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249화(249/400)
에인절스는 올스타 브레이크 마지막 경기를 치르며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당장 7월 13일인 내일부터 올스타 브레이크였다.
올스타 브레이크는 총 5일로 진행된다.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선수는 저 기간에 휴식이 주어지지만, 행사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상당히 바빴다.
경기 후 샤워를 끝마친 호세는 우왕좌왕하는 도진의 옷깃을 잡았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사주시나요?”
“쯧쯧. 올스타가 은퇴 앞둔 선수한테 밥이나 얻어먹다니. 잘 보이려면 어쩔 수 없지. 뭐 먹을래?”
“글쎄요. 호세가 먹고 싶은 거요.”
“쯧. 난 기름진 거 먹을 거다. 너는 당장 내일부터 행사에 참여하지만 난 5일 쉬거든.”
“전 기름진 음식 안 되는데요?”
호세가 눈에 불을 켰다.
“그러니까 네가 고르라고!”
“호세 먹고 싶은 거 먹죠. 그곳에 제가 먹을 것도 있겠죠.”
“시간이 늦어서 선택지가 적네. 고기나 먹으러 가자.”
둘을 차를 타고 근처 스테이크집에 도착했다.
주문을 끝낸 호세는 가방에서 잡지 하나를 꺼내 도진에게 넘겼다.
“올스타전 명단이다.”
“저도 누가 오는지 대충은 알고 있어요.”
“대충 알아서 어쩌게? 또 후안 라미레즈 꼴 나고 싶어?”
쩝. 도진은 입맛을 다셨다.
‘틀린 말은 아니네.’
도진은 호세가 접어둔 책자를 펼치자 선수들 명단이 나왔다.
먼저 아메리칸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었다.
C. 셰인 브레이드. 애슬레틱스.
1B. 맥스린 펜드럼. 레이스.
2B. 코반 터커. 애스트로스.
3B. 도진 킴. 에인절스.
SS. 놀란 카브레라. 양키스.
OF. 제스퍼 길로인. 레드삭스.
OF. 케건 아슬로. 매리너스.
OF. 브렌튼 콜리. 타이거즈.
DH. 브룩스턴 파이어웰. 로열스.
P. 조이 히메네즈 레인저스.
이내 다음 장을 넘기자 내셔널 리그 선발 명단이 나왔다.
C. 후안 라미레즈. 필리스.
1B. 레이저 블레이드린. 브레이브스.
2B. 헤이튼 스톰폭스. 메츠.
3B. 앤서니 앨런. 다저스.
SS. 에스리우스 로자리오. 메츠.
OF. 트렌트 박서. 말린스.
OF. 조든 백. 컵스.
OF. 알렉산드로 데이비스. 컵스.
DH. 퍼즈 알폰소. 카디널스.
P. 조엘 오스틴. 다저스.
도진은 익숙한 이름 몇몇이 보이자 피식 웃었다.
선발 투수로 이름을 올린 텍사스의 조이 히메네즈. 그는 처음 자신에게 큰 벽을 선사해 줬던 인물.
그리고 동기인 놀란 카브레라와 한 팀이라서 그랬다.
‘재밌네.’
하지만 상대를 곱씹자, 손이 파르르 떨렸다.
당장 며칠 전 상대했던 후안 라미레즈.
거기에 자신과 함께 가을리그에서 뛴 앤서니 앨런이 3루수에 이름을 올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말로만 듣던 선수들을 전부 상대로 만나네.’
무엇보다 상대 올스타에는 입이 닳도록 들었던 에스리우스 로자리오도 있었으며, 투수는 하필 또 조엘 오스틴이었다.
호세는 식전 빵을 입에 욱여넣더니 꿀떡 삼켰다.
“넌 팬들의 투표로 선발에 이름을 올렸어. 그러니 너를 뽑아준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라. 쫄지 말고!”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요. 솔직히 쉽지 않네요.”
호세는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키 시즌에 올스타에 뽑혔으니 그럴만하지. 그런데 네 동기도 있잖아? 물론 너와는 결이 다르지만.”
“무슨 뜻이에요?”
“놀란 카브레라. 그 애송이도 확실히 좋은 선수긴 한데. 미국인 특성상 지기 싫어서 그 친구를 좀 밀어준 것도 있어.”
“성적 좋은데요? 벌써 홈런도 16개나 쳤어요.”
“그래. 16개에 타율도 좋고 타점도 많지. 근데 유격수 대표로 뽑힐 정도냐? 그건 아니야. 놀란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는 더 있었어.”
도진은 호세가 팩트를 내뱉을 때마다 작아지기만 했다.
‘그럼, 난 뭐야?’
타격성적만 놓고 따지면 놀란 카브레라에 비해 앞서는 건 도루와 득점뿐이었다.
그 외 모든 면에서는 놀란이 앞서고 있었다.
호세는 도진의 의심 가득한 눈빛을 읽었다.
“수비 지표는 네가 압살이잖아? 물론 유격수랑 비교할 수는 없는 거지만. 넌 메이저리그 3루수 통틀어서 제일 좋은 수비 지표를 보여주고 있어. 도루까지 총 두 개의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뽑혀도 이상하지는 않지.”
호세는 말을 덧붙였다.
“투수로서의 성적도 좋잖아? 후안 라미레즈를 이겨서 힘을 좀 더 받긴 했는데, 원래도 뽑힐만했어. 대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겠지만.”
때마침 주문한 고기가 나왔다.
호세는 한입 크게 썰어 입에 넣더니 올스타전에 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당장 내일이 첫날인데 뭐 하는지 알아?”
“몰라요.”
“내일은 생각보다 별거 없어. 그냥 선수들 소개시켜주는 자리라고 보면 돼. 대신 자부심을 가져라. 에인절스에서는 너 혼자만 뽑혔고 우리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니까.”
도진은 자신감을 조금 보태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 날은 하루 휴식. 퓨저스 올스타전이거든. 그다음 날이 홈런 더비. 다음 날이 올스타전이다.”
“저는 첫날 인사하고 마지막 날까지 내리 쉬겠네요?”
호세는 미간을 찌푸렸다.
“장난하냐? 호텔에 짱박혀서 띵까띵까 놀려고 했어? 당연히 경기장에 나가서 팬들이랑 소통해야지. 네 친구는 홈런 더비에 나가지만 넌 안 나가니 응원이라도 하는 척이라도 해라.”
“진심으로 응원할 거예요.”
“스파이냐?”
아니. 왜 저렇게까지 급발진을?
도진은 눈동자에 경멸을 담았다.
호세는 피식 웃었다.
“여튼 즐기면서 최선도 다해라. 집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지켜보겠다.”
“굳이요?”
“올스타로 얻어가는 이점이 얼마나 많은지 네가 몰라서 그래.”
“그때 말씀해주신 거 말고 더 있나요?”
올스타에 뽑혔다는 것. 그만한 환상적인 선수가 팀에 포함됐다는 것이므로 사기를 불어넣어 준다.
하반기에도 기세를 이어 나갈 수 있다면 개인 타이틀. 즉 신인왕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당연히 더 있지. 너. 지금까지 전반기만 치렀잖아? 하반기는 전반기와는 또 달라.”
“어떤 부분에서 그래요?”
“시즌 끝날 때까지 순위를 유지하거나 올리려고 모든 팀이 죽자고 달려들거든. 우리가 작년에 잘 나가다가 죽 쒔다는 거 알고 있지?”
“네. 들었어요.”
“이유가 뭘 것 같아?”
도진은 흠. 턱을 매만지며 짧게 침음 후 즉각 대답했다.
“힘이 빠져서요?”
호세의 눈치를 살폈다.
미간을 구부린 것으로 보아 답이 틀린 모양이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부족해.”
“그럼, 경험이 부족해서?”
호세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쓰벌. 나랑 벨 조이스 무시하냐?”
그렇게까진 말 안 했는데.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럼, 뭐가 문제였어요?”
“그냥 실력이 부족해서다. 하반기는 슬슬 체력에 부딪혀 전반기처럼 본 실력이 나오지 않아. 무엇보다 그때의 에인절스는 해결사가 아돌니스 말고 없었잖아?”
“호세 있잖아요. 미카와 카메론도 그렇고.”
“우린 작년에 죽 쒔어. 이번 시즌도 그러지 말라는 법 없지. 마음처럼 안 되는 게 야구니까.”
야구는 162경기. 이 넓은 미국 땅에서 원정과 홈을 부지런하게 다녀야 하므로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올 시즌은 다르잖아요.”
“뭐 들었어? 물론 나머지 선수들도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매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단 최악도 대비해야 해.”
“그렇네요.”
“그러니 네가 해줘야 한다.”
도진은 각오를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었다.
“저도 그러고 싶죠. 그런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거죠?”
“너 최고만 모이는 올스타전에 참여하게 된 올스타다.”
도진은 호세의 숨은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그런 훌륭한 선수들을 제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잖아?’
지켜보기만 해도 전부 피와 살이 될 것이다.
도진은 눈동자에 각오를 잔뜩 담았다.
“최선을 다하고 올게요. 팬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팀을 위해서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도진은 한층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손에 쥐어지자 부담감을 전부 내려놓았다.
* * *
올스타전이 치러지는 장소는 다름 아닌 에인절스의 홈구장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
도진은 평소처럼 여유롭게 출근했다.
“어디 보자. 아메리칸 리그 팀은 우리 홈 라커룸을 사용한다고 했지.”
늘 사용하던 라커룸 앞에 도착한 도진은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죄다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에인절스에서는 자신을 제외.
단 한 명도 올스타에 뽑히지 않았으니 말이다.
도진은 시끌벅적한 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흘러나오자 긴장을 다소 늦추고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시끄러웠던 라커룸 분위기는 순간 싸늘하게 식더니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렸다.
꿀꺽.
마른침을 꼴깍 삼킨 도진이지만,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왜 다들 이래? 부담스럽게.’
시끄럽게 떠들 때 조용히 묻히려고 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
“어. 저. 그. 안녕하세요.”
도진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자신을 마치 하찮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할 뿐.
어떠한 답변도 들려오지 않았다.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고는 한 걸음 내디뎠다.
두 걸음 세 걸음 내디디고 자신의 성이 적혀 있는 라커룸 앞에 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라커룸 안에는 숨소리를 제외하면 어떠한 잡담도 이어지지 않았으며.
등으로 향하는 뜨거운 시선은 따뜻하게 익어가는 것 같았다.
도진은 결국 등을 돌려 선수들을 다시 힐끗 쳐다보았다.
그들과 일일이 눈이 마주치자 원치 않게 다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왜 그러냐고!’
그러자 그때.
조이 히메네즈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네가 그 자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냐?”
도진의 아랫입술이 바짝 말라 버렸다.
‘설마…….’
후안 라미레즈와의 대결로 인기가 확 상승한 건 맞다.
그걸 편법이라고 생각했던 건가?
올스타전이 처음이었던 도진은 모든 게 생소했으므로 몸이 꽝꽝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내 당당해도 된다는 호세의 조언이 떠오르자, 어깨를 펴고 눈에 힘을 가득 주었다.
“네. 맞습니다.”
조이 히메네즈는 그제야 피식 웃었다.
“좋다. 그런 패기가 필요하다. 우린 아메리칸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팬들이 직접 표를 선사해서 뽑힌 대표란 말이다! 그러니. 이번 올스타전을 죽기 살기로 뛰어라.”
조이 히메네즈는 팬 투표에서 아메리칸 리그 전체 1등을 차지했다.
그렇기에 그는 여기 모인 선수들의 리더.
도진은 미소에 자신감을 담았다.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메리칸 리그가 내셔널 리그를 이길 수 있게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함구하던 선수들의 환호가 라커룸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