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259화(259/400)
올스타전이 끝나는 즉시 정규 리그는 재개되지만, 올스타전에 참여한 도진에게는 하루 휴식이 주어졌다.
“이야. 이게 메이저리거 클래스냐?”
택시에서 내린 상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내린 그레그가 맞받아쳤다.
“5성급 호텔에서 식사라니. 이래서 친구를 잘 둬야 한다니까?”
“그레그. 이놈이 그냥 메이저리거도 아니잖아? 무려 올스타 MVP라고?”
그레그는 불끈 쥔 주먹을 좌우로 흔들었다.
“M.V.P! M.V.P.”
도진은 새어 나오는 한숨을 꾹 삼켰다.
“시끄러워요. 누가 들으면 진짜 MVP인 줄 알겠네.”
“그럼, 가짜 MVP냐? MVP 맞잖아.”
이 둘 또한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했으므로 오늘 식사가 끝나면 팀에 바로 합류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누구 또 기다리냐?”
그레그의 질문에 상우가 대신 대답했다.
“마이크 기다리고 있을 듯?”
도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응원하러 와 준 분들께 전부 대접해 주고 싶었는데 FS 고등학교 감독님과 후배들은 오지 못한다네요. 물론 제가 내는 건 아니지만요.”
어제 단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루 푹 쉴 겸 좋은 곳에서 식사나 하라고.
도진은 친구들도 함께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식사권까지 보내줬다.
그리고 때마침 택시 2대가 나란히 호텔 입구에 멈춰 서며 마이크와 하리가 내렸다.
“여! MVP!”
“좀! MVP 아니라니까.”
마이크는 큭큭대며 도진을 지나치더니 상우, 그레그와 얼싸안았다.
“다들 잘 지내서 보기 좋군. 성적도 좋아서 괜히 제 기분이 더 좋아요.”
“친구야. 전부 네 덕분이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레그도 거들었다.
“네가 계속해서 우릴 신경을 써준 덕분에 매일 같이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 메이저리거가 되면 크게 한번 쏘도록 하지!”
도진은 대화에 참여하는 대신 오랜만에 만나는 하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지냈어?”
하리는 빙그레 웃더니 도진이 내민 손을 잡았다.
“응. 2년 만이지?”
“그렇게나 오래됐나? 시간 참 빨리 가네. 일단 들어갈까?”
도진은 일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 * *
그레그는 접시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테이블로 돌아와서 분개했다.
“아니. 메이저리거가 감히 연애를 해?”
도진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우는 부럽다는 듯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레그. 우리 같은 허접 마이너리거나 연애할 시간. 아니 그보다 돈이 없는 거지. 메이저리거는 돈도 많으니까 연애해도 되지.”
그레그는 머리를 쥐어 싸맸다.
“부러워서 그래! 인생 불공평해서 그래! 누구는 드래프트 1년 만에 메이저리거가 된 것도 모자라 올스타까지 뽑히더니 MVP까지 따내고! 이쁜 여자친구도 있고! 누구는 매일 식빵이나 처먹고!”
식빵이란 말에 하리는 사레가 들렸는지 고개를 돌리더니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었다.
도진은 펼친 손을 저었다.
“식빵이란 단어 금지.”
“식빵! 식빵! 식빵이 어때서! 그리고 너 지금 식빵 무시하냐? 배고프고 힘들었던 마이너리그 생활을 벌써 잊은 거냐고!”
“그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금지에요.”
식빵에 관한 이야기를 알았던 마이크와 상우는 키득키득 댔다.
그들 또한 도진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레그. 좋은 음식 먹으면서 식빵이 뭐야? 그냥 처먹기나 해.”
“미스 차가 식빵 노이로제가 있긴 하지. 그런데 그거 먹고 우승하지 않았던가? 여전히 식빵이 불편한가 보네.”
기침이 멈춘 하리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맞받아쳤다.
“그 후로 식빵엔 손도 안 댔어.”
“난 괜찮은데. 가끔가다 식빵 생각나더라고. 물론 먹을 일은 극히 적었지만.”
도진이 직접 나서자 일원들의 눈초리가 가늘게 찢어졌다.
“적당히 해라.”
“죽인다.”
“부러운 자식.”
도진은 이대로면 표적이 되겠다고 생각해 재빨리 대화 주제를 틀었다.
“하리는 학교생활 할 만해? 내가 해보지 못한 거라 궁금하네.”
“뭐. 그냥저냥 할만하지. 힘든 건 없어.”
도진은 마이크에게도 물었다.
“너도 할 만하냐?”
“할 만해. 미스 차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겠지. 저긴 무려 하버드라고? 나야 뭐. 여기 셋 경기를 챙겨보면서 데이터 쌓느라 조금 바쁘긴 한데. 재밌으니 상관없지.”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아. 상우와 그레그 경기도 봐주고 있어?”
“데이터는 많으면 좋으니까. 무엇보다 이 둘 실력이 예전 같지 않아. 올 시즌 껍질을 까고 나온 느낌이 들어.”
도진은 어깨가 하늘 높이 치솟은 상우와 그레그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좋은 소식이네. 곧 메이저리그 밟는 건가?”
상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 소식은 없다. 그래도 나와 그레그가 이번 퓨처스 올스타에 합류했다는 건 좋은 소식이긴 하지.”
“퓨처스 올스타도 실력으로 뽑히잖아. 지금 마이너리그에서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이란 뜻 아니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오면 좋겠네.”
상우와 그레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잘해봤자 로스터에 자리가 남지 않는 이상 기회는 없어.”
“브라더 말이 맞아. 우리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에인절스 1군이 굳건하면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더군다나 에인절스는 지금 무려 2위를 달리고 있다.
잘나가는 팀에 변화를 준다고 한들 마이너리거를 곧장 1군으로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도진은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9월 있잖아요. 확장 로스터 때 메이저리그 밟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마이크가 대답했다.
“맞아. 지금 이 둘은 유망주 랭킹이 상당히 상승했어. 물론 리의 에인절스 경쟁자는 호세와 아돌니스. 어렵지만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그레그는 한결 나아.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뽑힐 가능성은 있어. 물론 9월 확장 로스터에 들어가는 게 먼저고 거기서도 증명해야겠지만.”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어. 잘하면 위에서 볼 수 있겠네?”
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어디까지나 둘의 페이스가 지금처럼 쭉 이어져야겠지만. 나도 에인절스와 로켓시티 트래시판다스 경기를 따로 보랴 바빠 죽겠다. 그러니 이 둘이 빨리 메이저리그를 밟았으면 좋겠는데.”
마이크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아. 그나저나 트레이드 얘기 들었냐?”
도진은 처음 듣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했다.
“트레이드? 무슨 트레이드?”
“소식에 관심 없는 건 여전하네. 지금 에인절스 트레이드 소식 떠돌고 있어. 잘하면 로스터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잘나가는 팀이 굳이 트레이드를?
도진이 생각을 머금는 사이.
마이크는 희망의 눈빛을 띠는 상우와 그레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트레이드가 있다고 둘의 자리가 있는 건 아니라서 너무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어디까지나 즉시 전력감을 위한 트레이드니까.”
“우, 우린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는 거야?”
“우리도 1군 가서 잘할 수 있어! 저놈처럼!”
둘의 반박에 마이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증명이 제일 문제라니까. 킴은 마이너리그를 말 그대로 폭격한 장본인인데도 9월 가까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거가 된 것처럼. 7월에 이어지는 트레이드에서 둘의 승격은 기대하기 어려워. 주전 선수들 중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뭐 어쨌든.”
마이크는 여전히 심각하게 생각에 잠긴 도진의 옆구리를 툭 쳤다.
“트레이드에 대해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프로란 그런 거니까.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이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그래. 신경 써줘서 고맙다.”
도진도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화목한 식사 자리가 끝난 후에는 일원들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 * *
하루 휴식을 취한 도진은 경기 준비를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 즉시 에인절스 선수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이야! 올스타!”
“MVP!”
“아주 혼자서 다 해 먹던데?”
도진은 운이 좋았다는 말을 연발하며 자신의 라커 앞에 도달했다.
그러자 호세는 씨익 웃어 보이더니 음흉한 눈빛으로 물었다.
“배트는 어디 갔어?”
“배트요? 무슨 배트요.”
“올스타전 MVP 배트 말이야.”
“아. 그거요. 집에 두고 왔죠. 가지고 왔어야 해요?”
“빠져서는. 가지고 와서 자랑도 하고! 팀 사기도 올려주고! 그래야 할 것 아니냐!”
호세 옆에서 무뚝뚝한 표정을 짓던 벨 조이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야. 우리 루키. 올스타전 상은 상도 아니다. 뭐 이거냐?”
벨 조이스까지 합세해 버리는 바람에 심히 놀란 도진은 말까지 더듬었다.
“지, 집에 가서 가져올까요? 10분이면 되는데.”
호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됐다. 연습 재낄라고? 벌써 대가리만 커서 나중에 어쩌려고.”
도진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감정을 눈동자에 담았다.
그러자 호세는 큭큭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표정 봐라. 이걸 또 믿네.”
“아 좀! 진짜인 줄 알았잖아요.”
“근데 말이야. 가지고 오는 선수들도 있긴 해.”
“거짓말 아니고요?”
“어. 드물지만 있긴 할걸? 기억이 안 난다. 우리 에인절스에서 올스타 MVP가 나온 지 오래됐으니까.”
“가지고 올 걸 그랬어요.”
호세는 괜찮다며 도진의 등짝을 후려쳤다.
“아직 탈 상은 많이 남아 있잖아? 올스타 MVP가 아닌 정규시즌의 공로를 담은 상들 말이야. 그때는 가져와라.”
도진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래볼게요. 아 그나저나. 호세 잠깐 시간 좀 있나요?”
“왜. 구석 가서 때리려고?”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호세는 도진에게 밖으로 나오라며 손짓했다.
도진은 그와 함께 라커룸을 벗어나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들은 얘긴데요.”
“트레이드?”
“어? 호세는 알아요?”
호세는 고개를 저었다.
“트레이드 시즌이잖아? 물론 대부분 중요한 트레이드는 7월 말쯤 이뤄지긴 하는데. 어쨌든 지금 한창 찌라시가 돌 때지. 무엇보다.”
호세는 턱을 매만지더니 이내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우리 구단에 일이 한두 가지였냐? 충분히 피바람이 불 수도 있지.”
“그래도 지금 잘나가는 팀에 변화를 주는 게 맞을까요?”
“아직 트레이드된 건 아니잖아? 그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래도요.”
호세는 걱정하지 말라며 도진의 어깨를 도닥였다.
“아무리 우리 에인절스가 지금까지 트레이드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한들. 구단 관계자들이 팀을 망치려고 들겠냐? 예를 들어 마르셀로도 사건과 부상 때문에 주춤했을 뿐. 지금 팀에 도움은 되잖아?”
“맞는 말이네요. 그래도 저는 이왕이면 이 팀 그대로 시즌을 마치면 좋겠어요.”
“프로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법이야. 막말로 네가 트레이드된다고는 생각 안 하냐?”
도진의 턱이 힘을 잃고 벌어졌다.
“거기까진 생각 못 했어요.”
“풋. 구단이 미쳤다고 너를 트레이드하지는 않겠지. 말이 그렇다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은 경기에 방해만 되니 사회 경험이다, 생각하고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
도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라커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호세는 한쪽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트레이드라.’
만약 정말로 트레이드가 이뤄진다면?
‘이번 트레이드만큼은 기필코 구단에 도움이 되는 트레이드가 되겠지.’
도진을 필두로 팀을 재편하려는 것일 테니까.
터진 유망주가 주축이 되었으니 뒷받침해 줄 알맞은 선수를 데리고 온다. 트레이드의 정석이었다.
한편. 에인절스 사무실에는 구단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다.