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44화(244/400)
[1승 1패로 시리즈 동률을 이루는 가운데 마지막 경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필리스는 잭슨 카이로가 오늘 선발로 나섭니다. 이 선수. 이번 시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원래 제구가 좋지 못한 평범한 파이어볼러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그 약점이었던 제구가 완전히 잡혔어요.] [야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렇죠. 한 시즌 번쩍이고 끝날 것이냐. 아니면 이 기회를 빌미로 더 훌륭한 투수가 될 것이냐. 잭슨에게도 정말 중요한 시즌일 것입니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도 이야기해보죠. 2전 1승 1패로 동률이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결과는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킴. 그가 필리스에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으니까요. 야구를 잘 아는 팬들이라면 눈치를 좀 챘을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각종 커뮤니티나 매체들도 견제가 심하다는 말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후안 라미레즈를 나무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MVP가 루키에게 최선을 다해준다? 간접적으로 포스트시즌 경험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에인절스와 필리스의 맞대결이니, 월드시리즈겠군요.]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킴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잖아요?] [잭슨 카이로를 상대하니 쉽지 않겠지만, 맞습니다. 오늘 3안타를 쳐낸다면 킴이 승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연. 후안 라미레즈가 떠오르는 루키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어린 루키가 반격할 수 있을지. 이제 알아볼 수 있겠습니다!]도진은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타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기 전.
부웅. 부웅.
허공에 두 번 스윙했다.
그 즉시 후안 라미레즈의 시선이 느껴졌다.
“애쓴다.”
도진은 그의 도발에도 피식 웃었다.
“원래 루키는 애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빠드득.
후안 라미레즈가 이를 갈았다.
“이 건방진 자식.”
“친절하게 대답해드렸는데, 마음에 안 드셨어요?”
빠드드득.
이전보다 요란한 소리가 고막을 관통했지만, 도진은 치솟은 미소를 애써 숨기지 않고 실실댔다.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네 패배다.”
“글쎄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죠.”
후안 라미레즈는 울분을 삼켰다.
도진에게 향했던 시선도 서둘러 거뒀다.
‘괜히 말려들지 말자.’
3안타라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오늘 잭슨의 컨디션도 좋아.’
그러니 언제까지 여유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당장 이번 타석부터 격차를 느끼게 해주겠다.
평정심을 완벽히 되찾은 후안 라미레즈는 투수에게 사인을 전달했다.
* * *
타격 자세를 잡은 도진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잭슨 카이로. 올 시즌 터져버린 투수지.’
평균 구속 98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사이 영을 탈 수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 투수에게도 약점은 있지.’
그리고 그 약점은 다름 아닌 MVP 출신 포수였다.
자신을 눌러버리겠다며 아득바득 이를 갈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 감정만 아니었다면 내가 승리할 확률은 없었을 거다.’
그리고 오늘도 후안 라미레즈는 분명히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로 자신의 기를 누를 것이다.
도진은 머릿속에 담아둔 데이터를 서둘러 읊었다.
후안 라미레즈는 비교적 쉬운 상대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후안 라미레즈에게 쉬운 상대였다.
잭슨 카이로는 훌륭한 투수가 맞지만, 고개를 절대 젓지 않는 걸로 보아 리드는 전부 후안 라미레즈에게 맡긴 듯했다.
‘후안 라미레즈는 두 경기 전부 첫 타석에 초구 스트라이크를 요구했어. 그리고 투수의 피안타율이 제일 낮은 구종으로 말이지.’
올 시즌 잭슨 카이로가 가진 구종 중 패스트볼이 으뜸.
‘빠른데 제구까지 되니 그럴 수밖에.’
대신 몸쪽 제구는 비교적 약했고, 바깥쪽은 완벽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파이어볼러 특성상 공을 낮게 제구하기 힘드니 초구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바깥쪽 높은 코스일 확률 100%.’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도진은 순간 말아쥔 배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투수가 발을 내디디며 공을 던졌다.
그 즉시 섬광처럼 번쩍이는 도진의 스윙이 나왔다.
스윙 궤적은 다소 높았지만, 투수가 던진 코스는 도진의 배트를 만나겠다며 날아왔다.
도진의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스윙은 바깥쪽을 향해 날아드는 투구를 결대로 밀어 쳤다.
따—악!
“끅!”
후안 라미레즈는 강제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음에도 흘러나오는 신음을 막지 못했다.
맞는 순간 저 타구는 담장을 넘기리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힘들이지 않고 결대로 밀어 친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겨 버렸다.
도진은 타격 후 1루로 출발하기 전 헬멧을 푹 눌러썼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나지막이 읊조렸다.
“끅이요? 많이 놀라셨네.”
도진은 투수의 따끈따끈한 초구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 * *
도진의 홈런으로 반격이 예고됐지만, 필리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직 1안타일 뿐이었기에 후안 라미레즈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유를 바탕으로 에인절스의 타자들을 요리해 나갔고.
그 결과. 도진의 홈런을 제외,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에인절스 고군분투했다.
2이닝 동안 2명씩 출루시켰지만, 실점을 내주지는 않았다.
실투가 나오면 야수들이 틀어 막아주고 있었고, 투수도 온 힘을 다해 타자를 잡았다.
“얘들아! 반격이다!”
호세는 더그아웃에서 도진의 타순이 돌아오자 곧바로 선수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3회 초 스코어는 1:0.
도진은 2아웃에 다시 타석에 서게 됐다.
그리고 여유 넘치는 도진의 표정을 본 후안 라미레즈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젠장. 뭐지?’
홈런 하나 쳤다고 이렇게 기가 산다고?
고작 루키가 잭슨 카이로와 자신을 상대로 3안타를 기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첫 스윙은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결대로 받아쳤어.’
투수의 힘을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담장을 넘겼으니 저 공을 확신했다는 것이다.
‘읽혔나? 수 싸움에서 완전히 졌군.’
후안 라미레즈도 인정했다.
이 루키. 역시 범상치 않다.
두 경기를 내리 잡았기에 무조건 승리한다고 확신했지만, 도진의 첫 타석 결과 때문에 슬슬 부담으로 다가왔다.
후안 라미레즈는 쭈그린 무릎을 곱게 폈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왼쪽 팔의 어깨와 팔꿈치 그리고 손등을 차례대로 쳤다.
패턴을 바꾸자는 사인이었으며, 사인 자체도 아예 바꿔버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투수와 포수는 사인이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인 훔치기를 대비해 여러 개의 사인을 보유하고 있다.
‘2루에 주자가 나간 건 아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일반적인 경기에서 타자는 기껏해야 네 번 정도 타석에 들어선다.
난타전이 나올 때는 다섯 번 이상 기회가 오긴 하지만, 올 시즌 잭슨 카이로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런 난타전이 나올 리는 없다.
경기의 흐름도, 숱한 경험도 후안 라미레즈에게 확신으로 다가왔다.
‘오늘 양 팀은 기껏해야 3점 정도 내면 잘한 거다.’
어쨌거나 도진에게 아직 세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으며, 이번 타석에서의 결과로 이긴다는 확신은 의심으로 바뀔 수도 있다.
도진은 투수에게 사인을 건넨 후안 라미레즈가 쪼그려 앉자 미소를 급히 감췄다.
‘예상대로야.’
포수는 신중해야 한다.
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포수는 태풍이 풀어도 굳건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패턴을 완전히 틀어버린 건 실수다.’
투수는 오늘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내가 홈런을 친 건 맞지만, 다른 타자들은 출루시키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패턴을 바꾼다고?
포수는 투수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도진의 입꼬리는 계속해서 솟아오르고자 꿈틀대고 있었다.
그것을 도진이 강제로 힘을 주어 막아내었다.
‘확실히 사람들 말이 맞네.’
후안 라미레즈가 욱하는 성격만 버렸다면 정말로 MVP 몇 개를 더 따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약점이 너무 치명적이다.
이렇게 루키 하나 잡겠다고 경기의 흐름은 읽지를 않는다니.
‘부끄럽긴 하네. 타이틀 하나 없는 선수가 MVP를 평가하고 앉아있다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오늘 승부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스며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도진은 눈을 번뜩 뜨며 잡생각을 지워버렸다.
‘초구는 변화구다.’
어떤 변화구인지는 모르지만, 변화구일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변화구라고 확정 지을 수 있는 지금. 노림수보다는 보고 휘두를 수 있다.
도진은 배트를 말아쥐었다.
초구.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다.
패스트볼과 똑 닮은 공이 날아오고 있었다.
‘체인지업이다.’
도진은 반 박자 늦게 스윙했다.
미트로 향하던 투구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미동조차 없었기에.
실투. 체인지업이 한복판으로 몰렸다는 것.
따—악!
투수와 야수들은 한복판으로 몰린 체인지업이 통타당하자 그 즉시 고개를 떨궜다.
“2개째.”
도진은 나지막한 말을 남기고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 * *
홈 관중들은 도진의 홈런에 불안감이 전신을 덮쳐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홈에서의 루징 시리즈가 보이기 시작해서 그랬고.
MVP가 루키에게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도 그랬다.
그리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러다 3안타 내주는 거 아냐?’
‘후안 라미레즈가 고작 루키에게 진다고?’
필리스 선수들도 팬들과 같은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 경기에서 도진을 꽁꽁 묶었다.
후안 라미레즈와 필리스는 도진과 에인절스를 완벽히 잡아내고 좋았던 분위기를 유지할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더군다나 잭슨 카이라고 선발로 나섰으니 필승을 확신했지만.
벌써 두 번의 타석에서 2개의 홈런을 내주며 반대로 자신들이 쫓기고 있었다.
한편, 실시간으로 중계를 지켜보던 팬들은 난리가 났다.
에인절스는 필리스에 비하면 언더독이다.
필리스야 강한 전력으로 언제나 포스트 시즌 이상을 바라보는 팀이지만, 에인절스는 포스트 시즌은 꿈도 꾸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홈 팬들이 아니라면, 사람이라면 대부분 언더독을 응원하는 심리가 있다.
무엇보다 두 번의 경기에서 처참하게 당한 도진이 무릎을 꿇는 대신.
후안 라미레즈를 이기려고 들었다.
-벌써 홈런 2개째.
-이러다가 하나 더 치는 거 아니냐?
-둘 다 초구 홈런임. 이건 킴이 후안 라미레즈를 완전히 읽고 있다는 거야.
-이러다 진짜 루키가 MVP 잡는 거냐고!
@AngelsGo.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킴은 아직 보여줄 게 남아 있을 것이다.
@California B. Magazine.
이번만큼은 후안 라미레즈가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다. 아직 3개의 안타를 친 건 아니지만 벌써 2개의 홈런을 내줬으니까.
도진이 힘을 내며 후안 라미레즈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소식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야구팬들은 두 선수의 승부가 어떤 엔딩을 맞이할지.
놓치고 싶지 않다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6회 초. 스코어는 2:1.
귀추가 주목되는 도진은 선두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