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47화(247/400)
경기는 에인절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홈 팬들은 실망감을 표출하기보다 자리에서 전부 일어나 기립박수를 건넸다.
이 박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존경의 의미, 그 대상은 도진이었다.
한 시즌도 제대로 치르지 않은 따끈따끈한 루키가 MVP를 상대로 이겼으니 말이다.
더욱이 경기 내용만큼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미디어도 전부 떠들썩했다.
그중 한국 커뮤니티가 유독 화끈했다.
-미쳤다. 진짜 미쳤어. 한국인이 후안 라미레즈를 이겼다니. 이거 맞냐?
└맞는데. 현실적으로 말하면 그저 위닝시리즈 가져간 것뿐.
└억까 지리네. 배 아프냐? 필리스 홈팬들도 기립박수 보냈는데 그저 위닝시리즈 이러고 있네.
└배 아플 만하지. 19세 메이저리거가 MVP를 이기고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가져갔는데 나도 기분이 좋으면서 배가 아픔.
└난 저 나이 때 뭐 했지?
└방구석에서 배나 벅벅 긁고 있었겠지.
└정말 오랜만에 한국인 월클 나온 거냐고!
└월클은 무슨. 여전히 증명할 거투성이구만. 투타대결에서 한번 이겼다고 좋아하긴.
└억까들 많네? 18세에 메이저리그를 밟았는데 월클이지 그럼 뭐가 월클이냐? 미국인도 요즘 18세에 메이저리그 못 밟아.
한편, 도진을 옹호하는 커뮤니티는 온통 그에 대한 찬양뿐이었다.
-메이저리그 올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 영상 첨부함.
도진의 예고 도루 후 2루에서 세이프가 되는 동영상이 재생됐다.
└송구가 워낙 좋아서 처음엔 무조건 아웃인 줄 알았는데. 느린 화면으로 보니까 완벽한 세이프였더라.
└심봉사가 봤어도 세이프였지.
└미친. ㅋㅋㅋ.
└리드가 좀 크긴 했어도 대단하네. 도대체 얼마나 빠른 거냐?
└발만 빠르다고 주루가 뛰어난 건 아님. 단거리 육상 선수가 온다 한들, 주루 스킬이 없으면 메이저리거 탑 클래스 포수 상대로 도루하는 건 힘들어.
└인정. 김도진 반응속도 정신 나갈 것 같아. 투수가 발이 지면에서 1mm 떨어지자마자 뛰던데.
└야구에서 선수 한 명이 팀을 바꿀 수 없다? 다 개소리임. 에인절스는 김도진이 먹여 살리는 중.
└인성도 스타성도 탑이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
당연히 한국보다 땅덩이에서도, 인구에서도 우위를 가져가는 미국 현지 역시 두 선수의 대결 결과는 관심을 끌었다.
마이크는 성급히 예고 도루 영상을 고퀄리티로 만들어서 커뮤니티와 SNS에 뿌렸다.
그리고 그 영상 밑에 큼지막한 글씨로 이렇게 남겼다.
-Vote 3rd basement Kim for All-Star.
완벽한 영상과 도진을 올스타에 투표해달라는 내용에 몇몇 팬들은 홀린 듯이 도진에게 표를 던졌다.
* * *
더그아웃을 벗어나고자 짐을 챙기던 도진에게 호세가 다가왔다.
퍼억.
등짝을 강하게 후려친 호세는 흐흐! 웃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도진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나도다. 마지막 체인지업이 날아올 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지더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 저 공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쩌지? 배트에 걸리면 어쩌지?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저도요.”
호세는 눈초리를 가늘게 찢었다.
“지랄하네. 던지자마자 주먹 불끈 쥔 놈이.”
“슬로우 모션이 어쩌고. 별의별 생각이 저쩌고. 그 짧은 시간에 용케도 다 봤네요.”
“느린 화면이라서 보인 거야 임마.”
어휴. 할 말 없다.
오늘 같은 날은 말싸움에서 좀 져줘도 되는 거 아닌가?
도진은 언어의 마술사를 이길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금세 오늘 경기를 머릿속에서 빠르게 재생시키고 눈을 번뜩 떴다.
‘아. 맞다.’
도진은 에인절스 선수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모두 감사합니다.”
앞서 벤치클리어링 때 자신을 위해 나와준 팀을 위해 감사의 인사를 전달했던 것이었다.
“제대로 나서지 못해서 미안했다.”
벨 조이스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운을 뗐다.
아돌니스도 재빨리 거들었다.
“나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니에요. 괜히 큰 싸움으로 번졌다가 출장 정지라도 당하면 그게 더 손해죠.”
도진은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고는 마르셀로 앞으로 다가가서 고개를 푹 숙였다.
“마르셀로. 오늘 고마웠어요. 덕분에 후안 라미레즈의 코를 조금이나마 납작하게 눌러줄 수 있었어요.”
마르셀로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나, 난 아무것도 안 했어.”
호세가 낄낄대며 웃었다.
“이 애송이 말처럼 네가 나서줘서 다행이다. 저 잘난 척 심한 벨 놈이나 아돌니스보다 훨씬 나았어.”
벨과 아돌니스는 뒤통수를 멋쩍게 긁었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마르셀로만 필리스를 상대로 정면으로 나섰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마르셀로를 향한 에인절스 선수들의 앙금도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도진도 전신을 덮쳐오는 따스한 분위기에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찾아온 한 선수가 있었으니.
“거기 루키. 잠깐 얘기 좀 할까?”
도진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후안 라미레즈. 그가 자신을 또렷하게 쳐다보자 순간 당황했다.
‘무서운데?’
호세는 갈팡질팡하는 도진의 등짝을 다시 한번 짝 후려쳤다.
“갔다 와.”
“가요?”
저 버리는 건가요?
라는 말을 내뱉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기에 터덜터덜 후안 라미레즈 앞에 섰다.
그간 했던 도발 때문에 부끄러웠으니 말이다.
도진은 후안 라미레즈와 함께 홈 플레이트 부근으로 이동했고, 그는 곧장 손을 내밀었다.
“고생 많았다. 재밌었다.”
도진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네가 직접 날 도발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
“네?”
“캐서린 기자란 분이 나에게 DM을 보냈었더군. 그것도 기사를 내보내고 나서 1시간 후였는데, 내가 바로 확인하지 못한 것뿐이다. 어차피 일이 커질 대로 커져서 되돌릴 순 없었지만.”
후안 라미레즈는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나를 도발했어도 딱히 상관은 없다. 메이저리그가 원래 그런 곳이니까. 우리는 경기 외적으로도 이슈를 많이 만들어야 팬들이 더 환호하고 즐거워하잖아?”
도진은 프로의식이 투철한 후안 라미레즈의 말을 감명 깊게 새겨들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우리야 리그 경기 도중 만났지만, 가끔 이런 이벤트들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골이 깊어질 수도 있어. 포스트 시즌이나 챔피언십 시리즈 혹은 월드 시리즈에서는 전부 승리만 생각하거든. 차후에 네가 다른 선수와 좋지 않게 엮여도 신경을 쓰지 마라. 그 또한 선수의 숙명이니까.”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보기 힘들겠네.”
도진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스와는 작년 홈에서 그리고 올해 원정경기에서 만났다.
그러니 다시 인터리그에서 만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나저나 마지막 대결 볼 배합 누가 하자고 한 거냐?”
“네?”
도진은 마치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후안 라미레즈의 표정은 단단하게 굳은 시멘트만큼이나 굳건했다.
“다 알고 있으니까 모른 척하지 마라. 우리 3연전 첫 번째 경기 첫 타석에서 볼 배합을 똑같이 따라 한 거잖아. 그거 내가 자주 써먹는 방법이라서 모를 리가 없어.”
도진은 피식 웃었다.
그러곤 1차전을 무안타, 빈손으로 호텔로 돌아가서 호세와 나눈 얘기를 들려주었다.
-호세. 저 만약 후안 라미레즈와 붙게 되면 오늘 첫 타석 볼 배합 그대로 가주세요.
-미친놈인가?
-그렇게 해주세요.
-상대는 MVP야. 걸리면 *되는 거야. 에휴. 알았다.
후안 라미레즈는 도진의 얘기를 듣고 진절머리가 난다며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내 미소에 진심을 담았다.
“그래. 그 정도는 배짱은 있어야 메이저리거지. 그러고 보니 조만간 보겠군. 그리고 약속은 지키겠다.”
후안 라미레즈가 말한 조만간은 다름 아닌 올스타전.
그리고 약속은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를 돌겠다는 것.
차후 후안 라미레즈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를 조롱하는 댓글들에도 너그럽게 웃고 넘겼다.
* * *
LA로 돌아온 조 캐넌은 즉시 단장의 부름을 받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단장 페리가 조 캐넌을 환하게 맞이했다.
조 캐넌도 미소로 화답 후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저는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정말 감독님 말처럼 될지는 몰랐거든요.”
팀 분위기를 뜻하는 것이었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을 때 어린 루키 도진을 위해 발 벗고 나서준 선수들을 감명 깊었다.
조 캐넌은 무뚝뚝하게 답했다.
“원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면 선수는 벤치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죠.”
“불문율을 어기지 않겠다고 어쩔 수 없이 나간 것과 분개하면서 벤치클리어링에 임한 것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도 하죠.”
에인절스는. 잘 나가지 못하는 팀은 원래도 개인 성향이 강한 법이다.
소속감보다 개인의 몸값을 올리려고 안달 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건 큰 변화가 맞다.
조 캐넌도 인정이란 감정을 미소에 담았다.
“제가 잘한 건 없습니다. 엄연히 킴이 그 중심에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지요.”
만약 빈볼을 당한 선수가 도진이 아니라 마르셀로였다면?
뛰쳐나가기는 했겠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에인절스 선수들은 도진에게 신뢰가 있었지만, 마르셀로에게는 없었으니 말이다.
혹은 아돌니스가 빈볼을 당했어도 이렇게까지 분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진은 데뷔 시즌부터 팀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선수들도 어린 선수가 팀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알고 있다.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 페이스가 좋은 에인절스의 기세가 유지되려면 도진이 중심이 되어줘야만 한다.
“에인절스가 원팀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만약 감독님 말을 무시하고 곧장 트레이드를 감행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지요.”
페리는 손해를 감수하고 미카와 카메론을 트레이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조 캐넌 감독은 극구 만류했다.
에티튜드가 좋지 못하다고 팀에 헌신했던 선수를 내치면 출혈이 따른다.
기존 선수들과 앞으로 에인절스에 올 선수들은 쉽게 선수를 내치는 구단이라며 멀리하게 될 테니까.
“결국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는 감독님의 선택이 옳았습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이제 에인절스는 원팀인가? 그건 아니다.
하지만 바뀌고 있고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팀 분위기가 좋아져서 얻은 것이 어디 한둘이던가?
선수들의 폼이 올라오고 있었으며 곤두박질쳤던 몸값들도 회복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그 어린 선수 덕분이라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조 캐넌 감독은 페리의 말에 동의한다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킴은 특별합니다. 그가 있었기에 제가 단장님을 만류할 수 있었던 겁니다.”
조 캐넌은 도진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탐탁지 않았던 감정이지만, 그의 에티튜드와 팀을 생각하는 자세로 성급히 생각을 돌렸다는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잠깐 부끄러워졌다.
“아시다시피 저 역시도 사람이며 단장님은 제 성격을 잘 아시겠죠.”
“조 캐넌 감독님은 원래 자비 없기로 유명한 분이시죠.”
선수가 분위기를 흐린다면 슈퍼스타라도 한들 곧바로 벤치에 앉혔다.
그렇게 해서 우승도 여러 번 거머쥐었다.
하지만 에인절스에서는 아니다. 이들은 엄연히 약팀이었다.
리빌딩 중이나 다름없는 팀을 일단 하나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며.
실력 있는 선수 한 명이 소중한데 에티튜드가 좋지 못하다고 당장 내친다면 성적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물론 조 캐넌도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도진에게서 느낀 바가 없었다면 올 시즌 탱킹으로 전환하고 선수들을 전부 내치며 미래를 바라봤을 것이다.
“킴은 선수들과 공존하려고 노력합니다. 애당초 저희와 사고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무슨 뜻이죠?”
“메이저리거들뿐만이 아니라 저희도 자존심에 죽고 살죠. 하지만 킴은…… 계산적입니다.”
페리도 인정한다며 끄덕였다.
“직접 해를 끼친 마르셀로까지 수용했고 결과를 이뤘으니까요. 만약 마르셀로를 트레이드했다면 에인절스의 타선은 지금보다 훨씬 약했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르셀로도 폼을 되찾고 있어 남은 시즌 동안 큰 힘이 되어줍니다.”
여기서 자존심을 버렸다는 건 별개의 의미다.
도진이 자존심이 없냐? 그건 아니다.
후안 라미레즈와의 대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
대신 그 자존심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팀을 위한 것이기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 입에서는 자존심을 버렸다는 말이 나온 것.
“저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닝 멘탈리티라고 봅니다. 숱한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부분이죠.”
도진은 앞으로도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것을 버릴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없었다면 에인절스는 순위 경쟁은 고사하고 꼴찌에 처박혀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1위 레인저스를 바짝 쫓고 있으니까요.”
페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진중하게 물었다.
“혹시 지금 에인절스 선수들로 포스트 시즌 가능성이 보입니까?”
조 캐넌은 즉각 고개를 저었다.
“확답은 힘듭니다. 작년도 그랬지만, 후반기에 힘이 쭉 빠지거든요. 하지만 확실한 건 작년과 올해는 다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안정된 지금이야말로 킴을 필두로 팀을 재편성하기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페리는 조 캐넌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올스타전이 끝나면 즉각 움직여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