내셔널스 출신이다. 후안 라미레즈와 밥 먹듯이 만나봤겠지.”
“그럼 볼일 끝났으니 전 따로 밥을 먹으러 가겠습니다.”
마르셀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아직 팀원들과 어색했던 모양. 도진도 굳이 그를 잡지 않았다.
‘밥은 편히 먹는 게 낫지. 하긴. 지금 누가 누굴 신경 쓰냐.’
기사나 SNS가 아니라 대놓고 도발하라고?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덮쳐와 몸이 파르르 떨렸다.
후안 라미레즈가 열폭할 거 생각하니 재미보다는 무서웠다.
호세는 고기 한 덩이를 오물오물 씹더니 이내 말을 덧붙였다.
“마르셀로 말마따나 후안 라미레즈를 도발하는 게 네게 승산 있을 거다. 그놈은 자신보다 아래인 선수에게 투수의 컨디션이 어떻든 정면으로 승부하려고 들거든.”
“정면 승부라고 쉽게 볼 수만은 없어요. 이번 3연전 선발 투수가 필리스의 1선발부터 시작이니까요.”
호세는 입맛을 다셨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따위 마음가짐으로는 벌써 진 것 같다.”
도진도 쩝. 입맛을 다셨다.
안다. 타석에 자신감이 빠진 채 임해봤자 그 승부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도 상대가 상대잖아?’
MVP 포수를 달고 있는 필리스의 1선발.
‘여기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게 더 이상하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하룻강아지와 범의 대결이다.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여기서 자신감이라면 자만심이었다.
‘뭐라도 이루고 나서 자신감을 가져야지. 아직 첫 풀 타임 시즌이니까.’
한편, 호세는 가득 쌓인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 나갔다.
자신감이 축 늘어진 도진의 모습에도 걱정은 없었다.
‘겁이 나는 건 이해가 돼.’
솔직히 이미 이름을 날린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필리스의 MVP와 1선발 조합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도진이 누구던가?
상대가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죽을 때까지 물어뜯는 독종이다.
‘더군다나 걸려 있는 게 많잖아?’
그럴 때마다 도진은 꼭 200%의 힘을 발휘하고는 했다.
* * *
[에인절스와 필리스! 필리스와의 에인절스가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잖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뉴스, 야구 커뮤니티, 유튭, SNS 등. 대부분 두 선수의 맞대결 얘기뿐이었죠. 저 역시도 둘의 대결이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에 앞서 에인절스는 상승세를 타고 있죠. 이번 경기도 좋은 기세를 이어 나가 필리스를 잡고 레인저스와의 경기 수를 줄이고 싶을 겁니다.] [필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츠가 두 경기로 바짝 뒤를 따라붙었거든요? 다시 격차를 벌리고 싶을 겁니다. 그렇기에 이슈가 된 두 선수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법이죠.]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그 이슈의 주인공들이 팀을 이끄는 선수니까요. 후안 라미레즈는 설명이 필요 없죠. 필리스의 4번 타자이자, MVP 포수죠. 반대로 킴은 루키 오브 더 이어를 노리는 진짜 루키이며, 에인절스의 선봉장으로서 팀의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럼 이제 두 선수의 맞대결에 더 심도 있게 이야기를 해보죠. 누가 유리합니까?] [솔직히 너무나도 당연한 말 아닙니까? 야구가 아무리 변수가 많은 스포츠지만 후안 라미레즈죠.] [킴이 도루로 승부 보지 않겠다고 한 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도루로 승부했다면 킴은 필패했을 겁니다. 물론 여전히 바뀐 내기가 쉽지는 않죠. 3안타. 경기당 1안타 이상은 쳐야 하니까요.] [투타 맞대결도 마찬가지겠죠? 상대는 올 시즌도 MVP를 노리는 후안 라미레즈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상대는 루키. 잃을 게 없으니까요. 대신 혹시나 예상을 깨고 킴이 이긴다면? 얻어갈 것이 상당하리라 보입니다.] [이 부분을 두 팀의 관전 포인트로 삼는 것도 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되겠군요.]때마침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1회 초 1번 타자 도진은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타석으로 들어섰다.
도진은 굳은 몸을 풀고자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껌을 씹었던 그 순간부터 매 경기에서 껌을 씹게 되었지만.
언제나 한 개씩만 씹어대던 때와 달리 오늘 그의 입 모양은 다소 요란하게 움직였다.
2개도 아닌 3개를 씹었기에 자칫 잘못했다가 침까지 질질 흘릴 위험도 보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타석 앞에 도달한 도진은 푸념을 삼켰다.
호세가 껌 세 개를 동시에 씹어야지만, 상대의 기를 조금이라도 누를 수 있다고 해서 따르기는 했지만.
‘영 불편하기만 한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타석 앞에 서게 된 도진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후안 라미레즈의 광기 넘치는 미소는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았다.
“큭큭. Hey Kitty. 감히 나를 도발해? 더는 까불지 못하도록 길 잃은 고양이에게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
타석에 서자마자 들려오는 라미레즈의 도발에 도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거침없긴 하네.’
호세도 마르셀로도 먼저 도발하라고 했다.
하지만 후안 라미레즈가 선수를 쳤던 바람에 계획은 물 건너갔다.
‘뭐. 애당초 그럴 생각도 없었어.’
루키가 MVP한테 바락바락 대드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꼴사납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좀 쌓았다면 모를까. 난 지금 그저 일개 선수야.’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먼저 도발이 들려온 이상 굳이 가만히 있을 필요는 없었다.
도진은 껌을 더욱 요란하게 질겅질겅 씹어대더니 이내 귀를 후볐다.
“어디서 개가 짖나?”
그러고는 후안 라미레즈를 힐끗 쳐다봤다.
“아! 집 지키는 강아지가 여기 있었네?”
도진의 반박에 후안 라미레즈의 눈동자에 분노가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